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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한강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1998년에 출간되었던 것을 평론가인 백지은의 해설을 붙여 2017년에 다시 펴낸 것이다. 한강의 장편소설에서 잘 드러나는 특징인 서술자의 교차가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이 작품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처음에는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줄거리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이해하는데 집중해야만 한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비로소 등장인물들의 형상이 조금씩 드러나고, 그들이 엮어내는 줄거리가 손에 잡히기 시작한다.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검은 사슴>의 존재도 그렇게 드러나는 것이다.
도시에서 살면서 우연히 인연을 맺은 의선과 나(인영), 그리고 나의 대학 후배인 명윤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차츰 기억을 잃어가는 의선과 인영은 한때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면서 안면을 익힌 관계이다. 그러나 어느날 옷을 다 벗고 거리를 질주하면서 갑자기 사라진 의선이 인영의 집에 찾아오면서 그들의 인연은 다시 이어지게 된다. 함께 생활하던 의선이 인영이 찍어서 모아 두었던 사진과 필름을 태우고, 그로 인해서 의선은 다시 인영에게서 사라진다. 대학 시절 교내 문학상을 받았던 인영의 후배 명윤이 사라진 의선을 만나면서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이들의 관계는 다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명윤에게서 사라진 의선을 찾아, 인영과 명윤은 그녀가 내뱉었던 희미한 말의 단서를 찾아 탄광이었던 ‘함곡’으로의 여정이 시작된다. 그곳에서 잡지사 기자였던 인영의 취재 대상이었던 사진작가인 ‘장’이라는 인물을 만나기로 약속을 하면서, 이들 각자의 사연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각자 지난 시절의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작품이 전개되면서 어두운 과거가 각자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의선에 대한 명윤의 집착은 과거 집을 나갔던 여동생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연골’에서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의선은 희미해지는 기억 속에서도 그곳을 찾았고, 그녀의 흔적을 좇아 의선과 명윤이 그 뒤를 따르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벌어지기도 한다.
함곡에서 만난 ‘장’의 과거를 통해 탄광에서의 생활이 드러나기도 하며, 결국 등장 인물들 모두는 의선 혹은 그의 아버지인 ‘임씨’와 연결되어 있음이 밝혀진다. 흔히 막장이라고 불리는 탄광에서 광부들 사이에 전해지는 ‘검은 사슴’의 전설은 이 작품의 소재이자 복선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살면서 햇빛 보기를 원해 광부들에게 뿔과 이빨까지 빼앗기고, 광부들은 두려운 대상인 검은 사슴을 상처를 방치한 채 도망가는 이야기가 작품 속에서 여러 번 반복적으로 제시된다. 아마도 작가는 기억을 잃어가는 의선의 형상에 ‘검은 사슴’의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의 소설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인 각 장마다의 서술자의 교체는 이 작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때로는 나(인영)의 관점에서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다가, 때로는 의선이나 명윤 혹은 ‘장’이라는 인물을 통해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기도 한다. 온전한 3인칭 시점이 아닌, 시점의 교체는 한강 소설에 나타나는 두드러진 특징이다. 다소 어두운 삶의 흔적을 지닌 등장인물들이 만나 엮어내는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고, 특히 ‘어둠’과 ‘빛’의 이미지가 인물들의 삶과 관련하여 상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향인 '연골'의 어둠과 어둑한 반지하에서 살던 의선이 4층 혹은 옥탑방에서 살던 인영과 명윤의 세계에 틈입하는 것은, 바로 그들이 누릴 수 있는 빛을 동경햇기 때문은 아닐까? 