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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소설가를 책으로 만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더군다나 소설 책 한권에서 평소 눈여겨 본 작가를 만날 수 있다면 그 역시 보너스 같은 일이다. 유쾌한 작가 이기호를 시작으로 권여선, 김애란, 최은영, 편혜영 등. 이번 단편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나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게 될지 기대가 되었다. 매일 크고 작은 사건과 사고가 뉴스와 신문을 가득 채우지만 그때 뿐, 우리는 그만 잊고 지내게 된다. ‘아 그때 그런 일들이 있었지..’ 를 다시 생각할 수 있는 10개의 단편은 나와 내 이웃의 이야기일 수 있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기억에 남는 몇 편만 이야기 하고 싶다.
‘한정희와 나’는 나의 집에 얹혀살게 된 정희를 바라보는 ‘나’에 대한 이야기다. 초등학교 6학년. 한창 예민할 시기의 여학생을 온전히 내 식구로 받아들이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은 다른 책에서 그리고 리뷰에서 언급했기에 생략한다.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는 남편의 지방 발령으로 시골로 이사 가게 된 여자가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호기심 어린 시선의 불편함을 그렸다. ‘손톱’은 엄마와 언니에게서 버림(?)받은 나에 대한 이야기다. 한 달 월급으로 갚아야 할 돈을 갚고, 저축을 하며 사는 모습은 아프다 못해 서글퍼진다. ‘가리는 손’은 다문화 가정 아이의 이야기다. 아들 재이가 노인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하는데 입을 가리고 있다. 재이는 웃고 있었던 것일까? 놀란 것일까? ‘601, 602’는 친구 효진에 대한 이야기다. 지방에서 올라온 효진의 가족은 공부 잘하는 오빠가 효진을 폭행해도 그냥 놔둔다. 효진의 엄마마저 효진의 오빠 눈치를 보는 것에 과연 맞는 것인지 주인공은 혼란스럽다. ‘개의 밤’은 주인공 ‘나’가 처남을 위해 탄원서를 받으려는 모습이 그려진다. 군대에서 폭행을 했으면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아내의 식구들은 젊고 앞길이 창창한 아들을 그렇게 둘 수 없다며 아는 사람을 동원해 탄원서 받기를 강요한다.
가장 슬프면서도 기억에 남았던 손톱. 엄마도 도망을 가고, 언니도 도망을 가고, 결국 혼자 남은 주인공 ‘나’는 빚 없고, 저축할 수 있는 그런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자신이 쓰지도 않았지만 갚아야 할 대출금이 많다. 엄마가 한 그대로 언니가 ‘내’ 앞으로 대출 받은 금액을 갚아야 하니까. 돈이란 무엇이기에 가족을 이렇게 박살낼 수 있는지, 돈이 없으면 가족애는 사라지는 것인지, 씁쓸해진다. 효도도 돈으로 하는 효도가 최고라고 하던데... 아무리 물질 만능시대라지만 돈이 없으면 가족마저도 언제든 배신하고 도망갈 수 있다는 것이 아프다. 이런 일은 책에서만 있는 거라고 현실에서는 없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책보다 더 냉정하고 냉혹하다는 것을 알기에 돈이 주는 무게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가정에서 행해지는 폭력이 이렇게 잔인하고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이 씁쓸한 효진의 이야기. 지금은 아들만 공부시키고,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집은 없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오빠가 동생을 단도리 한다고 때리는 게 정상적인 것인지, 도대체 이런 집이 진짜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다. 한 집안의 기대주이자 장남의 역할. 그런 폭력적인 아들을 바라보는 효진 엄마의 시선. 나 역시도 아들을 키우지만 이런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 남아 있는 가부장적인 시선들. 하지만 전혀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 효진의 마음이 쓸쓸하다 못해 아프다.
