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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by 황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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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황선미 작가가 들려주는 '작가의 말'에는, 바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줄 든든한 어른이 있었으면 바랐던 작가의 어린 시절이 회고된다. 그러나 엄마를 대신하는 맏언니였기에 집안일과 동생들 챙기기에 바빴고 너무 일찍 성숙해져 '어린 시절을 통째로 잃어버린', 나이에 맞지 않는 시절을 살았던 작가님의 상실감에 코끝이 절로 찡해졌다. 『할머니와 수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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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황선미 작가가 들려주는 '작가의 말'에는, 바쁜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 줄 든든한 어른이 있었으면 바랐던 작가의 어린 시절이 회고된다. 그러나 엄마를 대신하는 맏언니였기에 집안일과 동생들 챙기기에 바빴고 너무 일찍 성숙해져 '어린 시절을 통째로 잃어버린', 나이에 맞지 않는 시절을 살았던 작가님의 상실감에 코끝이 절로 찡해졌다.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에는, 이처럼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 익숙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 기훈은, 친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거리가 멀어진 친구의 관심을 기다리고, 엄마가 없어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어느새 자신의 마음은 무너져 있음을 깨닫는다.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부분에는, 친구와의 관계도 개선되고, 좋은 후견인도 만난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2017년 5월에 출간된 『건방진 장루이와 68일』에 이은 후속작품으로 등장인물과 상황이 기훈의 시선에서 묘사된 어린이 성장동화다. 동화를 마치면, 이보연 아동심리 전문가의 <나를 성장시키는 관계 수업>이 그 뒤를 잇는다. 조부모를 제대로 이해하고 관계를 맺으려면 비밀이 없어야 하며,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고, 또래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자신을 지지해주는 주변 어른들에게도 마음을 터놓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화 속의 기훈이를 내담자로 한 상담 시스템이다.

 

 

기훈이더러 더럽다고 질타했던 아줌마를 엄마로 둔, 일면식이 있는데도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 건방진 '장루이'가 기훈이 반에 전학생으로 온다. 반장 선거일, 오랜 친구 하나가 내가 아닌 전학생 장루이를 반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리고 장루이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어정쩡한 윤기를 반장 후보로 추천했다. 더 어이없는 건, 장루이가 윤기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한 것이다. 더군다나 윤기는 기훈이더러 "나는 너를 지지해"라는 소리까지 했다(p35). 기훈이는 반장이 됐어도 장루이와 윤기가 버린 걸 주운 기분, 하찮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기훈이는 처음부터 장루이가 마음에 들었다.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어쩐 일인지 자꾸 어긋나기만 했다. 싸운 건, 윤기와 장루이였지만 장루이가 전학 간 뒤로 걔네들은 이상하게 친해져 있었다. 학교까지 빠져가면서. 그래도 기훈이에겐 유치원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 야무진 의리파 '하나'가 있다. 학원까지 빠져가면서 기훈의 일에 자신의 일처럼 앞장서고 든든한 대변인이 되어준다. 삐지면 말도 안하고 모른 체 하다가도 결정적인 일에는 기꺼이 팔을 걷어붙이고 도움이 되어준다. 그래서 친구가 필요한 것이고, 가장 강력한 후원자이자 조력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부터 엄마와 아빠 없이 조부모 손에 자란 기훈은, 할아버지마저 얼마 전 돌아가시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와 단 둘이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할머니를 책임져야 할 사람은 자신 뿐이라고 생각하는 속깊은 아이, 부모님 잔소리에 지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자신은 혼자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서 좋다며 위안하곤 한다. 그런데 할머니가 요즘 수상하다. 낯선 사람들이 집에 찾아오고, 통화를 하다가도 급하게 끊기 일쑤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대형마트에서 대량의 식료품 봉투가 배달되기 시작한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같은 반 친구 윤기와 함께 '국제 구호 단체 행사장'을 찾게 되면서 윤기에게 여러 경험을 시켜주는 엄마가 있다는 것에 부러운 시선을 차마 거두지 못한다. 기훈이에게 그런 어른은 없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매사에 거슬리는 전학생 장루이도 와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자신의 주변을 맴도는 남자 어른,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상가 빵집에서, 국제 구호 단체 행사장까지 와서 마주쳤다. 참 이상한 우연도 다 있다. 하지만 왠지 기훈이는 그 어른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기억에도 없던 아빠 이름 '박장한'을 사진 전시회 안내 자료에서 발견한다. 정말 그 남자는 아빠가 맞을까? 왜 둘만 살고 있는 집앞에 대량으로 먹거리를 세 번이나 배달시켰는지, 집은 왜 나가서 다시 오지 않았는지, 자식의 책임을 왜 지려고 하지 않는 것인지.... 이 모든 것이 묻고 싶다.

 

 

 

 
d******7 2018.01.27. 신고 공감 1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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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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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황선미글 노인경 그림 위즈덤하우스/2018.1.30.   기훈이는 학교에서 반장이다. 공부도 잘하고 자기 일을 잘하는 성실한 아이다. 얼마 전에 서예 선생님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할머니하고 둘이 산다. 할머니가 기훈이를 많이 사랑하지만 잔소리를 많이 해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기훈이네는 다른 나라로 이민 간 고모네가 살던 이 아파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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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황선미글 노인경 그림

위즈덤하우스/2018.1.30.

 

기훈이는 학교에서 반장이다. 공부도 잘하고 자기 일을 잘하는 성실한 아이다. 얼마 전에 서예 선생님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할머니하고 둘이 산다. 할머니가 기훈이를 많이 사랑하지만 잔소리를 많이 해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기훈이네는 다른 나라로 이민 간 고모네가 살던 이 아파트로 이사 와 살고 있다. 성격이 조금 모난 것이 흠이지만 유치원부터 같이 자라며 친한 하나라는 여자 친구애가 있다. 그런 하나가 반장 선거할 때 프랑스에서 전학 온 장루이라는 애를 추천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장루이는 2층 양옥집에 살면서 엄마가 차로 학교를 데려다주고 데려가는 아이다. 그 애 엄마는 기훈이를 처음 만났을 때 더럽다고 했다. 그래서 기훈인 루이를 싫어한다. 같은 아파트에 윗층에 사는 재민이와 가끔 어울려 놀다가 재민이가 학원을 빼먹는 바람에 그 아줌마는 기훈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반장이고 공부를 잘 해서 놀지 말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주차장에 낯선 자동차가 주차된 것을 보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떤 아저씨와 부딪칠 뻔하였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지나쳤다. 그 아저씨는 한쪽 다리를 약간 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는데 어떤 주머니 둘이 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에게 물어보았지만 물건 팔러 온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아줌마들은 핸드백만 메고 있었다. 이상했지만 물어도 할머니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만 한다. 먼저 번에는 전화를 하다 기훈이가 오는 것을 보고 급히 전화를 끊는 것도 보았다. 그 것도 제대로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요즘 들어 할머니가 이상해졌다고 느꼈다.

