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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좋은 책을 만나고, 좋은 작가를 알아가는 것이다. 또한 호기심 가득했던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일 때, 나와 취향이 비슷한 이웃님의 리뷰를 통해 책을 선정하고, 그 책이 내 품으로 골인할 때의 짜릿함이 참 좋다. 그런 이유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작가 이름만 듣고 넙죽 읽게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최근 들어 알게 된 작가 기리노 나쓰오. 일일이 다 살 수가 없어서 이런 작가의 책은 도서관에 있다면 바로 빌려보게 된다. 이 책도 그렇게 만난 책인데... 사전 지식이 있었다면 읽는 순서를 달리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은 미로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3개의 작품을 건너뛰고 이 단편을 만났기에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린가? 하는 혼란함에 빠졌다. 책을 다 읽기 전에 옮긴이의 말이나 작가의 말, 혹은 작품 해설을 읽지 않는 편인데, 이 책은 첫 번째 단편이 끝나고 바로 옮긴이의 말을 읽었다.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알지 못한다면 읽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다. 그리고 옮긴이의 말을 읽고 나서 아... 이런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읽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사실 첫 번째 단편만 아니면 뒤에 나온 단편은 미로의 탐정 이야기니 전작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첫 번째 단편은 미로의 자살한 전 남편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이게 뜬금없이 무슨 이야기야? 하는 어색함이 흐른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첫 번째 단편인 ‘로즈 가든’은 자살한 전 남편과 미로의 고등학교 시절을 진실인지 거짓인지조차 모르게 애매하게 그리고 있다. ‘표류하는 영혼’은 미로가 사는 건물의 주민들이 서로를 향해 악의 가득한 행동을 일삼는 이야기 이며, ‘혼자두지 말아요.’는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남자와, 그 사랑에 배신감을 느낀 여자의 이야기이며, ‘사랑의 터널’은 사랑하는 여인이 ‘애정은 돈으로, 희망은 절망으로’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는 남자의 악의를 이야기 하고 있다.
단편 하나하나가 편안한 이야기는 분명 아니다. 굉장히 일본(?)스럽고, 거북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감추고 싶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이 들어있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서라면 금기를 깨고 누군가를 이용하는데 주저 하지 않으며, 끊임없이 사랑을 확인 받기를 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가정을 갖고 두 개의 마음 안에서 혼란스럽다. 사랑을 확인 받기에 앞서 자신의 사랑이 떳떳했다면 불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얼굴 정도만 아는 아파트에서 나에게 악의를 품었던 이웃에게 이상한 방법으로 복수를 꿈꾸는 사람들의 뒷면은 추악하다 못해 잔인하기까지 하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친절을 가장하지만 뒤로는 이웃을 음해하고 이간질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비단 일본만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 사는 곳은 얼굴색이 다르고, 문화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다 비슷한 모양이다. 아니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인간의 본성은 나라가 다르고 문화 환경이 다르다고 하지만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선한 인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어도, 사람이 가진 추악한 욕망은 언제, 어디에서, 어떤 원인으로 발화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아무도 모르는 인간의 욕망을 살짝... 곁눈질해 살펴 본것 같아.. 조금은 불편한 책이었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아무래도 미로 시리즈도 찾아봐야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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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만난게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이었다. 일본 뒷골목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소설에서 기리노 나쓰오란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고 작가의 느낌이 강렬해 기억에 남는 작가였다.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호감있는 작가이다. 잔잔한 글을 쓰는 작가도 마음에 들지만 여자 탐정으로서 활약하는 미로의 모습은 전 작품에서부터 인간적으로 다가와 마음에 드는 탐정이다. 다른 작품에서처럼 냉정한 탐정도 아니요 조금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면 괜한 질투에도 휘말리는 인간적인 탐정이랄까.
