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전에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을 읽은 적이 있다. 평론가인 황현산 선생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그의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그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평론이라는 것이 어쩐지 나 하고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미루다가 [밤이 선생이다]라는 책이 그의 첫 산문집이라기에 읽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모두 그가 여러 언론매체에 발표했던 글들 중에서 추려 엮은 것이라 두 책이 비슷했다. 다만 이 책 [밤이 선생이다]는 출간이 된 2013년 이전의 글이고 [황현산의 사소한 부탁]은 2013년 이후의 글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다.
저자는 글을 쓸 당시 우리나라의 정치,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일어났던 일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그의 글을 따라가다 보니 쓴지가 이미 10년너머의 글들이지만 그때의 상황들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전에 읽은 책에서도 느꼈지만 그가 쓰는 글은 단단하다는 느낌을 준다. 글들은 옆으로 빠져나감도 없고, 주제에 흐트러짐도 없다. 그래서 더 차분하게 읽히는 것 같고, 글을 읽는 나 자신도 차분하게 만들지 않나 싶다. 격한 감정을 쏟아내지 않아도,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도,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준다는 느낌이 든다.
여러 글들 중에서 문득 한 글에 시선이 오래 머문다. ‘당신의 사소한 사정’이라는 꼭지의 글이다. ‘우리는 늘 실패한다. 우리가 배웠던 것, 세상의 큰 목소리들이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것들과 우리의 사소한 경험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고 엇나갈 때 우리는 실패한다. 우리들 개인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저 큰 목소리들 앞에서는 항상 ‘당신의 사정’이다.’ 그러고보니 전에 읽은 책에서도 비슷한 글이 있다. 책의 제목이 되기도 했던 ‘한글 날에 쓴 사소한 부탁’이라는 꼭지에 나오는 글, ‘말 그대로 사소한 부탁이지만, 이들 지엽적인 부탁이 어떤 알레고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없지는 않다. 우리는 늘 사소한 것에서 실패했다.’가 그것이다.
멀리 사회, 정치적인 것까지 나갈 필요도 없이 나 자신을 두고서도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아니 내가 늘 실패했던 것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비롯되었고, 그것은 나의 사정인 것을 알지 못했던 까닭이 아닐까 싶다. 사소하다고, 당연한 것이기에 무시해도 된다고, 전체의 일부이기에 어떻게 하든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몸과 마음이 가는 대로 했고, 그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엇나가 바로 내 사정이 되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글을 쓴 시간이 오래된 책을 읽다 보니 시사성이 떨어지는 한계도 있지만 그의 글에서 그의 삶을 읽는다. 그리고 내 삶은 어떠했는지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것 또한 글쓴이의 생각을 따라가며 내 생각은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 일 게다. 접점이 없는 서로 다른 삶 속에서 무언가 찾고 못 찾고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각기 서로 다른 사정이 있을 테니 말이다.
사족 하나. 이 책은 큰활자본이다. 큰 활자본으로 된 책을 처음 읽었다. 글자가 커서 좋은 것 같기도 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아마 익숙한 것에서 벗어난 까닭일 게다. 일부러 큰활자본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클릭을 잘못한 까닭이니 그야말로 내 사정인 셈이다. 헌데,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다. |
| 글씨 작은 책은 제가 읽고, 글씨 큰 책은 부모님 선물용으로 샀습니다. 황현산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어린왕자 번역책도 재밌게 읽었는데... 좋은 분들은 일찍 가시네요...황현산 선생님의 트위터 글, 노회찬 의원님의 트위터 글도 가끔씩 다시 들여다봅니다. 그런 글들도 책으로 엮어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겠습니다................ |
| 황현선 선생님의 '밤이 선생이다'가 큰 활자본으로 나왔다. 워낙 좋은 책이라 큰활자본도 갖고 싶어 구입하게되었다. 비록 기존의 책이 좀 더 어른을 위한 책 같은 느낌이 있지만 나이가 들어 눈이 어두워질때를 대비해서도 1권도 구매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별반 대단할게 없다. 필자의 소회와 여러 일화를 바탕으로 길지 않은 글들이 쓰여있다. 쭉 읽어보지 않고 생각날 때마다 읽기에 좋은 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묘한 감동같은것이 느껴진다. 좋은 책이다. |
|
저자의 책을 읽어본 것은 처음이다.
저자는 워낙 미문으로 알려져 있고, 불문학자이면서 한국문학에 대해 적지 않은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문학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무슨 이유에선지 그의 글을 찾아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체로 수필을 읽었을 때의 느낌 그대로 사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리 큰 감동을 받았던 것도 아니다.
여러 해동안 신문에 기고했던 잡문들을 모아 엮은 산문집이기에, 어떤 경우에는 시사성이 떨어져 글의 의미 파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가볍게 읽고 상식적인 생각들을 풀어놓고 있지만, 그래도 간혹 그 가운데 반작이는 생각들이 발견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통찰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지고,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우호적인 생각들이 잘 드러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특히 저자의 교육 현장에서 일어난 다양한 에피소드를 조목할 수 있었다.
스승이 사라진 시대의 선생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 아마도 대학 강단에서 오래 있으면서 저자는 적지 않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실상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모습을 끊임없이 반추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나 할까?
또한 이 책에는 저자의 고향인 전라도 신안의 비금도에 대한 애정이 짙게 드러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간다고 하더라도, 저자의 느낌과는 다르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황현산의 다른 글들을 찾아보기로 생각 해본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