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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점이 유행처럼 번져가면서, |
![]() 일단멈춤, 어디서 들어 봤는데 가본적은 없다. 그저 넘어진 듯 보여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 이 바디카피가 마음에 들어서 집어들었다. 게다가 책방운영기 정도로 생각했는데 책방소멸기라니...! 책을 펼치자마자 흥미진진해 한 자리에서 다 읽고나니, 마치 책방을 다녀가기라도 한 듯한 아쉬움이 들었다.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며 사료 그릇을 비워내다 급식소가 사라진 길고양이들 만큼은, 단골 책방이 사라져 아쉬웠을 누군가 만큼은 아니겠지만 저자의 표현을 빌려 "책방에 인격이 있었다면" 그 공간에게 나는 한없이 낯선이겠지만 ... 두어 번 갔지만 몰래 흠모하던 홍대 <녹색광선>이라는 카페가 어느날 어이없게 춘천 닭갈비집으로 바뀐 걸 발견했을 때 충격이 아직도 생각난다. 아마 누군가도 1년 전 혹은 서너달 전 책을 샀던 기억, 주인장의 얼굴을 어렴풋이 떠올리며 일단멈춤을 찾았을 때 그때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솔직히 책방을 열기에 너무 이상적인 것들만 생각한 채 시작했다는 생각도 여과없이 들었다. 하지만 그만큼 진솔하게 썼기에 책을 덮었을 때 응원하는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다른 독립 책방을 응원하는 마음까지 덤으로.
독립책방을 준비하는 이에게도 생각할 거리를 충분히 주는 책이다. 단단히 벼르고 조언하는 투가 아니라, 간접 경험을 물흐르듯 할 수 있으니까. 사실 독립책방이란 곳은 자기만의 색깔로 매번 호기심을 부르지만, 편하게 가기 좋은 곳은 아니었다. 일부러 찾아가야 한다는 번거로움도 그렇지만, 보통은 규모가 소박하다보니 들어가면 꼭 뭔갈 사서 나와야겠다는 압박감과 주인장의 지인이라도 와있을 경우에는 남의 공간에 침입한 이방인 같은 느낌이 든적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친숙하게 책을 사러갈 단골 책방을 만들고 싶어졌다. 일단멈춤처럼, 어느 골목 귀퉁이에서 동네만의 정서를 가진... 고양이가 물도 먹고 밥도 먹으며 쉬어가는 그런 책방을. 참, 저자가 휴가를 떠나는 동안 지인들에게 책방 운영을 맡기고,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임시 주인장들이 남긴 책방일지... 이 부분에서 왠지 울컥. 좋았던 문장은------------------------------------------------- 여행을 좋아합니다. 여행을 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그 안에는 좋아하는 것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은 곧 그 사람을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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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010777000.tistory.com/728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송은정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는 일단멈춤이라는 여행책방을 운영했던 저자의 이야기가 차분하게 담긴 에세이다. 아쉽게도 책방은 찾아가보진 못했지만, 당시 드물게 '여행'이라는 주제에 맞춰서 큐레이션을 했던 터라 화제가 되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중에 한번 가볼까 했을 땐 이미 책방을 접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러고 몇 달이 지난 지금 EJ씨가 내가 좋아할 만한 책을 발견했다며 온라인 서점의 링크를 하나 보내주었다. 그렇게 이 책을 알게 됐고, 늘 마음에 두었던 작가와 책방이었던지라 망설이지 않고 구매하게 되었다. 온라인 서점에 올라온 책 정보를 보면서 판형이 작겠단 것쯤은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실물은 더 작게 느껴졌다. 192쪽이라는 얇은 분량에 사진으로 할애한 페이지도 있고, 본문도 양쪽정렬이 아닌 탓에 텍스트는 턱없이 적어 보였다. '이 책이 만 이천 오백원이라고?'가 솔직한 첫인상이었다. 역시 서점에서 실물로 보는 건데, 내용이라도 조금 읽어볼 걸 하는 자책 아닌 자책을 하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첫 부분엔 우려 섞인 시선 속에서 이직 대신 창업을 택했던 일화를 소개한다. 보통 퇴사를 하면 그다음은 이직이 되기 마련인데, 뜻밖의 행보를 하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용기'를 언급한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용기라니 그럴 리가요' 하고 속으로 대답했다는데, 시작부터 그 꾸밈 없는 이야기가 좋았다. 