미로 시리즈를 여러 권 보지 않았지만 이 작품이 미로 시리즈의 첫 단편집이라 한다. 단편집인만큼 어떤 사건에 대해서 깊게 들어가지않고 쉽게 해결하지만 사건 해결을 하는 미로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이번 편에서는 미로의 여고시절을 그린 작품도 곁들여 있다. 미로가 고등학교때 만난 히로오의 이야기. 미로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히로오의 시점에서 미로를 추억하고 미로의 세계에 푹 빠져버린 히로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역시나 단편은 독자들에게 친절하지는 않는것 같다. 미로의 여고시절이 나온「로즈 가든」에서의 미로는 도무지 알수 없는 소녀다. 친아버지가 아닌 젠조와 남자친구인 히로오에 대한 미로의 관능적이고 알수 없는 욕망이 그려진다. 소녀 '미로'에게 속절없이 빠질수 밖에 없었던 히로오와 알수 없는 미로의 마음. 그녀의 마음에 다가가고자 불에 다가가는 나방처럼 그렇게 빠져드는 전남편 히로오의 이야기이다. 미로와 아버지의 관계, 그 사실이 과연 진실인지 미로의 상상인지 진실을 알수 없어 그 다음 내용이 너무도 궁금해 아쉬움이 생겼다. 더 이어져도 되지 않았을까. 단편을 읽을때 느끼는 그런 아쉬움이다.
미로가 사는 맨션에 사는 주민들 사이의 악의적인 관계를 그린 「표류하는 영혼」과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마음과 그 마음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는「혼자 두지 말아요」. 지하철 선로에 떨어져 죽은 여자가 왜 죽었는지 파헤치는「사랑의 터널」. 이 단편들 모두 환락가인 신주쿠 2초메에서 살고 있는 미로에게 들어온 일들. 첫 편에서도 읽었다시피 작가 기리노 나쓰오는 욕망이 들끓고 있는 곳의 사람들의 관계와 사람을 사랑하므로 생기는 욕망의 어떻게 변하는지 섬뜩함을 주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고 싶어서, 혹은 그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우리는 어떻게 욕망이 변질되는지 보여준다.
그녀가 조금 마음에 두고 있는 그리고 가끔씩 도움을 받기도 하는 도모 씨와의 관계도 괜시리 재미있다. 여성 작가가 여성 탐정을 내세워 보여주는 사회에 깊숙하게 숨겨져있는 욕망과 그 욕망을 위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또 너무도 여성스럽기까지 한 여자 탐정인 무라노 미로의 이야기가 매력적일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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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사회생활을 시작할 시점에 제일 처음으로 배운 것이 접대에 관련된 서비스정신(?)이었습니다.. 나를 낮추고 대상을 높여주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응력부터 배웠던거죠.. 물론 이 모든 업무의 중심은 밤에 이루어집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술을 먹어대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만큼 술문화가 발달되어 있는 곳도 드물지 않을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하여튼 접대비라는 명목으로 한해동안 수많은 지출이 이루어지다보니 어느시점에 와서는 접대비의 회계상 명목에 대한 세금 공제에 대한 세법도 재정비되는 상황이 발생하더군요.. 그렇게 사람들을 접하다보면 그리고 술을 한잔하다보면 물론 이 모든 것은 접대라는 기준속에 포함된 영업행위입니다만 여러 말종들을 보게 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또한 사랑에 빠지는것도 목격하구요.. 그러다 어느날 깨닫게 됩디다.. 밤새 달리고 어디선가 눈을 뜨고 눈부신 햇살아래 쓰린 속을 쥐어잠고 거리를 나서보니 밤새도록 미친듯이 흐느적거리던 거리는 밝음 아래에서는 황량한 바람과 아픔만 주게 되더라는 점이죠.. 개인적으로는 절대 변하지 않을 밤의 뻔뻔함이 낮의 부끄러움을 안겨주는 모습이더군요.. 그래서 직업을 바꾸게 되었는데.. 뭐 그렇다고 달라지진 않습디다.. 세상이 다 그런거니까요..
무라노 미로 시리즈입니다.. 그동안 나왔던 장편과는 조금 다른 단편집으로 보시면 되겠네요.. 총 네 편이 담겨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단행본의 제목이기도 한 "로즈가든"입니다.. 이 단편속에는 시리즈가 이어져오는 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미로의 남편 히로오에 대한 관계와 과거의 만남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 편은 기존의 미로 시리즈와 큰 차이는 없습니다만 단편으로 짧고 굵게 인간적 적나라한 퇴폐적 욕망과 삶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알려줍니다..
