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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농사는 이렇게》에서 발췌하여 필사한 내용입니다.
내가 토종 씨앗을 찾아 나선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씨앗 값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F1 종자로 고정종이 어렵게 된 이유 중 하나가 종자 회사의 이윤을 위한 사업이라는 점과 더불어 우리의 생사 여탈권을 종자 회사가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토종 씨앗으로 농사를 지으며 깨닫게 된 사실이 있다. 토종 씨앗은 우리 풍토에 적응된 씨앗이므로 농사에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해마다 씨을 받아 농사를 짓게 되므로 씨앗은 내 밭의 환경에 적응한다.
씨앗을 채종하는 일은 재미도 있다. 생명이란 자연 교잡이 본능이라, 때로는 교잡된 형질들이 나타난다. 십자화과는 더욱 그렇다. 여러 가지 형태가 나오는 것을 관찰하는 게 흥미진진하고, 다른 형질을 골라 고정시키기 위해 심어 보는 것도 재미있다. '농부가 육종가'라는 말을 실감하게 해 준다. F1 종자라도 내 입맛에 맞는 것이라면, 씨앗을 받아 몇 해를 거듭해 고정종을 얻는 일도 흥미롭다. 이런 점은 토종 씨앗이 그토록 다양한 이유를 깨닫게 해 준다.
따라서 토종 씨앗은 토착화된 농사 방법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지금 토종 씨앗으로 재배하는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기존의 농사 방법으로 고된 농사를 짓고 있다. 물론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토종 농사법은 자급을 위한 농사이므로 오로지 자연과 자급에만 신경 쓰면 된다. 하지만 지금의 농사는 대부분 팔기 위한 농사로 더 빨리 생산해야만 조금의 웃돈이라도 벌 수 있기에 농사 시기가 매년 빨라지고, 비닐하우스나 비닐 멀칭, 퇴비와 농약을 전제로한 농사 방법에 경도된다는 점이다.
이왕 토종 씨앗으로 하는 농사는 토종 농사법으로 해야 농부도 편하고 작물도 잘 적응할 수 있다. 토양을 식물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토양에 식물을 맞추는 것이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토종 씨앗 수집하러 다니면서 만나는 대농 대부분은 토종 씨앗이 '돈이 안 된다'는 논리를 편다. "요즘 누가 토종 씨앗으로 하나? 수확도 별로인데." 하지만 토종 씨앗을 지켜온 할머니들은 이렇게 말한다. "맛은 토종을 따라갈 순 없지. 된장이나 음식을 하면 달라." 돈 보다 맛 때문에 계속 재배한다고 했다.
토종 씨앗과 농사는 사회 원리와 같다. 지구와 우주의 원리와 같다. 인간의 몸과 같다. 인간의 성질과 같다. 밥 한 톨에 우주가 담겨 있듯이. 기계가 만들어 낸 똑같은 제품일 수 없는 이유다.
12월 말부터 1월에는 눈이 많이 내린다. 겨울에는 몸을 쉬면서 동면에 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울에 몸을 심하게 다루면 이듬해 반드시 몸이 상하게 된다. 나이 오십이 넘으면 쉬는 일을 잘해야 한다. 오십 이전까지는 음식만으로도 충분하지만, 꺾어지는 나이가 되면 기력이 쇠하고 잔병들이 드나들면서 보약에 눈이 간다. 삼십대 생활의 후유증은 오십대에 드러난다. 아무튼 겨울에는 동물처럼 깊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이롭다. 동안거라는 말이 그런 뜻이다. 동안거를 제대로 하는 것이 다음 한 해를 잘 사는 방법이다.
나이 들수록 걸어야 한다. 하루 4킬로미터 정도 걷는다면 몸에 더없이 좋을 일이다. 겨울에 농촌 노인들이 하는 일이 점심 먹고 걷는 일이다.
다음은 재를 쓰는 방법이다. 내가 사는 집의 방은 모두 구들방이어서 겨울에 재가 많이 나온다. 재는 퇴비로써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재를 풀 멀칭 위에 뿌리기도 하고, 음식 쓰레기와 함께 사용하기도 하며, 물과 섞어 쓰기도 한다. 재를 퇴비로 쓰려면 주거 에너지원이 구들이어야 한다. 이러한 주거 환경이 전통 농가 방식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나의 농사에서 퇴비는 내 생활과 밭에서 나온 잔재물을 순환시킨다. 그러니 돈도 들이지 않고 건강한 퇴비를 만들게 된다. 내 밭에는 퇴비가 늘 부족하다. 나는 퇴비를 외부에서 끌어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퇴비의 사용 여부는 동선에 따라 결정되고, 작물과 토양에 따라 결정하기 때문이다. 뒷간과 집 가까운 곳에는 퇴비가 필요한 작물을 심고, 뒷간과 집으로부터 멀수록 퇴비가 덜 들거나 아예 안 써도 되는 작물이나 나무, 약초를 심는다.
나와 자연을 잘 알면 농사도 편해진다.
따라서 한해살이풀로 섞어심기 보다 나무와 여러해살이풀이 공존하는 밭을 만드는 것이 토양의 비옥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노동력이 덜 드는 방법이다.
전통 농사에서는 집과 텃밭 주변에 과실수나 특용수를 심었다. 감나무, 대추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오가피나무, 탱자나무, 구기자나무 등이 울타리나 가장자리에 자란다. 나무 아래에 텃밭이 있는데, 여기에는 평상시 약이나 식재로 동시에 사용될 수 있는 도라지, 더덕, 당귀 등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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