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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세대가 지배한다'를 읽고...
"'진보세대가 지배한다'를 읽고..." 내용보기
나는 政治에 대해 精通하지 못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치게 물질적 이해관계에 민감하다는 점은 알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 자기 이익의 극대화만 생각하는 ‘합리적 원숭이들’이라는 말을 했다.(2007년 12월 13일 한겨레 21 참조) 또한 정치권은 정치권 나름으로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문제를 일으켜왔다는 사실 정도도 알고 있다. 우리 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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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政治에 대해 精通하지 못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나치게 물질적 이해관계에 민감하다는 점은 알고 있다. 이해영 교수는 자기 이익의 극대화만 생각하는 ‘합리적 원숭이들’이라는 말을 했다.(2007년 12월 13일 한겨레 21 참조) 또한 정치권은 정치권 나름으로 갈등과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문제를 일으켜왔다는 사실 정도도 알고 있다. 우리 국민이 그간 만들어온 민주주의는 말이 좋아 정치 참여이지 실상은 등 따뜻하고 배부른 것에만 신경 쓰고 인간다운 세상을 실현하는 것은 외면한 것에 불과하다. 정치란 원래 그런 것이라 말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惡手를 초래한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내 눈에 정치에 대한 책을 쓰는 사람들은 대단하게 보인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는 유권자들의 성향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읽어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한민국의 주류가 보수에서 진보로, 50,60대에서 20 ~ 40대로, 지역 구도에서 세대 구도로 바뀌고 있다는 말을 했다. 진보에 대한 定議 역시 여타의 개념어들이 그렇듯 論者마다 조금씩 상이하다. 나는 좌파에 대한 개념 규정 부분에서 나온 말이지만 진보를 기본적으로 ‘현존 불평등에 대립적이며 ‘최대평등주의’적 지향을 핵심으로 하고 있는 세력‘(조희연 교수의 定議)으로 보는 것이 무난하다고 본다. 

 

저자는 진보를 독재와 권위주의를 반대하고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전쟁과 핵무장을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하며, 성장우선주의를 반대하고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지향하는 세 가지 사항을 공유하는 넓은 의미의 진보가 한국 정치사에서 다수를 형성한 적이 한 번도 없었지만 상황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정의했다. 나는 지난 10월 26일 재보궐 선거가 현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성격을 지녔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여당이 승리했기 때문이다. 지역 구도 중심의 정치판은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저자의 예견과 전망대로 지역 구도에서 세대 구도로 바뀌는 정치 지형이 의미가 있으려면 진보 세대가 주역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2011년 4월 27일 실시된 경기도 성남 분당을 보궐 선거에서 손학규 후보가 승리한 것을 분당 주민으로 대표되는 중산층조차 삶이 불안하고 민생 문제로 고통 받고 있어 손 후보를 선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중요한 것은 30, 40대에서 손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2011년 4월 분당 선거 이후 실시된 여론조사는 세 가지 중요한 변화를 보여주었다. 세대 균열 구도의 심화, 지역주의의 쇠퇴, 성장주의와의 결별 등이다. ‘진보세대가 지배한다’에는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이 나라의 장래가 걱정된다.”는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벽에 새겨진 글을 비롯해 처칠 등의 정치인이 한 말 등이 인용되어 있다.  

 

처칠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20대 때 진보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요 40대 때 보수가 아니면 뇌가 없는 것”이라는. 처칠의 말은 불편하게 들린다. 철학자 김영민 교수는 “보수가 이론의 부재를 채우는 정서적, 기득권적 고집에 머물 경우 그 태도는 보수해야 할 주어적 가치를 혼동하는” 것으로 귀결된다”는 말을 들려준다.(‘산책과 자본주의’ 136 페이지) 인상(印象) 차원일 수 있겠지만 보수(保守)는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지키려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문제는 정치 성향을 세대로 나누어 젊은 세대는 진보적이고 나이 든 세대는 보수적이라는 구분이 얼마나 유효한가, 하는 점이다.  

