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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모아 시(時)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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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으면서 무엇을 생각해 봐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 시집은 그냥 그렇게 보면 되는 것인 것을. 읽으면서 구경하면서 느끼면 되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언어가 주는 무게에 주눅이 들어 무엇을 생각해 봐야 하나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읽어도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있다. 보아도 마음에 오지 않는 것도 있다. 물론 그 낯설음이 강력한 이끌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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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을 읽으면서 무엇을 생각해 봐야 하나 고민하는 것이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 시집은 그냥 그렇게 보면 되는 것인 것을. 읽으면서 구경하면서 느끼면 되는 것을.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언어가 주는 무게에 주눅이 들어 무엇을 생각해 봐야 하나 하는 부담을 가지게 되기도 한다. 읽어도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있다. 보아도 마음에 오지 않는 것도 있다. 물론 그 낯설음이 강력한 이끌림으로 다가와 경이로움을 체험하기도 한다. 눈부신 느낌으로 언어의 날개를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각자의 몫이리라 여겨진다.

 

시인은 개인의 체험을 일반화시켜 나간다. 하지만 그 일반화가 공인되는 것이 될 수도 있고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 될 수도 있다. 개인의 인상적인 체험이 주된 재료가 되기 때문에 섬세하게 다가가지 않으면 이상한 괴물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시를 읽을 때 시인의 경험을 체득하고자 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가진 기억으로 그 언어의 행렬에 다가가면 된다. 그리고 느껴져 오는 것만큼만 가지면 된다. 더 이상 고민하면서 고통스럽게 언어를 만질 이유가 없다.

 

이 시집은 그렇게 많은, 다양한 생각을 해볼 수 있게 50명의 시인과 시를 함께 묶었다. 쉽게 다가오는 시들도 있고 그렇지 않는 것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나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분들이다. 우리가 부족한 지식을 잣대로 하여 매도해서는 안 되리라 생각된다. 물론 다가오는 것을 그대로 가지면 된다. 느껴지는 것을 그대로 마음에 담으면 된다. 하지만 조금 더 노력하여 그들의 고민을 마음에 담아나갈 필요는 있겠다.

 

50인의 시인이 담아 놓고 있는 시이기에 특별하게 관점을 정해 읽을 필요는 없으리라. 각 시인들이 보여주는 언어에 침잠하면 되리라.

 

고은강 시인은 말한다

이렇게 슬프고 이상한 나라에서/어쩌다 사랑에 빠졌다고 결혼하지 말자/나이 때문에 결혼하지 말자/ 효도한다고 결혼하지 말자/외롭다고 결혼하지 말자/가난하다고 결혼하지 말자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길 간구하고 있는 글이라 여겨진다. 우리는 서로를 의지할 지라도 메이지 말자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 놓고 있으리라.

 

권민경의 동병쌍년이란 희화적인 제목의 시에는

네가 고통스러웠다는 건 네 고백을 통해 안다/ 내가 고통스러웠다는 것도 늘 고백하지만/구질해서 그만하려는데 잘 안 돼//자도 자도 졸리면 더 자야한다고 누가 그랬다. 잠 뿌리를 빼야 한다고 /나는 피지처럼 생긴 잠을 상상한다. 갈고리처럼 구부러진 뿌리. 마음에 둔 일도 그렇게 구부러진 모양.

마음은 간절한데 삶의 실제가 그렇게 안 돼 힘든 모양이 그려진다. 희극적으로 그려지는 언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역설적으로 인지한다. 그것이 현실에 더 다가가 있는 것이 될 지도.

 

김언의 시는 자조적인 언어들로 가득하다. 그의 괴로운 자에는 모든 것이 괴로움의 덩어리다. 괴로움으로 세상이 만들어진 듯하다.

너도 모르고 누구도 모르는 그 장소를 괴롭다고만 말한다. 괴롭지 않으면 장소가 아니니까. 장소라서 괴롭고 장소가 아니라서 더 괴로운 곳에 내가 있다. 누가 더 있을까? 괴로운 자가 있다.

그만 괴롭고 싶어 괴로움의 말을 남긴다고 말하는 시인의 절박한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각자의 목소리는 다양하다. 특별한 그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가 그 세계의 문을 열 때 시인의 언어는 반갑게 맞이할 듯하다. 먼 이국에서 동향을 만나듯이 그렇게 반갑게 언어를 대할 듯하다. 우리는 그렇게 그들의 언어 속에 침잠하면 된다. 시인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청청한 그 목소리 청아하게 울리면 된다. 그것이 탁하게 되어가는 것은 시인들의 몫이다.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일지라도 시인은 그 속에서 한국의 가을 하늘을 만나고, 우리는 미세먼지를 밀어내야 한다.

 

내가 익히 만났던 시인들의 글들도 있다.

그나마 흙길이라 다행이지/한 세대가 준열히 떠나가는 소리조차/젊음이 달린 귀는 들을 수 없다/욕망에게 내리는 천형이 끝나지 않는 가을 궁남지에서/나는 자꾸 무성한 날을 돌아본다

부서져 가는 연잎들을 보면서 과거 이곳에 머물렀을 많은 것들을 떠올려 보는 시인의 모습이 눈에 보인다. 의자왕도, 현직 장관도 지난 시간 속에 부질없는 그들의 이름을 되 뇌여 본다.

 

문태준의 <입석>은 마음의 설렘을 느낄 수 있는 글이다.