이후 책방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는 일상적인 이야기도 차분하면서 글맛이 좋아 지루함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특히 무심히 책방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는 짜장면 배달부에게 한마디 하려다 책을 골라달라는 그의 말에 ‘왜 그가 책을 읽으려 한다고는 생각지 않았을까’ 하고 자신을 돌아본다거나, 책방의 분위기를 오롯이 담을 만한 장소를 찾으려 돌아다니거나, 자신만의 공간에서 여유롭게 일하리라 생각했지만 돈 때문에 오히려 밤늦게까지 야근하며 내키지도 않는 강좌를 열었다는 이야기 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쨌든 그때의 경험과 기억으로 이렇게 책도 내면서 전진하는 작가를 보면 쓸모없는 일 역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첫인상은 별로였어도 오랜만에 내 취향의 에세이를 만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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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 open 2016.8 close 여행책방 '일단멈춤' 이야기?? 일단멈춤은 여행을 주제로 한 종이 매체를 소개/판매하는 소규모 서점입니다. 여행, 그리고 책이 품은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부터 우리 일상의 폭이 한 뼘씩 넓고 깊어지길 기대합니다. ??? 독립서점 < 일단멈춤 > ?? 스스로 무언가를 생산하는 행위는 적극적인 의지 없이는 실현되기 어렵고, 그 과정에서 느끼게 될 자괴감은 오롯이 혼자만의 몫으로 남는다.p22 여행과 책은 서로 닮았다. 그 주변을 기웃거리다 보면 언젠가 한 번쯤은 삶의 힌트가 적힌 조약돌을 줍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서.p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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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다니는 햇수가 길어질 수록 닫혀가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기회의 창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른다 동동 구르다 못해 울상일 때도 있지만 앞으로는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절친 은행대출도 있고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국가에 낼 세금도 있고 기꺼이 안고 가야할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고 너무 애틋해서 꿈과 현실을 혼동하면 큰 댓가를 치룰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삶에 부담을 크게 주지 않는 꿈은 여전히 실행에 옮기는데 다른 삶에 대한 꿈을 책읽기로 일갈하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그나마 부담이 제일 없다. 나 역시 부딪쳐가며 오답을 찾아 걸러내는 비효율적인 사람인데다 종종 다른삶에 대책없이 설레이는 사람이기에 자칫 원하지 않는 발을 내딛을 나에게 꿈과 현실의 경계선을 굵게 그어주는 고마운 책이다. 사람냄새가 많이 책이기도 하니 많은 감정이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작가의 다른 책이 있나 찾아보련다. *늘 혼자라고 생각해왔지만 실은 각자 작신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소리 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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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서시기: 180203~180204 (2일) |
|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라는 표제를 보고 단숨이 흥미가 일어켜지는 제목인것같습니다.. 누군가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호기심아라 인지 마음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도 약간은 들지만. 저자의 책방을 운영해나가면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들과 경험들을 적나라하게 느껴볼수가있어서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둡니다. 사진과 글들이 조화롭개 어우러져있다는 생각이 절로듭니다. 다음 도전에는 꼭 이루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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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 앞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10시 반쯤 된다. 