일단 "로즈 가든"에서 보여주는 관계적 파괴성은 아주 기리노여사다운 느낌을 팍팍 심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믿고 싶지 않더군요(거짓말일꺼라고 생각합니다만).. 미로와 무라젠과 히로오의 관계에 대한 설정과 히로오가 가지는 성적 심리의 파탄적 감성은 아주 좋았다라꼬 생각합니다.. 조금 더 길게 해주시지라는 바람도 이었는데 아쉽게 끝나버리더군요..
나머지의 단편들인 "표류하는 영혼"과 "혼자 두지 말아요", "사랑의 터널"은 기존의 미로 시리즈가 가지는 허무적 하드보일드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만 상당히 알싸한 감성을 불러일으켜주죠.. 특히나 밤문화와 관련된 타락한 세상의 욕망적 진실이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과 생활에 침착되어 있는 삶들이긴 하지만 평범하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은 그런 인간들의 관계와 터부를 아주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는거지요.. 사실 첫 단편속에 나오는 미로의 앳된 모습속에서 우린 팜므파탈을 발견하게 되고 기리노여사가 그려내는 인간의 욕망적 무서움도 공존하는 감성을 느낍니다만 탐정으로서 세상속에 펼쳐진 어두운 진실을 파헤치는 미로에게서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 또한 보게 됩니다.. 그런 대비적 감성을 가지게 되는게 좋더군요.. 재미있었습니다..
그동안 장편속에 묻어난 사건의 내용들보다는 단편속에 펼쳐지는 세상의 욕망의 암덩어리를 만나는 즐거움이 개인적으로는 훨씬 나아보이더군요.. 이런 느낌은 미로라는 캐릭터가 장편속에 제대로 구축된 상황이라서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냥 단편으로만 보여지는 무라노 미로의 모습은 또 밋밋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아울러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로즈가든"이라는 작품은 그동안에 출시된 미로 시리즈 장편들을 모두 섭렵(?!)하시고 읽어보시면 더욱더 그 진가를 느끼시지 않으실까 생각해봅니다.. 기리노 나쓰오 아줌마님께서는 인간의 뒤틀린 감성과 욕망과 사회적 어둠을 제대로 그려내실줄 아는 작가님이시라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지 않은 그런 분이시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그런 감정적 부재와 일탈을 너무나도 실감나게 묘사하시고 그들의 삶과 모습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는 탁월한 능력을 지니시고 있다라꼬 저는 생각해봅니데이..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일본쪽 완소작가님중에 한 분으로 등극시켜드려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일본 장르작가님들 중에서 완소작가님들은 대부분 여성분들이군요.. 땡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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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대표작이라고 손꼽히는 미로 시르즈를 처음 접했다. 순새대로 미로 시리즈를 접했다면 좋았겠지만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로즈 가든'은 미로와 그녀의 죽은 남편에 대한 학창시절 이야기를 시작으로로 네 편의 단편이 담겨져 있다.
무라노 미로 남편 히로오가 인도네시아의 큰 강 마하캄을 달리고 있다. 그는 의무감에 일을 하는 다른 일본인들과는 다르게 항상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이 왜.. 인도네시아에 왔는지 시간을 거슬러 아내와의 인연이 시작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
히로오의 아내인 무라노 미로란 인물은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가 죽고난 이후에도 피가 섞이지 않은 의붓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었던 그녀는 여고생답지 않은 대담하고 치명적인 매력을 뿜어내며 같은 또래에게는 관심도 주지 않았던 히로오의 마음을 단숨에 잡아끈다. 거칠것 없는 미로에 대한 히로오의 마음은 초조하기만하다. 결혼까지 이어지지면서 자신을 뒤흔든 미로의 관능적인 매력에 벗어날 수 있었던 히로오는 결국 아내와 거리를 두기 위해 해외발령을 자처하는 회사로 옮긴 것이다.
같은 맨션에 살다가 죽은 여인이 보인다는 사람의 사건 의뢰나 사랑하는 상대가 내뱉은 거짓말이 치명적인 아픔으로 느껴진 여인의 이야기, SM클럽의 접대부였던 여인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는 인간들의 어두운 욕망이나 악의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미로란 인물이 주는 독특한 매력과 함께 어우러져 매혹적으로 느껴진 책이다.