돌에는 아무것도 새긴 게 없었다/ 돌은 투박하고 늙었다/그러나 웬일인지 나는 그 돌에 매번 설레었다

뜰에 세워진 돌 하나에 신비로운 소리를 느끼며 그이의 뜰에 두고 가는 마음으로 만나고 있는 시인의 소리가 신기하다. 정겹게 다가든다.

 

이병률 시인의 가을 나무에선 말한다.

뭔가를 정하고 싶을 때나/ 뭔가를 정할 수 없을 때/나뭇잎의 방향을 보라//나무가 잎을 매달고 잎을 떨어뜨려 흩뿌리는 계절엔/다 이유가 있으니

우리가 의문을 가질 때 가을 나무를 보라는 가르침이 담겨져 있다. 가을 나무는 잎을 통해 다음을 예비하고 다음에 대해 수북이 질문을 한다고 한다. 하여 가장 현명한 길을 가르친다고 본다. 가을 나무, 인고의 세월을 보내며 봄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만날 수 있는 글이다.

 

책은 티저란 이름이 붙어 있다. 이것은 호기심이란 요소와 관련될 게다. 시들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들이고 작가들이 신인 급의 작가들로 독자들의 구미에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는 존재들이다. 신진이라는 말은 대담기발이라는 말과도 묘하게 닮아 있다. 그들은 세인들이 보는 정리된 세계를 보는 것보다 굴곡진 세상을 만들어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그들에게 동조하기 위해선 한 쪽 눈을 감아야 한다. 한 쪽 눈을 통해서 스며드는 빛을 만날 때, 그들의 정서가 살아서 다가올 수 있을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 이때까지 통념으로 가져왔던 세계에 대한 눈이 많이 변모한 자신을 만날 수가 있다.

요컨대 내가 아버지라는 게 가장 무서워요/아버지인 내가 시를 쓰고, 물을 마시고, 숨을 쉰다는 게/도망가지도 못하는 아내가 던지고 간/작고 하얀 알약을 삼키며이용한의 불안들 )

 

배의 꼬리에 사람들이 모인다/모임을 만들고 모의를 하고 법을 만든다/몇몇을 죽이고/살인의 적법한 이유를 만들고/서로 미워하고 질투하는 방법을 제시한다이재훈의 바보배 중에서

 

생활의 의문이란/바람에게 행선지를 묻는 일/연애도 안부도 없이 상스러운 거리에는/돌아보면 눈빛 깊어지는 사람들/하늘을 보지 않는 사람들전영관의 퇴근 중에서>

 

부분으로 시를 판단하고 평가는 것은 금물이나. 이렇게 연을 통해서 시행을 통해서 그 시의 향기는 조금 느낄 수 있을 듯하여 새로운 작가들의 세계를 같이 나누어 보았다. 물론 이들이 주된 작가와 작품도 아니다. 읽혀진 것들이고 마음의 문에 올랐던 글들이라 인용했을 뿐이다. 시인 모두는 마음으로 경이의 노래를 담고 있다. 이 시집을 통해서 시들이 그 특징처럼 많은 세인들과 나누길 기원해 본다.

j****3 2018.12.24. 신고 공감 11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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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결산][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2017 결산][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내용보기
2018. 1. 18. 목. 지난 달 문학동네에서 100번째 시집발간을 기념하는 티저시집을 냈다. 50인의 시인들에게 아름다운 시와 짧은 산문을 받아서 시집에 실었다. 시는 물론, 짧은 산문마저 시처럼 느껴지는 글들이다. 잘 아는 시인도 있고, 이름만 아는 시인도 있고, 완전 처음 만나는 시인도 있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들은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소재,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50인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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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1. 18. 목.

 

지난 달 문학동네에서 100번째 시집발간을 기념하는 티저시집을 냈다. 

50인의 시인들에게 아름다운 시와 짧은 산문을 받아서 시집에 실었다. 시는 물론, 짧은 산문마저 시처럼 느껴지는 글들이다. 잘 아는 시인도 있고, 이름만 아는 시인도 있고, 완전 처음 만나는 시인도 있다. 그래서 이 시집의 시들은 다양한 관점과 다양한 소재, 다양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50인 50색이기에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지만, 그 속에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사람과 세상에 대한 사랑, 사람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것이다.

 

시집의 맨 처음에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펴내며> 라는 글 속에서 "우리는 시인에 대한 여하한 신비주의도 품고 있지 않다. 아니 품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우리가 아는 훌륭한 시인들은 타고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그저 노력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노력이란,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다시 실패하는, 처절한 세속의 일이다. 조금도 신비롭지 않은 그 노동이 멈추면 시인도 함께 소멸된다"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가 늘 생각했던 우리와는 좀 다른 시각을 가진 시인들이 전혀 훌륭하지 않고 노력과 실패를 반복하는 노동자라고 말하고 있기에 더 정감이 가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잔하기도 하다. 

 

한 줄의 시를 위해서 얼마나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고뇌 하는 지, 하나의 시어를 얻기 위하여 세상을 얼마나 아프고 낯설게 바라보는지를 시인만이 알 것이다. 그 시인의 눈과 귀와 마음 그리고 손 덕분에 우리는 글로 된 아름다움을 읽는다. 글로 된 아름다움 속에서 세상을 읽고, 인생을 읽고, 반성을 하고, 다짐을 한다.

다양한 시들 속에서 다섯 편을 소개한다. 워낙에 시가 다양하다보니 내게 맞는 시도 있고, 아닌 시도 있었다. 나한테 맞든지 안맞든지, 내맘에 들든지 안들든지 시는 시다.  여기엔 내맘에 가장 쏙 드는 시 다섯 편을 선별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로 된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이 시들을 읽으면서 적어도 글 속에 잠기고 새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었다. 글 속에 담긴 아름다움이 온통 내맘을 사로잡았다.

