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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날! 우리가 살면서 특별한 날을 몇 번 만날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작품 속의 특별한 날이 의미하는 진정한 속뜻이 물론 제일 궁금했지만. 이 소설은 모 일간신문에 연재했던 '구름모자 벗기 게임'을 다시 손을 봤다. 여러 겹의 사랑 이야기라는 친절한 평이 따라붙지만, 원하면 원할수록, 갈망하면 할수록 사랑은 안정된 삶을 위협하는 불온한 책 같다는 전경린의 시각이 매우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여주인공 미흔은, 그 미지근한 안정감이 사랑의 정체인 줄 알고 있었다. 스물한 살에 만난 남자가 그의 전 생애 동안 오직 나만을 사랑하고 나 또한 단 하나의 남자만을 사랑하며 평생 동안 하나의 생을 온통 함께 사는 것. 우리의 냄새를 다른 냄새와 뒤섞지 않는 것. 나의 꿈은 그것뿐이었고 그것은 흡사 하나의 이념과 같이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이었다. 다섯 살 된 수는 로봇 선물을 끌어안은 채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의심하던 그날. 막 세수를 하고 나오다가 수화기를 든다. 앳된 여자의 음성이다. 그리고 집으로 오겠다니. 얼굴이 이상스럽도록 서늘했다. 행복하냐고 묻곤, 행복이란 무지한 상태의 다른 말이고, 행복하다는 말은 모른다는 말과 같다며, 깔깔 웃기도 하였다. 더구나 아주머닌, 아무것도 몰라…… 더구나 남편에게, 오빠라 부르며 오늘 밤은 나와 함께 있어줘…… 그렇게 남편의 외도로 인해 미흔의 삶과 정체성은 여지없이 깨진다. 분명 이날이 특별한 날은 아니다. 그날 이후 미흔은 오랫동안 낯선 장소에 있다. 두통과 불면증과 낮잠이 만성적인, 아주 어둡고 좁다랗고 아무도 들어서지 않는 적막한 곳에, 그리고 이사를 한 그곳에. 그리고 한 수상쩍은 남자가 나타난다. 그 남자는 말한다. 인간은 행복이나 불행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다고. 오히려 행복이나 불행이 인간을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권태가 그만 슬픔으로 변해버리던 길게 늘여진 6월의 오후. 미흔에겐 전생처럼 너무나 오래전의 일 같을 뿐이다. 지나간 한 시절이 이토록 단절되어 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 세상은 노래를 지워버린 빈 테이프처럼 고요하고 마음속에는 늘 아아아, 하는 비명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달리던 차가 서버린 곳은 계곡 길 한가운데의 외딴집 앞이었다. 그 남자 규는 말했다. 기름이 떨어진 것 같다고, 자신의 차에 타라는 눈짓을 했고, 미흔에게 그것은 몹시도 다정하게 느껴지는 동작이다. 사랑은 열망하면 할수록 안정된 삶을 위협하는 근본적으로 불온한 정열임을 그려내 보였다.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불온한 욕망의 발주였다. 그가 우체국장이라는 사실이 미흔을 편안하게 만들어버린다. 작약밭은 우체국을 빙 둘러싸고 있었고 붉고 흰 작약꽃이 활짝 피어있다. 그래서 꽃 핀 작약밭과 우체국이 물 위에 떠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 모양이다. 모호한 생의 불안으로부터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전경린의 시선이 느껴지는 곳에서, 미흔은 웃음이 나왔다. 이유 없이 그냥 기분 좋은 웃음이. 6월이 되자 개망초 꽃이 일제히 피어 언덕길을 하얗게 뒤덮었고 숲에는 밤꽃이 피어나 자극적인 향기를 집안에까지 가득 채운다. 미흔은 마치 여행 중인 여자처럼 오랜만에 화장을 했고, 절대로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없는, 산과 논과 개울과 나무들이 자리 잡은 그대로, 모든 것이 정해져버린 듯한 완료형의 나날 속이다. 그 남자는 “구름 모자 벗기 게임”을 제안한다. 게임의 유효기간은 사 개월. 그동안 서로를 허용하되, 둘 중 누군가가 상대방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끝나는 게임이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헤어지고 마는. 왜 사랑해서는 안 되는지 미흔은 왜 물었을까? 얽히는 게 귀찮으니까, 사랑은 언제나 사랑 자체로 존재하지 않고 생에 시비를 건다고, 그 남자 규는 대답하였다. 발밑이 무너지며 금세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저릿한 현기증이 몰려온다. 외로운 눈이다. 내 몸의 가난처럼 그 남자의 가난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게도. 