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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19살, 짝퉁과 진퉁 사이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19살, 짝퉁과 진퉁 사이" 내용보기
수많은 작가상, 작품상이 있다. 아직까지는 이상문학상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바가 크지만, 내겐 문학동네 작가상이 값지다. 김영하, 조경란, 박민규, 박현욱 등 그 면면을 살펴보더라도 당대 새로운 글쓰기, 기존에 반하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무장한 그들이다. 어느덧 문단의 주류(박민규 님은 심히 불쾌하게 여겨, 좃까라 마이싱이라 욕할 지도 모르겠지만)로 자리잡았다. 난 신인(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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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작가상, 작품상이 있다. 아직까지는 이상문학상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바가 크지만, 내겐 문학동네 작가상이 값지다. 김영하, 조경란, 박민규, 박현욱 등 그 면면을 살펴보더라도 당대 새로운 글쓰기, 기존에 반하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무장한 그들이다. 어느덧 문단의 주류(박민규 님은 심히 불쾌하게 여겨, 좃까라 마이싱이라 욕할 지도 모르겠지만)로 자리잡았다.


난 신인(신인이라 부르기 다소 민망한 분들도 계시지만)들의 작품을 통해 소설의 진보, 새로운 가치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황현진 작가의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의 문학동네작가상 선정은 새로움보다는 안정(무난함이라 말하고 싶으나)을 선택하지 않았나 싶다. 시대가 하 수상할 때 좀더 보수적인 것, 안정적인 것을 찾는 대중의 코드를 반영한다고나 할까.

작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렇게 쓰면 문학상 혹은 신춘 문예에 당선된다'라는 일종의 공식을 갖고 소설을 쓴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류보선, 신수정, 윤성희, 박성원, 황종연 등 심사위원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그렇다.  

그래서 아쉬웠다.


전반적으로 잘 읽힌다. 19살 용화공고 3학년 태만생 군의 일상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문득 부모님이 아들인 만생을 용산의 옥탑방에 남겨놓고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홀로 남겨진 만생은 이태원에서 짝퉁을 파는 삐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간다. 19살이란 소년과 성년의 경계, 이태원과 용산으로 대표되는 난개발과 짝퉁의 에테르, 오선과 유진을 통한 또래의 성적 고민 등이 물 흐르듯 유연한 문장 속에서 빛을 발한다.


누군가는 ‘새로운 성장소설의 한 장’을 열었다고 말한다. 초반 별 다른 이유 없이 자식만 남겨놓고 이민을 떠나는 부모란 설정이 독자를 소설 속으로 연착륙시킨다. 그러면서 태만생과 주위 인물(친구인 태화, 오선, 유진, 이태원 짝퉁가게 사장, 미미 형님 등)이 용산(한강로, 이태원)이란 공간 속에서 다양한 삶의 궤적들을 보여준다. 황현진 작가가 풀어내는 주인공 태만생은 치기 어린, 광폭한 젊음의 혼돈이나 철저히 내면으로만 은둔하는 히카코모리적 증후를 과도하게 보여주진 않는다. 느린 걸음으로 때론 경쾌하게 19살 미성년의 삶을 추적한다.


전반적으로 초반은 밀도 있게 전개된다. 캐릭터들이 싱싱하게 살아있고, 이태원과 용산이란 공간들을 눈으로 보듯 생생하게 재현한다. 하지만 결말에 이르러 다소간 맥이 빠진다. 뭐랄까. 42.195km의 마라톤으로 비유할 때, 30km까지는 긴장을 유지하며 달리다가 시간에 쫓겨 엠블런스를 타고 막판 결승점을 통과한 느낌이다. 친구 태화의 동성애적 성향을 드러내는 장면, 이민간 줄 알았던 부모가 강원도 어딘가에서 자살을 한 것으로 암시되는 장면, 오선과의 사랑을 이야기하다가 느닷없이 유진과 여러 번에 걸쳐 섹스를 하는 장면 등은 다소간 아쉽다.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이다.


