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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크 DNA (Junk DNA)’라는 것을 말 그대로 해석하면 ‘쓰레기 DNA’이고,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할 때는 아미노산을 암호화하는 유전자 부위와 비교했을 때 전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 부분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어 보이던 DNA의 부위들은 어느 새엔가 생명체의 수많은 기능을 조절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정크 DNA’라는 표현 자체가 맞지 않는 표현이고, 이 표현을 쓰더라도 과학자마다 다른 의미로, 다른 부분을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 (네사 캐리는 정크 DNA를 가장 간단하고 애초에 썼던 정의, 즉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는 부위’로 정의하고, 그에 따라 책을 쓰고 있다. 이 정의는 가장 광범위한 정의다. 하기야 그래야 쓸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진다.) 이 정크 DNA의 정체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결정적으로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인간 유전체 사업(Human Genome Project)의 결과가 나오면서라고 할 수 있다. 정의대로라면 인간 유전체의 98%가 정크 DNA였던 것이다.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부위, 즉 유전자의 숫자는 다른 생물과 별 차이가 없다면, 더욱 복잡한 인간의 경우에, 그 복잡성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무시하고 있었던 부위, 즉 정크 DNA일 수 밖에 없는 것이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정크 DNA의 기능에 대해서 연구하던 사람들은 적지 않았지만(물론 그들은 그들이 연구하는 것을 ‘junk’라고 했을 리는 만무하다). 네사 캐리는 이 정크 DNA의 기능에 대해서 정말 광범위하게 쓰고 있다. 이전 저서인 후성 유전학에 대한 책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에서도 그랬지만(나의 후성유전학 지식의 대부분은 그 책으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도 굉장히 전문적인 부분을 다룬다는 느낌이 든다. 생물학, 그것도 분자생물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는 접근이 쉽지 않다.
그게 이 책의 단점이면서 매력이기도 하다. 교양과학책이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어 쉽게 쓰는
것도 필요하지만, 모든 교양과학책이 그래서는 곤란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다양한 수준의 책이 나와야 하고, 그 다양성을 통해서 교양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용감하기도 한 책이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생물학의 기본적인
개념을 알고 있고, 대학 1,2학년 수준의 생물학 지식을
갖추고 있다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유전 질병들이 나오고, 또 그만큼의 유전자 이름이 등장하지만 그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관계에 더 집중하도록 하였고, 메커니즘을 찾아가는 논리에 중심을 두었다. 이 책을 보면 현대 생물학이 어떤 수준에 있고, 어떤 한계가
있으며, 어떤 미래를 꿈꾸는지를 알 수 있다. 그동안 무시하고
있던 것들이 새로운 중요성을 갖고 다가오고 있으며, 그것들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수준이 얼마나 높은지를 보여주면서도, 종종 등장할 수 밖에 없는 ‘확실하지 않다’, ‘잘 모르지만’ 같은
표현들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을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전진한다. 그 속도는 어떤 면에서는
느리게 보일 지 모르지만, 그 속에서 느끼기에는 정말 무시무시한 속도다. 몇 년 전의 지식이 이미 흘러간 지식이 되어 버릴 정도로 생물학, 생명과학의
발달 속도는 엄청나다. 그 미래를 기대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그래서 이 놀라운 발견들을 잔뜩 소개하고 설명하면서도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저곳 어둠 속에는 늘 새로 배울 것들이 숨어 있다.” 정말 그렇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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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두툼한 책이 있고 아무리 좋은 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해도, 읽고 이해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단지, 소리 내서 읽는다고 책을 읽었다고도 할 수 없다. DNA의 서열이 적혀 있는 책이 있다면, 염기 서열만 알고 그것을 해석하지 못하면 그 내용을 알수 없을 것이다.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DNA만 안다고 한다면 책의 행간을 이해하지 못한것처럼 유전체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정크 DNA라고 해도 결국은 전사되어서 나오는 RNA에 관한 근본적인 의문일것이다. 아마도 단백질로 번역되는 RNA와 규제하는 RNA가 서로 긴밀히 역할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또한 단백질 해석이외에 다양한 기능이 있는지는 알겠다. 반면에 어떤 RNA의 다른 기능이 있는지, 어느 정도 더 있는지는 정말 모르겠다. 더욱이 현재까지의 방법으로는 엄청난 유전정보의 양에 비교해서 유전체의 연구 접근하는 방법은 한계가 보인다. 특히 단백질로 번역되는 않는 유전자와 RNA에 대한 연구는 획기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