 

다음날 아침 아파트 문을 열자 배달물건이 든 상자가 문 앞에 있었다. 할머니는 잘못 배달된 것이라고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할머니는 돌려줘야 한다며 냉장고에 상한 것까지 넣어 두었다. 그러나 경비실에서도 마트에서도 제대로 배달된 것이라고만 했다. 누군지 전화도 없어서 궁금했다. 그리고 엊그제 마주쳤던 아저씨가 빵집에 있는 것을 보았다. 집에 왔을 때 마트에서 또 배달이 왔다. 누가 배달시킨 것이냐고 물어도 자기는 모른다고 했다. 그 물건들을 넣느라고 집에서 먹던 반찬들은 모두 내놓아야 해서 음식이 상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학교에 갔다. 집에 왔을 때 그 아줌마들과 할머니가 얘기 하는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할머니는 살아 있는 아들이 호적에 있어서 기초생활 수급자도 못 됐는데, 기훈이까지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며 기훈이에게 후견인 될 사람을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못들은 척 방으로 들어간 기훈이는 후견인 같은 거 필요 없고 할머니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몸이 아픈 할머니는 혼자 남을 기훈이가 걱정이었다.

 

하나가 사진전시회에서 가져다 준 안내문을 보다가 박장한이라는 이름을 보았다. 자기 아버지 이름이다. 그래서 집에 있는 앨범을 뒤져서 아버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하나에게 사진전시회에 가자고 했다. 차로 30분을 가야 하는 곳이지만 그곳에 가서 사진작가를 찾아가 만났다. 만나고보니 아파트 현관에서 마주쳤던 아저씨였다. 그래서 사진을 내밀면서 저는 박기훈이고, 박장한이라는 사람 아들이에요. 사진에 있는 남자요.”라고 말했다. 그 아저씨는 용감하네.” 하면서 자기 사진이 맞다고 했다. 집에 물건을 배달시킨 것도 맞다고 했다. 그러더니 약속된 사람의 전화를 받고는 내일 집에 찾아온다는 말을 하면서 기훈이와 하나를 택시에 태워 보냈다. 집에 온 기훈이는 할머니에게 박장한을 만난 것을 다 이야기 했다. 할머니는 망설이다가 진짜 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죽은 막내아들 윤호라고 했다. 박장한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다투고 집을 떠난 양아들이었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잠도 못 잤다.

 

다음날 찾아온다는 말을 듣고 아침에 기다리다 안 와서 학교 가는 길에 박장한을 보았다.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마음이 잡히지 않아 꾸지람을 듣고 집에 왔을 때는 할머니 혼자였다. 할머니는 다니던 떡볶이 집일도 그만두고 요즘 병원에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으신다. 마음이 가라앉은 기훈이는 동물병원 늘 가다가 요즘 못 갔던 마루에 놀러갔다. 거기서 하나 고모가 맡긴 감자와 쫄랑이를 데리고 산책 하는 길에 박장한을 만났다. 박장한은 일이 있어서 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박기훈,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돌아올 수 있게 됐잖아. 아들을 거저 얻다니, 기적이야.” 하는 말을 하면서 기훈이를 슬쩍 돌아보았다. 기훈이는 피식 웃음이 나오며 가슴이 뛰었다.

 

이혼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조손가정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조부모와 사는 것도 힘든데 의지하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단 둘이서 살고 있는 주인공 기훈이는 일찍 철이 들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린이기 때문에 안그런 척 하려고 해도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과 고민을 풀어줄 대상이 없는 외로운 아이다. 다행히 유치원부터 친구인 하나가 많은 부분 다독여 주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려는 마음에 새로 프랑스에서 전학 온 부자 집 아들 장루이는 가까이 하고 싶어도 멀게만 느껴지는 상대다. 언제나 기훈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려 하던 할머니는 건강이 나빠지자 손자를 위해 후견인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것을 알게 된 기훈인 더 맥이 빠지는데, 아빠가 나타난 줄 알고 고민 끝에 어렵게 찾아갔던 박장한이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며 묘한 허탈감에 빠지고 만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기에 다시 돌아온다는 박장한의 말에 웃음이 새어 나오며 가슴 뛰는 기훈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손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의 눈길을 한 번 더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저자는 서울예술대학과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1999나쁜 어린이표에 이어 2000년에 출간한 마당을 나온 암탉160만부 이상 팔렸다. 2017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내 푸른 자전거>, <푸른 개 장발>, <주문에 걸린 마을등 다수가 있다.

 
k******4 2024.01.27. 신고 공감 1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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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장루이와 6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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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수의 걸음이 흐느적거린다. 잠이 덜 깬 탓도 있지만, 여름방학이 끝났어도 여전히 덥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이 가방에 들어 있는 만들기 숙제도 신경이 쓰인다. 아니, 만들기 숙제 때문에 말도 안 하는 사이가 되어 버린 태주가 신경 쓰인다. 태주는 자신의 만들기 숙제를 따라 한 윤수에게 성질을 부렸다. 남의 작품을 몰래 베끼는 건 약아빠진 짓이고 도둑질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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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수의 걸음이 흐느적거린다. 잠이 덜 깬 탓도 있지만, 여름방학이 끝났어도 여전히 덥기 때문이다. 게다가 종이 가방에 들어 있는 만들기 숙제도 신경이 쓰인다. 아니, 만들기 숙제 때문에 말도 안 하는 사이가 되어 버린 태주가 신경 쓰인다. 태주는 자신의 만들기 숙제를 따라 한 윤수에게 성질을 부렸다. 남의 작품을 몰래 베끼는 건 약아빠진 짓이고 도둑질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윤수는 태주가 애들한테 자기 숙제를 베꼈다고 할까 봐 걱정이다. 게다가 예술가가 되고 싶은 태주의 멋진 작품과 비교당할 거라는 생각에 우울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태주의 작품이 망가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횡단보도 앞에서 성급하게 군 태주가, 역시 성급하게 군 까만 차와 맞닥뜨린 것이다. 태주는 차에 직접적으로 부딪히지는 않지만, 놀라 넘어지면서 만들기 숙제를 놓치고 만다. 그렇게 만들기 숙제는 내동댕이쳐져 까만 차 밑으로 굴러들어간다. 태주는 이미 망가진 숙제를 어떻게든 잡으려고 하지만, 까만 차는 멍청하게 가만히 서 있는다. 윤수는 화가 나서 까만 차에게 물러나라고 손짓을 하며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겁도 없이 바퀴를 냅다 걷어찬다. 그러자 창문이 스르르 내려지고 남자애가 굳은 표정으로 윤수를 쏘아본다. 윤수는 원래 조용한 편이지만, 남자애에게 또박또박 잘못을 지적한다. 결국 남자애 엄마가 사과를 하고 태주는 병원에 실려 가면서 일은 종결된다. 그러나 그 남자애가 윤수의 교실로 들어오고, 선생님이 소개를 한다. “새 친구를 소개할게. 프랑스에서 살다 온 장루이, 서로 도와주며 잘 지내기 바란다.”(p. 25)

