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동물들이 반려동물로서 사람들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더이상 낯선 모습은 아니다. 특히 고양이는 개와 더불어 반려동물로의 대표적인 존재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예전에는 고양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 들었던 검은 고양이에 대한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밤에 마주치는 고양이를 무서워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그 이야기는 포우의 [검은 고양이]를 괴담식으로 변형한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다. 더구나 개와 달리 고양이가 마치 사람을 집사처럼 여긴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고양이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거두기란 쉽지 않았다. "(중략) 나는 동물을 좋아해서 개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몇 번 있었지만,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어요. 고양이는 사람한테 애정을 보여주지 않는다느니, 자기 충족적이어서 실제로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으니까요." - p. 128 中에서 -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에서 한 노인이 헤리엇에게 고양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내가 가지고 있던 고양이에 대한 편견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곧바로 헤리엇의 그러한 편견에 대한 반박의 내용을 볼 수 있지만,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하여 어느 정도 그러한 편견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실제로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10개의 에피소드는 고양이를 가까이하지 않는 나로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내용들이니 말이다. 반려동물이 단순한 애완용 동물이 아니라 가족의 일원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는 아마도 첫번째로 등장하는 과자가게의 고양이 알프레드에 대한 내용일 것이다. 과자가게를 운영하는 하트필드는 유쾌한 성격과 고객의 마음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으로 유명하여 그의 가게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게 된다. 그의 과자가게에서 얌전히 앉아있던 알프레드에 대한 그의 지극한 애정이 손님들과의 만남으로 이어졌기에 그는 항상 밝은 모습을 사람들에게 선사한다. 그러나, 알프레드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고생하면서 심지어 죽음의 문턱에 다다르자 알프레드의 성격은 침울해지면서 활기를 잃게 된다. 그에게 있어서 알프레드는 그가 돌봐주던 동물이 아니라 그의 삶에 있어서 가족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프레드의 회복으로 인하여 다시금 원래의 성격을 회복한 하트필드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 왜 사람들이 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비단 하트필드 뿐만이 아니다. 홀로 노년을 보내면서 우연히 만난 암고양이 에밀리는 노인의 입장에서는 딸과 같은 존재로 다가오게 된다. 에밀리를 정성껏 돌보면서 동시에 그로부터 외로움을 극복하는 노인의 모습에서 온기가 느껴지는 가족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불임 수술을 받기 전에 새끼를 가진 에밀리가 새끼를 낳다가 잘못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딸이 첫 아이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아빠의 그것처럼 비춰진다. 드물게 단 한 마리의 새끼를 출산한 에밀리를 보면서 대견해하는 그의 모습을 이 책과 마주한다면 독자 역시 자연스럽게 흐뭇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고양이에 대한 편견 역시 대부분 해소되지 않을까? 헤리엇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올리와 지니라는 고양이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운 부분이다. 특히 총 10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3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 이야기는 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인간과 함께 한 고양이가 아니라 야생에서 생활하던 길고양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고양이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들에 대하여 잘 아는 헤리엇이지만, 올리와 지니는 헤리엇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다. 그저 먹이를 먹을 때에만 다가올 뿐이다. 이러한 야생의 고양이들에게 다가가려는 해리엇과 헬렌의 노력은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애완동물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기에 더욱 돋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헤리엇은 올리와 지니의 건강을 위하여 그들을 강제로 잡아서 진찰을 하였기에 그 고양이들에게는 더욱 미운털이 박힌 존재로 묘사되는 점 역시 재미있게 그려진다. 비록 올리는 뇌졸증으로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헤리엇의 정성과 노력을 알아본 지니가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사실은 동물과 인간의 사랑을 기반으로 한 교감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다. 갈대숲에서 발견된 고양이 모세에 대한 에피소드는 고양이가 자신만을 소중히 여기면서 주위의 것들을 하찮게 여긴다는 편견으로부터 확실하게 벗어날 수 있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어느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인지 알 수 없었으나, 너무나 어린 고양이 모세는 헤리엇에 의하여 근처 농가에서 지내게 된다. 거기에서 모세는 어미 돼지의 젖을 빨면서 함께 새끼 돼지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고양이에 대한 통념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 아닌가 생각된다. 