정류장 앞 서점에는 아직 불이 환하다. 나는 집으로 가기 전 서점에 꼭 들렀다. 주인 아저씨 옆에서 만화책도 읽고, 소설책도 읽고, 공부하기 힘들다는 하소연을 쏟아 놓다가 아저씨가 문 닫을 준비를 하면 집으로 왔다. 책 속에 앉아 있는 20분의 시간이 하루 중 유일하게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을 좋아하게 되고, 책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 건 그때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게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일단멈춤에서 머무는 동안 나는 더 많은 책이 읽고 싶어졌고,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 좋아하는 마음이 더 큰 좋아하는 마음을 낳았다. 훌륭한 책방 운영자는 아니었지만 예전보다 더욱 선명하게 책을 둘러싼 일을 사랑하게 됐다. 책방을 닫겠다는 결말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과 닿아 있었다. 책방을 정리하고 그녀는 세 권의 책을 썼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와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과 <일단 멈춤, 교토>가 2016년 책방을 닫은 후 나온 책들이다. 책방을 열겠다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겠지만 책방을 정리한다는 것은 더 어려운 결정이었을 것 같다. 자의든 타의든 잘 나가는 책방을 닫는 게 쉽겠는가. 하지만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위해 과감한 결정을 하고, 정말 좋아하는 글 쓰는 일을 하게 된 그녀를 응원한다. |
![]() 제목을 보면 쉽게 예상할 수 있겠지만 도서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에는 저자 송은정 작가가 책방을 운영하며 느꼈던 일상과 생각들이 담겨져있다. 일단멈춤을 연 이후 나는 이른바 '꿈을 이룬 멋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겉보기에 그러면 된 것이다. p 150 - 어쩌다가 책방 주인 피로한 매일을 버티게 하는 건 저 먼 나라의 압도적인 풍광이 아니라 일상의 파편들이었다. p 092 - 고양이의 시간 인생의 정답이나 원칙 같은 거창한 주제가 아닌 무언가를 시도하고, 고뇌하는 그 과정을 적당한 거리감을 가지고 담담하게 지켜볼 수 있었던 것이 위의 도서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의 장점이라 생각한다. "고루 기쁘고 불행했다" 라던 저자의 책방운영자의 일상이 끝남에 도서도 끝을 맺는데, 저자의 또다른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며 감상을 마친다.
p.s. 송은정 작가 Instagram p.s. 2. 관련 영상 ▷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파자마책빵 ▷ 낭만적인 동네 책방, 현 주소 살펴보니 - 스브스 뉴스 ▷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동네 책방', 현실은 다르다? - norm ============================== 시작에 관한 이야기는 늘 어렵다. 때로 어떤 결정은 논리적인 인과관계를 따르는 대신 팡 터지는 폭죽처럼 별안간 일어난다. 책방을 열기로 한 결심 역시 마찬가지였다. … 퇴사 이후 이직이 아닌 독립을 선택한 나를 두고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용기'에 관해 이야기했다. 너의 용기 있는 결정을 응원한다는 격려의 메시지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물론 그 메시지 속에는 미처 말하지 못한 우려와 안타까움도 담겨 있었을 테다. 모든 걱정거리는 용기라는 멋진 포장지로 적당히 감춰졌다.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항변했다. '아니, 용기라니 그럴 리가요.' 내가 발휘한 용기란, 결국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폴짝 점프한 정도였다. 삶이 한 단계 더 나아가길 기대할 때, 아래에서 위로의 상승이 아니라 오른쪽 혹은 왼쪽의 어딘가여도 괜찮지 않을까. 여기엔 전진도 후퇴도 없다. 높고 먼 방향으로 점프하는 것만이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데려가 주지는 않을 것이다. p 014 ~ 018 용기라니 그럴 리가요 ============================== 2014년 11월 29일 마지막 주 토요일. 여행책방 일단멈춤이 문을 열었다. 특별한 오픈 파티나 이벤트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다만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일어났을 뿐이다. 책방에 인격이 있었다면 이 무심한 시작이 서운했을지도 모른다. 으스러질 것 같은 몸을 이끌고 J와 함께 첫 출근길에 나섰다. p 038, 039 조용한 시작 ![]() ============================== 네 권의 책과 두 권의 노트, 엽서 두장과 포스터 한장을 판매했다. 