물론 인상적인 부분도 많았다. 만생이 선물한 대용량 트렁크에 단신인 부모가 들어가 있는 부분, 옥탑방으로 이사를 하고 다시 찾은 용산(자신의 집) 일대를 묘사하는 부분 등이 그것이다. 소설가 윤성희가 만난 황현진 부분도 좋다. 태어날 때부터 작가를 꿈꿨다고 말하는 그녀다. 32살이면 아직 젊다. 프로필 사진으로만 봤을 때 남다른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주인공 태만생을 통해 그녀가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그래도 희.망.이 아니었을까? 누구에게나 그 시절 질곡과 혼돈을 경험하며 사회에 편입되지만, 되돌아보면 아무리 힘들었어도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문학동네작가상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황현진 작가의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는 다소간 실망스럽다. 작품 자체가 실망스러운 게 아니라 보다 실험적인, 메시아적인 뭔가를 기대했기에 그러하다. 그럼에도 그녀가 그린 19살 짝퉁과 진퉁의 경계, 169cm와 170cm의 사이에서 이태원을, 용산을, 그리고 그들의 삶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 덧붙이자면 문학상의 권위를 상금으로 가늠할 순 없겠지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자에게 3천만원의 상금은 다소간 적지 않나 싶다. 예전 그러니까 15년 전만 하더라도 고료 1억원 문학상이 있었는데 말이다.



t******2 2011.09.26. 신고 공감 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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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만큼아프진않아
"죽을만큼아프진않아" 내용보기
제16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글귀가 오히려 이책을 조금 더 멀게 느껴지게 하는것 같다. 이상하게도 한겨레문학상이나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작품들과는 연이 별로 없었는지 생각보다 읽은 책이 별로 존재하지않는다. 문학상수상작이란 말을 바꾸어 말하면 어려운 책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깊게 생각하는 책대신에 그냥 가볍게 읽는 책종류를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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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이라는 글귀가 오히려 이책을 조금 더 멀게

느껴지게 하는것 같다. 이상하게도 한겨레문학상이나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작품들과는 연이 별로 없었는지 생각보다 읽은 책이 별로 존재하지않는다.

문학상수상작이란 말을 바꾸어 말하면 어려운 책이라는 선입견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깊게 생각하는 책대신에 그냥 가볍게 읽는 책종류를 좋아하는 내 취향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누군가의 말처럼 근래의 성장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중에

태만생군은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아닐수 없다.

우리가 일상생활중에 흔하게 하는 말로 "아파 죽겠어" "배고파 죽겠어" "심심해죽겠어"

그외에도 말할수없이 많은 말들에 '죽겠어"라는 말을 붙이고 산다.

정말로 죽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앞의말을 심하게 강조하는데 그 이상의 표현이

없다는것을 우리는 이해하지만 한류열풍을 타고 다른나라에서 우리말의 가사를

그대로 직역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한다. 역설적이게도 이책은 그말을

뒤집어서 사용했다. "아파 죽겠어"가 아니라 "죽을만큼 아프지는 않아"

태만생의 열아홉은 힘들고 아프고 외롭지만 따 그만큼 죽을만큼은 아니다.

 

어느날 느닷없이 열아홉인 만생이는 코리아에 홀로 남겨졌다.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이상형에 근접하기 위해서 공고로 진학한지 삼년

이제는 취업이든지 진학이든지 결정해야 할 때이지만 학교에는 취업을 한다고 말하고

집에는 진학을 한다고 말한채 말그대로 표류하는 젊음인 만생이에게 아버지와

어머니는 두분이 아메리카로 이민을 떠나기로 했다는 말을 동네마실간다는 이야기를

하듯이 건넨다. 만생이에게는 옥탑방과 한달에 삼십오만원이라는 월세를 수금할

권리가 생기고 세식구였던 가족중에 이제는 만생이 혼자 이곳에 남게된다.

친구인 태화와 함께 아르바이트에 뛰어들게 된 만생이에게 현실은 달콤하지만은

않은 씁쓸한 맛을 전해준다. 어느새 사회의 일원이 된 것 같은 태화에게 이질감을

느끼면서도 태화와 함께 짝퉁가방들을 팔게 되는 만생이.

날것처럼 정제되지 않은 표현들이 거슬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렇게

정제되지않은채 생으로 표현되는 언어들이 만생이와 태화의 실제같아서

더 좋게 생각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열아홉 우리는 쉽게 그나이가 좋을때라고 하지만

내가 그 나이를 지나올때를 돌이켜보면 마냥 좋기만 한 나이는 아니었던것 같다.

