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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혼자 와인 한 병 곁에 두고 홀짝대며 읽기 좋은 소설
"늦은 밤 혼자 와인 한 병 곁에 두고 홀짝대며 읽기 좋은 소설" 내용보기
이 책의 주인공인 힐디 굿의 첫인상은 이렇다.당당하고, 자신만만하고, 언제나 여유롭고, 감상적인 것은 질색인 쿨한 성격에, 육십대에 접어들어서도 왕성하게 사업체를 운영하는 성공한 비즈니스우먼.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힐디의 본모습이 나온다.딸들이 사전 연락 없이 집에 오는 것조차 싫어하지만 사실 지독히 외로움을 타서 그 공허를 달래려 밤마다 혼자 와인을 마신다. 자신
"늦은 밤 혼자 와인 한 병 곁에 두고 홀짝대며 읽기 좋은 소설" 내용보기
이 책의 주인공인 힐디 굿의 첫인상은 이렇다.
당당하고, 자신만만하고, 언제나 여유롭고, 감상적인 것은 질색인 쿨한 성격에, 육십대에 접어들어서도 왕성하게 사업체를 운영하는 성공한 비즈니스우먼.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면 힐디의 본모습이 나온다.
딸들이 사전 연락 없이 집에 오는 것조차 싫어하지만 사실 지독히 외로움을 타서 그 공허를 달래려 밤마다 혼자 와인을 마신다. 자신은 쉽게 향수에 젖는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추억의 배가 되살아난 것을 보고 몰래 눈물을 훔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은 자꾸만 부인하지만, 힐디는 알코올중독자다.

이 책 <굿 하우스>는 힐디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힐디의 말, 행동, 내면, 그리고 결핍에 집중한다. 힐디가 동족이라고 생각하는 술친구 리베카, 리베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 정신과의사 피터, 과거의 연인이자 현재의 연인-친구-동지쯤 되는 프랭키, 특수교육을 받아야 하는 아들 제이크 때문에 이사에 난항을 겪는 이웃 캐시 등 다양한 등장인물이 이야기에 살을 붙이고 재미를 더하지만, 이 책이 근본적으로 집중하는 것은 힐디의 마음 깊숙한 곳이다.


“꿈이 얼마나 매력적인데요. 꿈은 우리에 대한 온갖 사실을 알려줘요.”
“내 꿈은 그렇지 않아요. 나는 항상 집에 대한 꿈만 꿔요. 아마 내가 부동산 일을 해서 그럴 거예요.”
“아니에요!” 리베카가 소리쳤다. “피터가 꿈에 관한 책을 줘서 요전날 읽었는데요. 꿈속에 등장하는 집은 자기 자신을 나타낸대요. 자기가 다락이나 집 꼭대기에 있는 꿈은 지성을 나타내거나 영적인 것을 추구한다는 의미고요. 지하실은 잠재된 충동, 원시적인 갈망, 성적 욕망을 의미해요. 꿈속에서 집 어디에 계신데요?” 그녀가 물었다.
“항상 부엌에 있는 것 같아요.”
“그건 뭔가에 대한 욕구를 의미해요. 결핍된 뭔가를 채우고 싶은 거예요.” _본문에서


힐디는 늘 뭔가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결핍된 그것을 채우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결핍의 근원을 따라올라가보면 조울증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한 힐디의 엄마가 나온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이 쓰렸던 부분은 어린 힐디와 동생들이 침대에 돌아누운 엄마의 주변을 뛰어다니고 소리를 지르고 욕을 하는 장면이었다. "우리 여기 있어요, 우리 여기 있어요, 우리 여기 있어요"라고 아무리 마음속으로 외쳐도 벽만 보고 누워 있던 엄마의 등. 그 아무 말 없던 등이 결국 힐디의 마음에 공허를 만든 게 아닐까, 그리고 힐디는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 끝도 없이 술을 마셨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힐디는 자신이 알코올중독이라는 것을 타인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또 스스로 자신이 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그 노력은 결핍과 공허를 더 키우기만 한다. 중독을 심화시키는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우리 여기 있어요"라는 마음속의 외침을 입밖으로 소리내어 표현해야 한다. 타인에게 들켜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우리는 '부인'이라는 담요를 벗고 스스로의 결핍과 문제를 인정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

알코올중독자에 대한 소설이라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읽을 수록 공감이 가고 술생각이 나는 책이었다.
특히 술을 마실 때 그리고 술에서 깬 후 힐디가 느끼는 기분에 격공하며 책을 읽었는데, 예를 들어 이런 문장들.

"한 모금또 한 모금.길게 기분좋은 한 모금익숙한 온기가 느껴졌다처음에는 혀 뒤쪽에서목 안쪽에서이어서 뱃속까지 내려갔다한 모금 더 마시자 온몸에 온기가 퍼졌다처음 몇 모금만으로 내가 그리워한 모든 따뜻함과 편안함이 되살아왔다늘 그랬듯 그 느낌은 내게 용기를 주고 내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정신이 데드존에 있을 때 몸이 어떤 일을 했는지 들으면 영혼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살갗이 벗겨지는 느낌모두가 보는 앞에서 살갗이 벗겨져서 아무도 보면 안 되는 참혹한 내막을 온 천하에 드러내는 느낌.나는 사람들에게 본인이 취했을 때 어떤 행동을 하는지 절대 말하지 않는다그런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


작가 본인도 알코올중독이었고 현재는 술을 끊은 상태라고 하니 이런 생생한 문장들이 이해가 된다. 

당신이 중독자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늦은 밤 혼자 와인 한 병 곁에 두고 홀짝대며 읽기 좋은 소설이다.

j******8 2018.02.02.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