사정상 한 권씩만 들여놓은 단행본은 판매와 동시에 재고 0권이 됐다. 총 판매액은 67,900 원. 도서 공급률과 입고 수수료를 감안하면 순이익은 18,330 원. 오늘 하루 치의 노동 시간과 수고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액수 18,330 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 달의 성과와 무관하게 성실히 입금되던 월급이 잠시 떠올랐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머릿속을 부유하는 고민들을 쓸어 모아 한쪽 구석에 슬며시 밀어두었다. 우선은 퇴근길 편의점에 들러 J를 위한 수입 맥주 한 캔과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파인트를 사야겠다. 오늘 밤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p 046 18,330 원어치의 하루 ============================== 그렇게 한참, 아주 한참을 뜸 들인 끝에 겨우 뱉은 한마디란 "책을 정말 좋아해야 할 것 같아요" 였다. 아, 망했다…. 스스로도 확신이 없는 듯한 답변에 온몸이 훅 달아올랐다. 하나 마나 한 소리를 충고랍시고 하다니. 불안정한 수입에도 반년은 버틸 수 있을 통장 잔고와 일희일비하지 않는 침착함도 중요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 눈앞에 산적해 있는 책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자신이 애정해마지않던 책이 처치 곤란한 짐으로 뒤바뀔지 모를 언젠가를 나는 늘 상상해왔다. 서점의 모든 책은 재고가 된다. 자신의 가게를 운영한다는 마음의 부담보다 더욱 무거운 건 실재하는 책의 무게였다. 이는 애서가가 누리는 장서의 즐거움과는 전혀 다르다. 책방 주인이라면 쌓여가는 책들에 모종의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단멈춤에서 판매하는 단행본은 80퍼센트 이상이 현금 매입을 통해 입고됐다. 책이 팔리지 않으면 바닥난 잔고는 물론이고 재고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결국 책을 주문할 때마다 잘 팔릴 것 같은 베스트셀러 목록에 눈길이 갔다. 종종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최후의 순간까지 제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책들이 비좁은 내 방 책장으로 옮겨지는 상황에서도 겸허히 웃을 수 있을까. 아직까지 대답은 예스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매출이 보장되는 책을 일단멈춤에 들여놓는 데 골몰했을 것이다. 판매가 저조할 게 눈에 선한 책들을 내 욕심껏 사들일 수 있었던 것 역시 함께 집으로 돌아갈 마음의 준비를 다진 덕분이었다. 물론 그런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p 058 ~ 060 지극히 개인적인 충고 ============================== 가끔은 아무도 없는 텅 빈 책방으로 출근하는 내 모습이 인적드문 마을의 정류장에 하차한 유일한 승객처럼 느껴지곤했다. 부연 먼지를 날리며 자리를 뜬 버스 안에는 동일한 목적지로 향하는 승객들이 앉아 있다. 홀로 남은 나는 이제부터 오롯이 자력으로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안전하게 잠들 수 있는 장소를 찾고, 배를 곯지 않게 끼니를 때우고, 방향을 잃지 않는 법을 깨우쳐야 한다. 차가운 밤, 온기를 나누며 끌어안을 친구 하나 없는 완벽한 혼자인 상태. 내 갈 길 가겠다며 기세등등하게 회사라는 버스에서 내렸지만 두렵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 일단멈춤을 운영하며 좋은 이웃들을 만났다. 대개는 책방 운영자와 손님으로 시작된 평범한 만남이었다. 대화의 물꼬가 터지고 상대의 정체를 알게 되면서 우연은 시작된다. 알고 보니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고, 여행작가이고, 디자이너이고, 싱어송라이터인 그들에게 나는 함께 재밌는 일을 벌여보자며 슬며시 옆구리를 찔렀다. 우리는 그렇게 흔쾌히 서로의 이웃이자 동료가 되어주었다. 버스가 떠나고 혼자인 줄로만 알았던 낯선 정류장에서 인기척이 들리는 순간이다. p 078, 079,080 그해 여름의 명왕성 ============================== 꼬박 모니터 화면만 바라보다 문득 고개를 드니 기척도 없이 저녁이 다가와 있었다. 불현듯 마주하는 고요한 풍경으로부터 나는 쉽게 행복을 느꼈다. 책방 안쪽까지 깊숙이 새겨진 한낮의 그림자, 오렌지빛 노을에 푹 젖은 책과 테이블, 살짝 열어둔 문 앞에 앉아 나를 빤히 지켜보는 고양이의 시선. 피로한 매일을 버티게 하는 건 저 먼 나라의 압도적인 풍광이 아니라 일상의 파편들이었다. … 누군가에겐 더할 나위 없이 느슨한 공간도 실은 노동의 현장인 것이다. 나는 의식적으로 업무 틈틈이 심심한 시간을 마련했다. 겨울에는 티팟 가득 홍차를 우리고, 먼지가 소복이 쌓인 식물의 잎을 하나씩 정성껏 닦아내고, 고양이이 밥그릇이 비어 있진 않은지 수시로 내다보았다. 