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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일 없는 평온한 나날 중 피폐함 방지 차원 1일 1외출을 달성하기 위해 동네 도서관 가기가 소확행이다. 신간코너에서 위시리스트에 담아두었던 책을 발견하면 쏙쏙 뽑아 빌려온다. 예스블로그 친구블로그에서 접하고 재미있겠다 싶어 담아두었던 이 책을 동네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득템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 이런 좋은 책이라니!!' 싶어 책 읽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요즘 관심사인 대안적인 삶, 퇴사, 마을공동체와 공유, 청년 등을 총망라한 착한 책이다.
핫해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따라오는 지역들 유행을 살펴보면 애초에 임대료가 저렴했을 때 모였던 예술인들이 삶과 노동에 관해 새로운 실험을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자유롭고 자기다운 삶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반은 예술가로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기는 힘든 여건 때문에 '생존을 위해 지속 가능한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이 부분이 이 책 인터뷰에 참여한 15명이 가진 고민의 흐름을 관통하고 있다. 저자 역시 디자인 관심자인데 '글' 쪽으로 자신의 관심을 확장시킨 사람이다. 대안적인 삶이라는 주제를 예술로 풀어내는 일련의 인물들을 만나고 그 목소리를 잘 읽히는 글로 그대로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책 기본 구조는 '인터뷰에 대한 저자의 글-> Q)&A)-> 동행한 남편이 찍은 사진들' 순서를 따라간다. 예술가이거나 몸을 움직여 작업하는 사람들을 다루었다보니 함께 수록한 사진들이 인터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진로 탐색과 선택은 사회 초년생이 아니라 평생 이어진다. 진로 탐색이 인생의 한 순간에만 이루어져도 된다는 오해 때문에 청년 이외 세대들이 헤매기 쉽다. 저성장+ 평생 직장 사라짐 콤보가 닥칠 가까운 미래에는 '직업은 한 번 선택하면 끝'이라는 자세를 내려놓아야 할 테다. 저자가 15명 인터뷰를 정리한 후 제시한 세 가지 팁이 그 고민을 하는데 유의미해보인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동경하면서도 대부분 사람들은 하고 있는 일을 과감하게 내려놓기 어려워한다. 회사인간으로서 받고 있는 혜택을 포기하지 못해 살기 싫은 삶을 감수한다. 구)비너스맨션(작업실이자 카페)을 운영했던 예술가 이솔은 짤막짤막했던 직장 생활 몇 번을 돌아보며 그때의 경험이 지금 작업에 의미가 있기는 하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자신은 어정쩡하게 직장에 한 발 걸치고 있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말한다. 핫했던 카페 비너스맨션 역시 조만간 접을 거라고 인터뷰했던데 검색해보니 실제로 지금은 다른 사람에게 운영을 넘긴 듯해보였다. 치러야할 대가를 치르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선택하는 이의 좋은 예를 이 책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현직 교사이자 교육정책 관심자로서 '진로 교육'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내용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 교육계 언저리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분이 비교적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들려주는 의견을 새겨들을 만하다.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 보기에 혁신교육, 교육의 공공성이라는 개념이 유행하고 있으면서도 결국 한계에 부딪치는 부분이 입시와 대학 진학 문제이다. 다시 말해 기존 선발 관행에 필요한 서열화에 발목 잡혀 가까운 미래를 위한 과감한 교수평기 혁신에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이해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당면한 갈등을 수습하느라 큰 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소심하게 부분 부분만 만져 기묘하게 어그러져 가는 교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을 때 답답하다. 가까운 미래에 다음 세대에게 '학교는 우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역량 기르기를 돕지 않았다'는 원망을 듣겠다.
이 책 인터뷰에 참여한 인물들 중 낯익은 사람도 많다. 대안적 삶이나 퇴사, 작은 책방 관련 다른 책에서 접했던 이름들이다. 이번 지방 선거 때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후보로 이름을 알린 신지예, 젊은 나이에도 당차서 인상 깊었는데 책에서 그의 삶 스토리를 접하니 '역시 그럴 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감하게 탈학교해 하자작업장학교에서 일찌감치 인생을 배운 분이 지금 자기 삶도 건강하게 살고 타자와 연대하며 도움을 주고 받는 삶을 살고 있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공교육은 학원도 아닌 것이 학원인 척하면서 학생들이 하루의 많은 시간을 보내는데도 의미를 찾지 못하는 공간으로 머물고 있다. 공교육은 왜 왜 신지예 같은 사람이 되도록 돕는 그런 일을 감당하지 못하는지 씁쓸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