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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의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을 3주째 가방에 담고 다닌다. 부적처럼. - 얼마 전 '좋아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누구인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망설임 없이 #요조 라고 답했다. 가수이면서 배우, 영화감독이면서 팟캐스트 진행자, 작가이면서 책방 주인으로 사는, "정말 버라이어티하게 일하"는 지금의 모습으로 요조를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나는 몹시 부럽다. - 2008년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사운드홀릭 노래하는숲 공연에서, 서강대 메리홀에서, GMF에서... 여러 번 만났지만, 자꾸만 속이 상해 한동안 공연은 보지 못했다. 저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인데, 락커 스피릿이 충만한데, 자기 이야기가 분명한데, 방송에선 늘 요조숙녀 같은 모습으로 속삭이듯 노래하고 방실방실 웃고 있었다. 그렇게 소비되는 '마음속 친구'의 모습을 보는 게 싫었다. - 2007년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내게는 '마음속 친구'에 가까운 사람. 말랑말랑하고 간지러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때문이 아니라, 지금은 없는 홈페이지에 가끔 올라오던 글과 사진 때문에 좋아하게 된 사람. 음악/영화/글이라는 다양한 언어로, 페미니즘이라는 자기 목소리로, 책방 주인이라는 삶으로 '나의 쓸모'를 증명하는, 지금의 모습이 고마운 사람. - 요조가 만든 #주성치 티셔츠를 한참 입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주성치라니. 언뜻 엉뚱하지만 단단한 취향이 마음에 들었다. 얼마나 좋으면 굿즈를 직접 만들어 팔기까지 할까. 그 티셔츠만 입고 나가면 빵 터지던 친구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런 반응들이 이상하게 좋았다. - '홍대 여신'이라는 타이틀로, 예쁜 외모로, 말랑한 목소리로 오랜 기간 소비됐지만, 늘 단단한 취향과 자기 언어로 흔들림이 없었다. 신수진이란 사람은. - 그런 요조가 2017년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매일같이 써내려간 #책읽기에대한책일기,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난다, 2017). 6개월 동안 '성실의 고통'을 지나온 180편의 글을 한 권으로 모아볼 수 있다니, 때로는 5쪽에 걸쳐 구구절절하게 어떨 땐 1줄로 허망하게 끝나는 요조다운 글을 180편이나 읽을 수 있다니. 황홀하다. - 이렇게 써도 되나 수십 번 물었을, 책 리뷰로 퇴짜도 맞아본 요조에게 "그냥 네 맘대로 써 수진아!"라고 말해준 출판사 '난다'의 '민정 언니', 난다킴(@nandakimananda)께 감사하다. 마지막 한 줄이 다음 장으로 넘어가도, 자간/줄 간격 조절해 억지로 앞 장에 붙이지 않은 결정에도 감사하다. 한 줄만 적힌 휑한 여백 덕에, 읽고 따라온 여운이 오래 머물렀다. - 최애 팟캐스트 <이게 뭐라고>가 <책, 이게 뭐라고>가 되는 동안, 이 책에 나온 여러 권을 목소리로 먼저 만났다. 그 책들의 뒷이야기를 읽는 기분. 자꾸만 음성지원 되는 기분.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 2017년 1월 16일과 30일, 2017년 2월 4일과 12일의 일기가 특히 좋았다. 1월의 일기는 깊은 애정으로, 2월의 일기는 특별한 눈빛으로 읽혔다. 마지막 일기에서 '옹기종기함의 힘'을 발견한 것도 기뻤다. A서점 주인, B서점 주인, C서점 주인 다 누군지 알겠어서 잠시 웃었다. 2017년 2월, #마이리틀북샵 워크숍에서 들었던 책방무사(@musabooks)의 이야기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수시로 10길 3'에서도 계속 이어져서 반갑고 고맙다. - 매주 광주에서 서울까지 고속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이동해 또 마을버스를 타고, 시린 손을 비비며 해방촌 언덕을 오르던 그때, 그 추운 겨울 저녁에 들었던 이야기와 그때 받은 에너지 덕에 결국, 이렇게라도 '책방'을 열 수 있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나는 요조(@mayonnaizoh)에게 "빚이 있다. 너무 많은 걸 받았다". . 만난 적도 없는 이종수 씨에게 왜 내가 고맙지. |
| 출판사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는 <읽을 것들은 이토록 쌓여가고>로 가장 먼저 접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써내려간 매일매일의 책 수다는 너무나 즐거웠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즐거움을 느꼈다. 이 시리즈의 가장 좋은 점은 책을 읽고나면 읽고싶은 책들이 또 한아름 생겨난다는 점인 것 같은데, 이 책을 읽고나서도 내 인터넷서점 장바구니에는 새로운 책이 열 권 가까이 담겼다. 책을, 독서를 더 풍성하고 즐겁게 해주는 이런 책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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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가 등장하고 그 판매가 순조로운 것을 지켜보았다. 몇 개의 독립 출판사가 같은 기획 아래에서 시리즈물을 출판한다는 사실이 인구에 회자되었고, 나 같은 독자는 그 의의에 동감하므로 책을 구매하였다. 그러나 처음 책을 손에 쥐었을 때, 이런 작은 판형에 이런 미니멀한 편집에, 이런 미시적인 탐구가 먹힐까, 의구심을 품었는데 이제는 먹히는 시대였구나, 의아해하는 중이다.
요조 /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 난다 / 313쪽 / 2017 (2017)
ps1. 점심을 먹으며 이런 내 생각을 공부하는 후배에게 전했는데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대중의 소구가 변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 변화가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었다. 책으로 만들어지고 팔리는 것이 합당한가 여겨지는 책들이 너무 많다고도 했다. 뭐 이런 휘발성 강한 책들을 열심히 읽어요, 라는 약간의 추궁도 있었다.
ps2. 이런 시리즈물의 경쟁자는 다른 출판사의 비슷한 시리즈물이 아니라 각종 SNS의 글들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