 

 

 

 

궁남지를 떠나가는 연잎 행렬을 거슬러 걸으며       --- 김형수

 

바람 불자 마구 뛰기 시작한다

나뭇가지들, 마른 풀잎들, 말라비틀어진 쭉정이들

우주의 외진 모퉁이를 울리는 발소리

저 많은 중생이 이승을 빠져나가는 통로가 어디인지 나는 모른다

연잎들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련만

길 잃고 부서져 우는 것들도 있다

전쟁터를 빠져나가는 피란민처럼 다급한

여름 제국의 퇴각로를 걸으며 나는

불쑥불쑥 무서워지곤 한다

 

모든 흥망성쇠란 시골 국밥집 같은 것이다

의자왕도 생의 마지막날에 여길 다녀갔을 것이다

 

인가가 끊긴 개울 앞을 건너는

나의 옷깃을 길 잃은 바람이 흔들고 간다

귀가 먹먹하다 그 뒤로 또 바람이 오고

그 뒤로 마구 잎들이 쓸려가고

버드나무들도 일제히 머리를 풀어헤쳐 떠나는 자들을 경배한다

 

수명이 다 됐으니 어서 엉덩이를 털고 서야

겨울이, 봄이 들어설 자리가 생기지

이딴 생각이나 하다가 정신을 까무룩 놓치곤 한다

 

신발은 왜 자꾸 벗겨지나 몰라

도취된 자들아 너희들의 문명은 너희들의 것이니

세상에는 반드시 추문도 풍문도 무의미한 날이 온다

현직 장관도, 책을 백만 부씩이나 판 작가도

결국 저 행렬의 일원이 될 것이다

 

그나마 흙길이라 다행이지

한 세대가 준열히 떠나가는 소리조차

젊음이 달린 귀는 들을 수 없다

욕망에게 내리는 천형(天刑)이끝나지 않는 가을 궁남지에서

나는 자꾸 무성한 날을 돌아본다                                     --- 70p. - 71p.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도 나오는 궁남지의 전설은 백제의 무왕 때 궁의 남쪽있는 연못을 더 크고 넓게 파고 그 가운데 인공섬을 조성한 아름답고 커다란 연못이다. 거기엔 무왕의 어머니가 과부가 되었을 때 그 근처에서 집을 짓고 살았는데, 그 연못에 사는 용과 정을 통하여 서동(무왕의 아명)을 낳았다는 전설도 있다. 백제가 멸망한 뒤에 궁남지는 훼손되어서 농지가 되었다가 지금은 복원되었지만, 예전과는 상대가 안되는 1만평 남짓한 연못인데 연꽃축제를 할 때면 엄청난 군중이 몰리는 곳이기도 하다.

시인은 한때의 화려한 영화가 떠나간 궁남지에서 인생과 역사의 흥망성쇠를 읽고 있다. 아무리 잘 나가는 과거가 있었어도, 혹은 현재 아무리 화려한 영화가 있어도 다 소용없는 끝이 있다는 것을. "세상에는 반드시 추문도 풍문도 무의미한 날이 온다"는 것을 시인은 궁남지에서 깨닫고 있다. 영화가 떠나간 궁남지에서 "젊음이 달린 귀는 들을 수 없"는 역사의 흥망성쇠를 생각하며, "무성한 날을 돌아"보는 시인의 모습이 허무하고 무상하다. 

 

 

 

 

갈비를 떼어서 안녕    --- 서효인

 

죽은 닭처럼 쓸쓸한

송별회였다

우리는 퇴사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잘

모르고 닭에게

불만이다 뒤적거리며 뒤척이며

계륵이라는 말이 이래서 생긴 거야

오늘도 가르침을 주시는 분

여기는 사실 갈빗살이 아닌 거야

오늘도 말씀이

모가지처럼 기신 분

죽은 닭은 아주 오래 전에

죽었고

한참을 뒈진 채로 얼어 있었고

우리는 입만 살아 먹고 말하지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간 고생 많았습니다

닭의 살갗 같은 냅킨으로 입술을 닦고

앉은 자리를 푸드득 털며 서두른다

죽을 줄도 모르고

죽으러 간다

죽은 줄도 모르고

죽어서 긴다

말씀이 기신 분이 가르침을 멈추고 놀라 묻기를

여기 웬 닭대가리가 있어

우리는 놀라 벌떡 일어나 모가지를 비튼다

먹다 남은 닭의 순살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어오르며 삼바를 춘다

안녕, 뼈가 없는 친구들아,

안녕, 살이 없는 친구들아,

죽은 닭들의 송별회가 쓸쓸히                --- 102p. - 103p.

 

퇴사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고 송별회를 사람들의 모습이 쓸쓸하다. 죽은 닭을 먹으며, 죽은 닭의 모습에서 결국엔 죽은 닭과 같은 모습이 될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시인. "죽을 줄도 모르고 / 죽으러 간다 / 죽은 줄도 모르고 / 죽어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 역시 언제가는 죽는다. 하지만, 어디서든 천년 만년 살 것 처럼 큰 소리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기도 하다. "닭의 살갗같은 냅킨으로 입술을 닦고" 다시 "죽을 줄도 모르"는 삶 속으로 들어가는, 아닌줄 알면서도 언제나 무한을 꿈꾸는 우리들의 유한한 삶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시다. 