서로 적당한 거리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때로는 서로 얽히고 때로는 어긋나는 인간관계의 면모를 이 작품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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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시간의 퍼즐이 완성되기까지 우리는 아무도 그 결과를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어떤 이의 운명을 함부로 예단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단순한 논리 구조로 쉽게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인간의 직선적인 사고방식으로 점칠 수 있을 만큼 분명한 방향성을 갖는 것도 아닌 까닭에 우리 삶의 결과는 때로 기적처럼 부풀려지기도 하고 농담이나 조롱처럼 무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체로서 개개인의 삶이 비록 하찮고 무의미할지라도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그 과정은 오직 한 개인에게 귀속된 유일한 것이기에 우리는 이따금 다른 이의 입을 통해 누군가의 삶을 전해듣기도 하고, 한 권의 책 속에서 어떤 이의 삶을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는 그렇게 자신의 삶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남기를 바라며 사는 동안 다른 누군가의 삶을 끝없이 궁금해하는지도 모른다. 한강의 첫 장편소설인 <검은 사슴>은 등장하는 인물이 그리 많지 않은 반면 분량은 꽤나 길고 두꺼운 까닭에 인물 상호 간의 관계와 그에 따른 인물 개개인의 심리를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소설이다. 물론 사람의 심리라는 게 형식화된 틀 안에서 정형적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작가가 설정한 인물 개개인의 성격이나 지나온 삶의 이력을 대입하면 소설 속 인물 개개인의 행동이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할 것도 없겠다 싶은 것이다. 그러나 이 소설에 대한 일반 독자의 리뷰에서 종종 왜?라는 의문부호를 목도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소설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탄광 지대라는 낯선 환경이 독자들로 하여금 생경한 느낌을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소설 속 중심인물인 의선의 성장 배경이 그곳이었다는 것도 독자들의 호기심을 부추겼을 테다. "의선의 생감새는 평범했다. 조그맣고 마른 얼굴에 코와 광대뼈는 평면적이었다. 긴 외까풀 눈이 유달리 맑기는 했다. 인중이 약간 짧아 웃을 때면 입술이 유아적인 동그란 모양으로 벌어졌고, 그 안으로 오종종한 옥니가 보였다. 애써서 찾아보려 해도 남다르게 예쁜 구석이라고는 없는, 누군가 후천적인 매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식의 질문을 던진다면 그때서야 어렴풋하게 떠오를 법한 얼굴이었다. 그러니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도 아닌 내가 이따금씩 그녀를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은 의아스러운 일이다." (p.81) 각 인물의 복잡한 심리에 비해 소설의 얼개는 비교적 단순하다. 작은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던 의선이 알몸으로 거리를 내달리는 황당한 사건으로 인해 실종되자 인영과 명윤이 의선을 찾아 그녀의 고향인 황곡으로 향한다. 같은 건물에 위치한 잡지사에서 근무하는 인영은 의선이 살던 반지하방의 침수로 오갈 데 없어진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이끌었고 진심을 다해 의선을 돌봐준 인물이다. 인영의 후배이기도 한 명윤은 의선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한편 의선의 고향인 황곡에서 만난 장종욱은 탄광 사진작가로서 의선과 관련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고통 속에서 성장했던, 혹은 고통과 함께 현실을 살고 있는, 그럼에도 어둠을 박차고 밝은 햇빛을 향해 나아가려고 하는 상상 속의 동물 '검은 사슴'과 닮아 있다는 점이었다. "한 사람의 정신이 폭발했을 때 그 사건은 얼마만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일까. 