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여선 작가는 우리에게 관계라는 주제에 대하여 고민하게 만드는 작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족이라는 것은 사실 혈연, 정, 사랑의 관계로 이뤄진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살을 들여다보면 가족끼리의 서로의 모습을 잘 이해하고 들여다보고 있는지는 사실 알 수는 없다. 그것은 진정한 알아감에 대한 주체의 존재의 의미로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 관계에 대한 소통으로 이해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소설의 주인공인 아버지와 그의 딸인 다영과의 관계에서 벌어진 그 관계의 틈에 대해 권여선 작가는 잘 포착하여 보여주고 았다. 특히, 아내를 잃은 아버지의 입장에서는 그 빈자리가 크기에 딸인 다영에게 더 소중한 마음으로 잘 하고자 노력하는 흔적들도 작품의 행간에서 볼 수 있었다. 가족 간의 애증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우리는 작은 말로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고, 따뜻한 말로 위로를 건네주는 그 마음들이 서로에게 미지의 영역처럼 남아 있게 된다. 그렇기에 서로의 마음을 함께 나누고 오해하는 것에서는 대화를 통해 잘 풀어가고자 하는 것이 관계를 보다 튼튼하게 만들어가는 까닭임을 알아가야 한다. 가족은 그래서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오랜 시간이 걸린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들자면 아버지가 다영이를 왜 이렇게 오해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일지에 대한 마음들을 생각해 볼 때 소통이 이뤄지지 못하는 생각의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 갔다. 세상은 마치 우리가 쉽게 이해하는 것처럼 풀리지 않는 소설의 제목인 모르는 영역처럼 그 너머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 틈을 채워 넣어가는 시점에서 우리가 무엇을 바라보고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지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파악해 볼 때는 관계에 대한 생각이 급선무라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소설은 그래서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받아들이는 시선에서 자신의 속마음을 먼저 알아간 다음, 그 진심을 서로에게 말해줄 때 비로소 그동안 쌓여 있던 마음들의 응어리가 풀려 나가는 것이다. 소설의 결말에서는 쉽게 부녀와의 관계가 풀렸는지는 독자의 상상에 맡기겠지만 천천히 생각해 볼 때 좋은 결과는 해피 엔딩일 것이다. 하지만 생각의 자유는 각기 다양하기 때문에 어떻게 전개되든 부녀와의 관계를 어떻게 올바르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들을 소설에서 담아낸 사실은 정말 여러 의미에서 소중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정말 서로가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완벽함으로서 그 상대방을 끌어안을 수 있지는 못하다. 그만한 불완전함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서로의 모르는 영역에 대해 진실로 받아들이는 그 마음으로 천천히 쌓이면서 진심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아시아 출판사의 K - 픽션 시리즈는 우리나라 작가의 다양한 시선에서 기존의 소설과는 다른 한국 문학의 새 비전을 보여주는 과감한 도전이자 해외에 우리 문학을 소개하는 첨병과도 같은 역할이다. 앞으로 100권까지 이뤄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많은 양질의 작품들이 독자와 수많은 외국의 나라의 독자들에게도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
|
K-Fiction Series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멋진 한국 소설을 읽으면서 - 특히 짧은 단편이지만 - 한국어가 가진 다양한 형용사와 느낌을, 사투리나 어투에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문장을 세계 여러나라에도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갈증을 해소해주는 시리즈가 아닐 수 없겠어요~ 이를 위해 한국문학 번역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번역의 수준이 높아졌고 그 자체로도 하나의 창작물이라 할 수 있다고 해요. 아마존을 통해 세계 여러나라 독자들에게 전해진다고 하니 한국문학의 매력에 푹 빠지는 세계 독자들이 많이 생기길 바래봅니다.
제가 이번에 읽은 '모르는 영역은 권연선 작가의 신작입니다. 전미세리 번역가가 번역을 했고요.
책 한 권에 소설, 작가의 창작 노트, 해설, 비평이 다 담겨있어서 책을 읽고 난 뒤의 여운을 작가의 창작 노트를 통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글을 썼는지도 볼 수 있고 다른 이는 어떻게 느꼈는지도 볼 수 있어요.
