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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예전엔 이 말을 참 좋아했다. 둘이 결혼하고 난 뒤 행복하게 살아서. 하지만 그건 결혼이라는 생활의 현장을 몰라서 하는 소리였다. 그 후로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두 사람은 얼마나 서로를 맞추며 살아야 할까? 결혼하기 전 미치도록 좋았던 부분이 결혼하고 난 뒤 단점이 된다는 사실을 이젠 알 수 있다. 또한 결혼이라는 제도가 두 사람의 사랑만으로 충만할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제 결혼한 지 횟수로 18년이 되어 간다. 18년의 세월동안 꽃길을 걸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않았다. 처음엔 사소한 습관과 행동 때문에 화가 났고, 이후엔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신경전이 있었다. 하지만 습관이나 행동은 하나도 변한 게 없고, 이젠 그걸 눈 감거나 무시하는 걸로, 혹은 내가 조금 부지런해지는 걸로 타협하게 되었다. 만약 그런 모든 행동들을 타협하지 않고 여전히 거슬리는 걸로 생각했다면 우린 결혼 생활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혼이라는 결정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니지만 이혼의 과정도 쉽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서유미 작가의 ‘홀딩, 턴’을 읽으며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건조하게, 하지만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해서 좋았다.
4월의 어느 일요일, 결혼 5년 차 지원과 영진은 헤어짐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처음 만났던 댄스 동아리, 그리고 사랑고백과 결혼 과정.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지금은 냉랭한 기운이 가득하다. 이혼 이야기가 나오면서 지원은 영진과의 만남부터 사랑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게 되는데...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단순한데 함께 살 수 없는 이유는 구질구질하게 길었다. 그래서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 사연들을 하나로 묶어 사람들이 성격차이라고 명명하는 것 같았다. (122) 사랑이 충만한 시기와 완전히 고갈된 것 같은 시기와 미움이 창궐하는 시기와 다른 욕망을 품은 채 바깥을 힐끔거리고 서성대다가 발길을 돌리는 시기까지 모두 합쳐 결혼 생활이 되는 것이다. (216) 무엇보다도 사랑과 생활이 겹치는 지점이 불편했다. (218) 살다보니 누군가 치명적인 잘못을 저질러서 신뢰가 깨지고 그 때문에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부수고 머리끄덩이를 잡고 서로 죽일 듯이 싸워야만 헤어질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같은 집에 살면서 대화는커녕 눈도 마주치지 않고 서로의 뒷모습을 보며 적의가 담긴 눈길을 쏘아대는 순간 헤어짐이 시작되는 것이다. (229)
전혀 다른 사람이 만나 같이 사는 것. 사랑하면 뭐든 용서되고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서로의 습관 때문에 잔소리 하는 경우가 있다. 기분 좋거나 컨디션이 괜찮을 때는 그 자체를 넘어갈 수 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엔 그런 습관들 하나하나가 짜증이 되어 돌아온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극복할 수 있는 것과 넘어가기 어려운 것’이런 것들은 과연 몇 가지가 될까? 변하지 않았고 변하기 힘든 것들을 남편에게 강요하고 싸우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극복할 수 있는 것과 이것 정도면 괜찮아 하고 넘어갈 수 있는 것들은 또 무엇이 있을까? 이것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우린 그 흔한 성격차이란 이유로 이혼을 하게 되는 것일까? 지원과 영진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결혼한 부부다. 모나거나 튀지 않는 평범한 부부. 그들이 극복할 수 없었던 것은 무엇이고 넘어갈 수 없었던 것은 무엇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랑해서 결혼하는 이유는 단순하지만 이혼에는 그 이유가 다양하다고 했던가?
쉽지 않은 선택이 결혼이지만 또한 쉽지 않은 선택이 이혼이다. 사랑으로 지었던 건축물이 무너졌다고 해서 그곳이 폐허가 되는 건 아니다. 그 자리에 다른 꽃이 피어날 수도 새로운 건축물이 지어질 수도 있다. 이혼에 이르는 과정을 보며 우리의 결혼 생활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린 누구를 위해 결혼을 유지하고 살아가는지... 나도 내 생활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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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미 작가님을 좋아하게 된 건 무려 10년 전. 당시 『쿨하게 한걸음』, 『판타스틱 개미 지옥』으로 당해 상을 두 개나 거머쥐며 한국문단에 화려하게 나타난 작가님. 개인적으로는 취준생 시절, 불안한 미래를 『쿨하게 한걸음』을 읽으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그 뒤로도 서유미 작가님은 꾸준하게 작품을 냈는데, 올해 신작이 나왔다. 제목은 『홀딩, 턴』. 두 사람의 결혼, 그리고 이혼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렸다. '잔잔'하다는 표현에 관해 좀 더 말해보자. 서유미 작가님의 초기작 『쿨하게 한걸음』, 『판타스틱 개미 지옥』은 잔잔하기보다는 화려했다. 등장인물이 많았고, 서사도 빠르게 전개됐다. 그와는 달리 『끝의 시작』, 『틈』은 사건보다는 사람, 서사보다는 서정에 주목하는 작품이다. 이번 이야기도 비슷하다. 주인공 영진과 지원은 개개인의 특성이 그다지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한 명씩은 있을 듯한 사람. 영진은 공무원. 지원은 자그마한 가게를 하며 살아간다. 두 사람은 스윙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했고, 별다를 게 없는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사소한 일 - 집에 들어왔는데 안 씻고 TV를 본다든지 - 로 싸우고, 싸움의 강도가 점점 세지고, 각방을 쓰고, 그러다 더는 견디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이혼을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결혼을 약속하던 사이가, 정작 사랑의 완성 - 실제로는 아니지만 - 이라 할 수 있는 결혼을 이룬 뒤로 왜 두 사람은 서로를 견딜 수 없게 되는가. 어쩌면 다서 빤한 이야기지만, 그래서 더 공감할 게 많은 ㅅ설이었다. 길지 않으니, 결혼을 앞뒀거나 결혼에 힘들어 한다면 한 번쯤 읽어보시길. (쓰고 보니, 내가 읽을 소설은 아니었네. 난 현재 결혼 생활을 즐기는 중.) |
| 서유미 작가님의 장편소설을 한번에 쭈욱 끝가지 읽어보지못하고 언제나 쥬마간산 식으로 살짝식 본 기억밖에 없어서 이번에눈 제대로 한번봐야겠다는 생각에 신작인 홀딩턴을 규매하게되었습니다. 관계속에서 피어나고 발생하는 인간의 깊은 심리를 이해하기위해 노력하는 문체가 빛을 발한다고 말을 할슈있겠습니다. 쭈우욱 끝까지 다읽고 신작도 꼼꼼히 챙기는 독자가 되어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