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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의 강> 1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잇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의사로 살아온 마종기 시인이 친구를 향한 그리움을 이 시에 담아 절친했던 황동규 시인에게 보냈다고 한다. 마지막 연에 드러나듯, 물길이 항상 맑고, 내가 잠잘 때도 나를 지켜봐 주며 그를 생각하면 싱싱한 강물이 보인다는 그런 친구를 기리워하는 마음을 담백하게 잘 나타낸 시이다. 미국에 오래 계신 탓인지는 몰라도 복잡한 은유를 사용하기 보다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진실한 우정에 대한 갈구를 오히려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 오히려 이 시를 더 깔끔하게 만들어 준 것 같기도 하다.
시인은 우정이라는 것, 즉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을 인생을 관통하는 긴 물줄기로 생각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가장 큰 줄기가 되기에, 시인에게는 죽고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운' 아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가을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니 고향에 있는 친구들이 참 보고싶다. 근무는 강원도에서, 주말에는 대전 집으로 가야하니 벗들을 만나 술 한잔 기울이기 쉽지 않다. 전화 통화도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 술 기운을 빌려서야 가끔씩 하고 만다. 영국의 어느 통계에 따르면, 남자가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는 비결 가운데 하나로,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친한 친구들과 간단히 한 잔 하는 것'을 꼽았다고 한다. 매일 만나지 않아도 늘 한결같은 친구를 얻기란 참 힘들다. 아무리 좋은 차를 사도 자주 기름치고 닦고 조이고 하지 않으면 쉬이 고장나는 것처럼. 생각나는 친구에게 오늘은 전화라도 한 번 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