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멸화군(滅火軍) 불의 연인』은, 무협 판타지다. 표지에는 다정한 연인이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달달한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오산이다. 물론 서로를 향하는 남녀의 로맨스는 있지만 그것이 소설을 이끄는 원동력은 아니다. 오로지 불과 싸우는 운명을 타고난 멸화군과 불을 지배하는 족속, 불에 지배당한 자들의 맹렬한 싸움이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할 정도로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소설은, 총 2부로 구성돼 있으며 20년의 간극이 존재한다. 1부에는 멸화군 '길환'이, 2부에서는 길환의 아들 '길우'가 각각 2대에 걸쳐 소설을 이끌어간다. 또한, 조선을 개국한 이성계와 정도전을 시작으로 세자 책봉을 앞둔 의안대군과 정안대군(훗날 태종)의 대치, 2부에는 태종 이방원과 그의 아들 충녕대군(훗날 세종)까지 역사 속 인물들을 소환해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었다. 단군 설화에 덧붙여진 물과 불을 다스리는 부루와 부소의 새로운 신화 역시 흥미롭다. 소설은 불을 인간의 욕망에 대비시킴으로써 그릇된 인간이 빚은 탐욕과, 만족을 모르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좇으려는 어리석은 마음을 잘 설명한다. 욕망의 노예로 전락한 인간의 속성과 본질이 불로 규정된 것이 씁쓸하지만 이보다 명확한 비유가 또 있을까 싶다.
|
|
인왕산 중턱의 동굴에서 거친 울음소리가 들리고, 불길이 치솟는다. 산짐승들조차 동굴 근처에 가지 않지만, 이성계는 일부러 찾는다. 제문을 통해 불의 신을 다스리면, 인왕산 아래에 도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격전 도사들의 제문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은 거세진다. 이무기의 모습으로 바뀐 불은 예나 지금이나 인간들은 어리석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동굴에 들어온 인간들을 처단하려고 한다. 그때 나서는 이가 있으니 짐꾼들에 섞여 있던 길환이다. 그는 술법으로 불을 사라지게 만든다. 하지만 불은 그냥 사라지지 않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이겼다고 기뻐하지 마라. 너희가 서로 의심하고 다투면서 약해졌을 때 반드시 돌아오겠다.”(p. 17)
『멸화군』은 조선 최초의 상설 소방 조직인 멸화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종대왕이 화재를 전담으로 진압하는 조직을 창설하라고 지시했다고 하는데, 소설은 태조(이성계) 때부터 멸화군이 있었다고 가정하고 있다.(p. 450) 동굴에서의 활약으로 길환은 이성계의 신임을 얻는다. 덕분에 길환은 멸화군을 창설하고 두령이 된다. 이는 길환이 동굴에 갔을 때부터 생각한 것이었다. 아무리 길환이 불과 싸우는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하지만, 더는 오래된 전설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는 불과의 싸움을 끝내려는 길환, 과연 전설을 깨고 끝낼 수 있을까.
