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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 환상 깨트리기
"구석기 환상 깨트리기" 내용보기
이렇게 궁금하게 우리말 제목을 지었으며, 또 내용을 호도하는 제목도 있을까? 물론 원서의 부제에도 있고, 또 책에 이런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 제목은 과도하다. 게다가 ‘다이어트’라는 말의 의미도 그렇다. 우리는 이것의 의미를 잘 안다. 아니다. 잘 모른다. 어떤 경우에는 살을 뺀다라는 의미로도 쓰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냥 식생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구석기 환상 깨트리기" 내용보기

이렇게 궁금하게 우리말 제목을 지었으며, 또 내용을 호도하는 제목도 있을까? 물론 원서의 부제에도 있고, 또 책에 이런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 제목은 과도하다. 게다가 다이어트라는 말의 의미도 그렇다. 우리는 이것의 의미를 잘 안다. 아니다. 잘 모른다. 어떤 경우에는 살을 뺀다라는 의미로도 쓰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냥 식생활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말 제목을 보고 독자들은 어느 쪽으로 생각할까?

 

아무튼 제목에 관한 논란은 접어두고 내용을 보면 꽤나 흥미롭다. 진화에 관한 내용이지만, 여느 진화에 대한 책과는 조금 다르다. 물론 저자는 진화학자이며, 진화학에서 대체로 주류적 시각을 갖고 있는 듯도 하다. 그러나 그가 얘기하고 있는 것은 진화 자체가 아니라 진화에 관한 오해, 그리고 진화를 빙자한 사이비, 내지는 유사 과학에 대한 비판이다.

 

조금은 왔다 갔다 하지만, 저자가 주로 타겟으로 삼고 있는 것은 구석기 환상’(Paleofantasy)라고 하는 것이다.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는 홍적세의 구석기 시대와 달라진 바가 없는 데 살아가는 환경이 급격하게 바뀜으로써 부조화가 일어났다는 진화적 설명에서 시작해서, 구석기 시대로 돌아가서 먹고, 활동하는 것을 옹호하는 주장이 바로 구석기 환상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육식 위주의 식사, 신발을 신지 않고 걷는 것, 구석기 시대의 활동을 흉내 낸 활동을 하는 것 등등을 실천하고자 한다.

 

그러나 저자는 우선 진화의 속도를 근거로 구석기 환상을 비판한다. 진화의 속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느리지가 않다는 것이다. 수십 년, 수백 년 만에도 진화라는 현상이 일어나며, 따라서 홍적세 이래로 사람이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이를테면 젖당 분해효소의 진화, 질병에 대한 내성에 대한 진화 등등이 그런 예이다. 또한 구석기 시대의 삶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는 관점에서도 비판한다. 이는 원시 형질이 어떤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에 대한 논란과도 관련이 있는데, 침팬지나 보노보의 형질이 원시 인류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 혹은 불분명한 몇 가지 화석상의 특징을 가지고 나름대로 판단하는 것이 그렇게 믿을 만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원시 인류의 특성은 다른 증거로 비판을 받는다. 그러므로 불분명한 구석기 시대 인류의 삶을 흉내 내고자 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아이러니인 셈이다. 또한 그런 삶이 그렇게 긍정적이지도 않다. 인류는 그때로부터 더욱 건강해진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라는 것이다. 대사 질환 같은 만성병이 현대인에게서 증가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 자체가 구석기 시대보다 현대인의 삶의 질이 떨어졌다는 증거는 되지 못하며, 구석기 시대의 삶(그게 어떤 것인지도 불분명하지만)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1980,90년대부터 연구되어 온, 이른바 다윈 의학, 진화의학과 상충되는 것은 아니다. 다윈 의학에서는 현대인의 질병 중 상당 부분이 생활 환경의 변화 속도를 인간의 구조나 기능의 변화가 따라오지 못하는, 진화적인 문제라고 본다. 마를린 주크가 이것 자체를 비판하지는 않는다. 인류의 진화가 생각보다 느리지는 않지만, 여전히 진화적인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며, 이것의 함의를 잘 파악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다만 그것을 과도하게 해석해서 아예 구석기 시대의 삶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에 대해서 강력한 반발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왜 그런 주장에 발끈하는지, 역시 좀 과도한 반응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 진화에 관한 오해를 바로 잡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다.


 

YES마니아 : 로얄 n*****m 2018.01.27. 신고 공감 5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