운 좋게 녀석들과 마주치면 가만히 무릎을 모으고 앉아 오독오독 소리를 듣는다. p 092, 096 고양이의 시간 ============================== '왜 교보문고가 아닌 일단 멈춤에 가야 할까? 책방을 준비하는 동안 끊임없이 들었던 질문. 상대의 얄궂은 물음이 매번 불편했다. 번번이 속상해하면서도 나는 마땅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때는 머쓱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겠구나 싶다. 그동안 책방을 일구며 매일 하나씩, 무엇이든 배웠다. 알고 시작한 것보다 시작하고서 알게 된 것이 훨씬 많다. … 우려했던 7.5평 남짓한 작은 공간은 오히려 장점이 됐다. 작가와 독자, 손님과 운영자 사이의 간격은 마음의 거리 또한 좁혀주었다. 6인용 테이블에 둘러앉은 우리는 책을 징검다리 삼아 서로에게 다가갔다. 작가와 독자라는 호칭 대신 이름을 부르며 고민을 공유하는 밤이 계속됐다. 그 밤이 차곡차곡 쌓여 어느덧 1년이 흘렀다. p 116, 117 교보문고가 아닌 일단멈춤 ============================== 회사를 나왔다고 해서 자유분방한 삶이 내 품에 와락 안기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여느 직장인들이 겪는 고충과 불만은 책방 주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일단멈춤의 안녕을 위해 저녁을 담보로 시간을 빌려쓰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 사람들이 떠난 염리동 골목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동네에서 유일하게 불을 밝힌 책방에 덩그라니 앉아 있노라면 하루를 무사히 보냈다는 보람 대신 쓸쓸함이 앞섰다. 밝은 대낮에는 느끼지 못한 일상의 무게에 덜컥 겁이 났다. 문제는 명확했지만 달리 수가 보이지 않았다. 워크숍 수강료로 벌어들이는 고정 수익을 생각하면 추가 근무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나는 돈에 무지했다. 돈의 속성을 모른다. 순진한 얼굴로 나의 유일한 자산인 시간을 돈과 맞바꿨고 그 대가는 혹독했다. 아르바이트생이라도 두고 개인 생활을 챙기라는 주변의 조언은 속 모르는 소리였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불해야만 했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회사를 탈출한 뒤 세상의 법칙에 등돌리며 살 것 같은 내 인생이야말로 돈 앞에서 자주 휘청거렸다. p 120, 121 매출 대신 데이트 ============================== 하지만 알고 있었다. 나를 꿈에 부풀게 한 이 모든 풍경이 잠시 머물다 떠나는 여행자의 시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어디에도 영원한 저곳은 없었다. 지금의 이 흥분도 시간과 함께 퇴색할 예정이었다. 저곳은 다시 '이곳'이 되어 나를 낙담케 하겠지. p 126 공무원 팔자라니 ============================== '내성적 성격'이란 틀로 나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나는 자기주장이 강한 편은 아니지만 수동적이지 않고,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 진 않지만 몇몇과는 꽤 깊은 유대감을 공유한다. 앞에 나서는 일이라면 어떻게든 피해보지만 막상 닥치면 꽤 그럴싸하게 해낸다. 한때는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런 내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다. 때늦은 사춘기에 괴로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모든 게 나라는 사람임을 알고 있다. 아는 것을 넘어 기꺼이 받아들였다. 내키지 않는 약속은 잡지 않고, 혼자서도 얼마든지 즐겁게 놀 줄 아는 나를 자랑스러워하게 됐다. 여분의 시간 동안 나는 햇볕 아래 식물처럼 가만히 에너지를 충전했다. 그 힘으로 다시 친구를 만나고, 밥을 지어 먹고, 일을 한다. 나는 책방이야말로 내게 딱 어울리는 일터라고 생각했다. 사람들과의 교류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일이 무어 있을까싶고, 그저 자리를 지키며 책만 팔면 되는 줄 알았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손님은 책을 고르며 저만의 고요한 시간을 보내고, 책방 주인은 그 분위기를 흩트리지 않은 채 묵묵히 제 일을 한다. 그것이 내가 떠올린 이상적인 책방의 풍경이었다. 누구의 방해도 없는 무해한 공간 얼토당토않은 바람이었다. p 135, 136 나만 모르는 비밀 ============================== 많은 사람들이 내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부럽다는 말을 건넸다. 일단멈춤을 연 이후 나는 이른바 '꿈을 이룬 멋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겉보기에 그러면 된 것이다. 일단멈춤은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20대 후반의 여성이 자신만의 공간 그것도 돈 안 되는 책방을 차렸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좋은 기삿거리였다. 