 

 

 

 

안목                --- 심재휘

 

경포보다 안목이 나는 좋았지

늦가을까지 걸어 안목에 마침내 안목에 가면

수전증을 오래 앓은 희망이

쏟을 듯 쏟아질 듯 자판기 커피를 빼어 들고

오래 묵은 파도 소리가 여전히 다정해서 좋았지

 

경포 횟집 거리를 지나

초당 순두부 집들을 지나 더 가물거리는 곳

해송 숲의 주인 없는 무덤을 지날 때처럼

늦어도 미안하지 않은 안목에서는

바다로 막 들어가는 강물이

지는 해를 돌아볼 줄 알아서 좋았지

숨겨둔 여인이 있을 것 같고

그조차 흉이 될 것 같지 않은 곳

 

마른 바람 속에서 팔 벌리기를 하고

멀리 경포의 불빛을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은

더이상 골똘히 궁근 그 안목은

이제 없는 거지

막횟집도 칼국숫집도 다 사라지고

커피 거리로 이름을 날리는 저기 저 안목은        --- 118p. - 119p.

 

안목이라는 곳이 강원도에 있는 줄도 몰랐다. 제목이 <안목>이라서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이런 저런 것의 좋고 나쁨을 분별하는 능력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명(地名)이었다. "막횟집도 칼국숫집도 다 사라지고 / 커피 거리로 이름을 날리는"안목이라는 행에서 구시가지(舊市街地)가 철거되고 신시가지(新市街地)가 들어서는 모습이 상상된다. 작년 유행했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라는 단어도 연상되었다. 이제는 좀 정리가 덜 되어 있어도 정겹고 푸근했던 예전의 거리모습은 사라지고, 세련되고 깔끔하고 우아한 "커피 거리"가 되어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안목"은 강원도에 있다. 그러나 "마른 바람 속에서 팔 벌리기를 하고 / 멀리 경포의 불빛을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은" 이제 없다. 진작 가보지 못한 한 사람으로서 안목이 괜히 그립고 보고싶다. 그래서 전설처럼 기억 속에서 남을 안목의 모습을 추억하며 아쉬워하는 시인의 마음이 짠하게 다가온다.

 

 

 

 

퇴근             --- 전영관

 

생활의 의문이란

바람에게 행선지를 묻는 일

연애도 안부도 없이 상스러운 거리에는

돌아보면 눈빛 깊어지는 사람들

하늘을 보지 않는 사람들

 

강이 먼 도시에 서녁이 오면 노을로 하루를 씻고

집에 돌아와 갓난쟁이의 맑은 이마에

순은의 별들이 피어나는 것을 보아라

생계의 고단함을

아내의 흐트러진 귀밑머리에서 찾아보아라

 

습관성 후회와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 직후에 스치는 아쉬움

잔 욕심의 이복형제 같은 것들일 뿐이다

다친 손가락 같이

실수가 잦은 오늘을 견뎠으니 애썼다

 

능란한 바람도 모퉁이에 무릎 다치고

운다                                              --- 182p.

 

너무나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느껴지는 시다. "하늘을 보지 않는 사람들"이라니... 이들은 하늘을 보지 않는 게 아니라 하늘을 볼 시간이 없는 사람들인 거다. "생계의 고단함을 / 아내의 흐트러진 귀밑머리에서 찾"는 시인의 모습에 아내도 적은 돈으로 생계를 꾸리기 위해 나름 애쓰고 있는 안쓰런 사람이다. "실수가 잦은 오늘을 견"뎌낸 모든 현대인, 근로자, 생활인들에게 토닥토닥 위로를 건네고 싶은 시다.

 

 

 

 

측은하고, 반갑고          --- 한영옥

 

딸 많은 우리 어머니

이 딸에겐 저 딸 얘기

저 딸에겐 이 딸 얘기

점잖으신 우리 어머니도 그러시던걸

이 사람에게 저 사람 흘리고

저 사람에게 이 사람 흘리고

사람이 모질어서 그런 것 아니라네

말이라는 게 원래 정처가 없다네

오래전 고향을 잃었다는 낭패감에

외롭고 허전해서 불쑥 불쑥 앞질러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는 것이네

모르는 새 앞지른 말 놓쳐버리고

울상 지으며 안절부절하는 이여

괜찮네 본심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네

우리의 말, 늦가을에 다시 피어나는

봄꽃처럼 얇아서 늘 조마조마하던걸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는 안타까운 주름

그걸로 충분하네 이해가 오고 있네

측은하고 반갑고 또 많이 고맙네           --- 220p.

 

말이 없이 살아오신 어머니도 나이가 드시면 이말 저말을 전하게 되신다. 말은 하다보면 좋은 말도 하지만, 때로는 쓸데없이 살이 붙어서 허풍이 되기도 하고, 없는 말을 내뱉게 되기도 한다. "모르는 새 앞지른 말 놓쳐버리고 / 울상 지으며 안절부절하는 이"에게 시인은 안심하라고 한다. '괜찮네 본심이 아니라는 거 알고'있다고 오히려 위로를 한다. "딸 많은 어머니"가 "말 많은 어머니"로 늙으셔서 "안타까운 주름"만 늙어버렸다는 것에 "그걸로 충분하네 이해가 오고 있"다고 하는 딸의 마음. 외로움을 말로 달래시는 늙으신 어머니를 보면 "측은하고 반갑고 또 많이 고"마울 것 같은 마음이 깊이 와닿는 시다.  