단편은 늘 리뷰 쓰는 게 어렵고 난해하다. 그럼에도 단편을 읽는 건 좋아하는 작가를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황순원 문학상 수상 작품집이기에 읽었던 것도 있었지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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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희와 나 이기호 외 8명 다산북스/2018.2.2. sanbaram 장인이 실직하며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질 때, 아내는 엄마의 친구인 마석엄마 아빠에게 가서 살았다.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아버지가 마련한 전셋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식구들이 합쳐 살았다. 마석엄아와 아빠는 애가 없어 아내가 떠나자 고아원에서 중3된 남자아이를 양자로 들였다. 그 오빠의 딸이 한정희다. 한정희는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마석아버지가 간암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6학년이 된 때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학교폭력범이 되어 학교폭력 위원회가 열리게 되었지만, 같은 가해자 학부모의 도움으로 겨우 반성문 쓰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게 된다. 그 통보를 받은 날 나보고 작가니까 반성문을 대신 써달라는 말을 듣고 열받아 맘속에 있는 말을 토해냈고, 아이는 며칠 후 집을 떠났다. 말없이 집을 나간 정희는 마석엄마 집에 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친엄마와 살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짐을 부쳐주게 된다. “작가는 숙련된 배우와도 같아서 고통에 빠진 사람에 대해서 그릴 때도 다음 장면을 먼저 계산해야 하고, 또 목소리 톤도 조절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고통스러웠던 적이 많았다.(p.33)” 소설속의 화자가 작가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생각을 한다. 아내를 어려서 키어준 마석 엄마와 아빠에 대한 보답으로 그의 양 손녀딸인 한정희를 돌봐주며 이해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한정희는 학교폭력의 가해자이면서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또한 고모부인 내가 잘해 주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오히려 그런 마음을 이용하여 자기의 편리함이나 행위에 대한 정당함을 주장하려 하는 주인공이 밉게 그려진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의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인 독자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해야 이들의 정서가 안정되며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자랄 것인가?’ 이다. 학교 폭력이 요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문제다. 주인공 한정희를 통해 요즘 학교폭력의 세태를 잘 표현하는 <한정희와 나>가 제17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기호’다.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박사는 누구인가> 등 여러 편의 단편소설이 있고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가 있다. 이효석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은 작가이자 교수인 나는 지방 소도시 변두리에 있는 임대아파트에 사는데, 어느 날 ‘2중으로 입금된 700만원을 돌려달’라는 피켓을 들고 한쪽 다리를 저는 남자가 나타났다. 502호에 살고 있는 폐지 줍는 할머니의 아들이 당사자인 사채업자인데, 그는 몇 년째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파트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한 성금으로 700만원을 만들어 전달하려고 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남자를 만나보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결국 주민들의 신고로 노숙인 쉼터로 그가 끌려갔다. 그리고 얼마 후 외제차 한 대가 아파트에 주차되고 그곳에서 내린 사내가 502호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사회적 약자를 등쳐먹는 또 다른 약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소설이다. 