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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없는 그림책은 봤어도 동화 없는 동화책이라니. 그래서 처음에는 하나의 소제목이려니 생각했다. 일부러 차례를 보지 않고 바로 동화부터 읽어가는데, 어느 순간-정확히 말하자면 태안의 기름 유출 사고를 의미하는 <마지막 손님>을 읽는데- 뭔가 이상하다. 갑자기 동화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 제목이 바로 그런 의미였구나. 그러면서 지금까지 읽었던 앞의 단편과 아직 읽지 않은 뒤의 단편이 연결되면서 생각이 한가지로 수렴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김남중답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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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책 표지에서 풍기는 쓸쓸함, 오묘한 책 제목에 이끌려 책을 읽게 되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창작동화임에도 불구하고, 동화가 없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차가운 현실을 의미했다. 대부분의 동화에서 보여주는 밝음, 아름다움, 순수함, 재미, 상상력을 과감히 배제시키고,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오롯이 담아냈다. 그랬다. 현 우리의 어두운 사회 속에도 어린이들이 있었다. 사회의 모순 속에 아이들은 고통받고 상처입고 있었으며, 어두운 현실에 힘겨워하고 있었다. <<동화 없는 동화책>>은 차가운 현실 속에 내몰린 아이들을 주인공을 내세우고 있는데, 저자는 괴로운 세상 속에서 어디가 아픈지, 누가 슬픈지, 왜 그런지를 알아야 세상을 바꿀 수 있기에 이런 글을 쓴다고 했다. 동화는 생각보다 힘이 세요. 밝고 따뜻한 이야기만 동화는 아니에요. 밝고 따뜻한 곳을 향해 뻗어 가는 이야기가 동화라고 생각해요. (본문 197p)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다.
<<동화 없는 동화책>>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기철이는 어려운 수학 문제라도 포기하지 않고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면 결국 답을 찾을 수 있는 수학을 좋아한다. 영어는 혼자서 공부하기 힘들지만, 선생님 설명만 잘 듣기만 하면 혼자 공부해도 그리 어렵지 않아 수학이 좋은 이유다. 헌데 수학을 잘하는 기철이가 수학경시대회 대표에서 빠졌다. 이유인 즉, 경시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중학생 실력이 되어야하고, 학원에 다니면서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란다. 기철이는 학원에 다닐테니 경시대회에 나가게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기철이네 집은 학원을 보낼 수 있을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다. 학원을 다니고 싶다는 기철이와 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이 담겨진 [수학왕 기철이] 이야기에서는 찌릿한 아픔이 느껴진다. [날아라 장수풍뎅이]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정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아빠의 실직으로 가정 형편은 더욱 어려워지지만, 아이들은 해야할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다. 곤충채집 숙제로 마트에서 파는 장수풍뎅이가 갖고 싶었던 강건이에게 아빠는 숲 속에서 장수풍뎅이를 잡아주신다. 직접 채집했다고 선생님에게 칭찬을 받은 강건이는 4천원에 팔라는 친구의 꾀임에 아빠가 잡아주신 곤충을 팔아 군것질을 한다. 다음 날 학교 앞에는 산에서 직접 채집한 풍뎅이를 파는 아저씨가 나타나는데, 생일날 아빠에게 받은 만원으로 풍뎅이를 사기 위해 아저씨를 기다리던 강건이는 슬픈 현실과 맞닥뜨리게 된다.
[마지막 손님]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로 인해 생계를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선미가 바라보는 시선으로 담아냈다. 기름이 밀려오기 전에 잡은 고기를 판매하고 싶은 어린 선미의 안쓰러운 마음과 다시 일어서기 위해 기름을 닦아내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혼자가 아니야]는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 작품이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이랑이네 가족은 겨울이 되자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 그나마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공공 근로 일자리도 얻지 못해 힘들어하던 할아버지는 산불 감시원을 모집한다는 소식에 합격하기 위해 농약 통을 메고 달리기 연습을 한다.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이랑이와 살아가기 위한 할아버지의 마음에서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림같은 집]은 재개발로 갈 곳을 잃은 세 들어사는 식당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갈 곳을 잃은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과 영산이네 가족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경찰을 보며 영산이는 자신이 나쁜 편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경찰 아저씨들은 정의의 편이다. 나쁜 쪽이 아니라면 경찰 아저씨들이 도와주지 않을리 없다. 그렇다면 식당 사람들이 믿을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도와줄 사람도 없었다. 식당 사람들은 약하지만 나쁜 쪽이었다. 돈과 힘이 없어서 나쁜 건지, 나빠서 돈과 힘이 없는지 아무도 몰랐다. 영산이는 좋은 쪽이 되고 싶지 않았다. (본문 151p)
마지막 이야기 [크로마뇽인은 동굴에서 산다]는 아빠 엄마가 집을 나가고 남매 단둘이서 서로 의지하면서 살아가는 내용이다. 너무 슬픈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빠 엄마가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오리라 믿는 누나는 동생을 다독인다. 크로마뇽인으로 살고 있다는 상상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덮는 순간까지 마음이 아리고, 슬펐다. 동화책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주인공 아이들은 바로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아이들과 다름이 없었다. 사회의 모순, 처참한 현실에서 아파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런 사회에 내몰리게 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다. 내 아이에게는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저자의 말처럼 알아야 바꿀 수 있음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동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는다. 슬프고 암담하고 아팠던 이야기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화 없는 동화책>>과 같은 이야기가 있기에 더 나아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 돈과 힘이 없어서 나쁜 사람이 되는 우리 사회의 모순이 사라지기를 바래본다.