정명섭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멸화군』을 역사 소설면서 판타지이며, 로맨스라고 말하고 있다.(p. 450) 그리고 현재를 담은 소설이기도 하다. 조선 시대의 멸화군을 대한민국의 소방관으로 바꿔도 전혀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왜 고마워하지도 않는 저런 놈 밑에 있는 겁니까? 제가 어르신한테 잘 이야기할 테니까 그냥 고향으로 내려가시죠.” 그러자 이야기를 들은 군배가 버럭 화를 냈다. “우리가 불과 싸우는 것은 누구의 명령을 받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될 것이야.” “고마워하지도 않고 감사해하지도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왜 목숨을 거는 겁니까?” “그게 우리 운명이란다. 좋든 싫든 받아들여야만 해.” 운명이라는 군배의 말을 들은 길우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p. 248)
물론 지금의 소방관이 이 소설의 멸화군처럼 운명 때문에 불과 싸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목숨을 건 싸움에서 패배하면 멸화군처럼 비난의 화살을 맞고는 한다. 요새 화재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어서 더 와닿는 소설이다. 불을 인간의 의심이나 증오로 확장시킨 점도 인상적이다.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갈지 몰라 내내 궁금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재밌다. 다만, 로맨스가 약하고, 오타가 많다. 아쉬운 문장도 많다. 인용한 문장만 보더라도 같은 뜻을 가진 단어를 잇달아 쓰고 있다.(고마워하지도 않고 감사해하지도 않는) 그럼에도 화재가 잠잠해진 탓에 쇠퇴했다는 멸화군을 살리기 위한 작가의 노력이 빛나고 있다. 이 빛에 소방관을 비추어 보는 건 어떨까.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누군가를 증오하거나 미워해본 적이 별로 없다. 증오한다거나 미워한다는 건 그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나란 사람은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은 아니다 보니 쉽게 지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증오를 뭉쳐, 미움을 뭉쳐 복수를 꿈꾸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오랜 세월 포기하고 싶고, 그만 두고 싶은 생각을 그 사람들이라고 안했을까? 하지만 마음안의 그 뭔가가 계속해서 복수의 에너지를 만들라고 했을 테니 그 마음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고, 어려운 일을 했음에도 무시당하는 입장이라면 그 아픈 마음은 또 어떨까?
조선시대 소방관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는 ‘멸화군’에는 2대에 걸친 인물이 등장한다. 1부에선 길환이 태조 이성계와 부하들을 화귀들로부터 구해준 인연으로 멸화군의 수장이 된다. 길환 일행은 대대로 화귀와 싸워야 하는 운명으로 무협 능력을 지녔다. 멸화군이 화귀들과 싸워 이기고 있을 즈음 월선루에서 불이 난다. 이때 길환은 기생 홍연을 구하지만 얼굴에 화상을 입고 만다. 그 인연으로 길환과 홍연은 부부의 연을 맺지만 경회루 안 청동용이 사라지면서 운종가에 불이 난다. 이때 태조의 반대 세력인 이방원의 음모로 멸화군들은 모두 노비 신분이 되고 역모를 가담했다는 이유로 이마에 낙인이 찍힌다. 그리고 주모자 길환은 처형당하게 되는데..
2부에선 20년 후의 모습이 그려진다. 길환의 아들 길우는 멸화군들이 모여 사는 곳을 찾아와 아버지와 같은 운명으로 술법과 부적으로 화귀와 싸워 나간다. 아버지의 동료였던 군배로부터 길환의 사연을 듣게 되고 자신이 싸워야 하는 것이 결국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길우는 멸화군인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아버지와 싸울 수 있을까?
‘어떻게 보면 인간들은 화귀들보다 더 잔인한 존재들인 것 같습니다. 오직 자기밖에 모르고 다른 존재들은 우습게 여기니까요.’ (384) 만약 길환이 이방원에게 이용당하지 않았다면 그 안에 증오가 만들어졌을까? 사람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불과 싸웠지만 이방원에게 배신당했으니 길환의 입장에서 복수를 꿈꿀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음안의 모든 미움과 증오를 20년 동안 키웠으니 그 힘도 어마어마할 수밖에. 하지만 증오로, 미움으로 살기에 20년은 너무 길지 않을까? 자신의 아들과 싸워야할 수밖에 없는 그런 운명이라는 게 안타까울 뿐이다. 불은 그런 것 같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무엇보다 무서운 악마가 될 수 있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게 슬프다.