모르는 영역의 첫 시작 부분입니다. 이렇게 왼쪽엔 한글로 된 소설이, 오른쪽엔 영어 번역본이 함께 나옵니다. 첫 몇 페이지는 한글을 보면서 영어 문장도 함께 읽었는데요. 비슷한 분량으로 페이지에 맞게 번역하는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번역가의 작업이 쉽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작품의 이야기를 따라가기 위해 처음에는 한글 소설을 읽었고, 그 다음에는 천천히 영문 번역을 읽었습니다.
![]()
짧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인물간의 심리라던가 특별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뭔가 대단한 묘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잔잔하면서도 흡입력이 대단한 문장이라서 재미있게 읽었어요. 첫 부분을 읽을 때 명덕과 다영이라는 인물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나름 상상을 하면서 읽었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관계라서 재미있었고 자세한 묘사 없이 그들의 어색한 관계에 대한 느낌을 살려주는 것이 좋았어요. 조금 더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어지는 소설이에요^^ 영어로 번역했을 때의 느낌을 또 한 번 음미하려고 합니다. 작고 가벼워서 가지고 다니기도 좋고 영어 원서를 읽는데 부담을 느끼시는 분들도 도전하시기 좋을거에요. 특히 영문 작품을 한글로 번역하는 경우가 아니라 우리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것이라서 뭔가 더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기분 ㅎㅎㅎ 더 많은 한국 작품들이 세계에 소개되면 좋겠어요. 다른 K-픽션 작품들도 읽어 보고 싶어요.
|
|
<K-픽션> 시리즈의 20번째 작품인 권여선 작가의 <모르는 영역>을 읽었다. <K-픽션>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우수성을 국내와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기획된 것으로 책을 펼쳐보면 왼쪽은 한글, 오른쪽은 영어로 되어 있는 것이 색다르다. 최은영 작가의 <그해 여름>으로 이 시리즈를 접하고 난 뒤로 특유의 감성들에 빠져들 뿐만 아니라 한때는 독서와 병행하여 영어독해까지 해볼까란 생각까지 해본 적 있기도. 우선 이 소설은 명덕이 다영과 통화하고 난 뒤 그녀가 있는 여주로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전날 함께 있던 일행들과 식사를 하다 우연히 보드카를 몇 잔 마셨다고 했다. 술이 깨기를 기다리던 중에 다영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여기서 이 대목은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권여선 작가의 <안녕 주정뱅이>가 갑자기 반사적으로 떠올랐다(집에 책은 있는데 여태 묵혀두고 있는데.). 더군다나 작년에 광주에서 도선우 작가를 만났을 때 권여선 작가가 술을 참 좋아하더란 이야기를 들은 기억 또한 함께 재생되었기에 정말 애주가로서의 숨길 수 없는 본능이 알게 모르게 소설 속에 드러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잠시 해본다. 그런데 둘은 어떤 관계인지 암시해주는 그 어떤 설명조차 발견할 수가 없다. 도자비엔날레 촬영 때문에 여주에 있다고 해서 방송국 일을 하는 구나 정도만. 그리고 다영이 명덕에게 하는 말투가 워낙 정중해서 사적으로 친밀한 사이는 결코 아니구나 싶었는데, 웬걸 막상 다영 일행이 있는 식당엘 도착했더니 아빠라고 부르는 게 아닌가. 그런데 부녀지간이라고 보기엔 둘 사이에 흐르는 공기가 무겁고 어색하다. 봄날임에도 불구하고. 아내와의 사별 이후 부쩍 아버지의 딸의 관계가 소원해졌음은 눈치 챌 수 있었는데 자세한 내막은 알 길 없으나 명덕이 과거 가족들에게 어떤 잘못을 저질러서 상처를 준 적 있는 것 같았다. 그 잘못이란 것이 명덕의 무심함인지 아니면 다른 그 어떤 게 있는지는 상상에 맡겨두고. 그래서 딸이 아빠에게 하는 말투는 가족끼리의 다정함이 아닌 사무적인 느낌이 강했나 보다.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모르는 영역>이란 우리가 살면서 맺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단정 짓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이다. 