(사진출처: '동화 없는 동화책' 본문에서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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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만난 사람중 요즘 김남중 작가에ㅔ 푹 빠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남중 작가의 어떤 이야기? 어떤 면이? 라는 궁금증을 갖게 했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나역시 이 책을 보고 김남중 작가에게 빠져들고 말았다. 그냥 가볍게 그들은 아플거야가 아니라 그들의 아픔이 내 안으로 치받고 들어오면서 내 안에서도 커다란 울림이 생겨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전철을 타고 다니며 이 책을 보고는 혼자 웃고 혼자 험악한 인상을 짓곤 했다. 그리고 슬픔이 가득 베어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비로서 아 그사람이 왜 김남중 작가에게 빠졌다고 했는지 알수 있었다.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의 이야기를 다룬 [수학왕 기철이]. 기철이는 수학을 혼자 열심히 공부해 수학경시대회에서 백점을 맞게 된다. 기철이는 전국 대회도 나가고 세계수학 월드컵에도 나가고 싶어하지만 선생님은 혼자서 공부해서는 힘들다고 말한다. 그말에 기철이는 학원에 다니면 딜거 아니냐 생각하고 부모님에게 학원에 보내달라고 말하지만 부모님은 그럴 형편이 아니라고 기철이를 설득한다. 가계부를 보여주며도대체 돈 나올 여유가 없음을 깨닫고 서글퍼하는 기철이의 모습이 안타까게 담겨있다.
[날아라 장수풍뎅이]는 실직을 하고 아이가 장수풍뎅이를 너무 가지고 싶어하자 직접 장수풍뎅이를 잡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장수풍뎅이와 몇몇 곤충을 잡아와 학교에 가서 아이가 자랑하자 아이들은 서로 사겠다고 나선다. 그말에 혹해 아이는 장수풍뎅이를 팔게 되고 그것을 보고 혼낼줄 알았던 아버지는 아이를 혼내지 않는다. 그리고 몇일 후부터 학교 앞에는 한번도 본적없는 번개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장수풍뎅이 파는 아저씨가 모습을 드러낸다. 긴박감있게 펼쳐지는 모습에 보는 나마저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뛰었다.
[마지막 손님]은 태안에서 회를 파는 선미네 집 이야기다. 태안에 기름 유출사고로 많은 사람들이 기름을 닦아주러 몰려든다. 이미 그곳에서 파는 생선은 먹을수 없을 거라는 사람들의 말에 선미네 집에 기름 유출 전에 잡혀온 생선은 팔리지 못하고 적자에 허덕이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선미는 아버지가 회를 뜨는 모습을 보고 싶은 마음에 아버지를 돕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어 회를 팔고자 하는 마음가 드디어 용기를 내 입을 떼는 모습이 씁쓸하게 그려진다.
용산 사태를 다루고 있는 [그림같은 집] . 정말 그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대통령하나 잘못 뽑은 죄로 수많은 힘없는 사람들이 고통당하고 있다. 다시는 그런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참....안타깝고 억장이 무너진다. 그들은 지금 잘 지내고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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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없는 동화책 김남중 동화집 / 오승민 그림 창비
이십일 번 최낙필 아저씨께 최낙필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아저씨를 처음 알게 된 이은우라고 해요. 아저씨는 암 환자로 산불 감시원 면접 시험을 이십일 번으로 본 최낙필 씨죠? 저는 아저씨가 너무 불쌍했어요. 아저씨가 확성기 아저씨에게 애원하시는데 어찌나 슬픈지...... <수학왕 기철이>나, <날아라 장수풍뎅이>, <마지막 손님>, <그림같은 집>, <크로마뇽인은 동굴에서 산다> 같은 다른 이야기들도 구구절절 했지만, 왜 굳이 <혼자가 아니야>를 인상적인 이야기로 선택했는지 아세요? 바로 대머리 최낙필 아저씨의 쓸쓸하고 힘없는 뒷모습이 계속 머릿속에 아른아른 거렸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달리기를 할 때에는 있는 힘껏 응원을 해 주던 사람들이, 합격을 하고 나니까 도움을 요정하는 눈빛을 말없이 거절하는 것을 보니 실망스럽고 사람들이 미웠을 것 같아요. 꼭 건강하시고, 산불 감시원보다 더 좋은 일을 찾으셔서 옷, 음식, 집, 돈 걱정없이 오래오래 사세요! 2012년 6월 10일 일요일에 아저씨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하는 소녀 은우(초등5)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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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동화이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동화 책.