 

 

 

 

 

시를 읽는다는 것, 시 속으로 잠기다는 것, 시인의 마음에 동화된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낯설면서도 행복한 일이다. 아직 가본 적 없는 궁남지의 전설 속으로 떠나는 내마음, 죽은 닭과 유사한 삶을 사는 우리들의 쓸쓸한 송별회를 경험하면서 뭉클하고, 역시 가본 적 없는 강원도 안목항과 안목거리가 현대식으로 변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서글픔을 느끼고, 고단한 몸으로 퇴근하며 하루를 견뎌낸 많은 생활인들과 근로자들에게 위로를 보내고, 기웃기웃 정처없이 이말 저말 하시는 늙으신 어머니가 측은하고 반갑기도 했다.

 

너의 아름다움도, 세상의 아름다움도 온통 글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글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마음이 온통 그 아름다움으로 물드는 경험을 순간순간 한다. 이 시집은 그런 시집이었다. 모든 것이 다 아름다울 수는 없다. 세상에 수많은 시를 읽으며, 세상에 많은 글을 읽으며 그 속에 담긴 깊고 풍성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결국 읽어내는 독자의 몫이다. 문학동네 시인선 100기념 티저시집인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는 50인 50색의 아름다운 시들의 향연에 취해서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 속에 잠겼던 시간이었으며 그 아름다움의 발견으로 꽤나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c*****p 2018.01.20. 신고 공감 10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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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내가 기다려왔던 시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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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인선을 좋아한다. 예쁜 색깔로 단순하게 구성한 표지때문이기도 하고 문지나 창비보다는 더 들어보지 못한 시인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100번째 기념 시선집이 나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하고 한참 기다렸다.50번째 기념 시선집이 그동안 출간되었던 시집에서 시를 뽑아 나왔기 때문에100번째 기념시선집이 나오면 (50번째 이후로는 시집을 잘 사지 않아서)당연히 50번째 이후
"이것은 내가 기다려왔던 시집이 아니다." 내용보기

문학동네 시인선을 좋아한다.

예쁜 색깔로 단순하게 구성한 표지때문이기도 하고

문지나 창비보다는 더 들어보지 못한 시인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100번째 기념 시선집이 나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하고 한참 기다렸다.

50번째 기념 시선집이 그동안 출간되었던 시집에서 시를 뽑아 나왔기 때문에

100번째 기념시선집이 나오면 (50번째 이후로는 시집을 잘 사지 않아서)

당연히 50번째 이후 나온 시집에서 좋은 시를 뽑았을 거라고

지레 짐작하고 기다렸는데 왠걸,,

 

티저 시집이다........앞으로 나올 시를 등재한

 

그동안 나왔던 시를 보고 맘에 들면 해당 시집을 사려고 했었던 나의 의도와는

영 다른 시집이라서 실망했는 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방바닥에서 며칠을 굴러다니다가,,

몇개 읽다가 말다가 그래서 기억도 없다.

서평을 쓰랬더니, 불평만 하고

이건 리뷰가 아니다. 다른 쪽으로 옮겨야 할 것 같은데

다시 손에 쥐게 되면 써보겠다........흑흑

 

 

 

k*****7 2018.01.28. 신고 공감 10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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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리뷰 [문학동네시인선100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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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100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시를 읽는 일은 발견이며 환희이며 성찰이다. 그러나 시를 읽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그래서 시집을 읽는 일은 위의 모든 것을(발견, 환희, 성찰, 어려움) 확인하는 일이다." *** 문학동네시인선에 올라오는 시집을 몇 권 구입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잘 읽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100번째 문학동네시인선 <100기념 티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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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100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시를 읽는 일은 발견이며 환희이며 성찰이다. 그러나 시를 읽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그래서 시집을 읽는 일은 위의 모든 것을(발견, 환희, 성찰, 어려움) 확인하는 일이다."

 

***

 

문학동네시인선에 올라오는 시집을 몇 권 구입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잘 읽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100번째 문학동네시인선 <100기념 티저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를 구입한다.

 

이 또한 어려웠다.

 

34쪽에서 김경인 시인이 말한 심심(心心), 심심(深深)이라는 단어가 지금의 내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다.

언제나 상황(사회)과 사람(관계)에 대해 "마음"을 쓰며 살고, 그것에 마음을 쓰고 있다. 그러나  그 마음의 "깊이"를 가늠하지도 기록하지도 못하는 게 또 지금의 마음인 것 같다.

 

시란 무엇일까? 시를 왜 읽는 것일까? 왜 시를 써 보고자 하는 것일까?

 

혼자 많은 질문을 한다. 답은 없다. 그래도 질문한다.

그렇다면,

시는 - 끊임없는 질문을 하게 하고 스스로 답을 차게 하는 - 곧 내 삶이며 내 마음이며 내 깊이의 돌아보게 하는 "성찰"이 아닌가 싶다.

 

230쪽에서 홍지호 시인은 산문<끝나면 안 되는 문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슬프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시는 시입니다

시는 다만 시에 도달해야만 시가 될 수 있었던 것 동시에 시에서 멈춰야만 시가 될 수 있는 것

 

슬프게도 나는 나입니다 당신은 당신입니다

 

앞의 문장들을 쓰고 마침표를 모두 지워보았습니다 그러고는 마침표를 '그러나'로 다시 찍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인 시입니다 그러나

나는 나이고 당신은 당신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시인의 고뇌의 말이, 시를 쓰는 일, 시의 역할을 조금이라도 반영하는 것 같아서 냉큼 받아 적었다.