 

 

『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은『마당을 나온 암탉』,『뒤뜰에 골칫거리가 산다』등을 쓴 황선미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다. 한중 공동개발 도서로 ‘관계’를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장루이는 누가 봐도 건방져 보이는데, 나름의 사연이 있다. 그러나 루이가 마음을 열어 보여 주지 않으면, 그 누구도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내 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도 말이다. 어찌 보면 오윤수도 비슷하다. 적당히 잘 지내기 위해 나서지 않고 시키는 일이나 하는 ‘보통 애’지만, 때로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연결되어 있는 관계마저 끊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루이한테만은 다르다. 그동안은 속으로만 하던 욕도 루이에게는 하게 된다. 윤수는 생각한다. ‘장루이 때문에 별걸 다 해 본다.’(p. 81)

 

 

나는 가끔 생각해요.

단 하나의 내 편이 책이 아니라 진짜 친구였으면 지금보다 더 좋았을 거라고.

외로운 아이도 내성적인 아이도 소심한 아이도 멋지게 살아야 합니다. 그런 아이들은 단 하나의 친구만 있어도 힘든 시간을 잘 견뎌 낼 수 있어요. 이런 아이들은 대개 생각이 좀 깊거든요. 그러니 자신을 알아봐 주는 친구 하나면 걱정 없죠. 그런 눈을 가진 친구는 분명히 있어요. 꼭 장루이 같은 사람.

힘든 시간을 견디고 있는 아이에게 장루이 같은 친구가 선물처럼 나타나면 얼마나 좋을까요. 오윤기 같은 친구가 다가와 주면 참 좋을 텐데요. 아마 그럴 거예요. 세상일은 정말 알 수 없잖아요.

                                                                      -p. 6~ 7  작가의 말

 

세상일은 정말 알 수 없다. 장루이와 오윤수의 관계도 그렇지만, 우리가 맺고 있는 관계도 그러하다.『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은 단 하나라도 ‘내 편’을 만들어 주기 위해 마지막까지 노력한다. 이보연 아동상담 및 부모교육 전문가의 ‘나를 성장시키는 관계 수업’을 통해 좋은 친구 관계 맺기, 친구 관계 갈등 해결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사용 연령은 8~ 13세이지만, 부모도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부모도 친구와 갈등을 겪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잊고 있었던 열두 살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쳇! 모의시험이 다 뭐야. 학교에서 한 번 보는 것도 끔찍한데. 예술가 되는데, 시험이 필요해?”

“너 아직 예술가 아니잖아. 겨우 열두 살이니까 그러지. 우리 엄마도 그래. 열두 살짜리는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대.”

“어른들이 열두 살 때 어땠을까? 다 잘했나? 아니면, 우리한테 이러면 안 되지. 복수하는 것도 아니고 말야.”

“다 까먹은 거지.”

“그런 거지. 우리 엄마 아빠한테는 열두 살이 없었던 거지.”

                                                                      -p. 111

 

마치 없었던 것 같은 열두 살의 기억을 찾아 준다. 그로 인해 부모가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친구뿐만 아니라 부모 자식 관계에도 더없이 좋을 책이다.

e******i 2017.06.14. 신고 공감 9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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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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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황선미글 노인경 그림위즈덤하우스/2018.1.30.sanbaram   기훈이는 학교에서 반장이다. 공부도 잘하고 자기 일을 잘하는 성실한 아이다. 얼마 전에 서예 선생님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할머니하고 둘이 산다. 할머니가 기훈이를 많이 사랑하지만 잔소리를 많이 해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기훈이네는 다른 나라로 이민 간 고모네가 살던 이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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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황선미글 노인경 그림

위즈덤하우스/2018.1.30.

sanbaram

 

기훈이는 학교에서 반장이다. 공부도 잘하고 자기 일을 잘하는 성실한 아이다. 얼마 전에 서예 선생님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할머니하고 둘이 산다. 할머니가 기훈이를 많이 사랑하지만 잔소리를 많이 해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기훈이네는 다른 나라로 이민 간 고모네가 살던 이 아파트로 이사 와 살고 있다. 성격이 조금 모난 것이 흠이지만 유치원부터 같이 자라며 친한 하나라는 여자 친구애가 있다. 그런 하나가 반장 선거할 때 프랑스에서 전학 온 장루이라는 애를 추천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장루이는 2층 양옥집에 살면서 엄마가 차로 학교를 데려다주고 데려가는 아이다. 그 애 엄마는 기훈이를 처음 만났을 때 더럽다고 했다. 그래서 기훈인 루이를 싫어한다. 같은 아파트에 윗층에 사는 재민이와 가끔 어울려 놀다가 재민이가 학원을 빼먹는 바람에 그 아줌마는 기훈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반장이고 공부를 잘 해서 놀지 말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주차장에 낯선 자동차가 주차된 것을 보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떤 아저씨와 부딪칠 뻔하였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지나쳤다. 그 아저씨는 한쪽 다리를 약간 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는데 어떤 주머니 둘이 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에게 물어보았지만 물건 팔러 온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아줌마들은 핸드백만 메고 있었다. 이상했지만 물어도 할머니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만 한다. 먼저 번에는 전화를 하다 기훈이가 오는 것을 보고 급히 전화를 끊는 것도 보았다. 그 것도 제대로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요즘 들어 할머니가 이상해졌다고 느꼈다.

 

다음날 아침 아파트 문을 열자 배달물건이 든 상자가 문 앞에 있었다. 할머니는 잘못 배달된 것이라고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할머니는 돌려줘야 한다며 냉장고에 상한 것까지 넣어 두었다. 그러나 경비실에서도 마트에서도 제대로 배달된 것이라고만 했다. 누군지 전화도 없어서 궁금했다. 그리고 엊그제 마주쳤던 아저씨가 빵집에 있는 것을 보았다. 집에 왔을 때 마트에서 또 배달이 왔다. 누가 배달시킨 것이냐고 물어도 자기는 모른다고 했다. 그 물건들을 넣느라고 집에서 먹던 반찬들은 모두 내놓아야 해서 음식이 상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학교에 갔다. 집에 왔을 때 그 아줌마들과 할머니가 얘기 하는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할머니는 살아 있는 아들이 호적에 있어서 기초생활 수급자도 못 됐는데, 기훈이까지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며 기훈이에게 후견인 될 사람을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못들은 척 방으로 들어간 기훈이는 후견인 같은 거 필요 없고 할머니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몸이 아픈 할머니는 혼자 남을 기훈이가 걱정이었다.

