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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정리는 정리를 해야 완성되는 일이지 책만 읽는다고 해서 정리되는 게 아니다. 알면서 또 이 책을 샀던 거다. 어쩌면 정리는 하기 귀찮고, 책이라도 붙잡고 있으면 정리 안 하고 있는 죄책감이 조금이라도 덜어질까 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나를 속이는 것도 그만하자. 차라리 정리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를 정면으로 마주하자. 그게 더 낫겠다. 책은 심심하다. 이런 책은 보통 그림이나 사진을 곁들이기 마련인데 자신 있게 글로만 되어 있다. 마치 시험 공부를 하라고 하는 것 같은 구성이다. 이대로 외워서 적으면 답을 맞출 것 같은 형식으로 짜여져 있다. 이런 게 필요한 사람이 의외로 많은 걸까, 이를테면 나 같은 사람? 정리는 되어 있는 공간에서 살고 싶은데 스스로 정리는 잘 못하는 사람? 돈이라도 많이 있으면 정리할 사람을 사서 누릴 수라도 있겠지만 그것도 안 되고. 요점은 다 알고 있을 것이다. 필요한 것을 적당히 갖추고 살아야 한다는 것. 필요 없는 것에 매달리지 말 것. 쓰고 난 물건은 제자리에 둘 것. 그렇지 않으면 찾느라고 시간 낭비, 보관하느라고 시간 낭비, 온통 낭비일 뿐이라고. 습성이든 성격이든 정리할 줄 아는 게 바로 일을 잘 하는 능력이 된다는 것까지. 이사일이 다가오고 새로 집을 정리하게 되면 단출하게 시작하고 싶다. 물건에 매여 나의 소중한 여가를 빼앗기고 싶지 않다. 이제는 이런 책도 더 구하지 말아야 할 때다. 다 알고 있다. 행동으로 실천만 하면 된다.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