며칠전 신문에 소개된 어느 학생의 시처럼 열아홉은 마냥 좋은 나이가 아니라

최고로 고민이 많은 나이일런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다가가서 여자친구의 입술을 한번 훔칠수 있을까,

여자에게는 흥미가 생기지않는 자기를 보면서 혹시나 이성에 호감이 생기지않고

동성에게 관심이 있는 자신은 아닐까, 고민하는 집에서 탈출하고 싶어하는 열아홉의

만생이와 태화의 생활은 그동안 성장소설에서 주로 다루던 인문고학생들의 진학이나

이성관계등 천편일률적인 고민에서 벗어나 생활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아파도 생활을 포기할 수 없는 태화는 가게에 나와 아프다는 만생이에게 얼만큼

아프냐는 말을 하고 만생이는 [죽을만큼 아프지는 않아]라는 말을 하게 된다.

여기에서 이상과 현실이 서로 충돌을 하게 된다.

우리가 '아파 죽겠어"라고 말하는것은 정말은 참을만한 아픔이라는것이다.

반대로 "죽을만큼 아프지는 않아"라는 말은 정말 참을수 없을만한 아픔이지만

견뎌야하는 아픔을 표현하는 말같다. 죽을만큼 아픈게 아니라면 생활을 놓아버리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만생이보다 태화는 훨씬 일찍 알아버린것 같다.

이야기의 말미에 강릉앞바다에서 떠오른 여행가방의 신원미상의 시체 두구는

여러가지 추측들을 불러 일으킨다. 앞에서 여행가방안에 엄마와 아버지가 들어가던

장면을 떠올려본다거나 연락이 한통도 오지않는걸 보면 최악의 상상을 하다가도

그래도 어떤 결말을 내리지않고 그대로 둔것을 보면 세상에 혼자라는 것보단

그래도 이 지구 어딘가에 엄마와 아빠가 존재하는것이 외롭고 힘든 열아홉을 지나는

만생이에게 희망이 되어줄것이라 믿는다.

'만생아 얼마나 아파"

"죽을만큼 아프진 않아"

어디가 아프냐는 말대신 얼마나 아프다는 말은 참 아프면서도 슬픈 말이다

j******3 2011.10.07. 신고 공감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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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일 리 없는 삶?!
"진품일 리 없는 삶?!" 내용보기
그제 무속인의 집에 짝퉁 가방을 숨겨 놓고 팔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때마침 나는 짝퉁, 이태원, 삐끼... 와 같은, 그 뉴스와 딱 맞는 책을 읽었다. 일단 뉴스를 옮겨보자면,  "이들이 지난해 4월부터 올 7월까지 만든 가방은 2만점, 시가로 환산하면 420억원 어치다. 특히 이 짝퉁 가방은 진품과 구별이 어려운 특A급 제품으로 개당 20만원에 동대문과 이태원 등지에서 거래됐다." _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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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무속인의 집에 짝퉁 가방을 숨겨 놓고 팔았다는 뉴스를 들었다. 때마침 나는 짝퉁, 이태원, 삐끼... 와 같은, 그 뉴스와 딱 맞는 책을 읽었다. 일단 뉴스를 옮겨보자면, 

"이들이 지난해 4월부터 올 7월까지 만든 가방은 2만점, 시가로 환산하면 420억원 어치다. 특히 이 짝퉁 가방은 진품과 구별이 어려운 특A급 제품으로 개당 20만원동대문과 이태원 등지에서 거래됐다." _서울경제 

특A급, 진품과 구별이 거의 없단다. 그 이야기가 등장하는 소설, 바로 2011년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황현진 작가의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이다.  

성장소설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성장소설이라기보다는 미성년도 성년도 아닌 그 기로에 서 있는 '태만생'이라는 용화공고 삼학년 소년의 일주일 남짓 간의 일상이다. 