 

하나가 사진전시회에서 가져다 준 안내문을 보다가 박장한이라는 이름을 보았다. 자기 아버지 이름이다. 그래서 집에 있는 앨범을 뒤져서 아버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하나에게 사진전시회에 가자고 했다. 차로 30분을 가야 하는 곳이지만 그곳에 가서 사진작가를 찾아가 만났다. 만나고보니 아파트 현관에서 마주쳤던 아저씨였다. 그래서 사진을 내밀면서 저는 박기훈이고, 박장한이라는 사람 아들이에요. 사진에 있는 남자요.”라고 말했다. 그 아저씨는 용감하네.” 하면서 자기 사진이 맞다고 했다. 집에 물건을 배달시킨 것도 맞다고 했다. 그러더니 약속된 사람의 전화를 받고는 내일 집에 찾아온다는 말을 하면서 기훈이와 하나를 택시에 태워 보냈다. 집에 온 기훈이는 할머니에게 박장한을 만난 것을 다 이야기 했다. 할머니는 망설이다가 진짜 네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죽은 막내아들 윤호라고 했다. 박장한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다투고 집을 떠난 양아들이었다고 했다. 그 소리를 듣고 잠도 못 잤다.

 

다음날 찾아온다는 말을 듣고 아침에 기다리다 안 와서 학교 가는 길에 박장한을 보았다. 아는 체도 하지 않았다. 학교에서도 마음이 잡히지 않아 꾸지람을 듣고 집에 왔을 때는 할머니 혼자였다. 할머니는 다니던 떡볶이 집일도 그만두고 요즘 병원에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으신다. 마음이 가라앉은 기훈이는 동물병원 늘 가다가 요즘 못 갔던 마루에 놀러갔다. 거기서 하나 고모가 맡긴 감자와 쫄랑이를 데리고 산책 하는 길에 박장한을 만났다. 박장한은 일이 있어서 아프리카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박기훈, 네가 있어서 참 다행이다. 돌아올 수 있게 됐잖아. 아들을 거저 얻다니, 기적이야.” 하는 말을 하면서 기훈이를 슬쩍 돌아보았다. 기훈이는 피식 웃음이 나오며 가슴이 뛰었다.

 

이혼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조손가정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부모의 사랑을 받고 자라야 할 나이에 조부모와 사는 것도 힘든데 의지하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고 할머니와 단 둘이서 살고 있는 주인공 기훈이는 일찍 철이 들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어린이기 때문에 안그런 척 하려고 해도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그리움과 고민을 풀어줄 대상이 없는 외로운 아이다. 다행히 유치원부터 친구인 하나가 많은 부분 다독여 주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려는 마음에 새로 프랑스에서 전학 온 부자 집 아들 장루이는 가까이 하고 싶어도 멀게만 느껴지는 상대다. 언제나 기훈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피하려 하던 할머니는 건강이 나빠지자 손자를 위해 후견인을 알아봐달라는 부탁을 하고, 그것을 알게 된 기훈인 더 맥이 빠지는데, 아빠가 나타난 줄 알고 고민 끝에 어렵게 찾아갔던 박장한이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며 묘한 허탈감에 빠지고 만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기에 다시 돌아온다는 박장한의 말에 웃음이 새어 나오며 가슴 뛰는 기훈이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손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의 눈길을 한 번 더 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저자는 서울예술대학과 중앙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1999나쁜 어린이표에 이어 2000년에 출간한 마당을 나온 암탉160만부 이상 팔렸다. 2017년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 내 푸른 자전거>, <푸른 개 장발>, <주문에 걸린 마을등 다수가 있다.

 

(이 리뷰는 예스24를 통해 위즈덤하우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k******4 2018.01.27. 신고 공감 9 댓글 14
리뷰 총점 종이책
『건방진 장루이와 68일』 by 황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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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은,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을 화해로 풀어가는 성장동화다. 첫 만남, 첫 인상부터 얄밉기만한 아이 장루이와 괜한 의협심에 불탄 오윤기. 둘은 싸움을 계기로 오히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고 차츰 가까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전학 온 시크하고 도도하기 짝이 없는 장루이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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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장루이와 68,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을 화해로 풀어가는 성장동화다. 첫 만남, 첫 인상부터 얄밉기만한 아이 장루이와 괜한 의협심에 불탄 오윤기. 둘은 싸움을 계기로 오히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마음을 열고 차츰 가까운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전학 온 시크하고 도도하기 짝이 없는 장루이와, 평범하기 그지없는 오윤기의 시선으로 바라본, 68일 동안의 기록이다. 본문 뒷 편에는 아동상담 및 부모교육 전문가 이보연 소장의 <나를 성장시키는 관계 수업>이 수록돼 있다. 내용은, 친구를 얻기 위해 필요한 감정 조절, 공정한 협력, 의사소통, 갈등 해결 방법, 좋은 친구 관계 맺기 등을 본문에 등장한 장루이와 오윤기의 사례를 들어 조목조목 일러준다.



2학기 첫 등굣길, 유치원 때부터 쭈욱 붙어 다닌 같은 반 친구 태주가 신호등이 바뀌자마자 달려든 자동차에 놀라 넘어진다. 졸지에 태주가 예술가 작업실에서 만든 정크 아트 '깡통 자동차'는 차 바퀴에 의해 망가졌다. 덕분에 훗날, 태주의 작품을 베껴서 만든 윤기의 자동차가 우수 작품상을 받게 됐지만. 5학년인 오윤기는 남 앞에 나선 적도 없고 시키는 일이나 하는 조용한 아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의협심이 발동한 윤기는 달려든 차 바퀴에 발길질을 해대고, 운전자인 아줌마가 사과를 하고, 옆 좌석에 앉은 도도한 파마머리 남자아이에게도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헌데 교실에 도착하니 방금 전 파마머리, '프랑스에서 살다 온 장루이' 그 얄미운 녀석이 전학온 것이다.