이렇게 그에 대한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사랑을 향해 내달린다. 하루 종일 몸은 미열이 떠다닌다. 남편이 아닌 남자와 육체관계를 가진다는 것,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종류의 일이었다. 그러나 생은 그 모든 것을 태연하게 꿀꺽 삼킨다. 어쨌든, 사랑은 교훈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실존적으로 하는 거다. 한결같은 소리로, 한결같은 굴기로, 한결같은 속도로. 그러나 세상의 연애를 다 알고 있는 듯한, 우리 사이의 마지막 장면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잔인하도록 나른한 어조의 그를 마주한, 외딴집 앞의 그날도 다시 일상에 매몰되어 갈 것이다. 어쩌면…… 꿈 같은 건 애초에 부질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생은 하나의 가면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문득 해본다, 미흔은. 우린 처음부터 나무들처럼 숲처럼 그저 바람이 불 때 흔들리는 것으로 충분 한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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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크리스마스 오후 불길한 기운을 품은 여자가 그녀의 집으로 찾아오고 곧 낯선 여자는 남편의 애인이었음이 드러난다 그 충격으로 여자는 두통과 불면증에 시달리게 되고 남편은 여자를 위해 도시에서의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 마을로 내려간다 그러나 그들의 관계에 생긴 미세한 잔금들은 좀처럼 회복될 가능성을 보이지 않고 점점 깊어져만 갈 뿐이다 어느 날 여자는 자신에게 수상한 게임을 제안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 게임에 뛰어든다 서로에게 육체를 허용하되 사랑에 빠지면 끝나는 게임 여자는 남자와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고 마침내 예정된 수순처럼 그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것이야말로 생에 단 한번뿐인 절대적인 사랑임을 깨달은 여자는 이 관계를 멈출 수가 없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깊게 절망하고 여자는 남편의 곁을 떠난다 게임으로 시작된 여자와 남자의 사랑은 하나의 추문으로 남아 시골 마을 떠돌고 이 모든 사연은 여자의 목소리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된다
영화 밀애의 원작이기도 했던 전경린 소설 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은 글 하나하나가 섬세하고 아름답다 1998년 동아일보에 연재될 때만 해도 불륜을 다룬 소재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켰지만 탄탄한 문학적 기반을 가진 소설이다 주인공의 불륜은 선악을 규정하고 도덕성을 운운하기 보다는 내면의 방황과 혼돈 그것을 표출하고 도달하는 과정에 주목하게 된다
읽다보면 주인공 미흔의 감정에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규에게 빠지게 된다 내가 미흔인것처럼 그래도 미흔은 규에게서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다 첫눈에 미흔과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을 예감했던 규는 사랑한다고 말하면 지는 구름 모자 벗기 게임을 제안하면서 미흔과의 사랑을 피해왔는데 미흔은 그것으로 만족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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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어요. 시시각각이 괴로울 정도로 . 당신은 내가 보고 싶지 않았나요?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무릎을 꽉 모은 채 울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우는 동안 하나의 문장이 내 몸속에서 울렸다. 그것은 그가 내 가슴에 심은 첫 문장이었다. -괜찮아요?
누군가 내 마음을 읽어줬을 때 괜찮다는 그 한마디 말에 내 마음을 위로 받은 것 같아 나도 몰래 울컥 눈물이 날 때 - 마음 한 켠에 따뜻해지며 내 안에 방어막이 무방비 상태가 되어 버리는.. 섬세한 감정 표현과 문장들이 잊혀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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