그리고 지금의 소방관 아저씨들의 고생도 생각하게 된다. 초기 대응이 늦었느니, 빨리 도착하지 못했느니 하며 불이 날 때 마다 질타가 쏟아진다. 관련 법규나 규정들을 무시한 사람이 더 큰 욕을 먹고 벌을 받아야 함에도. 올 겨울은 유난히 불로 인한 사건과 사고가 많이 일어났다. 그로 인해 안타까운 죽음도 많았기에 이 책이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 가진 무수한 욕심, 그리고 욕망. 그런 것들로 인해 건물은 무단 증축을 하고, 설계도대로 건축되지 않는 것이겠지. 조금은 달달한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룰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고... 조선시대 펼쳐진 정치 세력 싸움에 희생양이 된 길환이 화귀가 된 것은 어쩜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인간이 욕망을 가지면 탐욕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우리도 누구나 길환처럼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
|
밀양과 제천에서 큰 불이 일어나서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유명을 달리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누군들 그 시간에 거기서 불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겠냐마는 운명에 밭겨버리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한 마지막인 셈이다. 일단 불이 나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것은 소방관이다. 그들은 특별한 교육을 받고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불이라는 존재앞에서는 누구나 다 작아지는 것이 당연 사람이 아니겠는가. 작아지는 마음을 부둥켜안고 자신들이 맡은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 불을 끄고 자산을 보호하고 단 한명의 목숨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이 바로 그들인 것이다. 아무리 훈련을 받았고 하나 그들 또한 인간이다. 불 앞에서는 어떤 누구도 천하무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왜 그래야만 합니까?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183 p) 그때나 지금이나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그들의 임무이자 사명이기 때문에 그들은 오늘도 불 앞에 선다. 그러니 누군가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다고, 누군가의 자산을 구하지 못했다고 그들을 탓해서는 아니될 것이다. 그들도 목숨을 내놓고 불과 사투를 벌이는 것이기에. 조선시대에도 이런 소방관들이 있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멸화군'이라는 존재로 불렸던 그들, 양반들이 사는 집은 기와를 올리기라도 했지만 서민들이 사는 집은 전부 나무로 짓거나 초가집인 경우가 많아서 불이 나면 그야말로 홀라당 다 타버리는 결과가 일어난다. 더군다나 상점들이 다닥다닥 모여있는 시장 거리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다면 그 때의 멸화군들은 지금보다 더 나은 대접을 받았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그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못한 대우를 받았다. 양반은 고사하고 서민들의 축에도 못 끼었던 그들. 불이 나면 그들이 불을 낸 것도 아니건만 온갖 욕은 다 들어야 했던 그들. 아니 오히려 오해를 받고 옥에 갇히고 죽음에 이르기도 했던 그들.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팩션일수도 있지만 화귀라는 불의 귀신이 존재하므로 판타지소설이라 볼 수도 있겠다. 사실적이지만 또 사실적이지 않은 독특함을 가지고 있는 그런 이야기인 것이다. 두개로 나뉘어져 있는 이 이야기는 20년의 시대적인 간격을 두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화귀와 싸우면서 한양의 불의 기운을 잡으려고 애썼지만 오히려 잡혀가서 이마에 낙인을 찍히고 평생을 노비로 살아야만 했던 그들. 그들의 중심에는 길환이 있었다. 돌아가고자 했으나 돌아갈 수 없었던 그들. 차라리 드러내지 않고 그들 끼리 마을을이루고 살때가 더욱 행복했었을지도 모른다. 20년후 멸화군은 여전히 비천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 돌아가고자 하나 돌아갈 길은 쉽지 않다. 그런 그들에게 고향에서 사람이 온다. 길우. 이제 스무살이 된 청년이다. 그는 스승님의 전갈을 가지고 이 곳에 온다. 다섯개의 길을 막고 용이 제자리를 찾아서 한양의 화귀가 사라지면 돌아가도 좋다.(154p) 과연 이 글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궐의 화귀를 막기 위해서 연못을 만들고 그곳에 집어 넣었던 청동용. 요물이라 하여 그것들을 꺼내기는 했지만 이제 와서 다시 넣어야 한다. 화귀들을 막으려면 말이다. 신출귀몰하게 등장하는 화귀들, 그들은 끝내 사람에게 들어가서 그 자체를 삼켜버린다. 이들은 이 곳의 일을 끝내고 자신들이 바라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분노하되 분노에 집어삼켜지지 말거라.(422p) 불의 귀신들에게 삼켜졌던 그들은 결국 분노를 참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분노를 표출하되 그들에게 삼켜지지 말라는 것은 어찌보면 분노를 참으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사람들은 어떠한 이유로 분노하는가. 결국 화마에 삼져지고 만 그들의 인생. 사람들은 시시때때로 분노를 일으키며 그들에 의해 삼켜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판타지 소설답게 화귀가 등장을 하지만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큰 불이 일어났을때는 이런 화귀가 그 속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상상도 하게 된다. 연일 건조함이 강세이다. 눈이 와서 조금 해갈이 되었지만 여전히 겨울이라는 건조한 기후는 화귀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씨가 아닐까. 두번 다시 큰 불이 일어나서 아까운 목숨들이 사라지지 않기를.
