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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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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경주에 다녀왔다.수학여행으로 떠나 어디에 들러 무엇을 보았는지 아스라하기만 한 경주는 채 끝내지 못한 숙제 같았다.불쑥 돋는 미련이 커져 금쪽같은 휴가를 경주에 쏟기로 했다.보고 싶은 것은 태반이라 솎아 내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먹는 것은 경주빵 아닌 황남빵, 그뿐이었다. 천년고도의 무게를 눈으로만 담을 줄 알았지 입으로 맛볼 것이라고는 미처 기대하지 못했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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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경주에 다녀왔다.

수학여행으로 떠나 어디에 들러 무엇을 보았는지 아스라하기만 한 경주는 채 끝내지 못한 숙제 같았다.

불쑥 돋는 미련이 커져 금쪽같은 휴가를 경주에 쏟기로 했다.

보고 싶은 것은 태반이라 솎아 내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먹는 것은 경주빵 아닌 황남빵, 그뿐이었다. 천년고도의 무게를 눈으로만 담을 줄 알았지 입으로 맛볼 것이라고는 미처 기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장 보고 싶었던 석굴암은 본디의 자태를 확인할 길 없는 와중에 한쪽에서 부적을 쓰라는지, 등을 켜라는지 목청을 높이는 통에 더욱 처연한 곳으로 남아버렸다. 별 생각 없이 찾아간 불국사는 깊고 오래된 절이 주는 감동이 어마어마하여 오랫동안 경내를 서성이게 했다. 비 오는 평일 아침 인적 없는 대릉원을 고요히 돌아 나올 때의 심경과 비 개인 오후, 잿빛 하늘 아래 선명한 연두로 일어선 무열왕릉을 또한 아무도 없이 혼자 거닐 때의 경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찼다.


끼니를 거르고 다닌 것도 아닌데 먹었던 것은 좀체 달려들지 않는다.

늦여름 더위에 꽤나 힘들게 도착한 숙소 근처에서 급하게 먹었던 카레와 한갓진 길에 우두커니 서 있던 순두붓집의 맥 빠진 순두부, 유일하게 부러 찾아간 쌈밥 집에서 1인분은 안 된다 하여 차선으로 먹은 나물 비빔밥과 갈 곳 몰라 방황하던 차에 발견한 숨은 맛집의 우렁쌈밥까지, 지인에게 두세 가지 추천할 수 있을 만큼 보통은 넘는 것들이었다.


헌데 왜 경주 하면 다시 보고 싶은 것과 봐야 할 것들만 줄을 섰던 것일까. 그에 대한 답은 “신라왕이 몰래 간 맛집”에서 찾을 수 있었다.


외국에 가도 현지인이 즐겨 찾는 집에 마음이 기우는데 하물며 우리의 음식이라고 해서 다를까. 특별한 것을 먹겠다는 심보보다는 잘 숙성된 이야기와 맛이 단단하게 느껴지는 것을 먹고 싶다는 바람이 있다. 그 바람을 채워주듯 이 책은 알지 못했던 경주의 이야기와 맛을 구미가 당기게 차려내고 있다.


직접 키운 식재료를 손수 담근 양념으로 정성스레 내는 맛집 주인들의 내밀한 속도 뜨거웠지만 잊고 있던 경주의 바다와 경주의 과일, 그리고 5일장의 풍경은 아름답고 신선했다. 그 모든 것을 애정 있게 바라본 작가의 글 매무새도 맞춤한 고명이 돼주었다.


경주 가기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싶었던 마음이 책장을 넘길수록 꼭 다시 경주에 가야겠다는 마음으로 돌아서 있었다. 감포항의 정취와 양남 주상절리의 진면목을 확인하기 위하여.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라왕이 몰래 갔을지도 모를 법한 맛있는 집들을 찬찬히 음미하기 위하여. 

잠행하듯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g*******0 2018.01.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