고3인 아들을 홀로 두고 갑자기 아메리카로 이민을 가겠다는 부모, 이해할 수 없었지만 대학을 핑계로 홀로 남은 태만생은 부모가 떠나자 부모가 마련해주고 간 옥탑방으로 이사를 온다. 그리고 공고생의 잇점을 활용하여 친구 태화 아버지의 공장에 위장 취업을 하고 태화가 삐끼로 일하는 이태원 짝퉁 가방 가게에서 알바를 시작한다. 이태원은 어떤 곳이던가? 온갖 짝퉁이 판을 치는 곳. 유명 브랜드의 짝퉁이 즐비하고, 진정한(!) 여자가 되고 싶어하는 짝퉁 여자가 돌아다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일을 하는 며칠 동안 태만생이 보고 경험한 것들은 과연 진짜였을까? 어쩌면 "진품일 리 없는 삶?!"일지도.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여느 책답게 태만생 역시 씩씩하다. 크지 않은 키에 잘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살아가는 방식에 있어선 개성 강한 캐릭터이다. 황현진 작가는 그걸 제대로 간파하고 공고생의 자격으로 위장 취업을 하고 짝퉁 알바를 하는 고 3학년의 삶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톡톡 튀는 문체, 삶의 이면에서 보여지는 소년다운 재치와 위트. 과장도 거짓도 없이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른인 척, 살아가는 소년. 하지만 그는 아직 어른이기엔 서투른 존재이다. 그럼에도 경험하지 않았던 혼란스러웠던 일주일 남짓의 생활은 태만생을 미성년인 소년에서 성년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다만 그 짧은 삶이 과연, 진짜일지, 가짜일지 알 수 없을 뿐. 

다소 급작스런 결말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독자에게 던진 열린 결말이 많은 상상을 일으키게 해준다. 재치 있는 문체가 읽는 내내 유쾌했고 날것에 가까운 단어가 허걱, 괜스리 참한(!) 독자 얼굴 빨개지게 만들기도 했지만 즐거웠다(!).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우리 인생이 다 진품처럼 살고자 하지만 결국은 짝퉁처럼 살아가고 있는 삶이 아닌가 싶었다. '나'라는 개성을 가진 인물로서의 성장보다는 나보다 나은 누군가를 닮으려고 하는 삶, 그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죽어라 일을 하며 사는, 비슷하지만 다른 삶. 진품이 되고자 악을 쓰며 살아가는, 잘하면 A급 짝퉁, 모자라면 겨우 B급 짝퉁?!

j****o 2011.09.2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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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B급 짝퉁과 168 명품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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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태화 친구. 내 말 고깝게 듣지 말고 잘 들어. 네가 사람들한테 네 키가 백칠십이라고 말하고 다니면 말이야. 너란 놈은 진짜로 백칠십인 남자들 사이에선 짝퉁밖에 안 돼. 뭐, 고작 일 센티 차이니까 A급 짝퉁이야 되겠지. 하지만 말이야. 어느 날 네가 갑자기 네 키를 백칠십일이라고 속이잖아? 그러면 어떻게 되겠냐. 너는 그 순간부터 바로 B급 짝퉁이 되는 거야. 값이 팍팍 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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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태화 친구
. 내 말 고깝게 듣지 말고 잘 들어. 네가 사람들한테 네 키가 백칠십이라고 말하고 다니면 말이야. 너란 놈은 진짜로 백칠십인 남자들 사이에선 짝퉁밖에 안 돼. , 고작 일 센티 차이니까 A급 짝퉁이야 되겠지. 하지만 말이야. 어느 날 네가 갑자기 네 키를 백칠십일이라고 속이잖아? 그러면 어떻게 되겠냐. 너는 그 순간부터 바로 B급 짝퉁이 되는 거야. 값이 팍팍 떨어진다고. 무슨 말인지 알겠어?(P. 62)

 

  제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황현진 장편소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에서 밑줄 친 부분. 팍팍 와 닿았다.

 

키 몇이야?”

백팔십 안 돼.”

장난하지 말고 몇인데?”

설마, 백팔십 넘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키를 묻는 이에게 웃음으로 회피하려고 하는데 도와주지 않네.

 

칠십은 넘지?”

…….”

칠십 안 넘는 남자도 있어?”

  헐, 저 주둥이를 그냥!

 

저보다 커 보여요.”

  웃으라고 하는 소린지, 울라고 하는 소린지백칠십 넘는 친절한(?) 그녀.

 

  황현진 작가가 탄생시킨 캐릭터 태만생이 사랑스러운 절대적인 이유는 바로 나와 별반 차이 나지 않는 신장. 땅에서부터 쟤면 만생이가 일 센티미터 크고, 하늘에서 쟤면 내가 일 센티미터 크다. 꼬이는 관계, 꼬이는 청춘, 꼬이는 삶도 좀 닮았다. 생각해 보면 꼬이지 않은 인생 없을 터. 엉킨 실타래 풀듯 천천히 한 올 한 올 감으면 어느 순간부터는 풀어내는 속도보다 감는 속도가 빨라지겠지.

