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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수직으로 내리지 않는 이유는 뭘까 [리뷰] 『눈물샘 너머에 사는 당신』(백승훈, 매직하우스, 2018.01.18.)
이 시인 세월의 내공이 깊다. 눈물과 그리움이 일상이 되었고 감수성은 극한으로 치닫는다. 특히 전라남도를 많이 다녀본 게 분명하다. 나는 전라남도가 고향이다. 남도의 향기가 진하게 배어있는 느낌을 받는 게 오해라면 오해일 수도 있다.
이 시집 『눈물샘 너머에 사는 당신』을 내기까지 많이 망설였다는 백승훈 시인. 기다림은 농후해졌고 시들은 진하게 우러난 건 아닐까. 시들을 읽다보니 고향과 어머니, 어린 시절의 기억들이 자꾸 떠오른다. 잊고 지낸 나무와 풀과 새들을 떠올리게 되고,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추억여행을 할 수 있다.
![]() 나무와 풀과 새들과 계절 그리고 고향과 어머니
몇몇 시가 특히 눈길을 끈다. 특히 <눈은 수직으로 내리지 않는다>라는 시에서는 우리 인생을 ‘눈’과 비유한다. “한평생 / 비틀걸음으로 / 사랑 찾아 떠도는 목숨들 / 위로하듯 / 나부끼며 지상으로 내려앉는 / 눈은 / 수직으로 내리지 않는다.” 그 어떤 눈발이 수직 하강하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눈과 같이 우리 인생은 비틀 비틀 지그재그 많은 굴곡을 그리며 내려온다. 이 표현이 참 좋다. 눈은 절대 수직으로 내리지 않는다.
<꽃나무로 사는 일>에선 성장과 완성에 대해서 노래한다. “꽃을 달고 있을 때만 꽃나무가 아니듯 / 꽃이 꽃나무의 전 생애가 될 수는 없지.” 한 마리의 제비가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듯, 꽃은 꽃나무의 완성이 아니다. 꽃은 꽃잎이 져도 꽃의 향기를 남긴다. 나의 향기는 무엇일까. 꽃나무를 보면서 시인은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한다. 생각은 향기를 온전히 뿜고 나아간다.
<화살기도>란 시에서 백승훈 시인은 간절함과 염원에 대해서 연주한다. 그렇다. 간절히 바라면 정말로 언젠가 이루어질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 그 무엇에도 얽매이는 일 없이 / 진정이라는 시위 하나만 있으면 / 누구라도 날릴 수 있다는 / 화살기도” 마음에 활 시위 하나씩 정도는 품고 산다. 정말 원하는 게 있으면 한 번 날려보자. 나만의 화살기도를.
눈과 꽃과 화살과 나의 마음
『눈물샘 너머에 사는 당신』엔 낯선 단어들이 눈에 띈다. 친견, 조릿대, 해종일, 허방, 풍장, 안섶, 시오리, 살사리꽃, 체머리, 탁란, 푸슬푸슬, 이불홑청, 개미취, 청청하다, 염하, 희붐하다 등. 단어 공부하는 데엔 시인을 따라잡기 어렵다. 개미취는 국화과의 식물이다. 희붐하다는 날이 샐 때 밝아지는 느낌을 뜻한다. 허방은 함정이나 구덩이 정도를 뜻한다. 푸슬푸슬은 부슬부슬보다 더 센 말이다.
올해 나는 강화도를 걷기 위해 갈 것이다. 3박 4일 일정으로 많은 길을 걸을 것이다. 백승훈 시인의 <그대 강화에 가시거든>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그대 강화에 가시려거든 / 부디 천망(天網)의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 바람 같은 마음만 가져가시라.” 천망이란 나쁜 사람을 잡으려고 하늘에다가 쳐놓았다는 그물이다. 강화에 가거든 꼭 백승훈 시인과 시집 『눈물샘 너머에 사는 당신』을 기억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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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말라있던 감성에 촉촉함을 더해줄 수 있는 백승훈 시인님의 눈물샘 너머에 사는 당신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순간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것 같아 오랜만에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시의 세계에 빠져볼 수 있었어요. 1장 울컥하다/ 2장 견딜 만하다/ 3장 나를 보러 오려거든/ 4장 눈물샘 너머에 사는 당신/ 5장 그대 그리운 날엔/ 6장 그리움이 빗물처럼 총 6장으로 구성되어 240p에 달하는 분량의 시 한편 한편의 표현들이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안겨주네요.