나 역시 그들의 장단에 손뼉을 마주쳤다. 열심히 홍보해야 사람들이 찾아오고, 안정적인 수입을 거둘 수 있을테니까. 노력한 보람이 있는지 매체에 소개될수록 손님도 많아졌다. 하지만 놀랍게도 수입은 거의 늘지 않았다. 노력이 부족한가 싶어 더 많은 행사를 열고 더 얼굴을 비쳤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의 절반은 사실이 아니었다.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달에도 내키지 않는 외주를 받아 원고를 썼다. 그 고료로 한 달 치 전기세를 내고 필요한 비품 몇 가지를 살 수 있었다. 책방의 유명세와 부러움의 시선은 내 삶의 질을 조금도 높여주지 않았다. 도리어 글을 쓰기 위한 에너지와 시간마저 앗아갔다. 지난겨울부터 고민은 깊어져갔다. 이대로 책방을 유지할 수 있을까.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처음의 다짐과 달리 아쉬운 게 많아졌다. 그 애꿎은 마음이 자꾸 고민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p 150 , 151 어쩌다가 책방 주인 ============================== 퇴근을 앞두고 일일 매출을 정산했다. 책방의 살림 규모가 여실히 드러나는 시간. 외면하고 싶지만 피할 도리가 없다. 엑셀 파일에 기록한 금액을 계산기에 하나씩 입력할 때마다 숨이 흡 하고 멈췄다가 이내 긴 한숨이 터졌다. 안도, 탄식, 실망, 기대, 비아냥. 그 외 이름 붙일 수 없는 영문 모를 감정들이 공기 중에 섞였다. 1만 2000 원, 3만 원, 1000 원, 1200 원…. 돼지 저금통에 잔돈 모으듯 한 푼 두 푼 쌓은 돈으로 여태껏 책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하다. 매출이 마치 신이 던진 주사위 놀이에 의해 결정되는 듯했다. … 가끔은 하늘의 누군가가 부디 주사위를 제대로 굴려주시길 기도하게 된다. 하지만 그마저도 핑계일 뿐 이 모든 심각한 상황이 나의 무능력으로 인한 것이라는 결론에 자주 이르렀다. 매일 저녁 마주하는 숫자는 하루 동안 흘린 나의 땀과 노력 능력을 평가하는 점수처럼 느껴졌다. 슬렁슬렁 요령을 피우든 밥 먹듯 야근하며 최선을 다하든 변함없는 월급을 받던 직장인 시절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다. 일을 하면 월급을 받는다. 이 단순한 경제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지금의 삶이 나는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일단멈춤을 시작한 뒤로 주 6일, 하루 평균 9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다. 그렇게 벌어들인 매출에서 월세와 각종 세금, 도서 구입비, 워크숍 강사비, 위탁 수수료 등을 제하고 나면 60~80만 원 남짓의 순이익이 손에 남았다. 2016년 최저임금 6,030 원.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 1,260,270 원보다 못한 액수다. 대신 적게 벌고, 적게 일하자. 초과근무에 시달리며 개인 시간을 뺏기는 상황을 감내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 이유는 하나였다. 꾸준히 습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러기 위해선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막상 공간을 열고 보니 무엇 하나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책방은 작업실이 될 수 없었다. 여느 직장이 그렇듯 그저 일터일 뿐이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동안은 손님을 응대하고, 행사를 기획하고, 입고 처리가 우선인 운영자 역할에 충실해야 했다. 글에 집중할 정신적 여유 따윈 허락되지 않는다. 책방 일에만 오롯이 매달려야 월세를 밀리지 않을 만큼의 수익을 내고 내일도 모레도 무탈하게 책방을 열 수 있었다. 일단멈춤의 인지도가 쌓이고 안정기에 들어서면 '돈을 벌 수 있는 일'보다 '돈은 안 되는 일'에 조금 더 에너지를 쏟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요원한 바람이었다. 책방이 순조롭게 굴러갈수록 더 많은 노력과 관심을 기울여야 했다. 안정된 속도를 유지하려면 잠시도 한눈을 팔아선 안 된다. 더 많이 일하고, 더 적게 버는 지금의 상황을 벗어날 수 있을까. 보람은커녕 차츰 나아질 것이라는 처음의 기대조차 이제는 사그라들었다. … 일주일 내내 만약의 가능성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미봉책인 걸 알면서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지금의 상황을 어떻게든 모면하고 싶었다. 요즘은 매일 돈에 대해 생각한다. 살면서 이렇게 돈 궁리를 해본 적 있나 싶을 만큼 골똘히. … 언제부터인가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선택하는 일이 잦아졌다. 마지못한 결정이 쌓일수록 얼굴 없는 원망의 대상이 하나씩 늘어갔다. p 152 ~ 156 그래서 돈이 어떻다고요 ============================== 공간은 나와 함께 호흡하고 움직였다. 