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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하나를 산다는 구실로 런던의 저녁 산책을 나서는 버지니아 울프처럼 이 도시를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으로 써줄 이 없을까. “이 사람들은 모두 가난하고 초라한데도 불구하고 약간 비현실적인 모습을 띠며 의기양양하다.(14쪽)” 「거리 출몰하기 : 런던 모험」은 그녀 사후 『나방의 죽음』(1942)에 수록된 에세이인데 같은 제목의 한국 번역본에는 실려 있지 않다. 이 에세이는 1926년 12월에 썼는데 계속해서 교정을 보느라 1927년 10월에서야 발표했다. 도시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울프의 시선이 ‘의식의 흐름’ 기법이 아니고서는 이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으리라.
“나는 지금처럼 아름다운 순간에는 항상 안달 나게 하는 어떤 침전물이 있다고 생각했다. 눈을 들어 올려다보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위대한 아름다움에 압도당하는 것에 대하여 심리학자들은 설명해야 한다. 이제 배틀(지명) 위로는 분홍빛 구름이 드리워져 있으며, 들판은 대리석 무의로 얼룩져 있다. 우리의 지각은 황급히 공기를 불어 넣어 팽창한 고무풍선처럼 급속히 부풀어 오른다. 그런 뒤 아름다움과 아름다움과 아름다움이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였을 때 어떤 핀 하나가 찔러 그것은 터져버린다. 그런데 그 핀이 무엇일까? 내 생각에 핀은 자신의 고유한 무력감과 관련이 있다. 나는 이것을 견딜 수 없고ㅡ나는 이것을 표현할 수 없으며ㅡ나는 그것에 맥을 못 추며ㅡ나는 지배당한다. 그곳 어딘가에 불만이 놓여있다. 그것은 사람의 본성이 받아들이는 모든 것에 대한 지배력을 요구한다는 생각과 관련이 있다. 여기서 지배력이란 우리가 지금 서식스에서 보는 것을 또 다른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힘을 뜻한다. 그런데 게다가, 핀이 또 한 번 더 찔러 우리는 기회를 놓치고 만다. 아름다움이 오른손, 왼손에 퍼졌기 때문이다. 등 뒤에도 역시 퍼져있다. 그것은 내내 새어나가고 있다. 우리는 욕조와 호수를 채울 수 있는 급류에 골무만 제공할 수 있을 뿐이다.(42~43쪽)”
감각 하나하나를 핀에 찔린 듯 느끼는 섬세함. 그리고 자신마저도 감각 하나하나에 내려앉은 나비처럼 느끼고 옮기는 작가의 필력에 나는 감탄하며 뭉게구름처럼 따랐다.
“오크나무 열매들, 이파리 뒷면에 포자가 무리 지어 있는 양치식물들, 레가타, 찰리 피어스, 정원 문이 덜컥거리는 소리, 따뜻한 현관 계단에 득실거리는 개미들, 압정들을 사던 일, 뱃놀이, 헤일즈타운 늪에서 나던 냄새, 트레베일의 농가에서 반을 가른 빵에 콘월크림을 발라 홍차와 함께 먹던 일, 공부할 때 밑바닥까지도 빛깔을 바꾸던 바다, 벌집처럼 생긴 의자에 앉아 있던 늙은 볼첸홈 씨, 잔디밭 위에 점점이 흩뿌려진 느릅나무 잎사귀들, 이른 아침 집 위로 날아가면서 까악까악 울던 까마귀들, 잿빛 뒷면을 드러내던 에스칼로니아 잎사귀들, 헤일에서 화약고가 터지면서 오렌지 씨처럼 공중에 활 모양을 그리던 일, 여기저기 잔뜩 떠 있는 부표. 이런 것들이 어떤 이유에선지 내 마음속에서 세인트 아이브스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다. 일관성 없이 부조화스럽게 잡다한 일련의 것들, 드리워진 그물을 표시하는 조그만 코르크 부표들이다.(75쪽)”
“하지만 그래도 나는 한 가지를 발견해냈다. 속물근성의 본질이 다른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싶어 한다는 데 있다는 것이 그것이다. 속물은 새처럼 팔랑거리는 머리를 가진 토끼 대가리처럼 경망한 존재로,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이 믿도록 사람들 앞에서 늘 명예나 칭호를 과시하며, 자기 자신도 진짜로 믿지 않는 것을 믿도록 도와준다. 자기가 다소 중요한 인물이라는 것을 말이다.(87~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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