더이상 의선은 병원에서 진정제를 맞을 필요가 없었다. 내장에 든 것을 모두 토한 뒤의 마르고 쓸쓸한 얼굴로 웃지도 않았다. 극도로 말을 아끼다가도 매우 이따금, 마치 오랫동안 글로 써서 다듬은 문장 같은 말들을 천천히 독백하던, 나이에 비하여 성숙해 보였던 스물다섯 살의 여자애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p.201) 한때는 번성했지만 이제는 사라져가는 탄광촌 황곡에서 의선을 찾아 헤매는 인영과 명윤의 과거가 허물을 벗듯 하나씩 드러난다. 어쩌면 의선은 인영과 명윤이 겪고 있는 어둠의 트라우마를 벗겨줄 작은 희망, 밝은 침묵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둠에서 태어나 어둠을 벗어나고자 발버둥쳤던 의선이 제풀에 지쳐 쓰러져 다시 어둠 속으로 도피하는 것을 방관한다면 잠시나마 의선과 연이 닿았던 인영과 명윤 역시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불안감이 되돌리려던 그들의 발길을 끝내 황곡에 묶어두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흑백사진에 친밀감을 갖는 것은 밤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또한 누구나 태중의 어둠 속에서 태어났으므로, 그 열 달 동안의 어둠에 대한 기억을 몸 어딘가에 저장해두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거기서 몸부림치며 빛 속으로 뛰쳐나오려 했던 마지막 순간의 기억 역시 그 안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p.320) 잔뜩 흐렸던 하늘에는 조금씩 빛이 되살아나고 있다. 다행이었다. 인간의 연약함과 깊은 어둠을 탐색하는 이와 같은 소설을 읽은 날에는 빛이 들지 않는 캄캄한 어둠 속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느낌이 들곤 한다. 벗겨진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햇살이 비친다.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좌절과 고통 속에서도 아주 이따금 희망의 웃음을 볼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어둠에서 태어나 어둠에 익숙한 사람들의 강인한 연대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한다.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 내가 쓰러지면 다른 누군가가 즉시 나를 일으켜줄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고통 속에서도 우리를 살게 하는지도 모른다.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저 햇살처럼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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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작가다운 책이었지만 어쩐지 바람이 분다, 가라와 채식주의자가 계속 떠올랐다. 장소만 바뀌었고 캐릭터들의 느낌들이 어쩐지 계속 겹치는 느낌이었달까. 매우 우울하고 축축한 표현들이 가득하지만 계속해서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래서 계속 책을 읽다가 감정적으로 가라앉고, 책을 덮는 사이클을 반복하게 만든다. 상황, 내면을 묘사하는 걸 보면 참 섬세하다고 느껴지면서도 어딘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 것 같다는 착각마저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 오묘한 책이고 바라만 보고 싶은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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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페이지에 달하는 긴 장편소설이다. 읽는 내내 어둡고 답답하고 칙칙했다. 내게는 많은 인내가 필요했다.
황사 바람이 부는 서울 거리 한복판 8차선 도로에서 훌훌 옷을 벗어던지고 알몸이 되었던 여자, 의선이 어느 날 사라져 버린다. 그녀를 찾아 강원도 폐광촌으로 떠나는 두 남녀, 인영과 명윤의 어떤 여로가 이 소설의 전체 줄거리다. 거기서 사진작가 장을 만나고 의선의 검고 검은 운명 같은 삶을 깊게 들여다 보게 되고 명윤과 인영의 어두운 가족사를 들춰낸다.
