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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으로 살고 있나요? 이런 질문을 받았을때 우리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한 미래, 어느 것도 내 것이 아닐 것 같은 날에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중얼거리겠지. '나는 나로 살고 있나?' 심연의 밑바닥에서부터 끝없는 질문을 자신에게 건넬 것이다. 스스로에서 잘 살고 있나, 나 답게, 내가 원하는 대로 살고 있나. 수많은 질문들을 끌어안고 있다 보면 어느새 질문은 저만치 사라져버리고 여러 생각조각들이 마치 먼지처럼 부유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김숨의 이 소설을 산문으로 보았다. 그림이 삽입되어 있고, 편지 소설이라하기에 누군가에게 가만가만 건네는 산문으로 여겼다. 책을 받아들고 들춰보니 편지 소설이다. 짧은 편지 형식의 소설. 아마도 마음산책은 이기호의 짧은 소설들처럼 마음의 위안을 받기를 바랐을까. 파스텔 톤의 목판화가 삽입되어 있는 소설은 '나'의 내면을, 주변 사람들을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소설이다.
일단 그녀는 한때 배우였다. 재능이 없는, 누군가의 눈에 띄지 않는 배우였달까. 관객들의 눈에 띄지 않는 여자5 같은 배역을 맡았다. 불현듯 배우 생활을 정리하고 경주로 내려오게 되었다. 11년째 식물인간으로 살고 있는 한 여자를 간병하기 위해서다. 분절음을 내뱉고, 눈을 깜박이는 그녀. 그녀에게 말을 건네는 형식이다.
오랫동안 배우 생활을 해왔던 여자가 다른 사람을 간병한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배우로서 재능이 없는 그녀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던 걸까. 다른 이를 간병하며 자신을 깊게 들여다 보고 싶었던 걸까. 당신에게 건네는 말들은 마치 자신에게 건네는 말과 같다. '나'는 당신을 마치 자신처럼 여겼는지도 몰랐다. 우리가 상대방을 닦아 줄때, '닦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나'는 '닦이다'라고 표현했다. '닦다'와 '닦이다'의 차이는 분명하다. 여기에서 드러나는 점, '나'가 '당신'을 자신처럼 여겼다는 것일 수 있었다.
한 발짝 내딛을 때마다 이 생에서 저 생으로 옮아가는 기분입니다. 때때로 우리가 간절히 갈망하는 다른 생은 어쩌면 한 발짝 너머에 있는 게 아닐까요. (8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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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배우인 간병인의 눈으로 바라본 병원 사람들을 세심하게 관찰한다. 재활 치료를 위해 무거운 발을 한 발짝 한 발짝 내미는 노인, 퇴원후 커다란 무덤 앞에서 역시 걸음마 연습을 하는 노인의 모습. 여자의 가족인 여동생의 넋두리. 식물인간인 여자임에도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생리를 하고 있는 그녀. 나 아직 살아 있다고 외치는 듯하다.
뒤돌아봄은 또 다른 눈멂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뒤돌아보는 순간 앞에 펼쳐진 것들을 볼 수 없게 되니까요. (177페이지)
소설의 배경은 경주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경주로 오게 된 '나'는 8개월째 그녀의 간병사로 일하고 있다. 잠깐의 산책 시간, 그녀는 늘 능이 보이는 곳을 걸었고 바라보았다. 경주의 거대한 무덤을 바라보며 삶과 죽음이 혼재함을 느꼈다. 살아 있으되 죽은 것 같은 식물인간의 그녀. 한때 배우였으나 주인공은 한 번도 못해 본 '나'의 과거로의 회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주에서 그녀는 침잠했다.
돌보는 환자를 자신처렴 여겼던 그녀. 마치 자신의 모습을 보는 양, 말을 건네는 그녀에게서 나는 나로 살고 있는지 깊이 생각했다. 몇 개월의 삶을 간병인으로 사는 삶. 식물인간으로 누워 있는 그녀에게 건넨 말들은 자신에게 하는 위로와도 같았다. 이제 그녀는 걸음마 연습을 하는 노인처럼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딜 일만 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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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땐 우유를 흩뿌려놓은 것 같은 창밖의 안개가 물을 섞은 듯 투명해져 있었다. 이전에 '백의 그림자' 서평에서 자욱한 밤안개 안을 걸어가는 것 같다고 했었는데 이 책은 그보다는 옅은 안갯속에 멈춰 선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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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로 살고 있니>는 에세이풍의 소설이라는, 다소 이채로운 작풍이 우선 눈에 띈다. 마치 독백을 늘어놓거나 누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세심하고 생생한 묘사가 돋보인다. 이 분위기는 처음 보면 적응하기 힘들 것 같지만, 일단 한 번 읽으면 나도 모르게 푹 빠져서 몰입하게 되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차분하고 잔잔한 감성과 묘사,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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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그림을 좋아해서 구매를 했는데, 판화 그림 엽서와 함께 왔네요.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이 실려 있어 글 내용의 더욱 따뜻하고 잔잔하게 들리네요. ^-^ 살아가는 매 순간순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들어 준 고마운 책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책속 삽화를 몇개 올려 드려요- 겉지 말고도 책 앞표지까지 동일 판화작품으로 되어 있어 참 예쁜 책이에요. 판화만의 고유한 매력을 듬뿍 담겨있어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은 책이에요. 그만큼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니, 저처럼 책 수집 하시는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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