|
|
“내가 기억하리다. 그 불꽃이 얼마나 아름답고 장엄했는지 말이요.” 불의 악령 화귀들과 맞서 싸워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태어난 존재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가진 길환. 인간이 불을 사용함으로 인해 발생되는 빈번한 화재들로부터 그들을 지켜주고, 화귀들을 물리쳐야 하는 그들. 인간들의 눈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삶의 터전을 잡고 지내던 그들은 우연히 조선을 건국하려 하는 이성계의 생명을 구하면서 자신을 도와달라는 이성계의 부탁을 수락한다. 비록 그 무리가 둘로 나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길환은 새로운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고, 그 무리의 이름은 멸화군으로 명명된다. 그렇게 새로운 나라가 탄생하는 데 큰 일조를 한 멸화군. 하지만 그들의 세력을 경계하고 심지어 인간을 지켜주는 존재인 멸화군을 없애려는 존재가 나타난다. 화귀들과의 목숨을 건 싸움에서 과연 그들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는 의문, 그리고 사랑과의 사이에서 고뇌와 갈등을 거듭하는 길환. 과연 그는 인간의 편에 설 것인가, 아니면 배신할 것인가? 실제로 역사 속에 등장하는 멸화군에서 모티브를 얻어 쓰인 역사 판타지 로맨스 소설 [멸화군: 불의 연인]. 오늘날로 치면 소방관이라는 개념의 멸화군에 대해 부끄럽지만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알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책을 펼쳤다. 그리고 아무리 픽션이라고 해도, 그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실제로 세종대왕 때 구성된 멸화군은 화재 피해를 줄이는 데 아주 큰 공을 세웠다고 한다. 덕분에 큰 피해는 줄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때문에 멸화군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만다. 많은 정보가 없고, 또 활동이 적어 사회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드러나는 위치에 서 있지 않았던 멸화군. 그들의 행적이 더 기묘하게 보인 까닭에 이들을 신비로운 존재로 둔갑시켜 이런 역사 판타지 로맨스 소설 [멸화군: 불의 연인]이 나올 수 있었던 게 아닐까.
비록 그들의 기이한 능력은 비현실적이나, 명예와 의리 가운데서 고민하고, 자신의 사명을 다하면서도 회의감을 느끼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참으로 현실적이었기에 공감하면서 읽었던 책, [멸화군: 불의 연인].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와 독특한 소재로 관심을 받은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소방관과 멸화군이라는 존재에 대해 각인시키고 업적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
"잘 컸구나. 오늘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들아." "이제 나를 따르라. 물과 불, 멸화와 화귀을 초월하는 존재로 만들어주마." (p.404)
길우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아버지 길환의 편이 되어 세상을 불바다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아버지를 적으로 삼아 백성들의 생명을 지킬 것인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세상에 불이 존재하는 이상 멸화군은 언제든 불과 싸우며 세상을 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들은 왜 그런 의무를 온몸에 지게 된 것일까? 고마움도 모르고 배신을 일삼는 인간을 돕는 일이 과연 옳은 일일까? 불이 나면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가 불을 끄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소방관들이 있다. 조선에서는 그 역활을 멸화군이 맡고 있지. 조선이 개국하는데 한몫 했던 능력 탓에 그들은 역모라는 누명을 쓰고 노비로 전락해 버렸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만을 바라는 그들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까? 20년 전 한양에 거대한 화재가 발생했고 화마는 궁궐에도 침범했다. 불을 끄기 위해 궁궐에 들어갔다 범궐했다는 누명을 쓴 멸화군들, 두령 길환은 처형당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노비가 되버렸다. 불을 낸 것도 아닌데 불이 났다는 이유로 멸화군을 미워한다는 것이 말이 돼? 