사고로 죽고 아니면 진폐로 죽고 죽는..... 탄광촌의 어두운 삶을 재조명하고 있는 소설, 의선은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다. 사진 작가 장은 탄광촌 깊숙이 들어가 광부들의 어두운 삶을 찍는다. 그리고 이들과 얽힌 인영과 명윤. 아! 인내하며 다시 이 소설을 한 번 더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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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초기작 장편소설 검은 사슴은 인영이 떠나버린 의선의 꿈을 꾸면서 시작된다 소설은 인영과 그녀의 대학 후배이자 사라진 의선의 남자친구인 명윤이 의선을 찾아 폐광되어 도시가 조그라든 황곡으로 떠나면서 겪게 되는 임야기로 펼쳐진다 제목 검은 사슴은 탄광 속에서 살아가는 사슴을 이야기하는데 의선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임에 의해 전해진다 제목에서 보여주듯이 무채색의 느낌으로 줄곧 이어진다 어두운 골짜기 검은 사슴 검은 탄광 암흑 막창 막장 석탄 음산한 곳 흑백 사진 등으로 소설 곳곳에 표현되어 있다 흥미롭게 읽어갔지만 책을 덮고 나니 머릿속이 어두워지는 느낌 과연 작가는 검은 사슴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탄광에서 태어나 상경하면서 정신분열 증상을 가지게 되었던 의선은 과연 어떤 의미로 작가에게 등장하게 되었을까? 화자인 인영은 바다 사진을 열심히 찍었고 그 사진을 태워버린 의선은 무엇때문이었을까?
검은 사슴의 주된 이야기는 탄광이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든 그곳 후레쉬가 없으면 앞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어둡고 매우 온도가 높아 더운 그곳 자칫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그곳의 이야기와 의선을 찾는 내용으로 스토리는 전개된다 결국 모든 게 연결되어 있는 이야기 속에서 어두운 면을 깊게 볼 수 있었고 의선이라는 그녀를 통해 탄광을 둘러싼 인물의 심리에 대해 느낄 수 있었다 또 한 사람 장씨를 통해 제3자가 바라본 탄광의 실 모습을 느낄 수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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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24권은, 세련되고 충격적인 이미지, 우아하고 힘있는 묘사, 그것들을 하나로 꿰는 견고한 서사를 바탕으로 등단 이후 줄곧 문단과 독자들에게 강렬한 독서 체험을 선사해준 작가 한강의 『검은 사슴』이다. 문학동네 한국문학전집 제24권은, 세련되고 충격적인 이미지, 우아하고 힘있는 묘사, 그것들을 하나로 꿰는 견고한 서사를 바탕으로 등단 이후 줄곧 문단과 독자들에게 강렬한 독서 체험을 선사해준 작가 한강의 『검은 사슴』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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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검은 사슴" 하얀색과 검은색으로 대비되는 표지. 뭘까. 검은 사슴이란게 실제로 존재하나? 명윤, 인경, 의선, 장, 임씨의 이야기. 명윤과 인경은 사라진 의선을 찾기위해 폐광의 황곡으로 온다. 어느날 나타나 두사람 곁에 있던 의선. 그녀의 한마디 한마디를 떠올리며 방문한 도시 황곡, 인경은 회사에 광부의 사진을 찍었던 장이라는 인물의 기사를 쓴다는 명목으로, 의선을 흔적을 찾기위해 명윤과 그곳에 간다. 그곳에서 사진기사 장을 만나고, 갱도와 그곳에 있었던 이들의 사진을 찍었던 그를 만난다. 그리고 들은 검은 사슴의 이야기. "깊은 땅속 아반사이사이로 기어디니며 사는 짐승이란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놈들을 다 합쳐보면 수천 마리나 되지만 가족을 이루지 않고 늘 외돌토리로 다니지. 생기기는 사슴 모양으로 생겼는데, 온몸에는 시꺼먼 털이 돋았고 두 눈은 굶주린 범처럼 형형하다." p. 474 이 이야기는 "검은"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의선으로 인해 방문한 황곡에서, 각자 자신만의 과거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내내 누가 검은 사슴이였을까를 생각케했다. 검은 사슴을 만나면 이 짐승은 사람에게 평생의 단한번 하늘을 보게 해달라는 소원을 빈다고 한다. 그 소원의 댓가는 빛나는 뿔과 날카로운 이빨. 