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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온다 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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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축복처럼 눈이 온다. 눈이 아니면 겨울은 얼마나 황량할까. 영하로 떨어진 공기의 온도, 몸을 움츠리게 하는 바람, 사람을 그립게 하는 한기, 일찍 찾아오는 깜깜한 밤, 고요한 밤에 소리 없이 날아다니는 맹금. 거기까지라면 겨울은 마음까지 춥다. 그렇지만 밤새 세상을 하얗게 수놓은 눈을 맞이하는 아침, 창에 어룽거리는 서리, 밖에서 뛰어놀며 떠들썩하게 소리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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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축복처럼 눈이 온다. 눈이 아니면 겨울은 얼마나 황량할까. 영하로 떨어진 공기의 온도, 몸을 움츠리게 하는 바람, 사람을 그립게 하는 한기, 일찍 찾아오는 깜깜한 밤, 고요한 밤에 소리 없이 날아다니는 맹금. 거기까지라면 겨울은 마음까지 춥다. 그렇지만 밤새 세상을 하얗게 수놓은 눈을 맞이하는 아침, 창에 어룽거리는 서리, 밖에서 뛰어놀며 떠들썩하게 소리치는 아이들, 그들이 터뜨리는 요란한 웃음소리가 있어 겨울은 풍성하다.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있는 풍경은 그 무엇보다 겨울을 겨울답게 한다.

 

온다. 온다. 눈이 온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린다. 아이 가슴은 눈이 내리는 정도에 따라 점점 더 펄떡인다. 당장 달려 나가 놀고 싶은 마음이 솟구친다. 그렇지만 아이는 얼굴이 환해졌을 뿐 밖에 나가지 않는다. 할머니랑 대화를 할 따름이다. 할머니는 이제 다들 밖으로 달려 나오겠다고 말한다. 아이는 묻는다. “눈싸움하려고요?” 할머니는 아직 눈싸움을 하기에는 눈이 부족하다고 대답한다. “그럼 그때까지 뭐 하고 놀아요?” 할머니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당신이 어릴 적 뭐 하고 놀았는지 과거로 돌아간다.

 

버스가 가끔 오는 산골 마을이다. 하얀 도화지처럼 눈이 얇게 쌓이면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린다. 언덕 이층집에 사는 얼굴 하얀 아이다. 그 애는 아파서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엄마 심부름으로 홍시를 갖다 준 적은 있지만 친구는 아니다. 온다. 온다. 눈이 더 온다. 눈이 잔뜩 쌓이면 눈싸움을 한다. 아랫마을 윗마을 편을 먹고 눈을 뭉쳐 힘껏 던진다. 동네 강아지들도 신이 나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와와 소리를 지르며 윗마을 아이들을 언덕으로 몰고 간다. 그런데 이층집 창문이 빼곰히 열려 있다. 그 애가 보고 있다. 고개를 빼고 살펴보는데 커다란 눈 뭉치가 날아온다. 아픈 것보다 창피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엄마가 저녁밥 먹으라고 불러서 정말 다행이다.

 

눈싸움이 끝난 게 아니다. 밥을 먹고 부리나케 밖으로 나간다. 그새 눈이 그쳤다. 사방이 등불을 켠 것처럼 환하고 조용하다. 이제 눈사람을 만들 시간이다. 눈덩이를 굴리고 또 굴린다. 언덕길에 어른들이 웅성거린다. 얼굴 하얀 아이가 들것에 누워 있다. 열이 올라 큰 병원에 가는 거라는데 이불을 덥고도 떨고 있다. 문득 하루 종일 펑펑 내리는 눈이 밉다. 얼굴 하얀 아이가 저렇게 추워하는데 왜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리는지 속상하다. 아이가 할머니의 추억에 끼어든다. “할머니, 그 애랑 친구 하고 싶었구나!” 할머니는 그 애가 자기의 마음을 하나도 몰랐다고 투덜댄다. 눈사람도 울상이라며 아쉬워한다. 아이는 눈사람 눈썹을 고쳐 주며 웃는 얼굴을 만들어 준다.

 

근데 할머니, 할머니도 모르는 게 참 많아요.

웃는 눈사람도 만들 줄 모르고 그 애 맘도 모르고…….

그럼 넌 그 애 마음 아니?

그럼요!

그 애도 할머니랑 친구 하고 싶어서

창문 뒤에 숨어 몰래 구경한 거예요.

오, 그렇구나! 

 

얼굴 하얀 그 애도 할머니랑 친구 하고 싶었다고 아이가 알려주는 대목이다. 얼굴 하얀 아이의 마음을 간파해 내는 아이의 통찰력이 놀랍다. 그런데 화면을 보면 할머니가 아이에게 목도리를 매 주고 있다. 아이는 휠체어에 앉아 있다! 아이는 다리가 불편해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러니 창문 뒤에 숨어 있는 그 애의 맘을 정확히 들여다볼 수 있었던 것이고, 눈이 오는데도 당장 밖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할머니한테 눈이 오면 뭐를 하냐고 물었던 것이다.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그렇게 채우고 있었다. 아이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할머니는 당신이 겪은 아픈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아이는 할머니 아픔과 그 애의 마음을 두루 이해하는 아이로 성장하며 비록 휠체어 위이지만 밖에 나가 놀고 싶은 용기를 얻는다.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몸이 불편하지만 마음 어느 한 편은 할머니보다 더 깊은 아이가 할머니 눈사람을 웃게 해 주고 마침내 눈싸움을 하러 밖으로 나가는 장면에서 눈물이 터지고 말았다. 아이를 채근하지 않고 당신의 아픈 이야기를 통해 아이 스스로 밖으로 나가게 이끄는 할머니의 지혜가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아이와 할머니는 어느 일방의 관계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다독이는 진정 깊은 관계라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둘의 관계를 절묘한 그림과 글이 결합되어 감동이 더 컸다. 그러고 보면 이 책은 장애아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 공부 때문에 책상에 붙들려 있는 우리 모든 아이들, 그리고 그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의 이야기를 포괄한다. 연초에 만난 ‘올해의 그림책’이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8.01.2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