위험을 무릅쓰고 화재를 진압했으면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사람으로서의 당연한 도리가 아니냐고. 사람이라면 그만한 도리는 있어야 하잖아. 불(화귀)과 싸우며 사람을 지키는 운명을 지닌 자들, 끝없는 싸움을 끝 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끝남과 시작이 반복된다. 그리고 다시 만나서 선택을 강요받을 것이라고 했어." (p.263) 그 말대로 길우는 아버지 길환을 만나 선택을 해야 할 순간에 다다랐다. 복수심에 불타 화귀가 되버린 아버지, 기묘한 것은 화귀가 된 후에도 그는 인성을 버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멸화군의 능력을 이용 권력을 잡으려는 사람들은 많다. 태조 이성계가 그러했으며 태종 이방원이 그러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다른 사람이 그들의 능력을 이용하게될까 두려워하며 감시했고 결국 죽이려 했지. 사람들의 한과 분노가 모여서 만들어낸 악귀 '인로골설', 인로골설을 만들어 낸 것은 억울하게 죽어 한을 품게 된 약자들일게다.
불여우/ 화덕 벼락장군/ 안로골설/ 지귀심화/ 동루천구 등이 인왕산의 이무기 누루의 명령을 받는 화귀들이다. 대를 위해 소의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소'속에 자신들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야. 개국에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한다. 조선이 개국하는데 있어 정안군 이방원의 힘도 많이 들어갔으니 그런 의미에서 그가 왕이 된데는 불만이 없다. 하지만 그 바탕에 많은 약자들의 희생을 기본으로 하는 것은 불만이다. 또한 그들은 다다익선을 좋아한다. 하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다는 '다다익선'을 싫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 하지만 그것도 정당한 것이라야 옳다. |
|
멸화군 - 불의 연인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불과 싸우는 운명_누군가는 해야한다. 멸화군 불의 연인(정명섭 장편소설 / 네오픽션 )은 조선시대 소방관인 멸화군의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표지부터가 너무나 샤방하고 예뻤다. 보자마자 정말 읽고 싶은 마음이 확~~느껴지는 책이다. 어떤 달달하고 멋진 판타지 로맨스가 펼쳐질지 너무나 기대가 되었다. 특히나 조선시대 소방관이라니 소재가 너무나 특이하고 흥미로웠다. 책을 펼친 순간 길환과 길우의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 책은 1부와 2부의 이야기로 나누어져 있다. 1부의 주인공은 길환, 그리고 2부는 그의 아들 길우에 이야기이다. 생각보다 로맨스의 분량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요소이다. 불과 싸우는 것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은 멸화군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운명을 받아들이며 묵묵히 불을 끄는 멸화군을 멸시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화가 났다. 그리고 지금의 현실과 겹쳐져 분노를 느끼게 했다. 조선시대나 2018년 현재나 높은 자리에 있는 것들은 참 변함없이 개념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목숨을 걸고 불과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멸시와 핍박은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게 만들었다. 이건 물론 현재의 소방관과 조선시대 멸화군에 대한 나의 생각이다. 책 내용과는 별개의 감정이다. 이 책!! ‘멸화군 불의연인’은 상당히 재미있다. 단순히 불을 끄는 소방관이 아닌 화귀와 싸워나가는 운명을 짊어진 이들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쓴 작가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치밀한 구성과 전개는 어느 한 순간도 지루하다고 느낄 틈이 없었다. 멸화군과 화귀, 그리고 조선 초의 역사적 사실과의 적절한 조화는 역사로맨스판타지 소설이라는 장르의 재미를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오랜만에 머리가 맑아지는 재미있는 소설을 읽게 되어 기분이 좋다.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될 그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
|
불의 연인 멸화군, 끝나지 않는 싸움
원한을 품고 화귀가 된 아버지와 멸화군으로서 세상을 구하려는 아들 ≪멸화군, 불의 연인≫이다.
