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정선 고을에 한 양반이 살고 있었다. 그 양반은 성품이 무척 어질고 글읽기를 아주 좋아했지. 그래서 밤낮없이 책을 펴 들고 읽기만 하였다. 어느 날, 그 고을에 원님이 새로 부임을 왔다. 새 원님도 학식이 높은 양반 애기를 일찍 듣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임하는 길에 그 양반을 찾아갔다. 한참을 가니 저만치 다 찌그러져 가는 움막이나 다름없는 초가집 한 채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집에서는 책읽는 소리가 났다. 원님은 그 양반을 불러 보았다. 옷차림을 보아 보통 사람은 아닌 것이 분명하였다. 양반은 읽던 책을 덮어 놓고는 황급히 일어나 문 밖으로 나와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양반과 원님은 이 얘기 저 얘기 나누다 원님은 곡식을 좀 내드릴 테니 관가로 오셔서 가져가라고 하였다. 양반도 처음에 그러지 안으려고 했지만 양반은 어쩔 수 없이 관가에서 곡식은 꾸어다 먹은 게 몇 해 안 가 천 석이나 되버렸다. 그렇게 세월은 자꾸 흘러갔다. 강원도 관찰사가 각 시군 을 순찰하다가 정선까지 오게 되었다. 원님은 관찰사에게 양반은 가두라는 명령을 받았다. 양반은 당장 천 석을 갚아야만 하였다. 양반은 아무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며칠 밤낮을 울기만 했다. 양반네 집이 곤경에 빠졌다는 소문은 날개를 단 듯 빨리도 퍼져 건넛마을까지 알려졌다. 마침 건넛마을에는 돈과 땅이 아주 많은 최 부자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양반은 아니였다.최 부자는 돈은 많지만 늘 양반만 보면 넙쭉 절을 해야하니 이래선 안되겠다고 아들들에게 말을 했다. 그래서 최 부자는 아들들에게 우리가 천 석을 갚아주고 양반을 사 버리자고 하였다. 아들들은 모두 찬성하였다. 의논을 마친 최 부자는 서둘러 건넛마을에 사는 양반을 찾아갔다. 최 부자는 조금 뜸을 드리다가 양반께 말을 했다. 최 부자는 곡식 천 석을 갚아 드릴 테니 선비님의 '양반'이란 신분을 최 부자에게 넘겨주라고 하였다. 양반은 너무 좋아서 양반 신분을 넘겨주겠다고 하면서 마치 기다린 듯한 기분으로 말을 하였다. 양반과 최 부자는 내일 관가에 가기로 하였다. 원님은 이 소식을 듣고 내일 관가로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모이도록 명령을 내렸다. 이튿날 관가에서는 원님이 양반이 지켜야 할 법칙을 최 부자에게 읽어주었다. 최 부자는 조금 놀란 것 같았다. 양반이 지켜야 할 도리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였다. 최 부자는 너무하다며 불평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