 

어느 시대나 이런 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혼란과 모순, 부조리가 만연한 사회에서는 나이 든 세대라고 무조건적으로 보수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대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여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를 안정적이라 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보수가 아니라 진보이고 개혁적 성향이다. 저자는 여러 근거를 제시하며 우리 사회의 변화를 말하지만 변화가 계속 되어야 한다는 당위 차원의 바람도 개재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치 관련 서적이지만 우리의 논의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경제학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나는 경제학이 인간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전제하에 이론을 개진(開陳)하는 학문이라면 행동경제학은 인간은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이라는 전제하에 이론을 전개하는 학문이라는 말을 통해 정치 지형도를 보아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여건이 주어지면 보수화할 수 있는 것이 대중이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세대는 계급이라는 말이다. 이는 진보세대가 지배한다는 말을 뒷받침하는 주장이다. 20 ~40 세대의 한국 사회 주류 선언이라는 부제를 말해주듯 우리 사회의 2040세대는 모두 힘겹다. 50, 60대 세대라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2040 세대는 88만원 세대(20대), 삼포(三抛: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30대), 70 퍼센트 이상이 빚에 허덕이는 세대(40대: 2011년 9월 21일 동아일보)로 구성되어 있다.  

 

경제가 나아지고 개인 여건이 개선되어 보수가 정녕 가치 있는 것들을 지키려 하면 좋겠지만 그런 상황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100 퍼센트는 아니고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신자유주의의 맹목적 질주가 쉽게 사그러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가 독재 시대 즉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펼 때보다 1987년 민주화와 노동자 대투쟁 이후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중반에 분배가 더 좋았다는 저자의 지적(73 ~ 74 페이지)은 주목할 만하다. 나는 현재의 신자유주의 정권을 보며 신자유주의 체제의 본산지인 미국을 가끔 생각하곤 했다.  

 

데이비드 오렐의 ‘경제학 혁명’에 의하면 신고전주의 경제학파는 뉴턴 역학(力學)의 모범을 따르는 학파로 경제 법칙을 우주를 지배하는 물리법칙처럼 보편적인 것으로 보았지만 그 창시자들은 물리학자도 아니고 물리학에 뛰어난 이해력도 없으면서 막연한 이해에 바탕한 아이디어를 경제학에 이식(利殖)함으로써 오늘날의 카지노 자본주의를 만든 사람들이다. 신자유주의란 신고전주의 경제학에 입각하여 국가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시장경제를 확산시키려는 정책을 견지한다.  

 

저자는 시대 변화의 동력(動力)은 젊은 세대라고 말한다.(135 페이지) 문제는 젊은 세대들을 한데 결집시키고 변화의 주체가 되게 할 구심점 또는 기폭제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이다. 반가운 것은 저자의 책과 김영민 교수의 책에 칼 만하임의 말이 인용되었다는 사실이다. “보수주의는 이론 자체가 없는 것”(‘산책과 자본주의’ 134 페이지)이라는 말과 “이제 우리 세대는 모두 이 전쟁(2차 세계 대전) 이후에 다시 자유방임주의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진보세대가 지배한다’ 138 페이지)는 말이 그것이다.  

 

저자는 2012년 총선과 대선이 대한민국 역사에서 세 번째 정초선거(定礎選擧)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초선거란 새로운 정치 체제로의 이행을 알려주는 선거로 이때 나타난 정당 간 경쟁과 연합의 패턴이 이후 선거에서도 반복되는 지속성의 효과를 지니며 높은 투표율과 강한 경쟁성을 특징으로 한다.(161 페이지) 저자는 지역 구도가 와해될 수 밖에 없음을 영남의 20 ~ 40대의 경우 경제성장의 혜택을 고스란히 누렸던 과거의 같은 지역의 젊은 세대와는 다르다는 말로 설명해낸다.(고개가 끄덕여진다.)  

 

또한 20 ~ 30대가 50 ~ 60대와 대립되는 이해관계를 가진다는 견해는 그 두 세대는 부모 자식 세대라는 말로 격파해낸다. “20 ~ 30대에게 사다리를 만들어주자는 것은 결코 50 ~ 60대에게 뺏어서 나눠주자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의 88 퍼센트를 만드는 중소기업을 살리자는 것이고 이를 위해 중소기업의 수익로인 內需를 살리자는 것이며 이를 위해 내수가 가능할 수 있도록 분배를 늘리자는 것이다.”(198 페이지: 이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내가) 다소 장황할 만큼 본문 인용을 많이 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한 대안들을 다 다룰 수는 없지만 저자가 제시된 의견들이 현 정부의 정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점은 말하고 싶다.  

 

‘최재천의 한미 FTA 청문회’의 저자인 최재천 변호사가 ‘민주당이 나라를 망친다, 민주당이 나라를 살린다’를 통해 민주당의 책임론을 제시했듯 저자도 민주당의 책임론 또는 역할론을 제시한다. 민주당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가 진보세력인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중심의 체제가 구성되어야 한다고 믿는 나의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지만 저자의 논지는 민주당이 호남 지역색을 더 강화하면 모처럼 맞고 있는 변화의 호기를 물거품으로 만들 것이라는 수용 가능한 주장이다.  

