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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향 속에 따스한 인정이 우러나오는 작품 <고운초 이야기> 이후로 통 만나볼 수 없던 작가 요시나가 나오吉永南央의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던 중 ‘재생과 빛의 이야기’라는 홍보문구에 이끌려 구입한 책이 <F의 기억>이다. 문고본의 제목은 <Fの記憶 中谷君と私>. 연작소설집 형태로 구성된 이 작품은 ‘F’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한 소년에 대한 기억을 세 사람의 시선에서 그린 후, 마지막 이야기에서 ‘F’의 실체가 등장하므로 ‘나카타니 군과 나’라는 부제는 사족이라는 느낌이 들지만, 그렇다고 실명이 중요한 건 아니다. 핵심은 등장인물 모두가 ‘F’라는 인물에 대한 강렬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그의 진짜 이름은 아무도 생각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건 ‘F’의 진짜 모습 또한 알지 못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그를 이름으로 부른 적이 없고 가깝게 지낸 것도 아니건만 그들에게 ‘F’라는 소년이 남긴 영향은 이후 삶의 척도와 방향을 인도할 만큼 컸다.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이었기에 25년이라는 긴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인생의 기로에 섰을 때 저마다 그를 떠올리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소년은 혼자였다. 삐쩍 마른 몸에 불꽃처럼 방사형으로 뻗어나간 곱슬머리, 한쪽 눈과 눈썹만 치켜 올라간 이상한 얼굴로 교실 한구석에 조용히 있는 그를 선생조차 인식하지 못해 학예연극에 급거 만들어낸 것이 ‘F’라는 배역이었다. 그 이후로 그는 그저 ‘F’라는 존재가 되었다.
제1화. 검은 튤립 -세키구치 요코의 경우
제2화. 오른 손 -다케자와 에츠시의 경우
제3화. 동트기 전에 -다니카와 유스케의 경우
최종화. 때 -F로부터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람도 진짜 모습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사실 스스로도 자기 자신을 제대로 모르는 판에 타인에 대해 단언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우리는 눈에 비치는 대상을 선입견으로 바라보며 살고 있다. 무심코 말을 건네고 별 생각 없이 행동한 그 무엇이 상대에게는 커다란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다리의 부실함이 새삼 두려워진다. F는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어떠한 영향력이 있을 거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에 가라앉아 있는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재생의 빛은 밖에서 스며드는 법이다. 그렇다면 두렵다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서는 미래의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결론이 되는 것인가. F에게 살며시 불어온 한줄기 훈풍에 내 마음 속 얼음 한 조각을 살짝 실어보니 또르르 눈물이 되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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