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를 옮길 때마다 마음 편했던 적이 없다. 소속이라는 게 있을 때는 그렇게 떼내고 싶었는데, 막상 없어지니 한 겨울에 내복만 입은 것처럼 온몸이 춥고 밖에 나가기가 무서웠다. 마치 너만 왜 겉옷을 안 입고 있어?라는 질문을 받는 것만 같았다. |
| 다른 사람들의 퇴사 이야기가 이렇게 꿀잼일 줄이야. 책장이 술술 넘어갔다. 꼭 퇴사를 준비하고 있거나 퇴사 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삶과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에 읽으면 좋을 책. 읽다보면 왠지 공허해지는 흔한 사랑 이야기나, 억지로 쥐어짜내는 감동과 위로의 문구들이 아니어서 더 좋았다. 이 책을 읽고, 지치고 힘든 시기가 왔을 때 잠시 내려놓고 쉬어 갈 용기가 생겼다. |
|
그런 면에서 퇴사라는 큰 결정만큼이나 중요한 건 퇴사 이후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아닐까. 회사를 그만두고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해방감과 즐거움, 고독감과 불안감 등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어떻게 거쳐 왔는지, 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그들에게 퇴사 이후 시간에 대한 정답 없는 질문을 던졌다. 이 책은 퇴사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게 효율적인지 알려주는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했던 인생의 한 시기를 어떻게 보냈는지,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 경우에는 그 쉬는 시간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과정에서 일과 삶에 대해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는지 공유하는 책이다.(프롤로그 중에서) 이렇게 시작하는 책 ‘회사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는 10명의 퇴사 이야기가 진솔하고 담담하게 담겨 있더라고요. 왜 가끔 그런 거 있잖아요. 드라마나 영화도 현실을 반영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건 결국엔 허구라서 실제 리얼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 있잖아요. 퇴사처럼 같은 현상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어땠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어떻게 달라졌는지 등등 그런 거를 조언 형태가 아니라 그냥 사는 이야기하듯 그렇게 솔직하게 듣고 싶을 때....... 그럴 때 담담하게 읽기에 넘 좋더라고요. 10명의 각각 다른 이야기들을 소주잔 기울이며 듣는 것처럼 읽다보면, 저에 대해서 진지하고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시간을 저절로 갖게 되더라고요. 그 조용한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쉬어 가는 시간은 분명 필요하다. 한동안 경력이 멈춘다고 우리가 가고 있는 인생길이 멈추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회사가 만들어놓은 틀 안에 갇힌 걸 모른 채 매일 쳇바퀴 돌 듯 유지하는 생활 속에서는 회사 밖에 다른 삶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망각하게 된다. 틀을 벗어나야만 다른 세상을 만나고, 지금까지의 공간과 그곳에서의 삶이 어땠는지 똑바로 바라볼 수 있다.(p.219) ‘회사를 그만두고 어떻게 보내셨어요?’ 애초에 정답 없는 질문이었으나 질문을 던지고 얻은 것이 많았다. 그 누구도 자신감이 넘친 상태로 회사를 나온 사람은 없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상태, 4대보험이 끊긴 상태, 고정적 수입이 없는 상태, 어떻게 진행될지 확신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모두가 마음 한구석에 두려움을 품고 있었다. 그런 그들은 불안한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발견하기도 했고, 뜻밖의 길과 인연을 만나기도 했으며 새롭게 좋아하는 일을 찾기도 했다.(p.222) 결국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삶의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일하는 여성들’로 인해, 세 번째 퇴사 이후 또 한 번의 이행기를 지나고 있는 나 자신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삶은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른 채 어리둥절하게 이 시간을 통과하고 있지만 지나고 나면 보이는 게 있고 얻는 것이 있으리라는. 그래서 그때까지 용기를 가지고 불확실한 이 시간을 담대하게 내 것으로 만들어 나가보기로 했다.(p.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