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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오전에 문자 하나를 받았다. 지원한 어떤 곳에 서류 합격했는데 면접 때 발표할 과제를 어떻게 시작해야될지 모르겠다며 조언을 구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짧은 답변을 했는데 그건 이 책에서 읽은 주인공 M의 면접 실패담에서 얻은 교훈이었다.
M은 난생 처음 본 면접에서 실패했다. 면접에 떨어지는 일이야 다반사일 수 있으니 별일아니라 생각하면 되는데 문제는 이 탈락의 원인을 본인이 알 수 없다는데 있었다. 다섯 명의 지원자와 함께 본 면접에서 자신이 가장 활기차게, 또 똑똑하게 응답을 했다. 이것은 객관적 사실이고 자신도 놀랄 만큼 훌륭한 답변이 자신의 입에서 나온데 대해 굉장히 만족했다. 그런데 결과는 탈락이었다. 이후로 M은 면접의 불공정성에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이렇게 시작되는 내용이었다.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로 가득하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살아도 어느 새 자신만 탈락자의 위치에 바보처럼 서있다. 그래도 계속 미취업자로 살 수 없으니 M은 다시 면접을 보러가는 중이다. 벌써 48번째다. 50번을 채우게 될까봐 두렵긴 하지만 지난 탈락의 시간은 M에게 위기의 순간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운을 남겨주었다. 또 탈락이라고 생각했는데 믿을 수 없는 "합격"이었다.
그런데 다시 시작이다. 문 뒤에 또 문이 있었다. 과자회사의 영업사원으로 합격한 M은 다른 동기들과 함께 무난한 연수생활을 시작한다. 계속 이렇게 됐으면 좋겠지만 자신의 이번 합격결과가 믿어지지 않던 M은 망상에 빠지게 된다. 책을 다 읽은 뒤에야 독자들은 M의 상태가 피해의식에 의한 망상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이걸 알기 전까지는 M의 행동이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다. 연수원에서 신입사원의 행동에 점수를 매기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M이 점수에 연연해서 무리한 일정을 소화시키는 이유는 여기서 절대 탈락할 수 없다는 비장함에서다. 그런데 이 비장함이 낯설지 않다. M은 보이지 않는 면접관을 상대로 자신이 할 수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기들을 경쟁자로 보게 하는 이 취업전쟁은 우리 사회의 민낯이다. 그래서 읽는 동안 불편하다. 이렇게 처절하게 자신을 돋보이려 애쓰는 M의 모습 속에 독자인 자신이 겹쳐보이기 때문이다.
M은 결국 면접이란 말만 들어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됐다. 그래서 평생 사회부적응자로 살 뻔했다. 하지만 면접만 보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는 마음이 원래 성실했던 M을 다시 사회로 돌아오게 했다. 그래도 시시때때로 M은 불안하다. 남들이 다 올라타있는 경쟁의 수레에서 떨어질까봐. 자신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타인을 밀어야하는 이 무한 경쟁의 세계는 늘 낯설면서 무섭다.
면접에서 한번이라도 떨어져본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에 무척 공감할 것 같다. 먹고 사는 일에 매이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고 행복한 일만 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은 얼마나 좋은 곳일까. 그런 세상을 찾다가 세상 어디에도 그런 곳은 없다는 걸 깨닫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미 지나와버렸기에 잊고 있었던 사회생활에 대한 불안을 M의 모습을 보며 다시 떠올렸다. 사회는 학교처럼 점수가 똑 떨어지게 나오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참, 아까 나는 면접에 조언을 구하는 사람에게 "너무 다 아는 척 하지 말고 너무 똑똑한 척 하지 말라'는 답을 했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자기 세계가 확고한 사람은 좀 부담스러울 것 같아서다. M의 첫 면접 탈락도 이런 맥락에서 이유를 찾아보았다. 회사에서는 조직에 들어와서 잘 스며들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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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리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알게 된 책이 이 3차 면접에거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입니다. 제목이 특이 해서 읽었는데 정말 순식간에 읽었고, 순식간에 빠져들어서 몰입했어요. 박지리 작가님의 팬이 되게 만든 작품... 지금 시대에 읽어도 한치의 이질감도 느낄 수 없는, 시대를 막론하는 작품인 거 같아요. 너무 재밌어요. 서술도, 감정묘사도 다 너무 뛰어나요..! 한번 더 읽으려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