탐정인 미로의 눈을 통해 바라본 사람들.. 특히 여인들의 모습은 결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람들이라 신선한 반면에 불편하고 흠침하며 무거운 느낌을 준다. 기리노 나쓰오의 소설을 거의 접하지 못한 나는 미로 시리즈뿐만아니라 저자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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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이 별로였던 사람이 나중에 괜찮은 사람으로 변하는 경험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첫인상이 별로였던 작품이 있다. 두번 다시 이 작가의 작품은 보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작가의 다른 시리즈를 보게 되고는 작품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이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다. 적어도 내게는 그러하다. 미로야. 남의 원한은 깊이 파헤치지 마라. 남이 보기엔 사소한 일이라도 당사에게는 큰 문제인 법이다. 나중에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를 일이야.(98p) 미로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인 로즈가든은 다른 작품과는 달리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총 네편으로 이루어진 이 단편들은 저마다 별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서 연결되지 않는다. 모두 미로가 직접 사건을 수사하면서 발생한 이야기들이고 단 한편 첫번째 이야기만이 미로의 전남편인 히로오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시간 순서상 첫번째 작품인 [얼굴에 흩날리는 비]와 두번째 작품인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사이에 온다고 볼 수 있으며 미로라는 여자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 시리즈는 작가의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묵직하고 어둡고 때로는 비참함까지도 들게 만든다. 아마도 주인공의 캐릭터가 그러하기 때문에 독자도 비슷하게 느끼게 되는 것일수도 있다. 아버지의 직업을 물려받은 그녀는 적진에 아무 생각없이 뛰어든다. 직접 몸소 느끼고 체험해봐야 하는 캐릭터랄까. 그로 인해서 전율이 느껴지고 소스라치게 놀라버리는 것은 온전히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어쩔려고 그래'라는 말도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온다. 그런 일련의 다른 책들에 비해서 이 작품의 이야기들은 한숨 돌리는 구간일 것 같다. 마치 롤러코스트가 떨어지기 직전에 템포를 늦추고 쉬어가듯이 말이다. 우리는 미로라는 별을 나누는 밤과 낮이었다. (64p) 책의 제목과 같은 <로즈가든>은 미로의 전남편인 히로오가 출장을 나가는 장면이 그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특성상 섬이 많은 동네이고 비행기를 타고도 차를 타고도 배를 타고도 수십시간을 가야만 도착할수 있는 동네에 수리를 하러 나선 길이다. 동료 한명과 떠나는 여행 아닌 여행에서 그는 미로와 처음 만났던 고등학생 시절을 회상한다. 지금의 모습이 아닌 고등학생이었던 미로는 어떠했을까. 지금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그녀의 모습이 느겨지지만 그래도 십대스러움이 묻어나는 이야기라서 새롭다. <표류하는 영혼>에서는 한때 누구라도 들어봄직한 엘리베이터 귀신이 대한 이야기를 수사한다.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자살사건이 일어났고 그 이후로 그녀의 귀신이 돌아다닌다는 것이다. 정말 귀신은 없겠지만 사건의 진모는 무엇이었을까. <혼자두지 말아요>에서 미로는 두개의 별도의 사건과 엮인다. 하나는 자신이 맡은 의뢰다. 부인이 바람을 피우는 것 같다며 남자가 있는지를 알아봐달라는 의뢰다. 다른 하나는 자신이 거절한 의뢰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마음을 알아봐 달라는 것. 자신이 선물했던 강아지가 다시 팔려서 돌아온 것 같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미로는 그 의뢰는 거절해 버리고 말았지만 본디 사람의 마음을 바탕으로 한 의뢰는 비슷한 결론을 가져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마지막 <사랑의 터널>에서는 아주 간단한 의뢰를 맡는다. 사고로 죽은 한 여대생. 알고보니 그녀는 클럽의 사장이었는데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아버지는 미로를 찾아와서 그녀의 집에 가서 그런 것을 알려주는 모든 증거를 없앨 것을 부탁한다. 죽은 그녀가 숨기고 있던 사실은 무엇이었을가. 그로 인해서 미로는 무엇을 알게 될까. 사건들이 무겁지 않고 가볍고 가끔은 이런 일도 의뢰를 할까 싶은 것들도 많지만 그로 인해서 더욱 마음을 내려놓고 읽게 된다. 