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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적 리얼리즘과 관련한 도서를 검색하다가 꽤나 재밌어 보이는 소설을 발견했다. 에카 쿠르니아완의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라는 책이다. 에카 쿠르니아완의 소설은 이 전에 <호랑이 남자>를 읽어본 적이 있는데 그 때도 글이 참 독특하다라고 느낀 적이 있었다. 이 책 역시 시작부터 독특하다. 주인공인 데위 아유가 죽었다가 무덤에서 스스로 일어났다는 부분부터 시작된다. 마치 좀비를 연상시키는 듯한 등장씬이다. 데위 아유의 언행은 여장군 그 자체다. 매력적이면서 독특한 인물의 첫 설정부터가 재미있는 소설이다.
쉰 두살의 나이로 죽어 스무 한 해 동안 무덤에서 잠들었던 데위 아유는 깨어나자 마자 넷째 아이를 떠올린다. 자신의 미모를 물려받아 아름다웠던 세 딸과는 다르네 넷째 아이는 본인의 말에 따르면 똥에 가깝다. 데위 아유가 낳은 아이들은 아버지가 다 다르고 스스로가 원해서 낳은 아이들이 아니다. 거의 엄마의 저주를 퍼붓다시피 해도 기꺼이 태어난 흉물스러운 존재다. 심지어 아이를 떼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도 태어난 막내는 어딘가 부족해보인다.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는 태도의 데위 아유의 말투하며 몸짓이 이때까지 봐왔던 캐릭터중에서도 아주 독보적이다.
아유 데위는 아름다운 세 딸을 낳고 마지막으로 넷째 딸인 잔틱을 낳았다. 딸들의 아버지는 누군지 알 수 없다. 잔틱의 얼굴이 너무 흉물스러워서 사람들이 구경하러 왔다가 죽어야 하는 존재가 아니냐고 떠들썩 할 정도로 잔틱은 저주 받은 존재처럼 나온다. 다행히 벙어리 소녀 가정부의 도움으로 잔틱은 자라게 되지만, 아유 데위는 자신이 이제 죽을 때가 되었다고 매일 수의를 입으면서 죽을 날만은 기다린다. 그것도 잔틱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채 말이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인도네시아에 벌어졌던 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데위 아유의 번쩍 거리는 인생의 결정적인 기로가 일본의 진주만 습격사건 이후 2차 세계대전 중 네덜란드령 인도양이 점거 당하면서 포로 수용소로 끌려간 이후인 것 같다. 그 전에 데위 아유는 네덜란드인인 할아버지 덕분에 좋은 집안에서 지내고 있었지만 할아버지는 징병되어 전장에서 죽고, 고모와 할머니는 떠나는 도중 함선이 함락되어 바다에서 죽어버렸다. 할리문다에서 유일하게 남겨진 데위 아유는 떠나지 않고 남기로 결정했으나 곧바로 포로수용소로 잡혀가게 된다. 네덜라드령 식민 정부 등 다시 어지러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서 읽는 데에 약간의 어려움이 있지만 이 기회에 공부해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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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카 쿠르니아완이 인도네시아 최초로 노벨상을 받을지 누가 알겠는가?”, 《르몽드》는 말했다. “가르시아 마르케스에 대적할 만한 마술적 리얼리즘.”, 《인디펜던스》의 말이다. “에카 크리나아완은 가르시아 마르케스, 살만 루슈디의 문학적 자식이다.”, 《뉴욕리브오브북스》의 표현이다. 책의 표지에 박힌 문구들을 보면서 거참 설레발도, 하면서 책을 보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나면 그것들이 설레발이 아니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인도네시아를 배경으로 한 이 아름답고도 기괴한 소설은 심지어 유머러스하기도 하다. 오랜 네델란드의 식민지, 일본의 점령, 돌아온 네델란드, 혁명과 독립, 쿠데타와 학살이라는 끊이지 않고 진행되는 처절한 역사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그렇다. 등장인물들은 역사적인 사건과 짓궂게 맞물려 있지만 이에 연연하지 않는 초연함 또는 초인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다. 이 소설이 마술적 리얼리즘의 전통 안에서 굳건했던 탓이라고 할 수 있다.
에카 쿠르니아완 Eka Kurniawan / 박소현 역 / 아름다움 그것은 상처 (Cantik Itu Luka) / 오월의봄 / 540쪽 / 2017 (2002, 2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