장루이는 전학 온 다음 날, 2학기 반장 후보로 떡 하니 오윤기를 추천한다. 그날부터 아니, 장루이를 만난 그 순간부터 오윤기의 일상은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분명 장루이가 자신을 골탕 먹이기 위해 반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생각하고 장루이가 더 얄미워졌다. 윤기가 반장 후보에서 떨어지고, 대신 모둠장이 된다. 장루이의 시크한 행동 탓에 도리어 윤기는 반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러던 차에 모둠활동 도중 윤기와 장루이의 몸싸움이 벌어진다. 장루이를 따라 미래 식량 재료로 쓰이는 살아 있는 유충들을 조우하면서 그 아이가 심한 치즈 알레르기라는 속사정을 알게 된다. 몸싸움의 결과로, 윤기는 반성문을 쓰고, 장루이는 '미래 식량에 대한 탐구' 보고서를 써 냈다. 둘의 사이는 더 이상해지고 만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국제 아동 구호 행사에 참석한다.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지원하는 국제단체 회원인 윤기는 엄마가 내는 회비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여동생이 생겼다. 그곳에서 엄마에게 야단맞는 장루이의 뒷모습을 본다.  현재 다니는 우리 학교는, 장루이가 사립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임시로 다니는 학교라는 얘기를 듣게 되면서 자신의 처지와 그닥 다르지 않음에 울컥한 감정을 갖는다. 장루이는 늘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창밖에 시선을 두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시크한 아이다. 장루이는 처음부터 윤기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고 반장으로 추천했다. 자신감이 부족했던 윤기는 모둠장이 되면서 책임감을 갖게 되는 계기로 발전한다. 이 모든 게 장루이 탓이 아니라, 장루이 덕분인 셈이다. 어느샌가 윤기는 그런 장루이를 더이상 미워하지 않는다. 둘은 긴 말을 하지 않아도 같이 있는 게 좋았고, 아무에게도 못했던 속마음을 서로에게 전하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평소 아이에게 책을 자주 읽어주는 편이고, 시간 내서 아이 책을 읽기도 하는 편이라 아동 도서와 동화를 접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그 많은 책들이 모두 흥미를 끄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보기 드물게 유쾌하고 재밌는 데다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할 꺼리를 제공한다. 문체가 가볍고 경쾌해서 아이의 말투처럼, 아이의 생각처럼 읽혀서 정겹고 다정하다. 오윤기의 툴툴거림이 느껴지고 조금은 조숙한 듯 시크한 장루이의 태도 역시 생생하게 다가온다. 읽는 동안 기분이 좋아지고, 읽고 난 뒤에는 짜릿한 어린이 성장동화다.

d******7 2017.06.11. 신고 공감 8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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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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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황급히 전화 끊는 걸 나(기훈)는 못 본 척했다. 할머니 몰래 위임장에 도장을 찍은 터라서 더 그렇게 됐다.(p. 9) 그러나 할머니 곁에 드리운 수상한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수상한 전화는 수상한 방문으로 이어지고, 영문을 알 수 없는 먹을거리가 배달되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는 황선미 선생님들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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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황급히 전화 끊는 걸 나(기훈)는 못 본 척했다. 할머니 몰래 위임장에 도장을 찍은 터라서 더 그렇게 됐다.(p. 9) 그러나 할머니 곁에 드리운 수상한 그림자는 더 짙어진다. 수상한 전화는 수상한 방문으로 이어지고, 영문을 알 수 없는 먹을거리가 배달되기 때문이다.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는 황선미 선생님들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두 번째 책이다. 첫 번째 책은 작년에 나왔던『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이다.『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에서도 장루이가 나온다.(여전히 건방진 모습이다)『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는『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의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다.『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은 친구 관계 이야기였다면,『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는 조부모 관계 이야기다.

 

 

기훈이는 할머니와 산다. 할아버지도 같이 살았으나, 돌아가셨다. 아빠가 있기는 하다는데,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하며 사는지도 알 수 없다. 엄마도 잘 모르겠다. 엄마 이야기를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기훈의 걱정은 할머니의 건강과 수상한 그림자다.『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는 조손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을 다룬다. 마지막에는『건방진 장루이와 68일』처럼 ‘나를 성장시키는 관계 수업’이 들어가 있다.

 

 

‘그동안 잘 지냈니?’, ‘내가 도울 일이 있니?’라고 묻는 어른들에게는 걱정거리나 궁금한 점들을 말하고 물어도 된단다.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고 참아 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힘든 일을 말하면 무시당할 것이라는 생각도 내려놓으렴. 이 세상에 완벽하게 행복한 사람은 없단다. 기훈이 눈에는 부잣집 아들에, 늘 따라다니는 엄마가 있는 장루이가 부러워 보였겠지만 우리 모두 눈치챘잖아! 장루이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는 걸! 부모가 있든 없든, 잘살든 못살든 모든 사람에겐 마음을 나누고 지지해 줄 사람이 필요하단다. 꼭 그런 사람을 만들어 보렴.     (p. 174~ 175)

 

기훈이 그런 사람을 만들며 동화는 끝난다. 그러나 독자들의 삶은 책을 덮고도 계속된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마음을 나누고 지지해 줄 사람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그 사람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e******i 2018.01.29. 신고 공감 8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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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황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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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부모님 세대는 형제들이 많았고, 부모님이 막내쯤이면 이미 조부모님은 안 계셨다. 태어나보니 부모님이 벌써 연로한 모습이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조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없는 사람은 그 특별한 애정에 어떤 느낌도 없다. 하지만 애정으로 기억되는 조부모님과의 관계는 그 사이에 부모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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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모님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부모님 세대는 형제들이 많았고, 부모님이 막내쯤이면 이미 조부모님은 안 계셨다. 태어나보니 부모님이 벌써 연로한 모습이었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조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없는 사람은 그 특별한 애정에 어떤 느낌도 없다. 하지만 애정으로 기억되는 조부모님과의 관계는 그 사이에 부모님이 든든히 계실 때의 이야기다. 어떤 이유로 부모님이 빠진 조손 사이의 관계는 어떨까? 그것을 들여다 본 것이 이 동화의 기둥이다.

 

이 책의 주인공 기훈이는 조손가정의 아이다.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이 안 계셨고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처음부터 부모님의 존재가 없었기 때문에 기훈이에게 조손가정은 자연스러운 거였다. 이런 기훈이 앞에 문제가 생겼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집안이 기우뚱거렸다. 살림만 하던 할머니는 시장 안 분식점에서 일을 했지만 몸이 좋지 않아서 그만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즈음, 기훈이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겹친다. 또래보다 속 깊은 아이라 해도 초등학생인 기훈이가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벌어지기 때문이다.

 

기훈이는 학급 반장이면서 애견카페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곁에서 보면 듬직한 아이다. 하지만 그 속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렇게 태연하게 사는 것은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손가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살펴주는 조부모님과 보살핌을 받는 손주 사이의 시간적 거리감 같았다. 할머니의 고민도 여기 있다. 자신이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 오자 아직 어린 기훈이를 돌봐줄 후원자를 찾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기훈이는 할머니의 비밀과 낯선 아저씨의 등장에 당황한다. 평온했던 자신의 일상이 자꾸 조각나고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이 책에 등장하는 조손가정의 기훈이는 그리 나쁘지 않게 흔들리는 일상을 다시 봉합한다. 자신을 걱정하는 할머니와 앞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후견인이 생긴 것도 그렇지만 친구들과의 관계가 원만하다는 것이 기훈이에겐 큰 힘이 되었다.

 

아이들은 예민하다. 할머니의 불안한 마음은 기훈이에게 금방 전해진다. 할머니는 우리 사회의 복지 혜택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 현실은 이보다 훨씬 더 힘들 수 있다. 기훈이가  강아지 산책을 시키면서 자신을 위로하듯이 자신의 처지가 힘들 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어려운 시간을 이겨내는 아이가 얼마나 있을까.