어렵게 사는 동네의 주민들은 피해자를 위해 성금까지 걷어 주지만, 피해자는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듣고 싶어한다. 그러나 가해자는 그럴 마음이 없다. 저 못나서 그렇다는 생각을 하며, 부모에 대한 부양의 개념을 잃어버린 윤리가 실종되어 가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구병모의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는 서울서 직장을 다니며 결혼 5년차에 임신을 한 주인공은, 남편의 근무지가 면소재지 분교로 발령을 받으면서 퇴사를 하고, 시골로 이사를 하게 된다. 양수가 터지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슈퍼 가까이에서 넘어졌을 때 슈퍼 남자가 나타나 병원에 입원을 시켜 출산을 한다. 산후조리원에 입원하고서는 시골로 다시는 들어가지 않으려고 이혼까지 생각하며, 취직자리를 알아보고 남편에게 통보를 하려한다. 그가 받아주지 않더라도 확고한 마음으로 4년의 임기 동안 떨어져 살 것을 결심하며 이야기가 끝난다. 아직도 사회 곳곳에 뿌리깊이 자리 잡고 있는 여성차별과 비하를 일삼는 가부장적 사고가 여성을 힘들게 한다. 사랑으로 맺어졌지만 이해의 부족으로 이혼을 생각하며, 어렵지만 한 부모 가정을 선택해야 할 만큼 여성차별에서 벗어나는 것이 절신한 현실을 고발 하는 소설이다. 권영선의 <손톱>은 추운 겨울 이른 아침 서둘러 나온 소희는 지하철을 타고 출근을 한다. 월10만원을 더 받을 수 있다고 하여 출퇴근 시간이 30분씩 더 걸리는 변두리로 직장을 옮겼기 때문에 하루 3시간씩 출퇴근 시간으로 쓴다. 소희 엄마는 소희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언니의 모아 놓은 월급과 대출을 받게 한 돈을 갖고 도망갔다. 그리고 언니는 소희가 모아 놓은 돈 천오백 만원과 소희이름으로 대출받은 천만 원을 가지고 사라졌다. 언니는 엄마가 도망가고 열흘 쯤 지났을 때 나갔다가 다시 들어온 경력이 있다. 손가락을 다쳐 병원에 늦게 갔더니 냉동치료를 받는데 한 번에 7만원 적어도 4,5번은 받아야 한단다. 정말 맥이 빠진다. 모르는 동네에 가서 부동산에 들려 좋은 집 구경도 하고 핸드폰 가게에 가서 공짜로 주는 사탕, 커피 등을 마시며 잡지책도 본다. 언니가 돌아오면 같이 여행할 계획을 짜면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빚을 갚고 편안하게 살고 싶어 매일 최저 생계비를 계산하는 주인공을 통해 책임을 외면하는 부모세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청년세대들이 왜 사회적 고아처럼 살아가야 하는지 그 책임을 시대에 되묻고 있다. 누구를 위한 고용정책이고, 최저임금정책인지 정치권에 묻고 있는 것이다. 기준영의 <마켓>은 담당의사로부터 유산되었다는 말을 듣고 집으로 온 날, 일찍 들어온 남편에게 헤어지자고 했다. 유산으로 인한 후유증이라 생각하는 남편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일주일 간 해외 출장을 가는 남편은 여행사 직원에게 안식구의 의견을 물어서 여행상품 예약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엄마에게는 안식구가 임신을 했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출장을 떠났다. 언니를 생각하다가 마켓에 가는 사이에 남편의 전화를 받고는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임신과 출산에 대한 한 단면을 통해 여성의 입장을 말하고 싶은 주인공이다. 결혼을 하면 경제적인 활동으로 모든 것의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남자들의 단순하면서도 자기중심적인 반성을 촉구하는 소설이다. 김경욱의 <고양이를 위한 만찬>은 손님을 기다리며 음식준비를 하는 부부의 대화가 이어진다. 십여 년 전 젊은 여자를 들인 남편의 이야기, 캠핑에 참가했다 불에 타죽은 아이 때문에 나라를 떠나온 이야기, 이웃집 백인 남자와의 다툼으로 단풍나무 가지가 잘려나간 이야기. 그리고 오늘 함께 묵을 손님으로 오는 목사까지, 그들의 소재를 따라서 요리가 완성되어가며, 그러는 동안 옆에서 한잔씩 술을 마셔 취기가 오른 남편과 여자는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툰다. 잡채가 완성되기도 전에 접시가 깨져 요리까지 망치게 될 때, 고양이가 문을 긁고 고양이 먹이를 주러 나가며 이야기 끝을 맺는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나라에서 아이를 잃고 타국으로 이주하여 살지만 항상 불평등하고 성에 차지 않는 일들은 어느 나라에서나 상존한다. 서로의 배려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노부부의 일상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김애란의 <가리는 손>은 열다섯 살 생일을 맞는 아들 제이의 생일상을 차리기 위해 아이가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한다. 