미로시리즈를 좋아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쉬어가는 코너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무겁지 않을 거라는 선입견이 들어서 외면하고 있었던 미로의 이야기였다. 외면하지 않고 선택하길 잘했다는 결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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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의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젯밤 그는 내가 권유한 무라노 미로시리즈 1권 [얼굴에 흩날리는 비]와 2권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을 잡고 '이거 재밌냐, 얼만큼 재밌냐'고 물었다. '아주 미칠듯이 재밌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가끔 이 시리즈를 읽고싶다'하고 할만큼 자꾸만 기억에 남는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건 아마도, 무라노 미로의 거침없는 - 거침없다 못해 용의자인 야쿠자같은 남자랑 자서 수사를 망친다거나 - 삶을 지켜보며 느끼는 묘한 쾌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무라노 미로가 만나는, 그녀가 호감을 느끼는 인물들은, 게이바의 주인이라든가 유흥업소, 폭력배 등 평범한 일상에서는 만나기 힘든 인물들이기에, 하지만 이들의 맨얼굴을 볼 수 있기에 더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한 관음증적 호기심이라기보다는 윤리의식이나 평범성에서 일탈했다고 보여지지만, 실제로는 속물의식없이 순수함을 간직하는 것을 볼때 뿌듯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유가 적절치 모르겠지만, 마치 [동물의 왕국]을 보면서 '와, 저러기도 하는구나...와, 역시 순수해. 인간보다 더 나아'라는 감탄사를 내뱉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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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여사의 히로인 무라노 미로가 등장하는 단편집입니다. 어둠(?)의 기운이 가장 충만하다는 [다크]를 제외하고는 미로 시리즈를 전부 읽었는데요, 사실 조금씩 무언가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줄곧 받아왔답니다. 어떤 때는 분위기가 그랬고, 어떤 때는 스토리라인이 그랬어요. 완벽한 만족감을 주지 않는 미로이기에 자꾸 읽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왕이면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충만함을 맛볼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습니다. [로즈 가든]에서는 표제작인 <로즈 가든>에서 아버지 무라노 젠조와 미로의 관계를 엿볼 수 있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지만, 내용 상으로는 조금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로즈 가든>의 주인공은 그 동안 살짝살짝 공개돼 왔던 미로의 남편 히로오입니다. 고교시절 만난 히로오와 미로의 관계, 미로와 젠조의 관계가 히로오의 관점에서 그려지고 있습니다. 분위기상으로 아주 끈적끈적한 것이, 몽환적이기도 하고 퇴폐적이기도 해서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만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어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내용들로 아리송하기도 하면서 도무지 헤아릴 수 없는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안개에 가린 것처럼 묘사되어 답답한 느낌을 전하기도 합니다. 또 성인 미로와 연결하기 쉽지 않은 학생 미로의 분위기인지라, 어쩌면 이것이 <다크>의 미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만, 그동안 궁금했던, 자살한 히로오의 어두운 심리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표류하는 영혼>은 현재의 미로가 사는 맨션에서 가네코라는 사람이 죽은 후의 유령소동을 그리고 있습니다. 유령의 정체와 맨션에서 일어나는 기이한 일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의뢰를 받은 미로가, 맨션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악의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랄까요. '유령'이라는 소재 때문인지 음습하면서도 어두운 분위기가 메마르고 무서운 인간의 심리를 드러내는 것 같아 섬뜩했습니다. 결론이 조금 허술하다는 점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입니다.