가족조차도 말이다. 사람의 모든 내면을 알 수는 없지 않은가. 여기서는 아빠의 딸 사이가 그러하다. 딸에게 아빠란 존재는 응원 받고 기대고 싶은 영웅으로 서 동경의 대상이거나 막연히 두려운 공포의 대상일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아빠의 입장에서도 마냥 딸 바보일수가 없다. 역시 불편하고 어색한, 마이클 코넬리의 <다섯 번째 증인>에서도 사춘기 딸에게 다가갔다가 어떤 봉변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대목이 나오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명덕과 다영은 여전히 불통 진행형이다. 다영의 방송국 동료들과 술 약속해놓고도 그냥 숙소에 들어가 자겠다는 명덕에게 다영은 주무시라는 단답형의 문자 메시지만 남기자 딸의 무심함에 삐쳐버린다. 그러나 사실은 딸은 아빠에게 먹일 간식거리를 사러 버스 타고 나간 상황이었다. 그 사실을 알 길 없는 명덕과 아빠가 먹다 남긴 것은 무조건 안 먹는다고 해서 일부러 사러나간 것인데 몰라주는 다영의 섭섭함이 폭발해 또 그렇게 말싸움을 하고 마는 장면이 계속 생각났다. 소통의 부재가 낳은 오해의 연속들.
서로에 대한 감정 표현에 서투른 아빠와 딸은 결국 나중에 화해하였을까, 그래서 해피엔딩으로 남게 될, 모르겠다. 모르는 영역이라서 섣부른 결말로 단정 짓지 않고 어떤 여지를 남겨둔 것일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대로 아빠의 딸의 관계란 게 참 불가사의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와 애니 <코코>에서는 보고 싶어도 보지 못해 어쩔 줄 몰라 하는 아빠와 딸이 가슴 뭉클하게 만들었는데 모르는 영역을 어찌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가슴으로 받아들여야지. 비록 애증이 공존하는 영역이래도 말이다.
그 쓸쓸함과 혼란을 담아낸 권여선 작가의 문체가 인상적이어서 감성이 쉽게 휘발되지 않을 소설이었다. 이 시리즈는 무조건 좋다. 진리다. |
|
그는 차문을 닫고 시동을 걸었다. 출발하려다 차창 너머로 초승달을 보았다. 어제보다 살이 더 오른 걸로 보아 바야흐로 차는 중인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오늘까지 그는 누군가의 인생을 일별하듯 아침, 오후, 저녁달이 아니고 모두 낮달인가 생각하다, 해 뜨고 뜬 달은 죄다 낮달인 게지, 생각했다. 해는 늘 낮달만 만나고, 그러니 해 입장에선 밤에 뜨는 달은 영영 모르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농가 펜션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p96) |
|
모르는 영역.... 우리는 누구도 모르는 영역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정녕 상대방이 아주 가까운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모르는 영역"이라는 소설은 그러한 우리의 모습을 아주 세밀하게 그려낸다. 명덕과 다영이라는 부녀가 1박2일간의 만남을 가진다는 내용을 가진 이 소설은 가족이라는 울타리안에도 모르는 영역이 존재한다는것을 보여준다. 서로가 서로에게 서운함을 느끼지만, 결국 그것은 상대방에 대한 모르는 영역이라는 빨리 재단지어버린채 그 상황을 그냥 피해버리는 것이다. "한번쯤은 괜찮다는 아버지"와 "한번이라도 잘못된것은 잘못된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딸" 비록 비난의 화살은 서로가 아닌 값을 잘못 계산한 식당아주머니를 향한것이지만, 그것은 어느새 서로를 향한 화살이 되어 모르는 영역을 향하여 날라가게 된다. 아주 평범하여서 우리 곁에서 얼핏 볼수 있는 이러한 상황은, 소설을 통하여 다시 한번 우리의 관계와 영역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마지막에 이르서야 서로의 속내를 털어버리지만, 그것은 너무 늦은 시간이기에 결국 서로는 서로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은채 그냥 작별인사를 건네는 처음과 별반 다름이 없는 부녀로 돌아오게 된다. 엄마와 딸과 다른 관계인 아빠와 딸이라는 관계에 대하여 다루고, 사건과 대화를 통하여 모르는 영역과 상대방과 나의 생각이 정녕 부녀관계일지라도 다를수 있다는것을 생각하게 된 것 같다. 평범한 일상속 숨어있는 특별함이 빛나는 이 소설을 많은 이들이 읽어보기를 소망해본다....