이혼을 하고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없어서 동해안 친정으로 거처를 옮겨 살다 눌러 앉았다. 건강이 나쁜 엄마가 돌아가시고 아들과 둘이 살게 되었다. 혼혈인 아이는 친구들과 잘 어울리면서도 마음 속 상처를 안고 산다.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할아버지가 쓰러지고 당사자들이 사라진 다음에 자리를 떴다가 다시 나타나 인형을 갖고 가는 것이 CCTV에 찍혔었다. 왜 신고하지 않았냐고 묻는 경찰관에게 학원을 빠진 것이 엄마에게 들킬까봐 겁나서 였다고 거짓말하는 아들, 실은 그 장면에서 아이는 입을 가리고 웃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엄마인 내 마음 한켠은 싸해졌다. 자식에 대한 애정으로도 막아주기 힘든 혐오와 공격성을 인간의 존엄성으로 극복해야 할 일이 섬뜩하게 그려진다. 요즘 청소년들의 소외감과 집단폭행 사건에 대한 우려를 현실화 하는 소설이다. 박민정의 <바비의 분위기>는 유미는 석사논문 통과를 앞두고 마지막 수정작업을 대학원생 전용 도서관에서 하고 있다. 그런데 논문학기 내내 옆자리에 와 앉아서 자기할일을 하는 사람에게 신경이 쓰인다. 그 남자는 덩치가 큰 중국인인데, 사촌 오빠를 생각하게 하는 사람이다. 오빠는 늘 방에서 나오지 않고 컴퓨터와 휘겨만 좋아했다. 오빠는 공학전문대학에서 개최한 로봇경시대회에서 1등상을 타고 진학을 하여 어렵지만 공학 전문가가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혼자 좋아하여 병을 앓던 여자를 닮은 로봇을 만들었다. 자식에 대한 애정을 돈으로 메우려는 일부 부모들의 잘못된 사랑이 아이들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그리고 아집에 사로잡힌 기존의 지식인들이 얼마나 융통성 없고 권위적인지 박사논문 통과를 두고 고민하는 주인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최은영의 <601, 602>는 이웃집에 사는 효진이와 나는 나이가 같은 친구였다. 칠곡에서 전학 온 그 애는 공부도 잘했지만 오빠한테 심하게 맞고 욕을 먹었다. 부모들도 그런 오빠를 뭐라 하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집에는 나 혼자 뿐이다. 친척들은 아들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다 작은 어머니가 아들을 낳자 부담을 느낀 엄마는 퇴직을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들을 낳기 위해서였다. 효진이는 고등학생이 된 오빠한테 수시로 맞았다. 그런데도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 광경을 목격한 내가 오빠의 장난감을 부쉈다. 나중에야 그 장난감 값을 엄마가 물어줬다는 것을 알았다. 6학년 말에 효진이는 칠곡으로 전학을 갔고 우리는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중학교 1학년까지였다. 그리고 마지막 편지에 남자 동생이 생겼다고 편지를 썼다. 시대에 뒤떨어진 가부장적이며 여성 혐오적인 생각을 하고 사는 친구네와 그래도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가정도 엄마의 반강제적인 퇴직으로 시작하여 남자동생을 보게 되는 시대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있다. 편혜영의 <개의 밤>은 한 밤중에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는 집을 나서서 동네를 돌아도 개 한 마리 짓지 않았다. 개가 있는 집에 돌을 던져도 개는 짓지 않았다. 교수로 은퇴한 부부가 살던 집에서 실려나간 노부인이 아들에 의해 죽었던 날에도 개는 짓지 않았던 것 같았다. 장인은 중학교 때 왕따를 당해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군입대를 하고 군생활을 하던 처남이 7개월간 한 후배를 지속적으로 폭행한 사건 때문에 탄원서를 받아오라고 한다. 함께 동행했던 안은 피해자 어머니의 끈질긴 분노를 뿌리치고 나와서는 화가 난 상태에서 탄원서에 싸인을 해준 것이다.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짖지 않는 개를 통해 요즘 사람들의 최소한의 수치심마저 상실된 비인간성을 부도덕한 침묵으로 웅변한다. 10편의 단편소설 모두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청년들의 일자리와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을 통해 이 시대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의 원인과 이들에 대한 잘못된 사회인식을 고발하며, 여성차별을 넘어 혐오까지 만연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폭력성과 남성 위주의 사고방식에 대한 잘못을 외치고 있으며, 나 하나만 잘 살면 된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사회의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는 암담한 우리의 현실을 뒤돌아보게 하는 작품들이다. 