그녀가 산다, . 몸부터 먼저 가 누운 샘물 노인요양원. 얘야, 밥 먹어야지. 밥 먹고 가!라는 어머니의 음성
덜컥, 하고 나는 노모의 목소리에 걸려 울컥, 하고(p14) 어머니라는 단어만으로도 마음이 울컥해지는데 밥먹고 가라는 어머니의 음성에서 자식이 울컥한 마음이 나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고 공감이 가는 부분이라 가슴이 뜨거워지는게 느껴지네요. 자신보다도 자식을 더 생각하는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서 엄마 생각이 더 간절해지는것 같아요.
까닭모를 슬픔이 가슴에 가득해지는 날이 있다. 알 수 없는 설움에 목젖이 뜨거워지는 날이 있다.
강 건너 숲이 선명해 지지 않고 정오가 가깝도록 내 안의 안개 걷히지 않는 날이 있다. . 정말 그런 날이 있다.(p182)
내맘같이 않게 아득해지는 시간에 빠져드는 날이 있어요. 누군가 살짝만 건드려도 봉선화같이 툭 터질것 같은 그런 날, 정말 그런 날이 있다는 것 자체에 위로가 되는것 같아요. 지난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추억, 슬픔과 아픔, 위로가 되는 순간, 사랑, 가을, 그리움등 다양한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주제들로 다채로운 삶의 순간 순간들을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하네요. 감성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백승훈 시인님의 시를 만나볼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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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계실 때는 절대 몰랐을 감정의 곡선들이 지금의 내 마음에는 너무도 이 책 '눈물샘 너머에 사는 당신' 역시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마음에 그려진 앵두나무 우물가에 경기도 포천시 동교동 255-2번지 얘야, 밥 먹어야지. 밥 먹고 가! 짧은 면회 마치고 차는 돌부리에 채어 나는 노모의 목소리에 걸려 왜 일까? 시인의 노모가 함께 살지 못하고 요양원의 신세를 지는게.... 시를 통해 공감하고 마음을 위로받게 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지만 우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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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짜냐? 아주 못 먹을 만큼은 아니지? 하며 또 묻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p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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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샘 너머에 사는 당신은 백승훈 작가님이 쓴 시집이다.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 마음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녹아든 시다. 들국 향기에 놀란 내 몸이 밤새워 열꽃으로 피던 꽃 몸살 앓던 밤 생각한다. 몇번이나 더 꽃 몸살을 앓아야 내 안을 꽃향기로 채울 수 있는지. (꽃몸살 발췌 P.57 ) 이 시 구절도 인상깊었다. 꽃 향기에 취해서 스스로에게 내리는 경보, 몸살이 왔지만 몇번이고 꽃몸살을 알아서 내 몸을 꽃향기로 채우고 싶다는 이 글을 읽으면 작가가 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 꽃을 좋아하는 시인이라서 그런지 꽃을 비유한 시가 많았다. 어머니는 수시로 내 방문을 열어젖히며 찐 감자나 옥수수, 앵두와 살구, 텃밭에서 갓 따온 참외와 토마토 같은 것들을 들이미시곤 한다. (어머니의 건망증이 내 배를 불리네 발췌 p.127) 어머니에게 건망증이 와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자식들을 먹이고 챙기는 것인가보다. 뭐라도 더 주고 싶어서 수시로 먹을 것을 갖다준다는 어머니 에게서 사랑이 느껴진다. 생각해보면 엄마만큼 나를 생각해주고 챙겨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엄마는 내 존재 자체만으로도 대가없이 사랑을 베푼다. 갈꽃 한 아름 꺾어 가슴에 안고 오다가 전해줄 수 없는 아득한 거리를 떠올리고는 슬며시 길섶에 내려놓고 빈손으로 돌아와 마른 갈꽃 향기를 베고 잠드는 나의 쓸쓸한 밤을 (그대는 모르시지요 발췌 p.213) 이처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시가 많다. 세상에 모든 소식을 먼저 전해주고 싶고 좋은 것이 보이면 드리고 싶은데 어머니의 부재로 한순간도 그리워하지 않는 날이 없는 듯하다. 나 또한 엄마와 소통을 많이하는데 엄마가 없다고 생각하면 상상도 못 할 만큼 그리워할 것 같다. 이 시집에는 꽃이나 나무, 산, 별, 향기와 같은 자연적인 소재를 많이 사용해서 시골이나 농촌 풍경이 떠오른다. 또한 담백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인사치레로 '언제 한번 보자'라는 말이 영원히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기도 한다는 글이 기억에 남는다. 누가 언제 이 세상을 떠나는지 알 수 없고 마지막이 언제인지 모르기에 후회를 하게되는 것 같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지금 최선을 다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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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심쿵하게 하는 책. 여기서 말한 '당신' 은 누구일까? 라는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먼저 '고맙다' 라는 시는 글쎄 씩씩하게 살아줘서 고맙다라는 것을 표현했을때. 3가지로 해석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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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풍경을 보면서 산책하듯이 가벼운 시를 읽고 싶은때가 있다. 고향 언저리 어디쯤이나, 어린시절, 향수를 지닌 꽃들.. 그리고 이미 떠나신 부모님에 대한 추억들.. 이런 그리움을 화려한 시어가 아닌 단순하면서도 정감이 묻어나는 풍경같은 시가 읽고 싶을 때가 있다.
