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4)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75%
  • 리뷰 총점8 25%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9.0
  • 30대 10.0
  • 40대 10.0
  • 50대 0.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그래도 소설을 읽고 싶다면
"그래도 소설을 읽고 싶다면" 내용보기
바쁘다. 모두에게 하루는 스물네 시간으로 공평하다. 일초도 더 주지 않는다. 잠도 자야하고 밥도 먹어야 한다. 일도 하고 사이사이 적절한 농담과 분위기를 맞추는 대화도 해야 한다. 씻고 뉴스도 보고 인터넷 세상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기웃거리기도 해야 한다. 머리맡에 놓아둔 책을 읽어야지 집어 드는 순간 잠이 몰려온다. 한 장 읽고 다음 장을 넘기려 할 때 눈이 감
"그래도 소설을 읽고 싶다면" 내용보기



 바쁘다. 모두에게 하루는 스물네 시간으로 공평하다. 일초도 더 주지 않는다. 잠도 자야하고 밥도 먹어야 한다. 일도 하고 사이사이 적절한 농담과 분위기를 맞추는 대화도 해야 한다. 씻고 뉴스도 보고 인터넷 세상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기웃거리기도 해야 한다. 머리맡에 놓아둔 책을 읽어야지 집어 드는 순간 잠이 몰려온다. 한 장 읽고 다음 장을 넘기려 할 때 눈이 감기고 책을 다시 밀어두고 불을 끈다. 오늘 하루도 하얗게 혹은 까맣게 불태웠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체력은 산화했어. 바쁜 당신 꿈나라로 직행한다.  


  레이 브래드버리는 『화씨 451』에서 책이 사라지는 미래를 그려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게 되면서 책들을 불태우는 직업까지 등장한다. 읽지 않는 대신 압축된 내용으로 책의 내용을 소개받는다. 읽지 않아도 요약된 내용을 들으면서 책을 읽었다는 기분까지 느낄 수 있는 미래를 예언했다. 여기 읽지 않아도 괜찮아가 아닌 '짧아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시리즈의 책이 있다. 걷는사람에서 나오고 있는 이 시리즈는 한국문학을 대표하는(대표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지도 모르는 작가들) 소설가들의 짧은 소설이 실려 있다. 시집 판형의 크기로 한 손으로도 쥐고 볼 수 있는 아담한 책이다. 


  작년에 시리즈의 첫 번째 『이해 없이 당분간』이 나왔고 올해 『우리는 날마다』라는 제목으로 두 번째 시리즈가 출간되었다. 실려 있는 소설의 큰 주제는 '첫'이다. 처음이라는 말이 주는 의미를 모르지 않다. 설레고 흥분되고 긴장된다. 작고 예쁜 소설책 『우리는 날마다』를 읽는 첫 순간 역시 기쁘고 두근거렸다. 시리즈가 계속되고 있다는 흥분이 일었다. 강화길의 「황녀」를 시작으로 공선옥의 「노인과 개」를 단숨에 읽었다. 시간을 재보진 않았지만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데에 최대 1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앉아서 휘리릭. 누워서 차라락. 출근하기 전 이십분을 남겨두고 소설 두 편을 후루룩. 


  아직도 소설을 읽는 사람이 있나. 문학 계간지를 사서 읽고 밑줄을 긋는 사람이 있나. 물어본다면 여기 있습니다, 저요 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문학을 사랑한다. 창작과비평 봄호를 보고 좋은 생각 같은 건가 묻는 사람에게 똑 부러진 설명을 하지 못해도 바뀌는 계절마다 계간지를 사서 연재소설을 읽고 단편을 읽는다. 


  『우리는 날마다』에는 바쁜 당신과 나를 위한 '지금 여기, 우리의 일상'의 이야기들이 있다. 죽는 순간까지도 "나는 아무도 아닙니다"를 말해야 하는 「황녀」의 운명이 동물도 사람도 사랑을 찾아가야 하는 한 시절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노인과 개」의 웃기고 짠한 사연이 있다. 살다 살다 주인 쏘는 「말벌」은 처음 본다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상판이 멀쩡하지만 내면이 뒤틀어질 대로 뒤틀어진 씨발놈들만 골라 사귀던 지난 연애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햄릿 어떠세요」를 묻던 곰곰과 사귀던 순간들을 떠올리는 인물이 모두 담겨 있다. 


  '첫'이라는 주제로 모여있지만 소설의 풍경은 다양하고 다채롭다. 어느 하나의 단어로 묶어둘 수 없는 삶의 모습들이 손바닥 크기의 책 안에 들어와 있다. 출근하기 전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 집에 돌아와 멍청하게 굴었던 하루를 지워내고 싶을 때 『우리는 날마다』를 손에 들어보자.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있고 후회와 번민으로 잠을 못 자는 건 아니지만 잠들 때까지 입만 삐죽이고 있는 자신을 『우리는 날마다』의 어느 페이지에서 털어내 보자. 책의 무게는 가볍고 책의 온기는 곧 퍼질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에 안도를 하고 읽기 시작, 오분 후에 잠이 들지라도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당신의 오늘에 응원. 



s*****m 2018.03.06. 신고 공감 2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