문학작품이 그 시대를 그린다는 것이 실감나는 작품들이었다. 작품성의 고하를 따지기에 앞서 우리가 처한 고민을 둘러보면서 좀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할 수 있는 자극이 되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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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이 실직하며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질 때, 아내는 엄마의 친구인 마석엄마 아빠에게 가서 살았다.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마치고 아버지가 마련한 전셋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식구들이 합쳐 살았다. 마석엄아와 아빠는 애가 없어 아내가 떠나자 고아원에서 중3된 남자아이를 양자로 들였다. 그 오빠의 딸이 한정희다. 한정희는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마석아버지가 간암으로 병원에 입원하면서, 6학년이 된 때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학교폭력범이 되어 학교폭력 위원회가 열리게 되었지만, 같은 가해자 학부모의 도움으로 겨우 반성문 쓰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게 된다. 그 통보를 받은 날 나보고 작가니까 반성문을 대신 써달라는 말을 듣고 열받아 맘속에 있는 말을 토해냈고, 아이는 며칠 후 집을 떠났다. 말없이 집을 나간 정희는 마석엄마 집에 갔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친엄마와 살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짐을 부쳐주게 된다. “작가는 숙련된 배우와도 같아서 고통에 빠진 사람에 대해서 그릴 때도 다음 장면을 먼저 계산해야 하고, 또 목소리 톤도 조절해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잘 되지 않아서 고통스러웠던 적이 많았다.(p.33)” 소설속의 화자가 작가이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생각을 한다. 아내를 어려서 키어준 마석 엄마와 아빠에 대한 보답으로 그의 양 손녀딸인 한정희를 돌봐주며 이해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한정희는 학교폭력의 가해자이면서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 또한 고모부인 내가 잘해 주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오히려 그런 마음을 이용하여 자기의 편리함이나 행위에 대한 정당함을 주장하려 하는 주인공이 밉게 그려진다. 이 모든 것이 현실의 청소년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른인 독자들이 고민해야 할 것은, ‘어떻게 해야 이들의 정서가 안정되며 바람직한 사회인으로 자랄 것인가?’ 이다. 학교 폭력이 요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어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문제다. 주인공 한정희를 통해 요즘 학교폭력의 세태를 잘 표현하는 <한정희와 나>가 제17회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작가는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기호’다. <갈팡질팡 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김박사는 누구인가> 등 여러 편의 단편소설이 있고 장편소설 <사과는 잘해요>, <차남들의 세계사> 가 있다. 이효석문학상, 한국일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은 작가이자 교수인 나는 지방 소도시 변두리에 있는 임대아파트에 사는데, 어느 날 ‘2중으로 입금된 700만원을 돌려달’라는 피켓을 들고 한쪽 다리를 저는 남자가 나타났다. 502호에 살고 있는 폐지 줍는 할머니의 아들이 당사자인 사채업자인데, 그는 몇 년째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파트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모금한 성금으로 700만원을 만들어 전달하려고 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 남자를 만나보고 싶어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결국 주민들의 신고로 노숙인 쉼터로 그가 끌려갔다. 