 

이 동화는 기훈이처럼 남들과 다른 처지에 있는 아이들이 읽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 부모님이 안계셔도 반장선거에 나가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자신감을 갖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봉사도 하는 기훈이의 모습에서 조손가정아이라는 남다른 결핍은 찾을 수 없었다.

 

동화는 '어린이'라는 읽을 대상을 따로 두고 있다. 처음 어른의 시선으로 읽었을 때는 개연성이 조금 허술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동화책을 분석하며 읽지 않을 것이다.  기훈이의 상황을 보면서 자신이나 친구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좋겠다.  기훈이의 조마조마한 마음과 호기심, 설렘, 안도감 같은 것들이 잘 느껴져서 재미있게 읽었다.  

t******e 2018.02.01.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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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수상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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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이는 학교에서 반장이다. 공부도 잘하고 자기 일을 잘하는 성실한 아이다. 얼마 전에 서예 선생님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할머니하고 둘이 산다. 할머니가 기훈이를 많이 사랑하지만 잔소리를 많이 해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기훈이네는 다른 나라로 이민 간 고모네가 살던 이 아파트로 이사 와 살고 있다. 성격이 조금 모난 것이 흠이지만 유치원부터 같이 자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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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이는 학교에서 반장이다. 공부도 잘하고 자기 일을 잘하는 성실한 아이다. 얼마 전에 서예 선생님을 하시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할머니하고 둘이 산다. 할머니가 기훈이를 많이 사랑하지만 잔소리를 많이 해 가끔 짜증이 날 때도 있다. 기훈이네는 다른 나라로 이민 간 고모네가 살던 이 아파트로 이사 와 살고 있다. 성격이 조금 모난 것이 흠이지만 유치원부터 같이 자라며 친한 하나라는 여자 친구애가 있다. 그런 하나가 반장 선거할 때 프랑스에서 전학 온 장루이라는 애를 추천한 것이 마음에 걸린다. 장루이는 2층 양옥집에 살면서 엄마가 차로 학교를 데려다주고 데려가는 아이다. 그 애 엄마는 기훈이를 처음 만났을 때 더럽다고 했다. 그래서 기훈인 루이를 싫어한다. 같은 아파트에 윗층에 사는 재민이와 가끔 어울려 놀다가 재민이가 학원을 빼먹는 바람에 그 아줌마는 기훈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반장이고 공부를 잘 해서 놀지 말라는 소리를 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주차장에 낯선 자동차가 주차된 것을 보았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떤 아저씨와 부딪칠 뻔하였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지나쳤다. 그 아저씨는 한쪽 다리를 약간 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는데 어떤 주머니 둘이 할머니와 헤어지는 것을 보았다. 할머니에게 물어보았지만 물건 팔러 온 사람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그 아줌마들은 핸드백만 메고 있었다. 이상했지만 물어도 할머니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만 한다. 먼저 번에는 전화를 하다 기훈이가 오는 것을 보고 급히 전화를 끊는 것도 보았다. 그 것도 제대로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 요즘 들어 할머니가 이상해졌다고 느꼈다.

 

다음날 아침 아파트 문을 열자 배달물건이 든 상자가 문 앞에 있었다. 할머니는 잘못 배달된 것이라고 돌려줘야 한다고 했다. 주인이 나타나지 않자 할머니는 돌려줘야 한다며 냉장고에 상한 것까지 넣어 두었다. 그러나 경비실에서도 마트에서도 제대로 배달된 것이라고만 했다. 누군지 전화도 없어서 궁금했다. 그리고 엊그제 마주쳤던 아저씨가 빵집에 있는 것을 보았다. 집에 왔을 때 마트에서 또 배달이 왔다. 누가 배달시킨 것이냐고 물어도 자기는 모른다고 했다. 그 물건들을 넣느라고 집에서 먹던 반찬들은 모두 내놓아야 해서 음식이 상했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학교에 갔다. 집에 왔을 때 그 아줌마들과 할머니가 얘기 하는걸 우연히 듣게 되었다. 할머니는 살아 있는 아들이 호적에 있어서 기초생활 수급자도 못 됐는데, 기훈이까지 그러면 어떻게 하느냐며 기훈이에게 후견인 될 사람을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못들은 척 방으로 들어간 기훈이는 후견인 같은 거 필요 없고 할머니만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몸이 아픈 할머니는 혼자 남을 기훈이가 걱정이 되는데.....

 

k******4 2018.07.24.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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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 하면 면책이 되는 세상 이야기 만은 아님.
"공부를 잘 하면 면책이 되는 세상 이야기 만은 아님." 내용보기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면 아주 별로 일듯하다.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나를 성장시키는 관계 수업. 조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 부모의 역할, 조부모 육아의 어려움, 조부모와 제대로 관계 맺기 가족 간에 비밀 만들지 않기, 부지런히 행복과 추억 쌓기, 조부모와 협력하기,또래와 함께 하기, 어른들과 잘 지내기." 이렇게 말하면 아주 무미 건조하고 재미 없기 그지 없을이야기이
"공부를 잘 하면 면책이 되는 세상 이야기 만은 아님." 내용보기

    이야기를 이렇게 시작하면 아주 별로 일듯하다. 간단히 적어보겠습니다.

  "나를 성장시키는 관계 수업. 조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 부모의 역할, 조부모 육아의 어려움, 조부모

와 제대로 관계 맺기 가족 간에 비밀 만들지 않기, 부지런히 행복과 추억 쌓기, 조부모와 협력하기,

또래와 함께 하기, 어른들과 잘 지내기." 이렇게 말하면 아주 무미 건조하고 재미 없기 그지 없을

이야기이지만 박기훈이라는 주인공과 할머니 그리고 친구들과 생활 환경 갈등과 해소, 그리고 다

른 갈등. 속마음과 겉으로 드러난 행동들이 보이면서 재미있게 읽은 수 있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무탈하신 양친 밑에서 잘 자라나서 예쁘고 현숙한 부인을 만나 결혼해서 딸 아들, 두 자녀를 두고

있고 인생 2막을 시작한 나! 별 걱정 없이 자랐을 것 같은 외모를 가진 내게도 아픈 기억과 힘든 것이

있는데 남들이 알 수는 없다. 말한 적도 없고 사실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친구나

다른 가까운 사이라면 다르지요. 남이 아니기 때문, 또는 남이지만 조금 가까운 관계이기에 공감하는

정도와 마음 아파하는 정도가 다를 것입니다. 분명 유치원에서 배우거나 일반적인 인간사의 진리로

듣거나 교육을 받아 알고 있는 자명한 사실들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있습니다. 인생 2막은 그런 것인

가 봅니다.