여섯 편의 동화 속에는 동화가 없다. 이미 제목에서 부터 느껴지듯 이야기는 일관성 있게 ‘지금’을 말하고 있다. 주인공들인 아이에게도 독자들에게도 그저 담담하게 오늘의 현실을 그려낼 뿐이다. 마치 신문에서 기사로 단면을 읽었다면, 이 책은 그 기사의 내용 안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나게 되는 인물들은 바로 내 이웃이었기에, 혹은 나이었기에 마지막 책장은 떨어지는 눈물을 훔치며 읽게 된다.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 해고노동자인 아버지, 공공근로 겨우 생활을 하는 할아버지, 용산사태의 철거민, 유조선 사고 인한 재앙의 태안사태, 부모의 가출로 남겨져 채 생활하는 아이들이 글의 배경이 된다. 그 안에서 여느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사회가 된다. 바로 그 사회 속에 내가, 독자가 있는 것이다. 무관심 속에 방관했던, 적극 관여했던, 자본 지상주의에 발 벗고 나서던, 아니던, 나 하나만 평안하다면,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소외되고 힘들어하는 사람에 대하여 눈도, 귀도 닫아버리게 만든 사회로 만들고 있기에 우리가 사건을 일으키는 가해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인공의 고통을 대면하기가 힘들다. 이 책에서 부끄러운 어른이 느끼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아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만큼의 것만 가지고 간다. 깔깔거리며 읽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읽고 있는 내 딸을 보면서, 무언가 저 아이를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렇겠지 ‘왜 집에서 쫓겨나야 하는지, 횟집아저씨는 왜 화가 났는지.......’ 어찌 알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으러 온다. 그러나 나는 대답해 주지 않는다. 당장은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을 삶에 더 깊이 들어갔다 나 온 후에 신문 기사를 보여줄까 한다.
어찌 동화는 결말이 행복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을까! 긍정적인 결말로 어린 독자에게 희망을 주는 것도 좋은 책이지만 작가의 말처럼 균형 있게 현실적인 문제를 직면하는 것도 아이들이 성장할 때 중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책의 결말은 마술적 효과로 행복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는 않았지만, 열린 결말로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오늘’은 닫히지 않고 지속되기 때문이다.
즉, 동화의 결말은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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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현실을 보게 해주는 또 하나의 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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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여섯 편이나 실렸는데 책 제목이 ‘동화 없는 동화책’이다. 표제작과 같은 제목의 동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실린 여섯 편 모두 동화가 아니라는 말이 된다. 작가는 왜 동화 없는 동화책이라고 했을까. 책 뒤에 실린 ‘작가와 어느 독자가 나눈 이야기’에 실마리가 있다. 책을 다 읽은 ‘어느 독자’는 작가에게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이 별로 동화 같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동화라면 재미있고 희망을 줘야 할 텐데 너무 어둡고, 어린이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균형을 잡으려면 이런 동화, 저런 동화 다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동화마저 이러면 어떡해요.”라는 항변에 “동화는 힘이 세요. 괴로운 세상을 동화가 바꿔 줄 거예요.”라며 자신의 믿음을 굽히지 않는다. 작가의 말은 왜 제목을 ‘동화 없는 동화책’이라고 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작가는 동화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재미있고 희망을 주는 동화 대신 균형을 잡는 동화를 썼다. 그러니 ‘어느 독자’가 바라는 재미있고 희망을 주는 동화가 없다는 측면에서 제목을 그렇게 정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작가가 생각하는 동화랑 ‘어느 독자’가 생각하는 동화가 다른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실린 동화가 우리 어린이문학사에서 아주 예외적인 작품들은 아니다.