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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기본욕구 의식주 중 ‘주(住)’에 대한 언급이 많이 되고 있는 요즘이다. 집을 구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의뢰해 보고 싶었고 판타지 집에 사는 연예인을 보며 하루라도 거기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셀프 인테리어 하는 블로그 글들을 보면서 집에 손을 대고 싶다는 충동도 느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내가 살고 싶은 집을 꿈꾸지만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있는 물건에 대한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다. 이 책은 집에 있는 물건들을 찬찬히 둘러보게 한다.
겉표지는 노트를 연상케 한다. 타자기로 친 것 같은 제목과 고무판화로 하나하나 찍어낸 그림이 깔끔하다. 첫 장은 올가의 자기소개로 시작된다. 집안 구석구석 다니는 올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미지를 보게 된다. 두 번째 페이지부터 집에 있는 물건을 작가의 분류 기준에 따라 소개하고 있다. 만약 우리 집에 있는 물건을 소개해보라면 거실에 있는 것들, 화장실에 있는 것들, 주방에 있는 것들, 베란다에 있는 것들, 각 방에 있는 것들로 분류해서 소개할 것이다. 이 책의 작가는 총 17가지로 분류한다. 앉을 수 있는 모든 것들, 빛을 비추는 모든 것들, 요리를 위한 모든 것들 등... 작가의 분류 기준이 신선하다. 그중 ‘시간이 흘렀음을 말해 주는 모든 것들’과 ‘늘 사라지는 탓에 항상 찾아 헤매는 것들’에 눈길이 간다. 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면 누구든지 공감할 내용이다. 분류 기준에 따라 담겨 있는 내용을 보며 우리 집에 있는 것들을 찾아보게 된다. ‘앉을 수 있는 모든 것들’에는 식탁의자, 책상의자, 소파 정도겠지? 하지만 작가는 책 세 권과 발판을 이 분류에 넣었다. 이러한 기발한 생각은 계속 이어진다. ‘따뜻하게 해 주는 모든 것들’에 엄마가 있고, ‘올라갈 수 있는 모든 것들’에 아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놀 수 있는 모든 것들’에 형제자매, ‘바깥에서 머물 때 필요한 모든 것들’에 개가 있는 것처럼 물건이 아닌 것도 있다.
이 책은 집에 있는 물건을 알려주는 단순한 사물명칭 사전이 아니다. 물건과 함께 하는 가족의 모습, 그들과 함께 한 시간, 추억을 담으며 언제나 늘 곁에 있지만 들여다보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소중함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새로운 기준으로 집을 둘러본다면 집에 있는 어떠한 것도 함부로 대하거나 버리지 못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