 

결국 저자의 주장은 진보 정당이 민주당을 牽引해낼 수 있다는 데로 이어진다. 저자가 그 이유로 제시한 사연 중 하나인 민주당에는 김대중이라는 거인이 없다는 설명은 김대중의 공과(功過) 또는 빛과 그림자를 짐작하게 한다. 저자의 말대로 정치학은 사회과학 중에서도 보는 각도에 따라 완전히 풍경이 달라지는 분야이다. 지역주의 프레임과 성장 위주 정책은 과연 옳은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 대목은 여기이다.  

 

인간은 허구 또는 허위의식에 빠지기 쉬운 존재이다. 이런 까닭에 자기 성찰적 의식이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분노하라,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하라, 세상을 바꿔라 라는 세 가지 사항을 당부한다. ‘진보세대가 지배한다’는 신경내분비암 발병을 계기로 본질적인 것에 더욱 집중하게 된 저자의 奮鬪가 반영된 성과물이다. 2012년 두 선거에서 저자의 전망이 실현되기를 바란다. 나 역시 발전적 변화를 갈망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미래상이 그려질지 알 수 없지만 아니 그렇기에 더욱 기다려지는 2012년이다. 力作에 박수를 보낸다....

 

http://anuloma01.egloos.com/10813091

http://blog.bandinlunis.com/bandi_blog/document/45407449

http://blog.aladin.co.kr/745224125/5248818

http://www.texter.co.kr/04_review/review2_board_view.php?no=11426&book_no=8820&id=tex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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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1 2011.12.01.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우리-다수가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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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 후마니타스 서평단 처음 합격해 쓴 글.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 지난 대선이 작년 일 같다. 그때 나는 종로에 있는 회사에 다니며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에서 출퇴근을 했는데, 아마 대선을 한달 정도 앞둔 시점이었을 것이다. 동화 면세점 앞 큰길을 사이에 두고 청계천 쪽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파란 목도리 두른 지지자들이, 동화 면세점 앞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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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 후마니타스 서평단 처음 합격해 쓴 글. 