작은 오솔길의 소나무 향기나, 층층이 밭둑의 구절초 향기를 상상속에서도 맡을 수 있는 그런 자연이 잔뜩 묻어나는 시 말이다..
남편이 사들고 온 이 시집.... 처음엔 제목도 시인도 낯설어 무심히 그냥 두었다. 오십넘어 서니, 겨울 긴긴밤 쉬이 잠들지 못하는 밤이 많아져서 새벽녘까지 잠못 드는 밤이 점점 많아져 가곤했다.
그러다 문득 집어든, 이 시집...
p14
- 추억 - 응달진 산자락
잔설처럼
바라만 봐도
절로
눈이 시린 풍경 .... 이 시의 첫구절 '응달진 산자락' 이 한구절 만으로 느낄 수 있는 고향의 밭으로 가는 모퉁이 응달진 산비탈의 그리움이 묻어난다. 서리가 하얗게 내려 앉아 소나무 뿌리와 뒤엉킨 푸석거리는 흙들은 얼음도 흙도 아닌 모습이었다. 어린아이의 심술궂은 발길질에도 바스락 거리며 흩어져 쏟아지곤 했다. 대부분 그 겨울엔 나무를 하러 산에가거나, 겨우내 먹을려고 몇포기 남겨둔 배추를 뽑으러 가는 길에 보게되는 풍경이다. 응달이라 밤새 내린 서리가 한낮이 되도록 녹지 못하고 흙에 달라붙어 간신히 간신히 자신의 희미한 생을 붙들듯 눈도 아닌것이 눈처럼 하얗게 산자락을 붙들고....
p86 씨팔놈 - 세상에서 차마 못할 욕
중략.. 박영감님은 농부에게 세상에서 차마 못할 욕이 "씨 팔 놈"! 이란다. 굶어 죽어도 종자는 베고 죽는게 농부인데 씨앗을 팔아먹을 놈이라니! 농부에게 그보다 더 독한 욕이 어디 있겠나. 앉은뱅이 우리 밀도 영감님 말귀를 알아 들었는가. 남해바다 물결처럼 푸른 밀밭이 한바탕 술렁거렸다. . .
이 시를 고른 이유는 얼마전 본 토종 씨앗 지키기 다큐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사라져 가는 토종밀 씨앗 앉은뱅이 밀.... 지금 이 앉은뱅이 밀을 키우는곳이 진주 어딘가 한곳 뿐이라고 해서 몹시 안타까웠다. 그런데 이 시에서 앉은뱅이 밀이 나와서 시인의 토종에 대한 사랑이 엿보여서 반가웠다... 다른 시편에 나오는 어머니 먹감 이야기도 마찬가지였고.. 이렇듯 시인의 시는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전통이나 옛것을 사랑하는 마음이 오롯이 묻어나는 향기에 시 읽는것이 즐거웠다
'p72 뜬 모를 꽂으며 . . 중략 그 빈자리에 허리 굽혀 모를 꽂으며 생각한다. 제 아무리 정신 바짝 차리고 살아도 돌아보면 허방을 찾아 뜬 모 꽂듯이 메우고 메워야 온전한 삶이 된다는 것을. . . 이 시는 모내기를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이 안다 이앙기로 모를 다 심고 난뒤, 아무리 잘난 기계도 못들어가는 논가나, 좁은곳은 역시나 사람이 직접 꽂아야 하고, 일주일이나 열흘뒤..기계가 제대로 꽂아넣지 못한 물에 뜬 모도 다시 심어줘야 하는데, 이런 시의 표현이 시인의 시의 특징이다. 그래서 참 좋다 자신의 인생을 자연과 시골풍경으로 절묘하게 엮어낸다.
요즘 난해한 시인들의 시처럼 읽어도 읽어도 뭔 소린지 모를 영혼 갉아 먹는 시가 아니라, 바람을 느낄 수 있는시 찰랑거리는 햇빛을 느낄 수 있고, 내리는 눈이 손끝에 머무는것 같은 그런 편안한 시...
시는 결코 화려하고 세련된 언어로 씌어진게 아니지만, 스트레서 많은 도시인의 가슴을 산들바람처럼 편안하게 쉬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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