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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은 워낙 우리 국토에 큰
피해를 안긴 참화였기에 오늘날까지도 남아 있는 관련 유적이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특히 서부 경남(책 제목은 "경남
서부~"이며 어차피 같은 뜻이기는 하나 경상도에서는 "서부 경남"이란 말을 더 자주 쓰는 듯합니다)의 항일 유적을 다룹니다. 지난번에 언급한 것처럼 경상도는 남북으로 구획을 가를 수도 있지만 전통적으로는 낙동강을 경계 삼아 좌우로 나누는 역사가 더 오래되었습니다. 그래서 같은 경상남도라고는 해도 서부와 동부의 문화와 정서가 제법 차이가 나는 편이죠. 책에서는
의령과 합천을 먼저 다루는군요. 의령은 내륙이며 경남 전체에서는 약간 서쪽으로 치우친 중앙부에 속합니다. 합천은 해인사가
소재하는 등 유서 깊은 고장인데, 경북의 고령, 성주 등과도 맞닿았으며 직선거리상으로 대구와도 가깝습니다. 합천이나
산청, 함양 등에서는 남명 조식 선생의 가르침이 아직도 큰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한번 주위에, 이 일대를 고향으로 둔 분이
있으면 남명 조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 보십시오. 그 어조와 표정에 아마 각별한 느낌이 머물 것입니다. 이 문제 관련,
저는 지난 책프 11기 9주차에 최석기 저자의 어느 책에 대해 리뷰한 적 있습니다. 합천 창의사에서는 해마다 의병에 대해 추모 제향을 봉행합니다. 여기서 조심할 건, 창의사라고 할 때의 "사"는 절 사(寺)가 아니고, 유교식 사당이라고 할 때의 사(祠)라는 점입니다. 의병에
대해 우습게 보는 작태가 있습니다. 이 책 p80에서도 "의병 그까짓것"으로 선조의 경박한 태도를 비판하는 구절이
나옵니다(워딩으로 선조가 그런 말을 남겼다는 건 아니겠죠). 목숨 걸고 의병을 일으켜 외적의 폭력에 맞선 조상들을 우습게 아는
경솔한 마음가짐을 가진 자가, 과연 현대에 이르러 비슷한 전란이라도 일어난다면 감연히 싸울 자세를 손톱만큼이라도 지닐 수가
있을까요? 행동이 아닌 과장된 말로 모든 걸 때우려는 천박한 인간들이 대개 나라를 망치기 마련입니다. 정문부 장군은 진주와는 직접 연관이 없으나 그의 북관대첩을 기려 특별히 이곳에도 충의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는 당시 조정의 특별 조치였습니다. 이런 분이, 이후 이괄의 난에 연루되어 억울한 최후를 맞은 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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