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가 허약해진줄 알았는데, 작가탓이었다. 이작가, 너무 감성적이다. 자신의 온몸을 담아 글을 쓰고 감정이입을 한다. 어떤 불안감이 나에게도 같이 이입되어 가슴이 벅차고 먹먹하다. 부담스럽다, 요즘의 나에겐.
이학준, <스타, 그들이 사는 법>
지난 해, 서점에서 이기자님의 첫번째 책을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보곤 연락을 드렸었다. 사인을 받으러 가야겠다고. "당신은 무조건 환영" 깍듯이 대해야할 것 같은 나이많은 기자님의 격풀린 대답에 나는 미소를 지었었다.
그의 첫번째 책 <천국의 국경을 넘다>를 읽으며 나는 여러번 쉬어갔었다. 졸업후 내가 가장 편안한 와중에, 휴식시간에 책을 집어들었었고 그 책은 누워서 읽기에는 죄책감이 드는 내용이었다.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난다. 순전히 내용 때문인줄 알았는데, 오늘 그의 두번째 책을 집으니 작가때문이었다. 기자를 하면서 인터뷰했던 사람들의 글 모음집이라 첫번째 책보다는 소프트한데, 그러니까 작가의 글쓰는 방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렇게 맘여린 분이 어떻게 기자를 했을까, 싶을 정도로 감성적이다. 사람들에 흠뻑 몰입했으며, 온몸을 담아 글을 쓴다. 내공이 없는 내게 다시한번 너무 부담스러운 글이다. 2/3을 읽고 잠시 쉰다.
. 가끔씩 만나는 그분은 내게 항상 "꿈"을 강조하는 유일한 어른이다. 그도 그럴것이, 기자일이 좋아서 죽음을 여러번 무릅쓴 무서우신 분이다. 당신은 스스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고 있구나" 라고 얼마전에야 깨달으셨다는데, 놀랐다. 난 진작부터 알고있으실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 그분은 자신의 일을 즐거워 하는 거의 유일한 어른이기도 하다. 특히 기자 중에선 거의 유일무이하다. 스스로의 일에 지나치게 가치를 두는 모습에 불만을 가진적도 있었다. 마치 내가 하는 일만이 "세계최고 킹왕짱" 처럼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스스로에게 믿음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나지 못했던 나의 오만이었다. 그의 다큐는 25개국에서 방영되었고 홍콩, 영국, 폴란드, 미국 등에서 국제 언론상을 받았다. 그후 탈북자 인권에 대해 전세계인의 관심과 지원을 끌어냈다. 이정도 되면 그가 하는 일들을 어찌 가치있다고 말할 수 없겠나.
. <스타, 그들이 사는 법>, 이책은 아쉬운 점이 있다. 표지와 제목이 책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다. 아마 "스타"를 강조하여 판매로 이어지게 하고픈 출판사의 의도가 깔려있을 것 같다. 다른 흔한 인터뷰책과의 차이를 부각시키지 못해 아쉽다. 이 책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스타들의 이야기이며, 그의 표현대로 "내리막을 걷는 스타들"의 이야기다. 성공만을 강조하는 세상에서 잘 내려가는 법을 알려주는 이 책만의 맛을 살려주었으면 어떨까 싶다.
. 인터뷰가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이 드는 것도 이 책의 한계다. 저자는 이점을 스스로의 부족함 때문이라고 서문에서 미리 고백한다. 책을 읽다보면 인터뷰이들이 말하는 모습에 몰입하여 감성적이된 기자가 상상이 된다. 때문에 모든 인간에게 짚어질 수 있는 이면이 잘 드러니지 못해 아쉽다. 적어도 내게 이 글은 칭찬 일색이라 사람들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엔 부족하다고 여겨진다.
. 이런 글쓰기이기에 좋은 점도 많다. 넘치는 감성은 거꾸로 내가 그 자리에 있는거처럼 느끼게 해주며, 굳이 이면을 직접적으로 제시하지 않더라도, 일부 사람들에게는 쓸쓸함이 비치며, 보이지 않는 면이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무조건 <무릎팍 도사>에 나올 만하지 않은 이들이 인터뷰이가 된 것이 좋다. 난 자격지심이 있는지 어쩐지 주류에 약간 비껴간 이들에 관심이 간다. 직접 메니저로 일하다가 쓴 "나인뮤지스"의 인터뷰가 그래서 매우 좋았다.
. 졸업후 할일을 찾는 내게 그분은 "하고싶은 일을 찾으라" 고 말씀하셨다. 이곳 저곳에서 들을 수 있는 잠언집에 나올 것 같은 충고이지만, 지나치게 하고싶은 일만을 고집해온 오늘의 나의 모습을 반성하던 내게 임팩트 있는 한마디였다. 욕심을 내자면, 기자님처럼 늙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 나이가 되어도 사람들에게 흠뻑 빠질 수 있는 순수함과 열정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요즘 같아선 가장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