 

    할머니와 혼자 남은 손자. 사실은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막내아들은 죽고 고모는 이민을 가고

박장한이라는 손자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사람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에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다

행히 할아버지는 교육자셨고 손자에게 따뜻했고 할버니도 기훈이를 많이 사랑해주셔서 반듯하게

잘 자라고 있는 손자. 특히 공부를 잘 해서 왠만한 핸디캡은 별로 장애가 되지 않는 아이, 그래도

할머니와 단 둘이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친구 재민이 하나와는 투닥거리기도 하지만 친하게 터놓고 지내고 있는데 이것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기훈이를 살뜰히 챙겨주어서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이 자연스러웠지 싶습니다. 물론 기훈

이의 속마음은 항상 착한 아이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었고 하나나 재민이에게 잘 하고 싶은 마음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난하게 지내는 편이었지요. 그러다가 어떤 일이 꼬이는 계기가 되면 다투거

나 토라지기도 하고 서로 말을 안 하기도 하지만 친구 사이가 어떤건데요. 사과를 하거나 다른 핑계

를 대면서 다시 말하고 좋게 지내는 사이가 되고는 하지요.

 

    저는 아내가 화를 내서 말을 안 할 때가 제일 무섭습니다. 세상에 혼자 버려진 느낌이 되기도

하고 정말 답답하고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지요. 그래서 말을 다시 틀 때까지 고난의 시간을 거친

후에 다시 말을 트고는 '내가 얼마나 그녀를 좋아하고 내 세상의 전부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합니

다. 어린애 같지요. 그런 내 어린 시절을 보는 듯한 기훈이 이야기를 조금만 공유해보겠습니다.

 

14쪽 ~ 15쪽

    할머니는 자식을 셋이나 낳았지만 나하고만 산다. 막내아들은 해외로 자원봉사 떠났다가 사고로

죽었고, 고모는 자기 자식들에게 큰 세상을 알려 주고 싶다며 딴 나라로 가 버렸다. 큰 아들은......

    잘 모르겠다. 큰아들이 있기는 하다는데. 나는 아는 게 별로 없다.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뭘 하며

사는지도. 할머니 말마따나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른다. 할머니는 아무리 속상해도 큰아들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

    할머니한테 막내아들은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부를 만큼 기특한 자식이었고, 큰아들은 튀어나오

려는 말도 한숨으로 꾹 삼키고 마는 사람이었다.

    아마 나 때문일 거다. 내가 아는 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뭘 하며 사는지도 알 수 없는 큰아들이

내 아빠라는 정도.그리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무척 보고 싶어 했다는 것. 암도 설명하지 않았지

만, 나는 내 아빠라는 사람과 할아버지 사이가 나빴다고 짐작하고 있다.

    엄마는, 엄마도 잘 모르겠다. 여태까지 엄마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본 적도 없다. 그래서 내가

슬프다거나 고민에 빠진 적은 없다. 나는 그냥 처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랑 살았고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할아버지가 없으니 집안에 구멍이 생긴 듯 아직도 좀 이상하지만 어차피 사람은 늙으면 다 죽

는다.

 

16쪽

    할아버지는 나만 보면 그랬다. 귀한 내 새끼. 천사가 데려온 내 새끼.

    나는 할아버지가 나를 엄마나 사랑했는지 안다. 그 말은 참 슬프게 들렸지만 할아버지 유언이었다.

유언은 지켜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만 울었고 앞으로 착한 사람이 될 작정이다.    

 

23쪽

    내 속이 꼬였다면 아마도 그날부터였을 거다. 나한테 더럽다고 했던 아줌마. 사실은 내 손이 더럽

다는 소리였고, 실제로 내 손은 그때 더러웠다. 아마 똥 냄새도 좀 났을지 모른다. 쫄랑이가 말썽 부려

서 이리저리 뛰었고, 길바닥에 싼 똥을 치우다가 밟기도 했으니까.

 

    그날 상황이 당연히 그렇게 말할 만했다고 생각하지만 그 아줌마의 태도는 아무리 생각을 고쳐먹어도

괜찮아지지가 않는다. 나를 보면 표정. 무시하는 것 같던 말투.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속이 꼬인다.

 

33쪽

    하나가 내 여자 친구라거나 그래서는 아니다. 우리는 그저 오래된 친구다. 오래된 친구가 내가 아닌

전학생을 반장 후보로 추천했다. 그것도 맨 처음에. 그건 꼭 갑자기 당한 무슨 사고 같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알면서도 옆에 없다는 게 너무 이상하고 믿어지지 않았던 바로 그 기분. 배신당한 것

처럼 기가 막히고 자꾸만 화가 치밀고.

 

    여기서 문제가 되는 장루이 왠지 상황이 나쁠 때마다 장루이와 주인공 박기훈은 이상하게 꼬입니다.

왜 그런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글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지만 우리는 살짝 알 수 있지요. 장루이

와 주인공은 처한 상황이 다르니까. 될 수 없지만 되고 싶은 상태와 겹치니까요. 아지만 청소년용 책이

니 그런 것까지 자세히 또는 감정선이 나타나게 적지는 않았습니다.

 

88쪽

    내가 윤기를 아예 잘못 본 건 아니었다. 내가 본 대로 윤기는 평범한 애였다. 그러나 솔직하고 괜

찮은 애.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친구 순위를 매겼던 게 미안해졌다. 하나만큼이나 나도 심술궂

은 데가 있다는 걸 인정해야겠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간사하기도 하고 때로 정직하기도 하지요. 항상 올곧기를 그리고

참되기를 바라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지요. 친구에게 순위를 매기고 계산에 따라 행동하고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본성이기에 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한 것이 많이 나타나기에 인간에

대해 실망하기도 하지만 다른 강직한 모습을 보고 희망을 갖기도 하니까 참 알다가도 모를 존재들입

니다.

 

119쪽

    나 아직, 화 풀린 거 아니다.     -중략-

 

    웃음이 탁 터졌다. 우울해서 무겁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하나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내

어깨를 쳤다. 그리고 앞서 갔다.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했다.

    우리가 오래된 친구라는 걸 나는 의심해 본 적 없었다. 그러나 하나를 재민이보다 친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게 미안해졌다. 어쩌면 나는 친구라는 걸 그다지 믿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140쪽

    장루이는 얼마 전에 다른 학교로 갔다. 그런데 그 햑교 교복을 입고 여기 와서 오윤기를 쳐다보

고 있다. 그 표정이 좀 뜻밖이었다.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도대체 언제 둘이 친해졌을까?

 

    이 파트는 좀 의외입니다. 왜 이런 진행을 굳이 넣은 걸까? 작가는 이 이야기를 좀더 길게 끌

고 나가고 싶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니면 2권이나 속편이 나올 것 같습니다. 왜 주인공이

싫어하거나 오해했던 두 사람이 친하게 되고 속칭 좋은 학교로 옮기고 그 아이와 친해지는 것인

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고는 이야기를 접어버린 관계로 괜한 상상을 키우게 됩니다.

 

144쪽

    할머니는 내가 몰랐으면 했단다. 박장한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사려 준 양아들인 것도, 할아버

지와 다투고 집을 떠났다는 것도, 내 아버지가 사실은 막내아들이라는 사실도.