 

220쪽에 있는 한영옥 시인의 시 한 편

 

측은하고, 반갑고

 

딸 많은 우리 어머니 / 이 딸에겐 저 딸 얘기 / 저 딸에겐 이 딸 얘기

점잖으신 우리 어머니도 그러시던걸

이 사람에게 저 사람 흘리고 / 저 사람에게 이 사람 흘리고

사람이 모질어서 그런 것 아니라네 / 말이라는 게 원래 정처가 없다네

오래전 고향을 잃었다는 낭패감에 / 외롭고 허전해서 불쑥불쑥 앞질러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하는 것이네

모르는 새 앞지른 말 놓쳐버리고 / 울상 지으며 안절부절하는 이여

괜찮네 본심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네

우리의 말, 늦가을에 다시 피어나는 / 봄꽃처럼 얇아서 늘 조마조마하던걸

본심은 그게 아니었다는 안타까운 주름 / 그걸로 충분하네 이해가 오고 있네

측은하고 반갑고 또 많이 고맙네

 

본심이 아니었다고, 고맙다고 - 이런 말들에 대한 시인의 마음(저의 底意)가 느껴지는 시이다.

"사과의 말은 이렇게, 고맙다는 말은 이렇게, 하는 것이야"라고 나이가 지긋한 어른이 가르쳐 주는 것 같다.

 

***

 

시를 읽는 일은, "세속의 발견이며 지적인 환희이며 자신에 대한 성찰"이라고 생각한다.

 

시는 늘 그렇듯이, 때로는 오묘하고도 명민한 문장으로 세태 풍속을 노래하고, 때로는 아름답거나 거친 문장으로 지적 충만함을 채워주고, 때로는 가늘고 날카로운 문장으로 내 삶을 휩쓸고 지나간다.

시를 읽으면서 생채기가 날 때가 있고, 뜨거운 위로를 받을 때도 있다.

 

이 시집에는

문학동네시인선의 101번째부터 150번째까지 선보일 시인들의(몇몇 빠진 이들도 있지만) 시와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시집의 제목인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도 이 시집 126쪽에 수록된 오병량 시인의 시 <편지의 공원>에서 따온 것이다.

 

시집을 읽는 일은 시인들의 "산통産痛의 애씀"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시집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것이다. 40여명이나 되는 시인을 한 번에 (미리)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158쪽. 이수경 시인 <지금 세상은 가을을 번역중이다>

 

구름이 태어나는 높이 / 나뭇잎이 떨어지는 순서 / 새를 날리는 바람의 가짓수

들숨과 날숨의 온도 차 / 일찍 온 어둠 속으로 / 숨어드는

고양이의 노란 눈동자 / 밤새 씌어졌다 지워질 때 / 비로소 반짝이는

가을의 의지

 

고르고 고른 말 / 이성적인 배열과 / 충동적인 종결

 

각자의 언어로 / 번역되는 가을

 

이 시에서도 어휘 선택과 행의 배열을 위해서 애썼을 시인의 고통이 느껴진다.

높이, 순서, 가짓수 등의 시어들은 번역이 얼마나 구체적이며 세심한 일인가를 보여주는 것 같다.

번역(또는 시)에서 일상의 언어가 얼마나 적확하게 쓰여져야 하는 것을, 간결한 명사의 나열로도 충분히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결국 시를 읽는 일은, 왜 이 어휘가 사용되고 배열되었는가를 반추하게 하고, 다시 그 어휘 속에서 숨겨진 시인의 의도(저의)와 사물(세상)이미지를 독자만의 방식으로 끄집어내는일인 것 같다.

 

짧은 글을 읽는 묘미는 그런 것 같다.

읽어야 되는 시인의 짧은 시보다, 어쩌면 더 길게 길게 끄집어내는 읽는 이의 심심(心心), 심심(深深)을 더 깊게 오래오래 읽어야 되는 사실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독자인 '나'를 읽기 위해 시를(시집을) 읽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n******6 2019.05.16. 신고 공감 8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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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적당히 아름답자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적당히 아름답자" 내용보기
있잖아.  그런 순간들이 있어. 너무 아름다워서 잠깐, 멈칫, 했는데, 그 아름다움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순간. 너무 순간적으로만 아름다워서 미처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는 아쉬운 순간. 이 시집은 그런 순간들을 아쉬움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제작된 것 같아. 그래, 아름다운 시집이지. 첫장부터. "삶은 최전방이다 /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 삶이 너무 촘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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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그런 순간들이 있어. 너무 아름다워서 잠깐, 멈칫, 했는데, 그 아름다움이 순간적으로 사라지는 순간. 너무 순간적으로만 아름다워서 미처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리는 아쉬운 순간. 이 시집은 그런 순간들을 아쉬움으로 남기지 않기 위해 제작된 것 같아. 그래, 아름다운 시집이지. 첫장부터.

 

"삶은 최전방이다 / 나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 삶이 너무 촘촘해서 질식할 것 같은 / 그 모든 격렬한 문장 속에서 / 목덜미를 풀어헤치고 / 나는 다만 노래 부르고 싶었을 뿐, / 포효하고 싶었을 뿐, / 아무리 소리쳐도 소리가 안 나 / 뻐끔뻐끔  담배나 피워대는 / 이 몸은 발암물질이다 / 불순분자다 / 근본 없는 혀다 / 버릇 없는 아이다 / 나는 맹신하지 않았지 / 세상에 당연한 건 없으니까 / 살갗이 타들어가는 슬픔 때문에 / 나는 무채색이다"

- 고은강 <고양이의 노래 5> 일부

 

그래, 세상에 당연한 건 없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여겨질 때도 있으니까. 그래서 슬픔에 빠졌던 것일까.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았는데, 사실은 당연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아서? 어떤 사실에도 시선을 한쪽으로만 고정시키진 말아야 한다는, 그래야 진실을 똑바로 볼 수 있다는 사실. 그래, 그건 어쩌면 당연한 말인지도 몰라. 기념티저시집 100이란 타이틀이 붙은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는 그래서 느낌 좋은 시들이 가득하다는 것. 그건 당연히 당연한 거 아니야? 시를 읽다가 또 어느 시점에서 시선 고정. 때로는 나를 당황시키는 시가 있어.