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사건이나 용산 참사 같은 사회적인 문제를 끌어들였다고 하더라도 전혀 새로운 흐름은 아니다. 다만 요즈음 우리 어린이문학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하여 이번 동화책은 반갑다. 그야말로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동화책이다. 일찍이 나는 김남중 작가에게서 권정생 선생님의 계보를 잇는 적자의 가능성을 봤다. 그러나 작가는 빼어난 작품을 내놓다가도 생계용으로 급하게 쓴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작품을 내기도 했다. 이를테면 자전거 일화 중심으로 쓴 『바람처럼 달렸다』(웅진주니어, 2010년)는 『불량한 자전거 여행』(창비, 2009년)의 사족 같은 작품이었다. 굳이 쓰지 않아도 좋을 작품이었다. 그러나 그 작품이 문학상을 받기도 했으니 작가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조금 더 엄격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정말 우리나라에 없는 새로운 동화를 쓰는 큰 작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수학왕 기철이」: 학원에 다니지 않고 지역 아동 센터에서 공부하며 교내 수학 경시 대회에서 백점을 맞은 아이는 기철이 뿐이다. 학교 대표로 뽑힌 기철이는 시 대표를 뽑는 경시 대회에 나가기 위해 그 동안 다니지 않던 학원에 가려고 한다. 그러나 수학을 잘하는 기철이도 가계부를 계산해 보니 도저히 학원비를 뺄 수가 없다. 게다가 아빠가 실직까지 한 상황이다. -「날아라 장수풍뎅이」: 아빠가 회사에서 잘린 지 여덟 달째. 강건이 여름 방학 숙제로 곤충 채집을 한 것을 계기로 아빠는 강건이 몰래 학교 앞에서 곤충을 팔기 시작한다. 곤충을 팔던 아빠는 문구점 아줌마의 신고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고, 강건이는 아빠가 경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며 뒤쫓는다. 쾅! 강건이는 보았다. 아빠가 택시 위로 둥실 떠올랐다. 손에 들고 있던 종이 상자는 사람보다 더 높이 솟았다. 상자가 열리면서 뭔가가 쏟아져 나왔다. 수박씨처럼 흩뿌려진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풍이 들이었다. 강건이 아빠는 풍뎅이들과 함께 하늘을 날았다. 일 초 같기도 하고 일 분 같기도 했다. 힘세고 빛나는 풍뎅이들, 그중에 가장 힘센 장수풍뎅이가 강건이 아빠 같았다. 하늘 높이 흩뿌려져 반짝 빛나던 풍뎅이들이 일제히 날개를 폈다. 풍뎅이들이 더 높은 하늘로 힘차게 날아올랐다. 그렇지만 강건이 아빠에게는 날개가 없었다. 두 팔을 내저었지만 날아오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빠는 강하다. 택시에 치였으면서도, 하늘에서 떨어졌으면서도 다시 달리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강건이도 경찰의 눈을 피해 사람 없는 낯선 집 앞에 이르러 걸음을 멈춘다. 강건이는 갑자기 아빠가 보고 싶다. -「마지막 손님」: 유조선의 구멍 난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기름 때문에 바다는, 오염된 태안 앞바다처럼, 검게 되었다. 그에 따라 선미네 횟집은 라면이나 파는 처지가 된다. 선미는 기름이 쏟아지기 전부터 있던 수족관 속 고기를 팔기 위해 직접 나선다. 수협에서 돈을 빌려 새 횟집으로 옮겼는데 이번 달에는 수협에 줄 돈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혼자가 아니야」: 곧 칠십인 할아버지와 사는 이랑이. 할아버지는 산불 감시원이 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해 결국 합격한다. 그렇지만 암에 걸려서도 산불 감시원이 되려고 하는 아저씨는 끝내 일을 얻지 못한다. -「그림 같은 집」: 식당을 하는 영산이네는 그림 같은 집에 살 부푼 꿈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재개발이 되면서 완전히 다른 상황이 된다. 회색 옷을 입은 사람들만 아니라 경찰하고도 싸워야 하는 처지가 된다. 식당 사람들은 옥상 위에 집을 짓고 싸우는데 결과는, 용산 참사처럼, 집도 사람도 불길이 삼켜버린다. -「크로마뇽인은 동굴에서 산다」: 엄마 아빠가 버린 아이들이 어두운 반지하 단칸방에서 동굴 속 크로마뇽인처럼 살아가며 불을 피운다. 밤이 다가오는지 동굴 안이 조금씩 어두워졌다. 동굴 밖에는 아직 해가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동굴 안은 밤이 더 일찍 왔다. 미리 준비해야 한다. 불이 있으면 동굴 안이 따뜻해진다. 사람에게는 불이 필요하다. 활활 타는 모닥불을 생각하니까 힘이 솟았다. 누나가 마음을 정했다. 누나는 마른침을 삼킨 다음 주머니에서 부싯돌을 꺼냈다. 낮에 길에서 주운 라이터였다. 누나가 주목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92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