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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읽어본다 시리즈 다섯 권이 한꺼번에 출간되었다. 무모해 보이지만 자신만만해 보이기도 하다. 다섯 권을 함께 구매했는데, 시리즈에 순서를 의미하는 숫자가 달려 있지 않다. 그러니까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일단 난감하다. 다섯 권의 책을 하나씩 들었다 놓았다 하며 망설였다. 그리고 장석주와 박연준, 부부가 함께 쓴 책을 읽기로 하였다. 아내와 나도 함께 책을 읽는다, 나는 종이책으로 아내는 전자책으로.
장석주 박연준 /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 난다 / 403쪽 / 2017 (2017)
ps1. 책일 읽는동안 간혹 이 부부가 서로에게 건네는 멘트에 괜스레 민망해지고는 하였다. 책의 제목인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는 장석주가 박연준에게 보낸, 결혼하기 이전의 편지글에서 따온 것이다. “...나는 새벽에 시를 모아놓은 파일을 열어 조금씩 고치고, 개수대에 있는 그릇들 몇 개를 씻어놓고, 호박죽 남은 것 하나를 먹었어요. 조금 있다 북티크에 교정지를 들고 나가서 볼 작정이오. 여기, 새벽에 고친 시 한 편을 보내니,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p.363, 박연준, <아모스 오즈, 첫사랑의 여름> 중 장석주가 보낸 편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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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석주 박연준 부부 귀엽다 압도적으로 박연준 시인의 챕터가 좋았다
* 작가나 유명인들이 죽으면 간혹 일기가 발간되는데, 읽으면서도 죄책감이 든다. 본인 허락 없이, 검열 없이 공개되는 글들.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를 읽을 때도 괴로웠다. 보고 싶은 마음과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 나는 몇 년 전에 상당히 많은 분량의 일기장을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다(시의 초고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까웠다). 유명한 사람이 아니니 일기장이 세상에 공개될 일은 없겠지만, 유비무환! 작가는 작품으로만 평가받고 싶을 것이다. 이렇게 책 발간을 목적으로 쓰는 일기를 제외하곤, 누군들 일기장을 내보이고 싶겠는가? 그건 입던 팬티를 내보이는 일, 혹은 섹스 비디오가 공개되는 일과도 같을 텐데(그보다 더할지도 모른다). 비슷한 얘기로, 나는 샐린저를 사랑하는 독자로서 작가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그의 동거녀가 쓴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나며]를 읽지 않았다.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샐린저에게 이 책은 재앙과 같았을 터. 혼자만의 의리로 죽을 때까지 그 책은 읽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말하길 원하지 않는 자의 다문 입술이 열리길 바라지 않는 것,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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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다. 이 커플이 함께 쓴 글이 왜 그리 좋은지. 옷깃 한 번 스친 적 없는 이들에게 어쩌다 이렇게 친밀한 감정을 느끼게 된 걸까? 장석주의 글은 오래 전부터 읽어왔다. 그의 글은 늘 어렵다. 단어의 향연. 나는 그의 글을 잘 차려진 뷔페 같다고 생각한다. 다채로운 음식을 맛 볼 수 있지만, 과식의 위험도 큰. 그의 사유의 깊이와 넓이는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시인이나 문학평론가라는 이름을 굳이 붙이지 않아도 ‘장석주’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 한하다. 반면 박연준 시인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의 글을 읽다보면 조숙하고 영리한, 10대 소녀가 떠오른다. 섬세한 감성이 느껴진다. 예리하지만 날카롭지 않은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다고 할까.
『내 아침 인사 대신 읽어보오』 는 한 쪽 페이지에는 장석주의 책일기가, 다른 한 쪽 페이지에는 박연준의 책일기가 나란히 배열되어있다. 둘의 스타일이 달라서도 재밌었고 장석주의 깊음과 박연준의 부드러움이 ‘단짠단짠’처럼 착착 감겨서 참 맛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장석주의 책일기에 등장한 책보다 박연준의 책일기에 등장한 책들에 더 관심이 갔는데, 거기엔 내가 읽은 책이 더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내 취향’이라고밖에 설명할 길 없는 그녀의 문체 때문이기도 했다. 좋은 글을 읽을 때에는 평범한 하루가 특별한 하루가 된다. 하루를 마무리하고 빨리 읽고 싶은 마음에, 아침부터 두근두근 설렘 가득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은 나와 참 여러 도시를 함께 다녔다. 부산과 인천과 보령. KTX 기차 안에서도 읽었고, 탁 트인 바다가 펼쳐진 호텔 방 안에서도 읽었다. 책 이야기는 물론, 글에 드러난 이들의 아기자기한 일상은 어디에서든 잔잔한 재미를 주었다.
세상에 읽을 책은 많다. 하지만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은 그것만큼 많지 않다. 확실한 건 이 책은, 후자라는 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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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부부' 장석주와 박연준이 6개월 동안 매일 책을 읽고 함께 쓴 독서 일기를 엮은 책이다. 이 부부가 함께 쓴 책으로는 시드니 여행기를 엮은 <우리는 서로 조심하라고 말하며 걸었다>가 있는데 이 책도 강력 추천한다(세 번째 책이 나온다면 제일 먼저 사서 읽으리...!). '읽어본다' 시리즈 중에 부부가 쓴 책은 모두 세 권인데, 그중에 읽다가 눈물이 찔끔 난 책은 이 책이 유일하다. 한 번은 부부가 오키나와로 여행을 갔다가 싸운 일화를 읽고 웃겨서 눈물이 찔끔 났고(시드니에서의 부부 싸움과 마찬가지로 화해하는 과정이 극적이다. 물론 둘 다 비극이 아니라 희극!), 다른 한 번은 남편이 아내에게 쓴 편지를 읽고 부러워서 눈물이 찔끔 났다(그 편지의 한 구절이 이 책의 제목이다). 장석주 시인은 주로 책 이야기를 하고 이따금 정치 이야기를 하고 아주 가끔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면 박연준 시인은 어디에 다녀온 이야기, 누구와 만난 이야기, 만나서 뭐 먹은 이야기 등등에 책 이야기를 곁들인다. 장석주 시인이 엄격+근엄+진지한 스타일이라면 박연준 시인은 유쾌+상쾌+통쾌한 스타일. 맛에 비유하면 짠맛과 단맛. 그런 두 사람이 만났으니 단짠단짠, 한번 맛보면 멈출 수 없는 책이 탄생할 수밖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