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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론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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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론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번역은 문화를 옮기는 일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우리 문화로 이식하고, 새로운 토양에서 확산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번역서를 읽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독자의 인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 과정의 시작을 맡는 번역자의 바른 이해와 전달이 중요하다. 문화를 옮긴다는 거창한 타이틀에 비해 전문적인 번역 이론서의 수는 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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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론서의 새로운 지평을 열다

 

번역은 문화를 옮기는 일이다. 다른 나라의 문화를 우리 문화로 이식하고, 새로운 토양에서 확산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번역서를 읽느냐에 따라 우리나라 독자의 인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 과정의 시작을 맡는 번역자의 바른 이해와 전달이 중요하다.

 

문화를 옮긴다는 거창한 타이틀에 비해 전문적인 번역 이론서의 수는 현저히 적다. 국내 번역서의 비중은 전체 출판물에서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높은 편인데 말이다.

 

게다가 시판되는 번역 이론서의 경우, 번역 투를 지양하자는 내용을 다루거나 여러 짧은 지문을 두고 모범 번역을 제시하는 책들이 대부분이라서 다양한 글을 읽어 볼 수는 있지만, 예문의 앞뒤 내용을 모르는 채 단편적인 번역에 머무르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일본어 번역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소설 번역 이렇게 하자』는 '소설 번역'이라는 흔치 않은 주제로 일본의 유명한 고전, 나쓰메 소세키의 “『봇짱(坊ちゃん)』의 올바른 감상과 일본 소설 번역의 기술”이라는 부제를 내세우며, 기존 번역 이론서와는 달리 형식적인 이론이나 짧은 예문 첨삭이 아닌 이해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새로운 관점의 책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일어 교육과를 졸업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석·박사를 마쳤으며 한국에 돌아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번역서로는 『이런 꿈을 보았다』(나쓰메 소세키 외),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메도루마 슌 원작), 『어떤 여자』(아리시마 다케오 원작) 등이 있으며 20년 넘게 문학 관련 서적과 일본소설을 번역해 왔다. 2007년 중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가져온, 학교에서 선정한 도서 목록의 『도련님』을 보고 좋은 번역문을 골라 주고 싶은 마음에 국내에 출판된 세 권의 책을 사서 원문과 대조한다. 번역문만 읽었을 때와는 달리 오역, 오류, 누락 등 불성실한 번역이 있어서 결국은 직접 번역해야겠다고 결심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일본 소설의 번역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평가가 이루어진 적이 없는 현실을 생각하고 일본 소설의 번역 현실까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 책은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1장부터 4장까지 원문을 따라가며, 문맥 파악과 관련된 번역, 번역의 일관성 문제, 우리말 구사 능력, 문화 관련 번역, 주석 문제, 사전에 의한 오류, 삽화와 번역문까지 일곱 가지의 주제를 다룬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각 주제에 해당하는 원문의 문장을 선별하여, 국내에 출판된 열 권의 『도련님』에서 동일한 문장을 두고 각각 어떤 번역문이 나왔는지 보여준다는 것이다. 주의해서 번역해야 하는 단어들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뉘앙스의 차이를 비교하며 어느 사전에서 참조를 했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그러면서 저자가 지향하는 번역 방식인, 문맥을 파악하고 그 장면을 영상화하여 우리말로 묘사한다는 순서를 이해시키며 대안 번역을 제시한다. 물론 대안 번역에 대해서는 개개인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포인트는 번역하는 방법의 이해다. 문맥에 다가가는 방법 말이다.

 

저자는 4년이란 긴 시간 동안 원문을 한 문장씩 분석하며 행간의 의미를 짚었고, 여러 자료를 충분한 조사와 확인을 거듭하며 번역에 임했다고 한다. 번역자의 직분은 최대한 일본인이 읽었을 때와 똑같은 상상력을 우리 독자에게도 갖게 해주는 것이라며 노력하는 모습과 우리나라의 일본소설 번역 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열의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일본어 문학 전공자나 외국어 번역을 준비하는 사람은 꼭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이 책을 여는 순간, 단어를 이해하고 소설을 번역하는 다각도의 시선이 생길 테니 말이다.

 

e*****i 2019.04.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