앞서 언급된 고양이들과 마찬가지로 모세 역시 자신을 둘러싼, 그리고, 그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주위의 모든 존재들에게 마음을 쉽게 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는 이전에 출간된 <수의사 헤리엇의 개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그가 수의사 생활을 하면서 만난 동물들 중에서 인상적인 고양이에 대한 에피소드를 따로 모아서 출간한 책이다. 전편의 책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동물들과의 교감을 통한 감동을 그대로 느끼면서 아울러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고양이의 모습을 삽화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하지만 분량에 따른 판형의 변경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수의사 헤리엇의 개 이야기>는 무려 31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반하여 이 작품은 10가지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기에 이전에 출간된 시리즈에 비하여 분량이 상당히 축소된 느낌을 받는다. 그러한 부족분을 책 속의 다양한 삽화로 만회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야기를 통한 감동을 느끼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된다. 책 자체의 크기도 작아졌으니, 그 상대적인 분량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나와 같이 여전히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또는 여전히 동물과의 교감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선택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고양이의 도도함과 새침한 모습을 떠올리기 쉬운 상황에서 이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접한다면 왜 사람들이 고양이에 대하여 열광하고 있는지를 공감할 수 있으니 말이다. |
|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 이 세상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것들 이 세상의 똘똘하고 경이로운 것들 / 이 모든 것을 주님이 만드셨다 영국 시인 세실 프랜시스 알렉산더(1818~95)의 찬송가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수의사 제임스 헤리엇의 책 제목이 되었다. 번외편으로 『수의사 헤리엇의 개 이야기』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가 있다. 수의사 헤리엇의 책이 서평단으로 나오거나 신간으로 나올때면 신청하거나 다 샀다. 수의사 헤리엇의 속속들이 삶 속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너무 아름다우니깐. 평생을 요크셔 푸른 초원에서 살아왔던 이유다. 사랑하는 일과 사람들, 동물들이 거기에 있으니깐. 특히 헤리엇이 수의사를 직업으로 선택해야 되겠다는 이유 중 하나가 고양이였다. 지금은 고양이가 인간과 교감하고 끈끈한 유대관계가 형성되어 반려묘로서 인기 있는데, 헤리엇이 살던 때에 고양이는 다른 동물(소, 말, 양, 염소)이나 심지어 개보다 더 친밀하지 않았다. 고양이 때문에 수의사를 선택했는데 정작 수의과대학 정규과정에선 고양이의 존재는 희박했다. 그 상황 속에서 <수의사 헤리엇이 사랑한 고양이>가 특별하게 다가온다. 지금 나도 고양이의 매력속으로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다. 털이 길고 보드랍고 통통하고 위풍당당한 고양이.
헤리엇이 만난 고양이들은 옆에 함께 있는 사람들에겐 기적같은 선물이었다.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듯 무심하고 시크해보여도 쉬이 다가오거나 다가가지 못해도 진심으로 다가가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 듯... 고양이에게도 사람들에게도 서로가 아군인 것을 알만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 때, 비로소 곁을 내주는 고양이가 영물인 이유도 알 것 같다. 헤리엇의 다른 책과는 달리 이 책은 가장 가깝게 느껴지고 뭉클했다. 수의사로서 어떤 마음으로 사람과 동물에게 다가가는지 더 잘 알 수 있었다. 깊은 속내를 들어내지않아도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수의사로서 고객(사람, 동물)과의 신뢰가 밑바탕이 된 따뜻함을 더 많이 엿볼 수 있었다.
과자가게의 터줏대감인 정말 품격이 느껴지는 알프레드의 위풍당당함, 밤마다 회의나 모임이 열리는 동네마다 마실을 다니는 오지랖 넓은 길고양이 오스카, 보호시설의 망나니 보리스, 오누이 길고양이자 헤리엇과 헬렌의 담장에서 길고 긴 밀당을 즐기는 올리와 지니, 떠돌이 노신사의 길동무인 에밀리, 모성애 지극한 어미 데비에 의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도착한 버스터, 갈대숲에서 발견된 모세,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기적의 프리스크..... 이 고양이들과 헤리엇의 인연은 드라마틱하고 벅찬 순간들이었다.
수의사 헤리엇 전작들과 달리 책 판형도 작고, 페이지도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전혀 실망스럽지않다. 충분히 수의사 헤리엇의 인간적인 모습들을 더 많이 만났으니깐. 읽으면서 따뜻하게 퍼지는 내 웃음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순간이었다. 우리 아파트에서도 길냥이들이 많은데, 달리 보인다. 더 애틋하면서도 처량하기도하고, 겨울인데 새끼까지 밴 어미 길냥이를 보면 마음도 아프다. 우야던동 더 매서워진 겨울 추위에 살아남기를 기도한다.
대학마다 수의학과는 인기가 없어서 미달이라는 소리를 듣곤한다. 울 동네에 건널목에 '서울대 수의학과 합격, 00고등학교 000' 현수막이 걸렸다. 괜시리 기분 좋았다. 경사났네^^ 동물이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이 생명을 치료하고 살리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사회적 지원과 함께 험지라 불리는 그 의료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수의사 헤리엇 이야기가 더 많이 읽혀지고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
| 수의사 제임스 헤리엇의 자전적 소설 시리즈를 한권씩 모아서 아껴가며 읽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 출간된 소설인데도 언제 봐도 재밌고, 번역소설인데도 가독성도 좋아서 금방 읽게 되어서 벌써 6권째 읽고 있네요. 따뜻한 이야기와 귀여운 삽화들이 좋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