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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은 그의 대표작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시인이요 승려요 독립운동가다. 학창시절에 교과서에서 그의 시를 한두 편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테지만, 시에 심취하거나 특별히 시를 좋아하지 않으면 굳이 그의 시들을 찾아서 읽으려는 수고를 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노력을 하려고 하는 사람도 시중에 다양하게 나와 있는 한용운의 시집들 중에 어떤 것을 골라야할지를 두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나는 신현림 시인이 편집한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에 시선이 가게 되었다. 화려한 표지와 고급스러운 양장본 구성이 요즘 우리가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목격하게 되는 시집의 전형적인 외형인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그런 시집의 이미지에 길들여진 사람이라면, 신현림 시인이 대단히 단순한 표지와 내용으로 구성한 이 시집의 겉모습을 보고 단박에 실망감을 표현할 수도 있겠다.
나도 처음엔 다소 생소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시집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그런 단순성이 대단히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런 구성이야말로 우리의 관심과 시선이 한용운의 시들과는 전혀 무관한 다른 요소들에 쏠리는 현상을 피하고 오롯이 한용운의 시 세계에만 집중되는 것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런 단순한 구성 덕분에, 이 시집을 읽는 사람은 자신의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시인이 자신의 시들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진의를 파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더욱이 이 시집은 단순화한 편집을 통해서 대단히 적은 분량 속에 한용운의 시들을 가능한 많이 담아냄으로써, 겉멋만 내는 다른 시집들과 달리 우리에게 한용운의 시 세계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우리가 점심을 먹은 뒤에 마시는 커피 한 잔 값 정도의 가격이면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가멸게 하고 우리의 정서를 풍부하게 할 수 있는 한용운 시집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도 이 시집의 큰 장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이동 중이거나 짬이 날 때,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이 시집을 읽어보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