    "그런데 왜 내가 그 사람 아들이야?"

    할머니는 대답을 피했다. 내가 아직 어려서 더 크면 맒해주겠다고만 했다.

 

    할머니는 말하는 내내 한숨 쉬고 눈물을 찍어 냈지만 내 머리는 한 가지 생각으로 분명해졌다.

어른들도 가끔은 바보 같다는 것. 애들처럼 실수하고, 정답처럼 똑바로 살지 못하고, 사과할 줄

모르고, 어리석게 시간을 낭비한다는 것.

 

148쪽

    그러고 보니 나 혼자 산책길을 걸어 본 적이 없었다. 이 길이 생겼을 때부터 쫄랑이와 함께

였다. 쫄랑이와 걸으면 내가 외로운 애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걸 나는 진작 알고 있었다.

 

159쪽

    장루이가 인사했다. 우리에게 아니, 내 옆의 어른에게. 마치 친구 아빠에게 인사하듯이. 남자에

게는 목례를 하고 나한테는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지나갔다.

    장루이 행동은 너무너무 어색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어떻게 할까 몹시 고민한 게 틀림없었다.

    친구니?

남자가 물었다.

 

161쪽

    어쩌면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날. 장루이는 개를 보고 있었던 게 아닐까? 우리 또래 애들에게

개는 꽤 탐나는 대상이니까. 딱 보기에도 장루이는 개를 다룰 줄 모른다. 그 어설픈 꼴을 보며

나는 방긋 웃었다. 

 

    술술 읽혔습니다. 순식간에 읽고 리뷰를 적었습니다. 장루이와 하나와 재민이 등 친구와의 갈등, 

소소한 일상에서 기훈이가 겪어야 했고 누구에게 물을 수도 없었던 어려움과 할머니가 기훈을 위해 후견

인을 만들고자 하는 이야기와 갑자기 마트에서 배달된 고기며 치킨 등등을 보고 "우리 것이 아니니

먹을 수 없다."고 말하는 기훈이와 할머니까지 그리고 수상한 물건은 사실 양아들인 박장한이 보내

온 것이라는 것 등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는 교훈을 주면서 이것이 정답이야라고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벌어진 사건(?)을 보면서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썼지 싶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읽었을 때는

다른 스토리 라인이 그려지더군요. 우엣든 간만에 편하게 읽은 글이었습니다. 우울하지 않고 밝은

마음으로 인생을 따뜻하게 볼 수 있고, 마음 먹기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다른 면에서 우리는 언제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후견인을 기다리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여지

껏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나를 챙겨줄 수 있는 후견인이 내 뒤에서 나를 지켜보고 돕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면 마음 든든하지 않겠어요. 그 후견인이 종교 상의 신일 수도 있고 자신의 신념일 수도 있고 근

자감일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그 남자나 그 여자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엣든 할머니와 수상한 그

림자는 책에 있는 일러스트 처럼 따스했습니다.

 

 

 

이 리뷰는 운좋게 서평단에 선정되어

yes24를 통해 출판사에서 증정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j 2018.01.27. 신고 공감 3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아이들이 외롭지 않길-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아이들이 외롭지 않길-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내용보기
작가의 말에 일찍 철들었던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 역시 맞벌이 부모님의 장녀였던 덕에 남동생 저녁 먹이고 설겆이 하고 시계만 보며 엄마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남동생이 있어 그 시간이 외롭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아직도 기억 한 편에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이 남아있다. 그런 내가 또 워킹맘이 되었고, 혼자인 우리 딸은 할머니와 함께 시계를 바라보며 엄마
"아이들이 외롭지 않길-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내용보기

작가의 말에 일찍 철들었던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나 역시 맞벌이 부모님의 장녀였던 덕에 남동생 저녁 먹이고 설겆이 하고 시계만 보며 엄마를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남동생이 있어 그 시간이 외롭지는 않았던 것 같지만, 아직도 기억 한 편에 시계를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이 남아있다. 그런 내가 또 워킹맘이 되었고, 혼자인 우리 딸은 할머니와 함께 시계를 바라보며 엄마 아빠의 퇴근을 기다린다. 아침에 눈뜨면 눈물로 엄마를 찾고 저녁에 할머니가 가실 때 눈물로 또 보내는 우리 아이.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를 읽는 내내 우리 아이가 책 속 주인공만큼 컸을 때 느낄 감정들은 아닐지 이입되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는 설명이 필요없는 황선미 작가의 최신작이다. 아이는 알 수 없는 어른들의 사정으로 조부모 밑에서 자라는 초등학생 박기훈이 주인공이다. 할아버지도 돌아가시자 할머니는 혼자 남을 기훈이가 걱정되어 파트타임 일도 하시고 후견인도 알아보고 하신다. 하지만 그런 할머니가 헤어짐을 준비해야하는 상황, 혼자 남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상황이 기훈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는 중에 친구들과도 마음먹은대로 잘 풀리지 않고 속상한 일 투성이다. 그러다 우연히 아빠의 이름 박장한을 전시회장에서 발견하고 만나게 된다. 누가보냈는지 알지 못해 먹지도 버리지도 못했던 배달된 마트 음식을 보낸이가 바로 그 박장한이었다. 아빠라는 것인지 아니라는 것인지 함께 해주겠다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알지 못하겠는 그 상황이 먹어도 되는지 안 되는지 갈등하다 냉장고만 차지해버린 음식들과 겹쳐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뒤쪽에 이보연 상담가의 '관계수업' 파트가 있다는 것이 독특하다. 조부모 육아의 어려운점, 조부모와의 헤어짐을 대비하여 부지런히 행복과 추억 쌓기, 어른들과 잘 지내기와 같은 조언들이 있다. 할머니 손에서 크는 거나 다름없는 우리 아이에게 들려주는 책이라 생각했는데,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우리아이는 복이 많아 양가 할머니 할아버지 모두 정정하셔서 함께 놀고 떼도 쓰고 한다. 감사한 일이지만, 언젠가는 헤어짐이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해 우리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생각이 많다. 책의 조언대로 아이가 조부모님과 행복하고 좋은 기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도록 내가 잘 해야 하겠다.

 

우리집뿐만 아니라 조부모님께 육아를 맡기는 집이 많을 것이다. 남에게 맡기자니 걱정되고 쉽지 않아  결국 내새끼까지 키워달라고 부모님께 맡기게 되었는데, 그 속에서 어른들끼리 갈등이 생기고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아이들 역시 커가면서 고민들이 많을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되었다. 다같이 함께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지내야 하겠다. 아직 아이가 5살이라 어려 이 책의 내용을 지금은 잘 이해하진 못했다. 조금 더 크면 함께 읽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 아이의 생각과 고민을 끌어내는데 큰 도움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글은 예스24를 통해 위즈덤하우스 출판사  제공으로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p******0 2018.01.28. 신고 공감 2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