이 리뷰는 리뷰어스클럽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된 리뷰입니다... |
|
<k-픽션 권여선작가와의 첫 만남>
![]() 작년이었던가? 우연히 읽게 된 k-픽션 시리즈는 내게 생소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우리나라 한강 작가가 멘부커 작품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작품을 번역하는데 대한 중요성이 많이 부각되었던 거 같다 .번역을 하면서도 새롭게 재해석해서 탄생하는 과정에 대해서 찬반이 있기는 하지만 정서와 문화적으로 다른 영역에 있던 사람들이 서로 다른 문화와 느낌을 그대로 이해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들 개개인이 어떤 한 현상에 대해서 모두가 다르게 느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번역의 문제에 있어서도 좀더 자신감 있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영문과 한글이 함께 있는 k-픽션 시리즈는 최근 촉망받는 작품을 국내외 독자를 위해 두 가지 언어로 낸다는 점에서 우선 반갑게 느끼고 있다.
두 번째로 만나는 k-픽션 시리즈의 권여선 작가는 내게는 생소한 작가이다. 권여선이라는 이름 석자로 그녀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었고 이번에 처음 만난 작품은 단 편 한 작품인 것이다. 제목은 <모르는 영역>
소설의 시작은 아주 평범하다. 라운딩을 마친 명덕이 고속도로에서 10분 거리인 여주에 있는 다영에게 전화를 건다. 그들의 대화는 아주 무미건조하다. 라운딩을 하면서 밥과 함께 먹은 보드카 때문인지 낮에도 떠있는 달(소설 속에서는 낮달이라 표현한다)때문인지 노고함에 잠시 잠을 청하고 이내 전화 속의 주인공인 다영을 만나러 여주로 간다. 초반의 이 설정만 해도 이 둘의 대화를 통해서는 오랜 만남 뒤에 소원해진 연인 같다고 느껴질 만큼 밋밋했다.
그런데 이 둘이 만나는 순간 아빠와 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뭐지? 하는 느낌이었다. 부녀지간이라는 것을 알고 듣게 되는 둘의 대화는 이제 건조함을 떠나 엄마의 부재 뒤에 남은 부녀의 넘지 못한 장벽같은게 느껴진다. 아빠에 대한 불신과 원망이 있는 듯한 말투, 그리고 그런 딸을 향해 아빠는 그 어떤 것도 요구하지 못하는 듯 미안한 느낌도 스며들어 있다. 그러면서도 묵묵히 아빠를 위해 뭔가를 무심하게 준비하는 딸의 모습에서 부녀지간의 흔한 모습이 보이는 듯도 하다. 모녀와 부녀의 관계가 아니라 자식에서 엄마와 아빠의 존재는 그 의미가 참 다른 것 같다. 더구나 엄마의 빈 자리에서 서로의 영역으로 쉽게 들어가지 못하고 겉도는 관계를 보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모르는 관계>의 의미가 어느정도 느껴지기도 한다.