하지만 뿔과 이빨을 취한 사람은 도망가고 그들 피를 뚝뚝 흘려가며 죽는다. 나는 궁금했다. 빛나는 뿔과 날카로운 이빨을 취한 이들은 빛을 보았을까. 그 칠흙같은 갱도에서 사고로 죽어간 이들은 검은 그것을 본듯한 말들을 한다. 죽어가면서 만난 그것과 그. 누구도 빛을 향하진 못했다. 인경도, 명윤도, 의선도 빛을 향해 서있는 듯 보였지만, 사실은 각자의 어둠속에 있는 인물이면서, 때로는 뿔과 이빨를 취한 인간이기도 했다. 명윤은 자신의 동생에게, 인경은 자신의 언니에게, 의선은 자신의 오빠에게, 동생의 돈을, 언니의 희생을, 오빠의 불편함을 외면함으로써 뿔과 이빨을 취한 그들은 그 어둠 속에서 도망쳤지만, 빛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마치 빛을 보면 녹아내려버릴 것 처럼 말이다. 여전히 어둠 속에서 나아가지고 못한 채 과거에 있는 이들. 그들은 그 자신이 어둠속에 있다는 사실을 의선의 흔적을 찾으며 알아간다. 마치 죽어가면서 검은 사슴을 만난 이들처럼. 왜. 그렇게 의선을 찾아야 했을까. 의선은 존재하는 인물일까. 그리고 장. 한창 그곳에서 활황이던 시절, 그곳 사람들의 사진을 찍던 이. 광산이 더이상 의미가 없어진 지금도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다. 남지 않는 사진을. 마치 허공을 찍듯. " 돈도 시답잖에 못 모으고 재작년에 갔다오. 왜, 탄광촌의 돈은 햇빛만 보면 녹아버린다잖아요...." p.366 광산 속에서 캐내는 것은 결국 그곳에 사는 이들의 빛이였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무엇. 그것을 위해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이들과 그들의 삶을 사진으로 찍는 장은 카메라에서 가장 중요한 빛을 가장 어두운 곳에서 찍는다. 누군가의 얼굴에서 누군가의 일터에서. 하지만 그렇게 사진을 담기 위해 들어간 막장의 붕괴사고로 매몰된 그 곳에서 함께 했던 이들이 부질없이 죽어가는 것을 본다. 그리고 그는 더이상 갱도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10여년동안 모았던 사진이 불타 사라져버린 뒤로 그는 더이상 그들의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기에. 순간의 찰나가 결코 다이지 않는 그 빠져나올 수 없는 어둠을 알기에 말이다. 이 어둠은 언제 쯤에서야 끝이 나는 것일까. 한사람 한사람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드는 생각이다. 계속해서 어둠으로 침참하는 것 같달까. 문득 문득 보이는 빛은 빛이 아니다. 빛을 갈망하는 이들의 간절함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주는 메시지는 삶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계속 해서 침몰하는 어둠속에 있지만, 그럼에도 삶의 한줄기를 붙잡고 있다는 점이 놀랍달까. 어쩌면 인간이 가지는 가장 놀라운 점일지도 모른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 속 희망같이 말이다. 모든 험한 것의 마지막에 보이는 희망. 휴. 한강 작가님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생과 사를 넘나드는 모호함 속에서도 삶이 있었고, "검은 사슴"에서도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도 삶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힘들지만, 어둑한 이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었겠지. 힘들게 읽히면서도, 놓을 수 없는 책이다. "두번째 스토로보가 터질 때 사내의 얼굴 위로 깊은 상처의 흔적같은 초조와 불안, 외로움이 떠올랐다. 그것들은 그야말로 흔적이어서, 섬광과 함께 감쪽같이 사라졌다." p.131 강력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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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사슴 #한강 #문학동네 #내돈내산 #한강파기 한강 5종 세트를 다 읽고 제일 궁금했던 책이 <검은 사슴>이다. 한강 작가님이 꼬박 3년 간 집필에 몰두해 완성한 첫 장편소설이기 때문이다. 제목 또한 검은 사슴이라니 사슴은 큰 눈망울로 꽃사슴 밖에 떠오르지 않건만 너무 궁금해서 주문했다. 역시 배송은 좀 늦게 왔다. 소설은 검은 프라이팬 위에서 몸뚱어리를 웅크리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방파제에 기대어 앉아 있던 의선이 겅중겅중 멀어져간 생시에도 눈물을 흘렸던 꿈으로 시작된다. 하필 먼길을 떠나는 날, 평소에는 꾸지 않는 기묘한 꿈을 꾼 것이 명윤을 언짢게 한다. 