그리고 얼마 후 외제차 한 대가 아파트에 주차되고 그곳에서 내린 사내가 502호로 올라가는 것을 보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사회적 약자를 등쳐먹는 또 다른 약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소설이다. 어렵게 사는 동네의 주민들은 피해자를 위해 성금까지 걷어 주지만, 피해자는 가해자의 진심어린 사과를 듣고 싶어한다. 그러나 가해자는 그럴 마음이 없다. 저 못나서 그렇다는 생각을 하며, 부모에 대한 부양의 개념을 잃어버린 윤리가 실종되어 가는 우리의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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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님이 대거 포진된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다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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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소재는 다양하다. 일상적인 것들이 소재가 되면 이것도 글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무의식적으로 흘러 보내는 일상을 되돌아 볼 수 있기에 선호하게 되는 듯 하다. 또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소재를 뉴스처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은유적으로 표현을 해 주기도 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고뇌를 나 대신 아파하고 치유하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준다. 이렇듯 다양한 소재들 중 요즘에는 즐겁고 기분 좋은 소재보다는 사회적인 문제나 개인의 고뇌들이 녹아 있는 작품들이 더 눈에 띠는 듯 하다. 글을 창작하는 달란트를 가지고 있는 작가들이 문제 의식을 가지고 문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일반인들과 소통하는 것. 이것도 문학의 또 다른 역할이라는 생각을 하기에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
17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수상작인 이기호의 <한정희와 나>를 비롯하여 후보작이었던 8편의 글이 실려있다. 되도록이면 챙겨 보려고 노력하는 수상작품집이 <이상 문학상>과 <황순원문학상>이다 이 두 문학상의 수상작들의 성격이 아직은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나름대로의 차이점을 느끼게 된다. 이상문학상은 문학적인 감성을 더 느낄 수 있다면 황순원문학상은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좀 더 많다고나 할까.. 미묘하지만 뭔가 구분짓고 싶은 맘에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이기호 <한정희와 나> 아내의 조까뻘이 되는 정희가 우리집으로 오게 된다. 그 사연은 조금 길고 복잡하다. 한창 예민한 여중생을 가족으로 받아들이며 살아가게 되는 나.. 아이와의 눈높이 소통이 그리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지만 생각치 못한 일들로 갈등을 격께된다.
구병모 <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 2018년 이상문학상 수상집에도 수록된 글이었다. 갑작스런 남편의 전근발령으로 시골마을로 이사를 오게된 정주. 그녀는 곧 출산을 앞둔 임산부였다. 시골에 낯선 사람이 오고 더구나 노인들밖에 없는 마을에 곧 아이가 태어날 것이라는 것은 시골마을에는 흔치 않은 사건이었을 것이다. 그 사람은 그럴 것이다,,라는 편견, 내가 이렇게 해 주면 좋아할 것이라는 호의,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그러한 불편들을 그대로 이야기해 준다. 정주는 이곳이 자신의 정착지가 아니라 그저 지나가는 시간이라 생각하며 상황을 인정하려하지만 그 사이에서 자신도 몰랐던 우리들의 민낯들을 깨닫게 된다.
권여선 <손톱> 혼자의 힘으로 사회의 버거움을 견뎌내고 있는 소희. 우리의 젊은이들이 겪는 고통들을 어찌보면 한꺼번에 짊어지고 있는 듯한 가녀린 소희를 보고 있으면서 나도 모르게 손톱 끝이 아려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준영 <마켓> 유산의 아픔을 겪는 시연.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꼭 움켜 쥐고 있던 손아귀의 힘이 풀리고 있는 느낌이었다. 시어머니의 모진 소리, 자상하지만 웬지 평행선을 걷고 있는 것 같은 남편.. 그 모든 것을 부여잡을 수 있었던 것이 아이가 아니었을까.. 시연은 출장을 떠난 남편이 준비한 여행에 동참하지 않고 오히려 그 여행사의 직원에게 준비했던 아이 용품을 하나 둘씩 건내고 마켓을 열어 자신의 결혼 생활을 정리할 결심을 한다.