 

"죽은 닭처럼 쓸쓸한 / 송별회였다 / 우리는 퇴사하는 사람이 누군지도 잘 / 모르고 닭에게 / 불만이다 뒤적거리며 뒤척이며 / 계륵이라는 말이 이래서 생긴 거야 / 오늘도 가르침을 주시는 분 / 여기는 사실 갈빗살이 아닌 거야 / 오늘도 말씀이 / 모가지처럼 기신 분 / 죽은 닭은 아주 오래전에 / 죽었고 / 한참을 뒈진 체로 얼어 있었고 / 우리는 입만 살아 먹고 말하지 /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 그간 고생 많으셨습니다 / 닭의 살갗 같은 냅킨으로 입술을 닦고 / 앉은자리를 푸드득 털며 서두른다 / 죽을 줄도 모르고 / 죽으러 간다 / 죽은 줄도 모르고 / 죽어서 간다" - 서효인 <갈비를 떼어서 안녕> 일부

 

어때? 시의 제목부터 맛깔스럽지 않아? 그 맛있는 부분을 떼어서 안녕이라고 말해야 할 때의 처량함. 그런데 그 처량함이 참 재밌게 묘사되어 있잖아. 시를 읽는 기쁨이라는 게 이런 거 아닐까. 연락할 길이 없어 그리워만 하다가 우연히 만난 학창시절의 단짝처럼 반가운 자리.

 

"젖은 베개를 털어 말리고 눅눅한 옷가지에 볼을 부비다 너의 아름다움이 /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 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

- 오병량 <편지의 공원> 일부

 

반가운 마음이 온통 글이 되고 그 글이 아름다움이 되지. 아름다움이 너무 커서 글이 될 수 없는 아이러니. 그래, 너무 큰 기쁨은 때로는 불안으로 다가오기도 하지. 그래서, 잠시 묵혀 둘 필요가 있는 거야.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되면 좋겠지만, 너무 지나치지는 말자. 아름다움도 적당할 때, 실망이 없고, 아름다움이 적당할 때, 그 아름다움도 오래가지 않을까.  너무 아름답지는 말자. 적당히 아름답자.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적당한 글로 표현되어 나왔으면 좋겠어.

 

"존재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따라서 내 앞에는 두 가지 시의 길이 주어져 있다. 존재의 소음을 최대한 증폭시켜보는 길과 존재의 소음을 최대한 잠재워보는 ㅣ길. 나는 이 두 길 모두를 가보기로 한다."-황유원 <시인의 말>

 

 

 

 

 

 

h******o 2018.05.03. 신고 공감 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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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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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인선 100호 기념 시집이다.제목에 반해서 저절로 구입하게 되었는데,다양한 시인과 시를 만날 수 있어서 그건 좋다. 티저 시집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설명이 친절하다. 앞으로 문학동네 시인선을 통해 보게 될 시인들을 미리 만나게 해주는 거다.곧 이들의 시집이 한 권씩 출간되겠지?시도는 좋은 것 같다. 젊은 시인들부터 경력이 오래된 시인들까지, 50명의 시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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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시인선 100호 기념 시집이다.

제목에 반해서 저절로 구입하게 되었는데,

다양한 시인과 시를 만날 수 있어서 그건 좋다.

 

티저 시집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는데,

설명이 친절하다.

앞으로 문학동네 시인선을 통해 보게 될 시인들을 미리 만나게 해주는 거다.

곧 이들의 시집이 한 권씩 출간되겠지?

시도는 좋은 것 같다.

 

젊은 시인들부터 경력이 오래된 시인들까지, 50명의 시인을 다양하게 담아주었다.

익숙한 이름도 있고 낯선 이름도 있다.

어느 순간 이들이 교차점을 지나면서 시의 세계에도 세대 교체가 되어가는

그 중심에 있는 시집이 아닐까 싶다.

 

시를 잘 몰라도 이렇게 꾸준히 읽고 사게 되는 걸 보면,

시라는 게 마음에 들어오는 어떤 것이라는 건 분명한가 보다.

 

 

 

n******i 2018.12.06. 신고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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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의 500호 시선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와 비견되는 작품으로 보이는데, 나의 시선은 너의 아름다움~~ 보다는 내가 그대를~~쪽으로 갑니다. 이 작품집은 비교적 젊은 작가, 내가 그대를~~은 시대적으로 좀 더 폭넓게 다루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집 레벨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구, 추천할 레벨입니다^^) 내용의 일부) - 공중 정원 : 한낮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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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 시인선의 500호 시선집 `내가 그대를 불렀기 때문에`와 비견되는 작품으로 보이는데, 나의 시선은 너의 아름다움~~ 보다는 내가 그대를~~쪽으로 갑니다. 이 작품집은 비교적 젊은 작가, 내가 그대를~~은 시대적으로 좀 더 폭넓게 다루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집 레벨이 떨어진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구, 추천할 레벨입니다^^)

 

내용의 일부)

