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영화는 반드시 큰 스크린에서 봐야 하고, 또 어떤 건 그럴 필요가 꼭 있진 않다, 뭐 이런 식의 통속적인 구별 기준이란, 사실 영화를 볼수록 쌓이는 구력 앞에 쉬 허물어지는 '촌놈의 도그마'에 지나지 않는다. 사물을 변식하는 눈은 물론 경험과 지혜가 쌓일수록 까다롭고 세밀해지는 촉수가 자라기 마련이겠으나, 정확한 안목은 공연한 까탈을 피우기 앞서, 같은 부류를 그저 같다고 '도매금판정'을 내리는 데에 오히려 주저함이 없어진다는 것도 사실. 해서, 결론이란, 영화는 그게 어떤 장르 무슨 국적이건 영화관에서 보는 게 절대 우위에 서는 경험이란 점이다. 같은 논법이 블루레이와 일반 dvd 로의 감상 체험에도 적용된다. 역시, 이런저런 영화는 꼭 신매체로 봐 줘야 한다는 법은 없고, 과연 겪어 보니 '디워'에서 '네 멋대로 해라'까지, 씨네마는 첨단 매체 앞에 평등하다는 되레 단순한 금언이 더 명확한 유효 범위를 가진다는 생각이었다. 당시로서 초호화 캐스팅과 나름 파워풀 극적 전개로 대중 사이에 인기를 모았고,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그저 영화와 전쟁사에 공히 익애(溺愛)의 시선 가득 던질 작정이 되어 있는 올드팬들이나 눈 질끈 감고 봐 줄 만한 그런 고물이 아니라. 정녕 당대의 화제작에 그치지 않는 명작 고전 반열에 인심 좋게 푹 끼워 넣어 줘도 안 될 것 없다는 게 지금 내 판단이다. 펙은 영화에서 닳고 닳은 무게잡기, 지리한 모범생 연기를 진지하게 펼치고 있으며, 퀸은 다소 스테레오타입이긴 하나 그보다는 더 유효기간, 사정거리가 먼 고전의 기교를 봄낸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이탈리아, 혹은 라틴계의 거물들은 흔들리지 않는 만병통치의 스탠스에서 뿜어나오는 클래식한 마력이 연기에 스며 있다는 게 신기하다. 이런 걸 '기니아 참'이라고 부른다면, 그건 열등의식의 소산일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