김경욱 <고양이를 위한 만찬> 사고로 아이를 잃은 부부가 아픔이 있는 나라를 떠나 새롭게 정착하게 되는 이민 생활.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식사 준비를 하는 부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힘겨웠던 생활이 간접적으로 표현되고 그들의 대화속에 등장하는,서로가 신경쓰는 고양이에게 다가가며 그들은 다시 함께 해야하는 합일점을 찾는 듯 하다.
김애란 <가리는 손> 김애란의 작품집 <바깥은 여름>에서 읽었던 작품이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거짓일까.. 내 아이는 , 내 아이니까.. 등으로 스스로를 위로 받고 싶은 엄마. 다문화가정의 아이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일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선입견도 그녀의 맘을 시끄럽게 하는 요인중의 하나일 것이다. 나도 끝까지 재이를 믿고 싶은데 마지막 그 미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엄마 만큼이나 나도 혼란스럽다.
박민정 <바비의 분위기> 대학원생인 유미는 도서관에서 마주치는 한 남성이 신경쓰인다. 별로 하는 일 없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옆자리에 앉는 것 같은 그 남자를 통해 여자친구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스토킹하며 폭력을 행사했던 사촌오빠가 떠 올려진다. 아버지와 함꼐 살지 않고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오빠. 유미도 할머니 집에서 자연스럽게 오빠와 함꼐 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면서 오빠가 큰아빠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를 목격했고 결국에는 오빠가 가장 좋아하던 것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타버리는 장면까지 보게 된다. 그렇한 성장을 하게 된 오빠 또한 결국 또 다른 방법으로 타인에게 폭행을 하게 되고 도서관의 남자를 통해 오빠를 떠 올리게 된다.
최은영 <601,602> 아파트의 옆짐 601호 602호에 살았던 나와 효진. 단짝 친구였고 자주 집을 왕래했지만 효진이 부모와 오빠로부터 받는 폭력이 눈감아지고 있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 우리집은 그렇지 않아.. 라는 위안을 삼았지만 우리집 또한 아들을 원한다는 무언의 폭력이 엄마를 지배하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결국 효진이 이사를 가고 헤어지게 되면서 그저 나는 효진이보다는 나아.. 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고 있는 나의 초라함을 발견한다.
편혜영 <개의 밤> 처가의 회사에 다니면서 재해를 입은 가족들과 협상을 하는 일을 하고 있는 '김' 군인이 처남이 가혹행위를 하여 사망사고가 일어나고 장인과 아내는 처남을 구제하는 탄원서를 받아오라고 한다. 김이 살고 있는 집은 처가대겡서 지어준 주택. 한 밤이 되어도 짖지 않는 개들을 보며 그 개를 자극하여 자신의 맘을 대신해 크게 짖어주기를 원한다.
책을 읽으며 문학의 역할이 있기에 이러한 아픔들을 대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기는 했지만 웬지 요즘처럼 맘미 무겁고 뭔가 후련하지 않을때 이러한 소재도 좋지만 일상적이로 따뜻하고 유쾌한 이야기들을 접해보고 싶다는 바램을 갖어보기도 한다. 이번 수상집을 통해서 기존 작가들의 탄탄한 이야기들을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고, 믿고 보는 작가들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하며 앞으로도 새로운 이야기들을 자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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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현실을 잘 반영하는 단편들이 모여져있다는 생각이 든 단편집이었다. 정말 이런 현실을 겪고 있는 누군가가 이 세상에 존재할 것만 같은 소설들. 그런 의미로 수상작보다 후보작들에 더 마음이 가는 단편집이기도 했다. 분명 누군가에게는 픽션일 것이다. 하지만 소설로써 이 이야기를 받아들였을 때 감정을 배제한 채 쓴 신문 기사보다, 누군가의 에세이보다 더 와닿는 부분이며 여운이 크다. 훨씬 더 손에 잡힐 것 같고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남의 이야기를 엿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현실을 이해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