<혼자 두지 말아요>는 감성적인 제목만큼이나 감성적인 러브스토리라면 참 좋았을텐데, 역시 미로의 세상에는 해피해피 사랑이야기는 있을 수 없는 것일까요. 상하이 클럽에서 일하는 중국인 여성과 사랑에 빠진 남자가 미로에게 그녀의 마음을 확인해달라는 기이한 의뢰를 들고 찾아오지만, 얼마 후 그 남자는 살해당합니다. 뒤늦게 그의 의뢰를 받아들인 미로는 잔혹하면서도 슬픈 진실에 다가서는데요, 이 단편의 또 다른 매력은 그녀가 조사하는 다른 여자입니다. 바람을 의심받는 의뢰인의 아내. 그녀와 관계된 내용들도 평범하지는 않지만 뭐랄까, 거부감도 들지 않고 오히려 어떤 순간에는 예뻐(?)보이기도 하는 것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실린 <사랑의 터널>은 한 아버지의 의뢰로 시작됩니다. 도쿄에서 성실하게 잘 지내고 있을 것이라 믿었던 딸이 어느 날 사고로 사망하는데, 그녀가 숨기고 있던 비밀을 뒤늦게 알게 된 아버지가 미로에게 그 뒷처리를 부탁하죠.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그녀의 비밀. 그리고 숨겨져 있던 사고의 진상과 음습하게 가려져있던 인간의 헛된 욕망, 무서운 집념, 잔혹한 마음들이 드러나면서 <로즈 가든>과는 다른 끈적함을 선사(?)합니다. 기본적으로 읽기 편안한 내용은 아니었어요.
[다크]를 제외한 미로 시리즈를 읽으면서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어둠의 기운이 낮아 안심했었는데, [로즈 가든]은 그 수위가 한 단계 올라갔다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인간의 어두운 마음과 끝없는 욕망, 그리고 집착에서 뿜어져나오는 기운들에 독서 시간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답니다. 어쩌겠어요, 취향인 것을. 다만, 이런 마음들을 묘사할 줄 아는 기리노 여사의 마음에는 어떤 구멍이 있을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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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노 미로’시리즈를 완결하는 4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집이다. 특히 미로 시리즈를 읽었던 독자로서는 이 소설집을 통해서 그녀의 삶의 원형을 확인, 완성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로소 완결된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첫선을 보였던 『얼굴에 흩날리는 비』의 처음 장면부터 음울하게 흘러내리던 새벽녘의 빗소리처럼, 또한 SM 쇼와 같은 소재에서 느껴지던 특유의 욕망의 끈적거림에 내재된 어둠과 죽음의 그림자와 관능적이며 그로테스크한 세계에서 전율케 하던 근원을 이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작업은 욕망에 취약한 인간의 정신, 불완전한 인간세계, 악의에 대한 해방을 염원하는 미로의 세계, 우리들이 진정 헤어나야 할 닫힌 공간으로부터의 탈출, 어둠의 미세한 균열을 찾는 여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니게 한다.
장편『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을 연상시키는 단편「혼자 두지 마세요」에 등장하는 게이바, 호스트바, 포르노그래피 등 어두운 욕망이 암약하는 오늘의 세계, 그것이 딛고 있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세계의 심각성이 발작적 슬픔처럼 다가오게 하기도 한다.
매혹되었다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었던 미로 시리즈를 완결하는 이 소설집을 덮는 심정이 아쉽기만 하다. 붉은 장미 같고 독사를 품은 것 같은 여인, 순수함과 관능을 동시에 발산하는 이 여인에 중독된 독자들에게 『로즈가든』은 위안을 삼게 해 줄 작가의 배려인 듯만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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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하드보일드 소설 대표 작가로 평가받는 “기리노 나쓰오(桐野夏生)” - 작가 사진을 보면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 의 대표 작품인 “미로” 시리즈는 “무라노 미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비채/2011년 5월)>과 미로 외전(外傳)격으로 미로의 아버지인 “무라노 젠조”가 주인공인 <물의 잠, 재의 꿈(비채/2011년 5월)>을 지난 2011년 6월에 함께 읽었었다. 두 권 다 그동안 읽어본 일본 추리소설 전형 - 현실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천재 탐정, 틀에 박힌 스토리와 억지스러운 반전 - 과는 구별되는 현실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주인공들의 활약에 신선하고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었던 터라 느낌이 좋아서 후한 평가를 줬던 그런 작품이었다. 두 책을 읽은 지 4개월 여 만에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단편 모음집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로즈가든(원제 ロ-ズガ-デン/비채/2011년 10월)>이 바로 그 책이다. 하나의 사건을 긴호흡으로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미로의 활약을 맛보는 전작의 재미도 좋았지만 여러 사건 속에서 다양한 모습의 미로를 만나는 재미 또한 꽤나 쏠쏠했던 그런 작품이었다.