***


어디서부터 얘기를 시작해야 할까. 지난 대선이 작년 일 같다. 그때 나는 종로에 있는 회사에 다니며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에서 출퇴근을 했는데, 아마 대선을 한달 정도 앞둔 시점이었을 것이다. 동화 면세점 앞 큰길을 사이에 두고 청계천 쪽에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파란 목도리 두른 지지자들이, 동화 면세점 앞에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오징어배처럼 불을 밝히고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이 되고 또 몇달 지나지 않아 촛불시위라는 것도 있었다. 시위대가 도로 위에서 밤을 지새고 이튿날 직장인들의 출근시간이 되도록 점거를 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버스에서 내려 전경들 앞을 불안한 기분으로 가로질러 출근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문제가 되었던 미국 쇠고기에 대해 깊이 생각지 않아, 사람들이 저토록 반대하는 일이라면 어지간히 중요한 일이 아니고서야 정부에서 조금 양보해도 좋을걸 - 정도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시위 풍경은 신기한 구경거리였을 뿐 굳이 그들 무리에 끼어 도로에서 밤을 새고 금쪽같은 주말 혹은 이튿날 출근에 지장을 주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 라든지 이러한 비슷한 책들이 서점에 깔리는 것이며, 예전에는 유별난 색깔의 소그룹 사이에서 비장하게 다루어지던 단어인 '진보'가 이토록 흔한 입말이 되어버린 것이며, 햇수로 따지면 불과 얼마 되지 않는 사이에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고, 나 자신 또한 많이 변했다. 이러한 변화의 앞뒤를 설명하기에 2008년의 금융위기를 짚어보지 않고는 설명이 어려울 것이다. 수학적으로 가장 논리적이고 정밀하며 최고로 시장 효율적이라던 월스트리트의 금융 거인들이 풀썩 풀썩 쓰러져 버리자, 금융 세계에 대해 완전히 무식하여 금융 신경제에 대한 의문이나 회의 자체를 삼가야했던 생활인들조차 어리둥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똑똑한 이들이 무엇을 잘못한 것인가. 교정할 수 있는 작은 실수였는가 아니면 교정할 수 조차 없는 대실패란 말인가. 그러나 여간한 일에는 눈썹 하나 꿈적 않을 경제 석학들을 모조리 새파랗게 질린게 한 것 치곤 2008년 위기는 불과 1,2년만의 짧은 사이에 진정되었고, 극복되었다. 그러나 세계 정상들이 G20 같은 자리에 모여 위기는 진정되었고, 극복되었고, 우리는 다시 성장하고 있다며 선언한 것 치고는 생활인의 삶은 위기 전후 조금도 달라진게 없을 뿐더러 오히려 더욱 팍팍해지기만 했다. 뉴스에서 말하는 수출지표며 GDP지수, 수출 대기업들의 영업실적 개선이며 주가지수 따위와 생활인들의 일상 사이에 거대한 괴리가 생겨났다. 극복되었다던 위기에 대해서도 수달 만에 말이 바뀌었다. 구미 제국들의 실업률, 고용률, 재정적자 등 지표는 계속 악화되어갔고 저성장 국면이랬다가, 더블딥이랬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아무도 성장이란 말을 못하게 됐다. 유로존에서는 약한 고리부터 채권 위기가 터지고 미국은, 대체 요새 뭘 하는지 모르겠는데 - 그게 제일 큰 문제다. 미국이 뭘 하고 있으며 뭘 할 작정이고 뭘 할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게 -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십년도 훨씬 전부터 부상할거라던 중국은 대체 언제쯤 제대로 부상해 미국을 대신할지 모른다. 이 와중에 한국은, 관변의 말만 들으면 현재 전 지구에서 가장 형편이 좋고 걱정이 없는 나라 중의 하나 같다. 그렇지 않다는 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두가 느끼고 있지만 정부 관료나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ARS처럼 녹음된 말을 되풀이한다. 개중에는 선성장후분배론, 낙수효과처럼 벌써 몇십년째 써먹었는지 모를 구닥다리 레퍼토리도 어김없이 끼어 있다. 그렇기에 서점에는 이러한 책들이 깔리고 사람들이 집어들어 보는 것이다. 전자제품이 고장나면 설명서를 들춰보듯이. 그걸 신자유주의라고 해도 좋고, 여태껏 한국 사회를 움직여오던 모델이 고장이 나 버렸다. 그 모델에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좀처럼 바뀌지 않는 요소들도 있고 흔히들 구분의 편의를 위해 빌리듯 "IMF이후"에 새롭게 추가되거나 강화된 요소들도 있다. 그러나 이제 그 모델의 수명이 다하는 즈음이라는 것을 사람들은 느낌으로 알게 되었으며 어디가 고장났는지 알고, 고쳐 쓸까 버려 버릴까를 결정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책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책들은 많이들, 신자유주의 해부라는 접근법을 취한다. 그 접근을 기술적, 미시적으로 좁게 한다면 시간적 범위로는 조지 W.부시 8년, 2008년 전후가 되겠고 공간적 범위로는 미국이며, 월스트리트 행위자들과 미국의 관계 부처 몇 곳이 될 것이다. 그 접근을 넓게 한다면 시간적 범위로는 레이건, 대처 집권 이후부터 현재까지, 공간적 범위로는 전세계로 세계체제적 설명 방식이 될 것이다. 둘 다 어쨌거나 자본주의의 동학을 중심으로 설명하려 한다는 점에서 정치경제학의 설명 방식이다.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는 직관적인 세대론을 빌려 한국 모델의 오동작을 설명하며, 그것이 책의 독특하고 좋은 점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거대한 무리는 양극화에 고통받고 있다. 앞선 세대가 계급 이동을 가능케 하는 "희망의 사다리"를 점진적으로 걷어차 뒷세대를 배제시켰으므로 세대를 가르는 선은 곧 계급을 가르는 선이 되었다. 저자는 간결한 논리와 통계를 사용해 과대투자, 과소회수를 특징으로 하는 한국사회 교육비 문제서부터 부동산 문제까지 기득권의 이익을 보호하며 IMF 이후 가혹해진 경쟁을 한사코 가장 낮은 곳, 약자들에게로 미루는데 골몰해온 사회경제 시스템을 하나하나 고발한다. 지난 역사에서 양차 세계대전을 겪은 대공황 세대, 2차대전 전후의 풍요를 누린 베이비붐 세대는 한 시대의 2040, 즉 다수 젊은 대중으로서 몸담은 시대를 바꾸고 사회경제 시스템을 개조하는데 가장 큰 세력으로 활약했다. 대공황 세대는 양극화를 특징으로 하던 자유방임 체제를 복지국가 체제로, 베이비붐 세대는 관료적, 경직적으로 변한 복지국가 체제를 개인의 경제적 자유 추구를 으뜸으로 삼는 신자유주의 체제로 각각 바꾸어 놓았다. 로버트 라이히가 말했듯 역사는 단선 운동이 아닌 진자 운동이며, 진보 세력이 바랄 수 있는 최대치의 희망은 상승하는 나선형의 역사일지 모른다. 따라서 저자는 사회 2/3을 차지하는 다수파 2040이 사회적 양극화를 경험하며 진보 정향을 띠게 되었으므로 진보 세력의 장기적 집권을 가능케하고 역사의 진자추를 반대방향으로 당겨 놓으리라 주장하며, 우리의 소망을 이 한 권의 책으로서 논증한다.
여지껏 변화와 탈바꿈을 외친 많은 책들의 약점을 감지한 듯 저자는 진보의 장기집권을 위해 극복해야 할 조건을 분명히 한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기도 한다. "1987년 체제"는 흔히 1987년 개헌 이후의 헌정 질서를 말하나, 저자는 1987년을 1) 선거에서의 갈등구조(지역구도) 및 2) 경제민주화의 모범 시대로 정의하며 전자는 극복해야 할 1987년으로, 후자는 되살려야 할 1987년으로 명명한다. 최장집은 한국 정치의 지역감정 테제가 "노동의 주변화" "보수 여당, 야당의 갈등" "진보세력의 주변화"라는 더 큰 갈등을 감추기 위해, 기득권 갈라먹기를 일삼는 엘리트의 변명거리로 날조된 것이라 주장하는데 저자 역시 지역 갈등 구조는 보수세력의 의도적인 생산물이며 만들어진 역사이므로 더 이상 속지 말것을 주장한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세대론을 분석도구로 쓰는데는 회의적인 뒷맛이 남는다. 세대론이란 결국 같은 년도에 태어난 사람들은 비슷한 집단체험을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며 대중을 십년 단위로 무리짓지만, 나이란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20-40대를 진보세대라 명명하나 내년 대선에서 졸지에 50대로 갈아타는 40대, 본서에선 성향이 분석조차 되지 않았다가 돌연 20대에 진입하는 10대들이 있다. 그리고 세대간 겹침의 문제가 있다. 당장 나는 "외환위기때 가장의 실직을 목도"했다는 점에선 30대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는 면에서는 20대에 속한다. 9x년대생일 지금 20살과 나는 같은 점보다 다른 점이 더 많다. 30살과 38살은 어떨까? 41살과 49살은? 십년 단위 세대로 묶어내는 방식은 간편하며 여러가지 분석의 유용성을 더하지만 여느 사회과학적 분석이나 조금씩 그렇듯 현실의 많은 부분을 잃는 것이 아닌가? 이것은 세대론의 숙명적 한계다. 또한 많은 세대 담론이 이를 놓치고 있다고 보는데, 대졸자만의 집단 체험을 너무도 쉽게 일반화시키는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이를테면 고액의 대학등록금(과다 투자) -> 비정규직 취업(과소 회수)를 전체 20대의 집단 체험으로 정의하는 말들이 그렇다.