- 공중 정원 : 한낮의 정원에서 아픈 꿈을 꿨다. 막연하니까 더 분명한 마음이 있었다. 한밤의 초목 완연한 구조물 앞에서도 통증이 지속되었다… – 구현우

- 오늘의 맛 : … 잇새에 스미는 과일의 향기로운 피와 살을 씹으면/ 어느 행성인가 너의 살 차오르는 소리 들리고/ 무화과는 낯익은 표정으로 살아나 입안에서 생기를 뿜는다… - 김경인

- 윤곽들 :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 약속들이 머무는 곳에서/ 부글거리는 해변은 목이 늘어난 티셔츠처럼 출렁거린다/ 얼지 않는 슬픔을 위해/ 면사포처럼 막 깔리기 시작한 저 노을/ 구두는 축축하게 젖어 곧 벋겨질 것이다. – 김원경

- 입석 : … 푸른 모과가 열린 오늘 저녁에는/ 그이의 뜰에 두고 가는 무슨 마음이라도 있는 듯이/ 돌 쪽으로 자꾸만 돌아보고 돌아보는 것이었다. – 문태준

- 11구역 : 건물들이 모두 철거되었고/ 나는 거울을 보고 있습니다더 개방할 순 없을까요?/ 현장에서/ 베개들이 팝콘처럼 터지고/ 조여진 나사들이 풀리고/ 알몸이 될 때까지/ 존재가 잊힐 때까지 박세미

- 시 : … 말의 물거품이 떠오르고/ 첫 눈빛 세례를 받은 바닷속/ 풍경하나가 반짝 반응할 때/ 세상이 드디어 어린 영혼의/ 외로움까지 감싸안으며 더욱 짙어지는,/ 한 생명이 자기 안의 어둠과 대면하는 바로 그 순간. – 배영옥

- 산색 : …툇마루 끝에 나앉아 해종일/ 앞산을 보고 있던 노인의 말년이 마냥 적적키만 한 것은 아니었겠다/ 가만히 앉은 채로 저를 넘어가는/ 넘어가는/ 산빛/ 노인이 묻힌 산 그림자가 들판을 건너온다/ 혼자 남은 내가 산등성이를 더듬듯이/ 떠나온 들판을 쓰다듬으며/ 쓰다듬으며 온다 손택수

k****6 2017.12.2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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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이상한 심리지만워낙에 유명한 시집이라 오히려 손이 안가더라구요그럼에도 문학동네 시인선을 좋아하기도하고 여러 작가의 시를 접할 수 있어서 구입하게 됐는데요음 사실 제목이 다했긴하죠?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다양함이 오히려 한시인의 매력을 알기는 모자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조금 알다 만 느낌그래서 조금 아쉬웠어요기존 시인선 시집보다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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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심리지만
워낙에 유명한 시집이라 오히려 손이 안가더라구요
그럼에도 문학동네 시인선을 좋아하기도하고 여러 작가의 시를 접할 수 있어서 구입하게 됐는데요
음 사실 제목이 다했긴하죠?
장점이라고 생각했던 다양함이 오히려 한시인의 매력을 알기는 모자라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조금 알다 만 느낌
그래서 조금 아쉬웠어요
기존 시인선 시집보다 두배쯤 두꺼워요!
j******p 2020.04.22.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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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 사진을 왜이렇게 크게 넣었는지.종이도 얇아서 페이지를 넘겨도 남아있는 잔상에작가 이미지가 떠올라서 시에 집중 할 수가 없어책의 편집이 너무 아쉬웠다.다양한 시인들의 시를 맛볼 수 있어서취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고앞으로 시집 선택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다.네 개의 계절이 있다는 것. 우리가 조금 변덕스럽다는 것, 감정이 많다는 것, 허물어지고 또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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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들 사진을 왜이렇게 크게 넣었는지.

종이도 얇아서 페이지를 넘겨도 남아있는 잔상에

작가 이미지가 떠올라서 시에 집중 할 수가 없어

책의 편집이 너무 아쉬웠다.


다양한 시인들의 시를 맛볼 수 있어서

취향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고

앞으로 시집 선택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다.


네 개의 계절이 있다는 것. 우리가 조금 변덕스럽다는 것, 감정이 많다는 것, 허물어지고 또 쌓는다는 것, 둘러볼 게 있거나 움츠러든다는 것, 술 생각을 한다는 것, 불쑥 노래를 지어 부른다는 것, 옷들이 두꺼워지다가 다시 얇아진다는 것, 할말이 있다가도 할말을 정리해가는 것, 각각의 냄새가 있다는 것, 우리가 네 개의 계절을 가졌다는 것. _이병률, 「네 계절」 中

k*******4 2019.05.0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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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이 날때마다 읽어보려고 시집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고는 어떤 시집이 좋을까 찾아보다가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제목부터 감성적인 이 시집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시집을 구입하면 주던 사은품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모든 시집의 스티커가 사은품으로 제공된다는점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중의 한가지였습니다. 문학과지성사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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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이 날때마다 읽어보려고 시집을 구입하기로 마음을 먹고는 어떤 시집이 좋을까 찾아보다가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제목부터 감성적인 이 시집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시집을 구입하면 주던 사은품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모든 시집의 스티커가 사은품으로 제공된다는점도 이 책을 선택한 이유중의 한가지였습니다. 문학과지성사의 시집과 문학동네의 시집중에 어떤 시집을 구입할지 고민하다가 사은품을 이유로 구입하게 되었는데 시집의 내용도 참 좋았습니다.

0****j 2020.04.2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