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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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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이라 해서.. 소설집 치고는 조금 얇기도 해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기는 했다. 내가 겪은 그동안의 단편들은 짧은 이야기 속에 무언가를 꽉꽉 눌러담고 있었어서 어차피 내가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나의 편견도 한 몫을 하긴 했다. 그런데 이 소설집은.. 마냥 이야기로만 읽기엔 참 무거운 소재들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보았던 해고 노동자의 굴뚝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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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이라 해서.. 소설집 치고는 조금 얇기도 해서..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하기는 했다. 내가 겪은 그동안의 단편들은 짧은 이야기 속에 무언가를 꽉꽉 눌러담고 있었어서 어차피 내가 다 이해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나의 편견도 한 몫을 하긴 했다. 그런데 이 소설집은.. 마냥 이야기로만 읽기엔 참 무거운 소재들을 가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보았던 해고 노동자의 굴뚝 시위, 뉴스 기사에 종종 나오는 자살 이야기, 생활고로 자살을 택한 어느 가족, 대구 지하철 참사와 쇼핑몰 붕괴 참사, ... 그와 그녀들의 경우는 내게는 참으로 벅차고 무거웠다. 이야기 자체만 놓고 본다면 읽다가 진이 빠지고 넋까지 놓을 판이었다. 하지만 조영아, 이 묘한 작가님은.. 이런 무거운 이야기들을 그냥 옆집 사람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하는 것마냥 차분하면서도 조근조근 이야기하는데.. 꼭 에쿠니 가오리 작가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헉~할만한 이야기를 너무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서 읽는 사람마저도 대수롭지 않게 만드는 그런 마력을 가진 에쿠니 작가님.. 조영아 작가님에게서 그런 마력을 느꼈다. 너무나도 큰 사건 사고였지만 그냥 옆집에서 일어났던 일인양 덤덤하게 이야기해서.. 정신의 붕괴 없이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내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읽으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도 했다. 꼭 보아야만 했었는데..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p.107

그는 속이 깊어 상대방을 배려하고 위하는 데도 남달랐다. 영어 실력이 빼어났던 그는 재학 시절 틈틈이 번역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렇게 번 돈은 형편이 어려운 친구를 위해 썼다. 밥을 먹이고 책을 사 주었다. 나는 내 입에 밥 밀어 넣기도 바쁜데 그는 묵묵히 남의 밥을 챙겼다. 딱히 잘못을 하거나 허투루 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모종의 죄의식에 시달렸다. 그만 아니라면 어느 모로 보나 그런대로 괜찮은 삶을 누리고 있는 축에 속했다. 옹졸한 마음에 일부러 그를 피하기도 했다.

 

p.187

사는 게 힘든 건 저기 뭔가 걸리길 기대해서일 거야. 그냥 매 순간을 즐기면 될 텐데. 왜 인간들은 스스로를 단정 짓고 경계 속에 가두려 하는지 몰라. 가장 견딜 수 없는 게 바로 그거야. 나도 모르게 경계 지어진 내 삶. 난 분명히 경계 짓지도 경계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우습지 않아? 내 인생이 내가 아닌 타인들에 의해 정해진다는 게.

 

YES마니아 : 로얄 j*******7 2017.10.20. 신고 공감 3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