묵묵히 잔잔하게 일상을 그려낸 권여선 작가와의 첫만남, 너무도 많은 것을 자극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시대에 이런 잔잔함과 건조함이 오히려 바닥속에 잠들어 있던 감정의 끈을 잡아당겨주는 듯도 하다. 앞으로 나오게 될 k-픽션의 작품들은 되도록 다 만나보고 싶어진다. 권여선작가의 작품도 더 찾아서 읽어보는 즐거움을 느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글입니다* |
|
내게는 읽지도 않고 아껴둔 소설이 몇 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모아둔 책 5~6권 정도. 그 만일의 상황이라고 칭하는 '아무 것도 읽을 것이 없는'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전쟁터에 나가기 전 허리춤에 칼을 숨겨두는 것처럼 고이 모셔놓았다. 권 수는 5~6권 정도지만 작가로 따지면 몇 안된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권여선 작가의 <안녕 주정뱅이>다. 재작년에 발간되어 그해 50인의 소설가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로 선정된 걸로 기억된다. 그보다 전 이 소설을 '비상 상황'에 대비한 책으로 놔둔 계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안녕 주정뱅이> 작가의 말 때문이다. 그때 나는 부끄럽게도 권여선 작가를 알지 못했다. 그러다 창비에서 <안녕 주정뱅이> 작가의 말로 만든 카드뉴스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바로 책을 사서 다시 한 번 작가의 말을 읽었다. 후에 앞부분, 정말 10~2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글을 읽고 덮어둔 채 아직도 고이 모셔놓았다. 마치 초콜릿을 아껴서 먹으려는 꼬마의 마음이랄까? 그 이후로 권여선은 내게 최우선의 가치를 지닌 작가로 각인되어 있다. 이번 소설 <모르는 영역>도 오로지 권여선이었기 때문에 집어들었다. 우숩게도 처음으로 제대로 권여선 작가의 글을 읽었다. 그리곤 그의 아주 세밀한 시선에 빠져들고 말았다. 소설 <모르는 영역>에선 부녀가 나온다. 사별로 인해 아내를 잃은 남자와 그의 딸 다영. 서먹해진 둘의 사이에는 공간이 존재한다. 오해와 착각, 편견과 이해, 애틋과 미움을 오가는 '모르는 영역'을 보여준다. 그안에 우리는 얼마나 많은 말을 담아두고 오해하고, 때론 이해해주기만을 바랐을까. 소설 속 아버지와 다영은 퉁명하지만 서로에게 서로가 필요하다. 아버지를 위해 막차를 타고 시내로 나간 다영, 다영의 무뚝뚝한 표현이 심술이나 잠을 청한 아버지. 오해의 반복 속에서 사실 서로는 그렇게 다시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비록 상대방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하진 않을 지라도, 모르는 영역 사이에서 서로를 향한 끝없는 항해를 한다. 어쩌면 이건 그 둘의 관계 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관계 속에서 발현한다. 관계 속에서 영원히 합치될 수 없는 영역, 그 간극에서 우린 서로를 향해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서 모음이 바뀌면 '너'가 되고, '사람'에서 모서리가 닳아 '사랑'이 되는 것처럼 관계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르는 영역을 앞에 두고 우린 이토록 가까운 관계인 것이다. 아시아의 K-픽션 시리즈는 여전히 제 힘을 발한다. 20권 째를 맞이하는 이 시리즈는 꾸준히 좋은 작가의 좋은 작품을 엄선해 한국, 그리고 해외로 한국 문학을 알린다. 한국 문학 수요가 적은 시대에 얼마나 값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까지나 꾸준하게 좋은 작품으로 우릴 찾아와줬으면 좋겠다. 물론 권여선도. |
|
![]() 오늘은 권여선 작가의 따끈따끈한 신작 『모르는 영역』을 소개할까 합니다.
단편이라서 1시간 내에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이예요. 제 손이랑 비교해 봐도 책이 참 작죠? 저도 배송 온 날 밤에 아이들 재우고 다 읽었어요. 요즘 소설에 목이 마른지 책이 왔다하면 바로바로 읽어버려요.