제1부의 주인공은 길환, 불귀신 화귀와 싸워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영웅이다. 제2부의 주인공은 길우. 길환과 홍연의 아들이자
길환의 고향에서 길환은 또래 중 가장 뛰어난 아이였다. 결국 그의 바람대로 이성계의 눈에 든 길환은 부족의 젊은이들과 함께
한양, 궁궐을 둘러싼 운종가에는 불길한 징조들이 거듭 나타난다. '아비의 운명을 되풀이하는구나.' 이 구절을 읽은 뒤부터 몹시 슬펐다.
사람들 틈에 끼어 분란을 조장하고 감정을 유린하는 화귀,
|
|
너무나 추워진 날씨와 건조함 속에 뉴스 속엔 어김없이 '화재'에 대한 소식이 끊이지않게 들리곤 합니다.
그런 화재의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우리들의 영웅, 소방관.
소방관은 과거 조선시대에도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멸화군'이라는 명칭으로......
『멸화군 불의 연인』
책의 표지로 어림짐작 '로맨스'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불처럼 뜨겁고 열정적인 판타지 역사 로맨스로 이 소설은 2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불꽃 같은 그대여,
나를 잊지 마소서
1부에선 태조 이성계의 지휘하에 있던 멸화군 '길환'의 이야기가, 2부에서는 그의 아들인 '길우'의 이야기가 담겨있었습니다.
특히나 조선시대 이성계와 정도전, 나아가 태종 이방원과 그의 아들 충녕대군까지 이야기의 흐름 속에 있었기에 보다 더 풍성한 이야기로, 불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들여다보기에 단순한 소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세에도 이어지는, 끝없는 이야기로 완성이 되어있었습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소방관들의 고충을 다시금 느끼게 해 주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스승님이랑 아버지, 그리고 마을 사람들 모두 제가 큰일을 할 것이라고 늘 이야기했어요. 저도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오늘 보니까 전 그냥 평범하고 못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특별한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단다. 오늘 너와 내가 겪은 것도 그것 때문이지."
"왜 그래야만 합니까?"
길우의 물음에 군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그것밖에는 해주 말이 없구나."
"두렵습니다."
"이해한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말이다,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여기에 와 있더구나. 도망친다고 두려움이 사라지지는 않더구나." - page 182 ~ 183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그 두려움을 안고 오늘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는 그들.
그들에게 존경심을 표하게 되었습니다.
'불'에 대한 이야기 중 인상깊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놈이 원하는 게 대체 무엇이냐? 한양? 아니면......"
분에 못 이겨 말을 잇지 못하는 태종에게 철가면이 말했다.
"화귀들이 태우는 건 집과 건물들이 아니오. 그걸 짓고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이지. 불은 증오와 두려움, 그리고 자포자기가 섞여 이는 인간의 마음을 밑거름 삼아서 세력을 키운다오."
"사람들의 마음을 태운다는 말이렷다."
"그렇소이다. 그것이 불과 사람의 운명이라오." - page 350
불의 양면적인 모습 속에 우리는 어떤 모습의 불을 태우고 있을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마지막 이야기가 책장을 덮어도 잔여운으로 자리잡았었습니다.
"불탄 흔적이라니? 바깥은 멀쩡한데 어찌 안이 불에 탔단 말이냐?"
갈금이 뭐라고 대답을 하려는 찰나, 갑자기 배의 꼬리 부분에서 불길이 확 치솟았다. 놀란 염간들과 군졸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배 위에서 뛰어내렸다. 삽시간에 타오른 불길이 배를 삼켜버렸다. 호장과 염간들, 그리고 군졸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도망쳤다. 다들 정신없이 도망치느라 배를 집어삼킨 불길이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타오르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 - page 448
누군가 일으키는 방화.
그 속엔 사람의 얼굴 모양으로 불길이 타오르는 것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멸화군.
그들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음을 기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