내가 풀이 죽어 있으면 책방의 공기도 무겁게 가라앉았다. 굼뜨게 움직이는 동안에는 책방도 멈춰 서 있다. 두 번째 봄을 맞은 나는 일단멈춤을 건강하게 꾸려가기엔 몸과 마음이 무너진 상태였다. 자주 불행한 얼굴을 지었고 사람들은 피곤해 보인다며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 빚을 지는 상상만으로도 겁이 났다. 자영업자로서 낙제점에 가까운 내가 용케 여기까지 왔다. 그렇다고 세상 잃은 얼굴을 한 채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미래야 어찌 되든 아쉬움이 나는 건 싫다. p 157, 158 우아한 백조의 고백 ============================== "책방에 손님이 오시면 귀찮기도 하고 그런가요?" 글 쓸 시간이 없어 괴롭다는 나의 하소연에 김중혁 작가가 되물었다. "음…" "가끔은요." 애써 감춰왔던 속마음이 구멍난 바지의 동전처럼 우수수 바닥에 떨어졌다. 내 대답에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나였다. 어디로든 숨고 싶었다. 철없는 욕심이었을까. 책방을 운영하며 전업작가의 길을 닦고 싶었다. 가족과 J에게 기대지 않을 만큼의 경제력을 갖추고 싶었다. 이왕이면 이 모든 바람의 해답을 일단멈춤 안에서 모색해보고 싶었다. 결국은 무엇 하나 제대로 즐기지 못한 채 여기저기 책임을 전가하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책방을 기꺼이 찾아준 손님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은 기어코 나를 코너에 몰아세웠다. 단 한 번도 쉽게 길을 터준 적이 없다. p 159, 160 우아한 백조의 고백 ============================== 힘껏 달리는 데 집중하느라 파란 하늘을, 나뭇가지에 앉은 새를, 나란히 달리는 친구를, 다정한 식사를, 일요일 오후를 부디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p 162 우리는 뭐 하려고 ============================== 능력 있는 책방 운영자로 성장하지 못한 자신을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내 안의 인정 욕구와 자존심이 서로를 밀치며 투닥거렸다. 나는 실패한 것일까. 이 일에 모든 것을 걸지 않겠다는 처음의 다짐이 허무맹랑하게 느껴졌다. 책방을 시작할 수 있었던 건 '망해도 괜찮다'라는 마음가짐 덕분이었다. 혹여 망하더라도 인생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일을 벌였다. 물론 모아둔 돈을 죄다 탕진하긴 했지만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액수였다. 나는 책방을 죽기 살기로 하고 싶지 않았다. 곱씹을수록 이보다 더 위협적인 다짐도 없다. 설령 그것이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일지언정 그 말에 서려 있는 과도한 결기가 겁났다. 그 단호한 의지가 언젠가 나와 내 주변을 덮쳐 삼킬 것만 같다. p 166, 167 모든 것을 걸지 않았다 ============================== 나만 생각하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언제나 그 기준을 떠올렸다. 결정을 통해 얻는 위로와 이득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맞닥뜨린 한계를 직시하려는 노력이기도 했다. 사과할 일이 있다면 고개를 숙이고, 고마웠던 일엔 미소를 보내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나는 지난 시간을 성급히 봉합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일단멈춤을 실패의 경험으로 기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더욱 나만을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썩 근사한 책방 운영자가 아니었다. 그 이유 하나면 충분했다. 펜을 내려놓았다. …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 그러지 못한 이들보다 특별히 더 행복할 거라 주장하고 싶은 마음 또한 없다. 밥벌이에 관한 문제 앞에서만큼은 늘 공평했다. 회사원일 때도 책방 운영자일 때도 글을 쓸 때도 나는 고루 기쁘고 불행했다. 언제나 그랬다. p 167 ~ 169 모든 것을 걸지 않았다 ============================== 2016년 8월 31일 수요일 여행책방 일단멈춤이 문을 닫았다. 안녕을 고하는 자리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오후 1시에 출근해 미처 다 치우지 못한 쓰레기를 버리고 청소를 했다. 화분 몇 개는 이웃 가게인 식물성에 맡겨두었다. 책방에 인격이 있었다면 이 무심한 끝이 속상했을지도 모른다. 얼떨떨한 얼굴로 J와 기념사진을 찍은 뒤 친구 신혜와 함께 김치 삼겹살 식당으로 회식을 하러 나섰다. 그날 밤 배가 몹시 아팠다. p 178, 179 조용한 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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