첫 번째 작품이자 표제작(標題作)이기도 한 <로즈 가든>은 자살한 것으로 알려진 미로의 남편 “히로오”의 회상(回想)을 통해서 미로의 여고 시절을 들려준다. 도립고등학교 2학년 같은 반 동급생였지만 결석을 밥 먹듯이 하던 터라 서로의 존재를 잘 모르던 히로오와 미로는 등굣길에 우연히 만나 학교에 가지 말자고 의기투합하지만 빈약한 주머니 사정 탓에 미로의 집으로 가게 된다. 미로에게 같이 자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너무 빠른 진도에 주저하는 히로오에게 미로는 야쿠자 조사원으로 일하는 의붓아버지 “무라노 젠조”와 잠자리를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말과 함께 그를 아버지 침실로 이끈다. 그 후로 히로오와 미로의 만남은 계속되고, 몇 년 후 히로오는 미로의 어머니 - 무라노 젠조와 미로의 어머니의 만남은 전작인 <물의 잠 재의 꿈>에 자세히 소개되고 있다 - 를 못 잊은 나머지 의붓딸인 미로와 잠자리를 한 배덕(背德)한 미로의 아버지를 만나서 미로와 결혼하겠다고 밝히고 미로의 아버지는 의외로 순순히 결혼을 승낙하게 된다. 결혼한 지 몇 년 후 아내에게서 도망치다시피 하여 인도네시아 지사로 부임한 히로오는 오지(奧地)의 마을로 A/S 가던 중 그런 아내와의 만남을 떠올린다. 이처럼 충격적이기까지 한 첫 편이 끝나고 나면 미로의 수사집이라 할 수 있는 단편들이 펼쳐지는 데, 두 번째 단편인 <표류하는 영혼>에서는 미로가 살고 있는 맨션에서 벌어지는 귀신 소동과 그 소동에 숨겨진 사연들을 수사하고, 세 번째 단편인 <혼자 두지 말아요>에서는 우연찮게 한 두 번 스쳐 지나갔던 한 남자가 미모의 중국인 접대부 여성의 사랑을 확인해달라고 의뢰하지만 거절했던 미로가 결국 길거리에서 살해당한 의뢰인의 죽음과 여성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나서며, 마지막 단편인 <사랑의 터널>에서는 SM 클럽의 에이스 접대부였던 여인이 전철역에서 취객에게 떠밀려 함께 추락사하고, 고인의 집에 남아 있을 클럽 흔적을 없애달라는 아버지의 의뢰를 받아들인 미로가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전작들을 보면서 미로가 결코 정의롭거나 도덕적이지만은 않은, 거기에 허술하기까지 한 캐릭터 -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에서는 자신을 위협하던 AV(Adult Video) 제작사 사장에게 빠져 일을 망쳐버릴 뻔 하기도 한다 - 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첫 편부터 의붓아버지와 잠자리를 하고 있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등장하니 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자세히 읽어 보니 어머니의 죽음으로 상심한 미로가 어머니를 못 잊어하는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에 거짓으로 지어낸 이야기쯤으로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 있어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다른 독자들의 서평을 봐도 대부분 진실이 아닌 지어낸 이야기쯤으로 여기는 것을 보면 그만큼 충격적인 이야기라는 반증일 것이다. 미로의 첫남편인 히로오는 이렇게 부도덕하기까지 하고 냉소적인 미로에게 빠져 결국 그녀와 결혼하고, 그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인도네시아까지 오게 되지만 그녀를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미로에게는 제목인 <로즈 가든>처럼 가시가 있음을 알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손을 갖다대어 피를 흘리고서야 그 아픔과 위험을 알게 되는, 그러면서도 못잊개 하는 위험하면서도 치명적인 매력이 있음을 알게 해준다. 두 번째 작품부터가 미로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들인데, 특히 미로의 든든한 파트너인 옆집 게이 청년 “도모”는 역시나 반가운 그런 등장이라 할 수 있겠다. 하드보일드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거친 액션과 일대 활극이 없어 좀 아쉽지만 - 그러고 보면 전작들도 그렇게 눈에 띄는 활극들은 펼쳐지지 않는다. 이 작품을 하드보일드로 분류하는 것은 액션 씬 들 때문이 아니라 게이, 접대부, SM 클럽 등 도쿄 뒷골목 하류 인생들의 어둡고 음습한 이야기라는 “소재” 때문으로 여겨진다 - 미로 시리즈 특유의 좌충우돌하는 수사과정을 “단편”이라는 압축된 이야기로 만나볼 수 있어 장편 못지 않은 색다른 재미를 맛볼 수 있었다.