처음부터 명윤의 말만 듣고 이번 여행을 계획한 것부터 어리석은 짓이다. 명윤은 이 짧은 여행으로 틀림없이 의선을 찾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황곡 취재를 맡고 의선의 입사 이력서를 살펴보았지만 이름과 주민번호가 틀리다. 의선이 명윤에게 말했던 중학교 이름조차도. 가서 부딪쳐 보자고 단호히 내뱉는 명윤과 황곡을 뒤지고 있는 동안 서울 변두리를 떠돌고 있을 수도 있다. 황곡은 옛날의 번영하던 탄광도시가 아니다. 그 여름날 밤, 야근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고약한 화학약품 냄새가 집안에 가득차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목과 이마, 손에는 사진의 검은 재가 깊은 상처처럼 묻어 있었다. 그날 목욕비를 받고 나간 의선이 돌아오지 않았다. 알몸으로 대학로를 질주하는 소동을 벌인 뒤 사라져버린 것이 첫번째 실종이었다.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헤매다니고 있었다는 그녀를 명윤이 발견해낼 때까지 인영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의선을 찾아나선 대학 선후배 사이인 인영과 명윤은 사진 한 장으로 황폐한 시가지의 사진관을 찾게 된다. 사진관을 수용소라 부르는 장에게 염오감을 느끼며 인영은 참을성있게 인터뷰를 진행한다. 막장에 갇힌 사고는 세 번. 그때 죽었어야 했다는 장의 유일한 대화였다. 명윤이 조금이라도 미래에 대하여 생각하는 남자였다면 의선과 같은 여자에게 빠질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늘 방에 틀어박혀 무기력한 생활을 하던 명윤이 의선의 옷과 먹을 것을 사주기 위해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절대적인 애착이었다. 아마도 명아에 대한 기억으로 인한 집착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상처 입은 들개처럼 공격적이고 나이트클럽에서는 부나비 같던 이상한 취재원인 장의 모종의 진실성을 엿보며 경우는 다르지만 의선에게도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명윤의 말대로 이곳이 의선이 고향이라면 이곳을 기억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의선의 행방에 중요한 단서를 잡았다든가, 기대도 들지 않는다. 명윤의 말대로 지독한 인간인지도 모를 어쩌면 의선을 찾지 못하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고 그저 위안을 주고 면죄부를 받기 위해서 온 것이라 인영은 생각한다. 의선을 찾는 여정은 뜻밖의 결말로 이어진다. 채식주의자를 떠올리게 하는 의선를 쫓는 미스터리한 전개는 화차를 떠올리게 하고 인영과 명윤 세 사람의 얽힌 이야기와 장의 폭넓은 이야기까지 이어지면서 음울하고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때그때마다 달라지는 화자를 통해 목소리를 달리하는 한강식 스타일은 중반을 넘어서야 몰입할 수 있었다. 검은 사슴은 생김새나 몸집은 사슴 모양인데 녹슨 바늘 뭉치 같은 검은 털들이 매끄러운 가죽을 뚫고 나와 정수리부터 네 발끝까지 뒤덮여 있고 깊은 땅속, 암반들이 쪼개어져서 생긴 좁다란 틈을 따라 기어다니며 사는 짐승을 말한다. 이 짐승의 유일하게 아름다운 부분이 뿔로 채굴 작업을 하는 광부를 만나면 뿔을 주는 조건으로 하늘을 볼 수 있게 길을 가르쳐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럼 이빨마저 달라고 하는 광부들에게 잡혀 뿔과 이가 뽑히고 광부들이 통로를 막아버려 죽음을 맞이 한다. 장이 갱도에서 사고가 나고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던 그 순간에 임이 들려준 게 검은 사슴 이야기다. 아마도 막장에서 모든 걸 잃고 죽어나가는 광부를 말하거나 아니면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해도 빛을 찾아 발을 내딛는 소설속 인물들을 통해 검은 사슴의 전설이 탄생한 게 아닌가 본다. 검은 땅, 검은 산, 검은 물의 탄광막장이 시대적 배경인 만큼 이번 책도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보여 주고 있어 캐릭터 창출은 독보적이고 세계 최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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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은 한강 작가님의 장편 소설입니다. 제일 유명한 작품은 아직도 읽지 않았는데 이 작품은 전자책으로 읽고 좋아서 종이책으로까지 샀네요 ㅋㅋ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느껴지는 작가님의 감성이 되게 좋았어요. 