이 책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더라구요. 마침 다음주 월요일이 아버지 생신인데 아버지와 저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고, 아버지를 대하는 저의 자세에 대해서도 반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모르는 영역』은 <K-픽션> 시리즈의 20번째 도서인데요. <K-픽션>은 한국문학의 생생한 현장을 국내외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기획이 되었기 때문에 바이링궐 에디션으로 수준높은 작품을 감상하실 수 있어요. 사진 보시면 왼쪽에는 한글, 오른쪽에는 영어로 되어 있어서 한국의 우수한 문학작품을 외국인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책 뒷편에 보시면 <K-픽션> 시리즈에 해당하는 책들이 20권 다 나와요. 1권 『버핏과의 저녁 식사』부터 20권 『모르는 영역』까지!! 다 읽어보고 싶습니다.
『모르는 영역』은 아버지와 딸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진 어느 봄날 일어난 1박 2일 동안의 이야기예요. 전 책을 읽고나면 그 책을 표현할 수 있는 키워드를 떠올려봐요. 이 책에서도 살펴볼 만한 부분이 한 세 부분 정도 있지만, 그걸 다 서술하면 다른 독자분들이 책을 읽는 재미가 반감될 수 있으니 두 가지만 소개할까 해요. 제가 잡은 두 가지 키워드는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인 '모르는 영역'과 '낮달'이예요. 먼저 '모르는 영역'에 대해서 말씀 드릴게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모르는 영역'은 어디서나 존재하죠. 남편과 아내 사이, 친한 친구 사이, 엄마와 딸 사이 등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법이죠. 특히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빠와 딸 사이에는 '모르는 영역'이 엄청 많을 수 밖에 없어요. 적어도 제 세대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말이예요. 특히 이 소설에서는 아내와 사별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 소원할 수 밖에 없겠죠. 서로 소통의 부재를 여실히 나타낸 부분이 있어요. 딸을 만나러 온 아버지를 일한다는 핑계로 숙소에 혼자 두게 되자, 아버지는 섭섭해서 딸의 동료들과 한 잔 하기로 한 약속을 뒤로 하고 잔다고 딸에게 문자를 보내죠. 딸은 '주무세요.'라고 문자를 보냈지만, 사실은 옛날에 엄마가 아빠는 먹다 남긴 건 절대 다시 안 먹는대서 밤에 버스 타고 나가서 과일이랑 치즈를 사러 간 거였죠.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오는데 아빠의 문자를 받은 딸도 화가 나서 그렇게 문자를 보낸 거였어요. 저 역시 아버지에 대해서는 부끄럽지만 잘 몰라요. 아버지와 통화하는 날은 엄마의 소재 파악 하는 목적으로 전화한 거죠.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하게 되더라구요. 무뚝뚝하지만 저희 아버지도 이 책의 아버지처럼 표현을 못할 뿐이겠죠. 두 번째로, '낮달' 이예요. 이 책에서는 '낮달'이라는 용어가 자주 나와요. 대부분 아버지의 감정을 드러낼 때 나오는데... 그의 짜증과 혼란, 쓸쓸함 등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소설의 봄날 분위기를 형성하는 키워드이죠. 운동 후의 식사, 낮술의 취기, 봄날의 나른함이 겹쳐 그는 선잠에 빠지면서도 이게 어쩐지 저 은은한 낮달 때문이지 싶었고, 이게 죄다 저 뜯긴 솜 같은 낮달 때문입니다...... 낮달 때문입니다...... 하다 잠이 들었다. 왜 아침달 낮달 저녁달이 아니고 모두 낮달인가 생각하다, 해 뜨고 뜬 달은 죄다 낮달인 게지, 생각했다. 해는 늘 낮달만 만나고, 그러니 해 입장에서 밤에 뜨는 달은 영영 모르는 거지,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농가 펜션의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해 입장에서 밤에 뜨는 달을 영영 모르듯 아버지와 딸의 관계도 '모르는 영역'으로 남게 될까요? 1박 2일간의 부녀 사이는 전보다 더 가까워 졌을까요? 아니면 모르는 영역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더 멀어지게 되었을까요? 궁금하시다면 <K-픽션> 시리즈, 권여선 작가의 『모르는 영역』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