이 무라노 미로 시리즈의 장점은 쉽게 부서질 것 만 같은 연약한 여인이지만 실제로는 여느 남자 못지않은 강단(剛斷)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무라노 미로”의 사회적·도덕적 규범과 일탈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활약이 아닐까? 이번 작품 또한 그 경계의 묘미를 잘 살린 작품으로 평가 - 첫 번째 작품에 대한 내 “믿음”이 맞다면 말이다 - 하고 싶다. 너무 환한 대낮도 아니고 그렇다고 한치 앞도 구분할 수 없는 자정 너머의 칠흑같은 어둠도 아닌 새벽이나 황혼 어스름한 시간대의 잿빛 이미지를 자신만의 필치로 절묘하게 그려내는 기리노 나쓰오, 앞으로도 계속 만나보고 싶어질 독특하고 색다른 작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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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의 이름은 익히 많이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녀의 작품은 처음 접한다. 나의 책장에 그녀의 작품이 혹시나 있나 봤더니 <그로테스크>라는 책이 책장에 떡~하니 꽂혀 있다. 2003년도에 <그로테스크>로 이즈미 교카 문학상을 탔다는 작가의 이력을 보고 난 후였던지라 소장하고 있다는 기쁨에 와우~하고 환호하는 웃지 못할 광경을 연출한다. 대단한 걸 하나 건진 사람답게 의기양양하게 두번째로 소장하게 될 <로즈가든>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은 그야말로 뿌듯함이 한가득이다.
그런데 의기양양한 모습은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사라져 간다.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할지라도 이해할 수 있는 한계점은 분명 있을진대 그 한계점을 묵살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할 때부터 이 책을 끝까지 읽을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일본소설을 읽을 때마다 가끔씩 느껴지는 도덕적 경계의 파괴로 인해 눈살을 찌뿌릴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살을 찌뿌리면서도 손에서 놓치 못하고 끝까지 읽어내려가게 하는게 이 책의 매력이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의 구성은 <로즈 가든><표류하는 영혼><혼자 두지 말아요><사랑의 터널>....네 가지 제목의 짧은 단편들이 들어있다. 단편이라고는 하지만 탐정인 무라노 미로라는 여주인공이 모두 등장해 단편임에도 장편과도 같은 스토리를 이룬다. 내가 가장 충격적으로 읽었던 <로즈가든>에서는 미로의 남편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미로의 모습들을 그렸다. 친아버지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는 미로의 모습들이 허세인지 사실인지를 떠나서 마음을 착잡하게 하는데 한 몫 하면서 더럽고도 추한 욕망의 깊숙한 밑바닥을 담담하게 들춘다.
착잡한 나의 마음을 두번째 이야기인 <표류하는 영혼>이 위로한다. 탐정인 미로에게 귀신의 정체를 진위를 파악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서 생기는 스토리리로 담담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웃음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사랑의 욕망을 표현한 <혼자 두지 말아요>와 <사랑의 터널>.....
이 책은 미로 시리즈의 네번째 작품이란다. 시간 순서상으로 <얼굴에 흩날리는 비>,<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의 순으로 읽으면 주인공에 대한 정확한 프로필을 알거라고 한다. 미로 시리즈의 진수를 느낄려면 앞에 소개한 책들을 먼저 읽고 <로즈가든>을 읽게 되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평범한 일상 속에 묻혀있는 어두운 욕망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미로라는 여주인공을 통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고 사건들을 통해 욕망안에 숨어 있는 인간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조금은 불편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작가의 매력을 감할수는 없었다.
작가가 외치고자 하는 말을 미로라는 여주인공이 세상을 향해 대신 외치고 있다. 오늘 그 외침에 귀기울여보는 건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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