인간의 날 것 같은 모습을 암울하게 묘사하면서도 결국 인간에 대한 희망이 느껴지는 것 같아서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두꺼운 책이고 초반이 잘 안읽히는 면이 있기는 했는데, 어느 순간 몰입해서 읽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책이었어요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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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월의 네 번째 한강 "검은 사슴" ☆☆☆☆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접하고 기존에 읽었던 책들 외에 읽지 않고 있던 책을 찾아보았다. 그녀가 3년여의 시간을 거쳐 완성한 첫 장편인 <검은 사슴>을 아직 읽지 않았고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와는 다른 결의 느낌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책읽기였다. 책을 다 읽은 후 예전에 읽었던 작가의 <흰>이란 산문집이 떠 올랐다. 극과 극의 대비를 이루는 '흰'과 '검은'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그 대비가 이루는 공감의 영역을 생각하게 되었다. '검은'으로 대변되는 공간의 배경은 탄광이다. 그 탄광으로 명윤과 인영을 이끄는 것은 황곡이 출신이라고 여겨지는 의선의 실종이다. 의선의 자취를 쫓아 가기 위한 구실이 탄광을 찍는 사진작가 장이다. 사진작가 장이 막장에서 만난 임, 그가 들려준 검은 사슴의 이야기. 전반적인 구성은 이 인물들 각자의 이야기들이 맞물려 전개되고 그들의 공통점은 검은, 어둠으로 대변되는 고통과 아픔이다. 평생 한 번이라도 하늘을 보는 것이 소원인 이 검은 사슴은 자신의 몸 중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뿔과 생존에 필요한 날카로운 이빨을 광부들에게 빼앗겨가며 하늘을 보기 위해 발버둥치지만 결국 컴컴한 암반 사이를 기어다니다가 살과 뼈가 검은 피와 눈물로 빠져나가버린다.이 인물들이 추구했던 각자의 하늘 그리고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살과 뼈가 녹아들도 있다고 생각하는 단면들이 이야기의 서사를 이끈다. '흰'과 '검은'이라는 형용사와 그것이 대변하는 이미지는 다르게 생각하면 전혀 반대의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흰'은 모든 가능성을 내포하지만 어떤 색이 입혀지느냐에 따라 생각지도 못하 얼룩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고 '검은'은더 이상의 짙음보다 바래고 닦여 밝아짐으로 나아갈 수도 있는 것이기에.. 황량한 탄광지역에서 들여다보게 되는 자신들의 삶이 막장의 저 아래에서 바라보게 되는 작은 빛을 향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 빛을 갈구했던 슬픈 짐승이 함께 투영되며 묵직한 깊이로 허무와 슬픔이 다가오는 이야기였다. '사람들이 흑백사진에 친밀감을 갖는 것은 밤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나는 생각했다. 또한 누구나 태중의 어둠 속에서 태어났으므 로, 그 열 달 동안의 어둠에 대한 기억을 몸 어딘가에 저장해두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거기서 몸부림치며 빛 속으로 뛰쳐나오려 했던 마지막 순간의 기억 역시 그 안에 숨겨져 있을 것이다. ( p. 320)' '어떤 외부의 빛도 맨살로 직접 느낄 수 없게 하는 어둠의 덩어리가 내 몸을 두꺼운 외투처럼 감싼 채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오히려 캄캄한 방보다 밝은 대낮의 거리에서, 나를 결박하고 있는 어둠의 무게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혼자 있을 때보다 여러 사람이 떠들썩하게 어울리는 자리에서 그 어둠은 더 가깝게 느껴졌다. 깊은 수심 어디쯤의 먹먹한 침묵 같은 어둠이 내 웃음을 봉하고 몸을 묶었다. (p. 424)' '깊은 물속에 가라앉아 먼 수면 저편의 세상을 보듯이 나는 살았다. 나는 아무것도 갈망하지 않았다. 혼자임을 깨뜨릴 수 있는 어떤 가까운 관계도 원치 않았다.( p. 425)' ![]() #한강 #검은사슴 #검은사슴_한강 #문학동네한국문학전집 #노벨문학상 #소설책읽기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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