<진보 세대가 지배한다>는 향후 2,30년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장기적 미래를 결정할 결정적인 시기라 느껴 위기감을 공유하며, 반드시 진보세력의 장기 집권으로 한국사회의 틀을 바꿨으면 바라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논조가 많이 발견되는 책이다. 세대간 계급갈등은 우석훈 박사의, 한국의 사회경제적 시스템의 반동적 성격은 선대인 (김광수 경제연구소)부소장의 책에서도 꼭같은 절박함과 분석력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논조의 큰 맥락을 같이 하는 것은 전혀 깎아내릴 바가 아니다. 청년 세대만의 궐기를 촉구하는 것도, 한국 사회 전체를 향해 발신하는 것도 아닌 2/3의 다수파인 2040을 과감히 한 덩어리로 묶어 행동을 요구하는 면에서 외침은 더욱 절박하게 다가온다. 싸우지 마라, 손잡아라. 20대에게 3,40대가 한심한 아저씨, 아줌마만은 아니고 또 40대에게 2,30대가 아무것도 모르고 질질 우는 소리만 하는 어린애들도 아니다. 당신들 모두가 같은 편이다. 혹여라도 반FTA 집회 때 만나면 나이 열살들씩 차이나는 친구라 생각해 웃어주고 손 잡아주고 안아줘라. 그런 목소리가 들린다. 

b****a 2012.06.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