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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성이 세월 따라 변한다는 것은 어느정도
맞는 말인 것 같다.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다. 젊어서는
거의 육식을 하지 못했던 내가 지금은 그렇지 않을 걸 보면 말이다. 그렇다고 젊어서 육식을 전혀 안
했다는 것은 아니다. 먹더라도 많이 먹지를 못했고, 한끼
먹으면 며칠은 쳐다보기도 싫었을 뿐이다. 회식을 한다고 소주에 삼겹살을 먹었다 치면 그 주는 삼겹살은
물론 어떤 고기라도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해외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가장 고민스러운
것이 먹는 것 이었을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해보니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나 싶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어려서 그만큼 육식을 풍족하게 접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인가, 우리 식탁에 육류가 자주
오르게 되면서 이제는 주기적으로 먹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 지 싶다.
인간은 잡식동물이다. 먼 옛날부터 수렵과 채취로 식량을 해결하였으며, 동물성단백질은 수렵을
통한 동물사냥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만큼 용이하지 않았고 그래서 동물성단백질을 섭취하기는
힘이 들었다. 분명 육류는 인간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필요한 영양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그러한 육류를 제한없이 먹을 수 있기에 이르렀다. 불과
수십년전만해도 소위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소수의 사람들 만이 풍성하게 육류를 소비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누구나 쉽게 육류를 접할 수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게 되었을까? 그 답은 공장식 축산에 있다. 오늘날 육류산업은 이전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양의 육류를 그것도 매우 싼값에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육류소비를 자신이 원하는 만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엄청난 육류소비량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 육류를 공급하는 업체는 몇 안되는 다국적 기업들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수익은 가히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육류산업은 이러한 상업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으며, 그 비용을 교묘하게 사회에 떠 넘기고 있다. 토질과
수질오염문제,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문제, 축산업노동자의
임금착취와 기본적인 노동권침해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책 [육식의
딜레마]는 그러한 육류산업이 인류를 어떤 식으로 위협하고 있으며, 그들의
관점을 바꾸기 위해서 소비자인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한 책이라고 외식사업 전문가인 저자는 말한다.
지금의 육류산업이 호황을 누리게 된 것은
공장식축산이라 불리는 밀집 동물사육시설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이런 밀집 사육시설은 1930년대 양계업에서 출발하여 지금은 소와 돼지까지 확장되었으며, 육류기업은
사료에서부터 시작하여 사육, 가공에 이르기까지 육류생산의 모든 부분을 빠짐없이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육류생산방식은 여러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역에
따라 종의 다양성이 주는 이점을 외면한채 유전자조작을 통한 특정형질만 선별해 육종한다. 예를 들어 대표적인
육계품종인 코니시크로스는 45일만에 시판체중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평범한
옛날 닭이 똑 같은 무게에 이르려면 최소한 6개월이 걸리는데 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우리가 먹는 닭고기는 실제로 우리가 아는 닭과는 무척 다른 모습이라고 말한다.
지금의 육류생산방식은 농업 자체를 바꾸어
놓기도 했다. 농업은 우리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 먹을 곡물을 생산하기 위하여 넓은 땅에 한 작물만 심는
단일재배라는 새로운 농업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경작지 감소 및 산림 벌채 등 갖가지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육류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농업자산을 매입하거나 임차하여 자신들의 사업을 확장한다. 여기에는 자유무역협정이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는
개발도상국의 식량안보를 보장하지 못하는 무역협정이 확산될수록 세상에는 기아와 불안, 굶주림이 더 널리
퍼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가 아니라 소, 돼지, 닭이 먹을 사료를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가축을 먹일 사료작물과
목초, 가축을 키우는데 들어가는 땅이 세계농지의 8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하면 광우병이나 조류독감과 같은 질병은 동물성단백질 사료가 그 원인이다. 밀집시설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는 유전자 풀이 좁아 바이러스에 취약하고 항생제사용에 따른 항생제 내성은 우리모두를
바이러스로부터 더 이상 보호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또한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온실가스의 14퍼센트를 차지하며, 축산폐수는 수질오염은 물론 농경지 중금속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저자는 동물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사용하는 성장촉진제나 호르몬제, 축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낮은 임금과 고된 노동강도, 육류회사의 수평적통합에 이은 수직적통합으로 설자리를 잃고 몰락해가는 개인 목축업자 및 소규모농장문제, 성분표시위조와 불순물 첨가, 유통기한조작과 같은 식품사기문제, 무역협정의 확산에 따른 개도국의 토지 수탈과 같은 온갖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우리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하게 될 육류산업의
어두운 면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육류생산방식은 장기적으로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이러한 육류생산기업이 해체되거나
소규모로 분할되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육류를 먹지 않아야 된다고 주장하지도
않는다. 그는 우리가 현재의 육류산업을 제대로 이해하고, 육류기업들이
지금까지 해온 관행을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다는 신호를 그들에게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권보호, 환경규제, 독점금지와 같은 강력한 법을 국가가
제정할 수 있도록 정치적인 행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기업과 정부가 생태농업적 축산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인류가 필요로 하는 육류를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얼마전 일어난 달걀파동과 같은 일은 지금의 육류생산방식이 지속되는 한 언제든지 일어날 수밖에 없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그러나 그 순간이 지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잊고 만다. 육식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지금의 육류산업은 우리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빼앗아 가고있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 에 따라 우리가 먹는 육류가 안전해지고, 그러한 육류산업이 지속가능한 산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오늘 우리가 먹는 육류는 어디서 어떻게 자라고 가공되어서 온 것일까? 우리가 먹어도 안전한 것일까?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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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을 떠올렸다.
소규모로 자급자족하던 전통 시대에는 '육식'이 매우 소중한 단백질 섭취의 기회였다.
30여년 전만하더라도 어른들이 하던 말들 중에 '이팝(쌀밥)에 소고기국'을 먹는 것이 풍족함의 상징이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우리의 식단에 육류가 너무 많아 그로 인해 건강 불균형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아마도 그러한 현실을 '우리가 먹는 소, 닭, 돼지는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부제가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공장식 사육과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비위생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축산과 도축 과정이라 하겠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 하에서 그러한 현실이 쉽게 극복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소비자인 우리들이 그러한 현실을 이해하고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목소리를 내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자는 다양한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진단하고 소비자들이 그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육가공 식품들이 대량 생산되는 체제 하에서 육류 공급 체계에 대한 다양한 현상과 문제점들을 적시하고 있다 할 것이다.
나 역시 육류를 매우 좋아하기에, 쉽게 채식주의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건강한 소비'를 위해서 소비자로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여겨진다.
이 책의 제목 만큼 '육식의 딜레마'에서 쉽게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