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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에 기초한 인간 사회 이해, 그러나 이게 당연한 결론은 아니다
"진화생물학에 기초한 인간 사회 이해, 그러나 이게 당연한 결론은 아니다" 내용보기
‘초유기체(superorganism)’은 개미를 연구하던 휠러가 만든 말이다. 개미나 꿀벌 같은 경우에 하나의 군체가 여왕개미(또는 여왕벌), 일개미(일벌), 병정개미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하나의 단위처럼 기능한다는 의미의 개념이다. 사람이나 사자와 같은 동물로 보자면, 두뇌, 생식기, 팔다리 등이 독립된 부위를 가지지만, 전체 개체의 이익에 복무하여 유기적으로 조절되는데, 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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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기체(superorganism)’은 개미를 연구하던 휠러가 만든 말이다. 개미나 꿀벌 같은 경우에 하나의 군체가 여왕개미(또는 여왕벌), 일개미(일벌), 병정개미 등이 명확히 구분되어 하나의 단위처럼 기능한다는 의미의 개념이다. 사람이나 사자와 같은 동물로 보자면, 두뇌, 생식기, 팔다리 등이 독립된 부위를 가지지만, 전체 개체의 이익에 복무하여 유기적으로 조절되는데, 개미나 꿀벌의 사회가 그렇게 하나의 조직으로서 유기적으로 기능한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개미나 꿀벌의 사회를 인간이라고 하는 개체에 비유하기 위한 말인데, 정연보는 다시 인간의 사회를 그 사회에 역으로 비유하여 인간의 사회가 그런 초유기체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인간 사회는 개미나 꿀벌의 사회와는 다른 측면이 많다. 개체가 더 많은 독립성을 가지고 있으며, 집단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때도 많으며, 보다 더 이기적인 행동이 용납된다. 그래서 정연보는 ‘조건부(facultative)’라는 말을 붙이고 있다. 즉, 인간 사회는 ‘조건부 초유기체’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정의는 큰 의미가 없다. 인간이나 인간의 집단을 어떤 용어로 부르던 집단 자체가 생기거나, 없어지거나, 집단의 성격이 변하거나 하진 않는다. 그대로 있는 것이며, 그것을 해석하는 방향이 변하는 정도다. 더욱이 인간 집단의 조건부 초유기체적 성격은 굳이 그렇게 이름 붙이지 않더라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고 인정할 만한 성격의 것이다. 이렇게 이름 붙임으로써 좀 의미가 생기는 것이라면 리더(개미 사회라면 여왕개미를 비유하는 듯하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초유기체 인간이라는 개념 자체라든가, 왜 그렇게 보는가에 대한 내용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용어를 붙이거나, 그런 개념을 통해 인간 사회를 보는 게 어디서 오는 것인가는 꽤 중요하다. 정연보는 이 개념을 사용하기 위해서 과학에 근거하고 있으며, 과학 중에서도 진화생물학에 기대고 있다.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인간 사회를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이것은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의 기획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에드워드 윌슨의 그런 기획을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윌슨 이후에 많은 연구가 있어왔기 때문에 윌슨의 사회생물학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진화생물학에 기반을 두고 인간 사회를 이해하고, 나아갈 바를 찾고자 하는 건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연보다 사회학이나 경제학, 윤리학이 지금 상태로는 거의 발전이 없을 것이라 보고 있으며, 당연히 과학, 그것도 생물학을 결합하거나 기초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그런데 그런 방향 자체가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그런 개념이나 방향에서 항상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저자는 매우 파격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자살에 대한 견해, 성매매에 대한 견해는 통상적인 견해와는 매우 다르다. 1인 1표에 기초한 선거제도에 대한 견해도 그렇다. 그는 자살이 생명을 경시한다는 언론의 보도(아주 반사적이다)에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성매매도 성매매 자체를 금지한다고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삶의 수준이 그것을 결정할 것이라고 본다. 선거제도 역시 운전면허처럼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투표권을 부여해야 인간 본성(아마도 초유기체적 성격)에 걸맞는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상당히 파격적인 주장이 많다. 이런 주장들에 대해서 상당한 논란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이 주장들이 옳고 그른 것을 떠나서(어떤 부분은 공감이 가고, 또 어떤 부분은 과도하거나 잘못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좀 걱정된다. 저자의 견해는 하나의 견해로서 충분히 읽어볼 만 하지만, 생물학, 또는 진화생물학에 기초한 인간과 인간 사회에 대한 이해에서 이런 주장이 당연히 도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YES마니아 : 로얄 n*****m 2018.01.30. 신고 공감 3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