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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지 않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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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 인생살이가 어지간히 고되고 내 신세와 전쟁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통 보이지 않아 막막해 하던 때에, 나는 기차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유난히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데버라 리비는 삶의 분기점에 섰을 무렵 인생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곳인 남아프리카 땅을 찾아간다. [온 세상이 죽도록 상상해 온 ‘여자’가 ‘어머니였다. 향수에 젖은 환상으로 우리 삶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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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봄, 인생살이가 어지간히 고되고 내 신세와 전쟁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통 보이지 않아 막막해 하던 때에, 나는 기차역 에스컬레이터에서 유난히 많이 울었던 것 같다.]

데버라 리비는 삶의 분기점에 섰을 무렵 인생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곳인 남아프리카 땅을 찾아간다.

[온 세상이 죽도록 상상해 온 ‘여자’가 ‘어머니였다. 향수에 젖은 환상으로 우리 삶의 명분을 바라보는 이러한 현상을 재조율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정작 우리부터가 어머니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온갖 활개 치는 환상을품고 있었으며, 한술 더 떠 그에 못 미치거나 실망을 주고싶지 않다는 욕망을 저주처럼 달고 있었다. 사회 구조가상상하고 정치화한 ‘어머니‘는 망상임을 미처 납득하지 못했던 것이다. 세상은 어머니보다 이 망상을 더 사랑했다. 그런데도 우린 이 망상을 만천하에 까발리는 것에 죄책감을느꼈으니, 이는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우리 아이들은 물론이요 우리 스스로를 위해서도 그간 발품 팔며 자력으로 마련해 온 틈새 영역이 자칫하다가 흙 묻은 우리 운동화 주위로 무너져 내리면 어쩌나 염려한 까닭이었다.]

작가 데버라 리비의 아버지는 여러 범죄에 연류되어 감방에 갇히고 9살 나이에 엄마의 손을 잡고 영국 땅을 밟았다.

어린 시절 데버라는 영국에서 임시 거주시설을 전전하는 동안, 불행과 가난에 찌들어버린 엄마의 한숨과 짜증, 자신의 운명에 대한 원망이 마치 자신때문에 일어나버린 것으로 스스로를 불행의 씨앗이라 생각했다.

아빠가 사라졌다.

탄디웨가 욕조에서 울었다.

피트는 이마에 구멍이 생겼다.

조지프는 손가락을 물어뜯겼다.

싱클레어 선생님이 종아리를 때렸다.

수박이 그새 자랐는데 난 거기 없었다.

마리아와 엄마는 멀리 있다.

조언 수녀님은 하느님을 믿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빌리 보이는 감옥에 있다.

무시무시한 인종간의 충돌로 사회 정치적으로 아비규환의 소용돌이에서 빠져 나왔지만 데버라 리비는 엄마의 고통과 불행, 자신의 불행 이 모든 것들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꼈고 절망했다.

[우유 배달원이 문 앞 계단에 우유병을 그렁 내려놓는 소리가 들려온 순간, 난 불현듯 깨달았다. 우리 집에 꿀과 케첩과 땅콩버터 병뚜껑이 제자리에 있는 법이 없는 이유를, 뚜껑들도 우리처럼 제자리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한 나라에서 태어나 다른 나라에서 자랐고, 내가 어느 쪽에 속한건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건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것이었으나, 그럼에도 내가 아는 것이었다. 뚜껑을 닫는 것이 우리 엄마 아빠가 다시 합친 척을 하는 것과 같다는 것, 틀어져 버렸는데도 여전히 한데 붙어 있는 양 흉내 내는 것과 같다는 것 말이다.]

행복하지 않은데 행복한 척 해야 했던 유년기 배가 고팠지만 고프지 않은 척을 해야만 했던 데버라에게 어디에도 심정을 토로 해야만 숨을 쉴 수 있었다.

[, 수녀님은 읽고 쓰기처럼 ˝초월적인˝ 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말해 주었다. 그 말은 통찰력이 있었다, 내 안에는 글쓰기의 힘을 두려워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으니까. 초월적인 것이란 ‘너머‘를 뜻했고 내가 만일 ‘너머‘를 글로 쓸 수 있다면, 그게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 간에, 그럼 난 지금 있는 곳보다 더 나은 곳으로 도망칠 수 있을 터였다.]


세상에 태어나서 산다는 건 절대로 쉽지 않다.

그럼에도 치열한 생을 이렇게 글로 기록한 작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읽으니 지혜의 샘을 만난 것처럼 생의 의지를 다지게 만든다.

차분히 글을 써야 할 때 분노하며 글을 쓸 것이다.

현명히 써야 할 때 어리석게 쓸 것이다.

인물들에 대해 써야 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해 쓸 것이다

 

f*******d 2023.10.18.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