 

  나를 풀어내는 시간.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값이 팍팍 떨어지는 짝퉁이 아닌 값을 매길 수 없는 명품인 자기를 찾아가는 시간이므로.

 

키 몇이야?”

“168.”

 

 



YES마니아 : 골드 a*****4 2011.10.31. 신고 공감 2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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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해, 애매해. 인생은 애매해!! -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
"애매해, 애매해. 인생은 애매해!! -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 -" 내용보기
여기 한 소년, 아니, 청년? 음 - 암튼 애매한 포지션의 남자가 있다.  아마 나이를 말하면, 모두가 '애매한 포지션' 이라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아, 여기서 말한 포지션은 '어른' 과 '아이' 의 포지션을 말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게되는, 사실 어른과 아이를 나눈다는 개념도 조금은 모호하지만 이 나이대의 남녀들만큼 애매하지는 않을터다. 아직 교복을 벗지는 않았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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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한 소년, 아니, 청년? 음 - 암튼 애매한 포지션의 남자가 있다. 

아마 나이를 말하면, 모두가 '애매한 포지션' 이라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아, 여기서 말한 포지션은 '어른' 과 '아이' 의 포지션을 말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게되는, 사실 어른과 아이를 나눈다는 개념도 조금은 모호하지만 이 나이대의 남녀들만큼 애매하지는 않을터다. 아직 교복을 벗지는 않았으나, 세상과 학교에 반쯤 걸쳐있는 고3. 그것도 취업을 앞둔 실업계 고등학교의 3학년 남학생. 

 한국에는 공고와 상고가 있다. 최근에는 정보고교등의 세련된 이름으로 바뀌었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할 수 있는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학교이다. 대학으로 치면 칼리지, -전문대 정도로 말할 수 있겠으나, 어차피 우리나라에서의 대학교육이란 학문을 연구한다기 보다는 취업을 위한 통로이므로 사실 개념상의 큰 차이는 없을터다.


 암튼, 전문대도 마찬가지지만 이러한 실업계 고등학교의 경우 졸업반의 경우엔 2학기가 되기 전에 진학과 취업 사이에서 진로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는 대학과 실업계 고교의 구분이 명확했던 적이 있었다. 대다수의 기업들에서 실무직은 실업계 고교 출신 고졸자들로 채워넣고, 관리직은 대학출신 대졸자들로 채워넣던, 그런 시절 말이다. 실업계 출신 학생들은 당연하게 취업했더랬다. 

 살기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겠지만, 우리 아버지 시절만 해도 그랬다. 대졸자보다는 고졸자들이 훨씬 많던 그런 시절. 일찌감치 산업 일선에 뛰어든 19살 소년들은 소년이 아닌, 어른이었다


공고생 태만생. 

바로 위에 구구절절하게 언급한 바로 그 시기, 진로를 선택하는 그 시기에 "취업" 을 택함으로써 만생은 '사회' 라는 망망대해에 휙 하고 던져지게 된다. 그리고, 부모님은 태평하시게도 외아들을 한국에 휙 떨궈놓고, 태평양으로 날아가는 비행기에 휙 올라타게 된다!! 

이제 태만생에게 주어진 것은 옥탑방과, 매달 꼬박꼬박 들어올 얼마간의 부모님이 남기고 가신 집의 월세.

그리고, 태평양처럼 넓은 '자유'!!!


 대한민국에 홀로 남겨진 태만생의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장기' 보다는 '성숙담' 에 가까워보인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고3 - 19세의 나이면 성장은 끝난 상태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유독 자식을 오랫동안 품안에 가둬두려 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미 수많은 외국의 19세들은 어른대접을 받는다. 무한한 자유와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게 되는 어른. 

 육체적, 지식적으로 어른인 만생은 부모의 품안에서 벗어남으로써 진정한 어른으로 성숙되어가는 이야기인 셈이다.


 이 작품의 주된 배경 공간인 옥탑방과 이태원은 서로 양 극단에 처해있는 장소이다. 옥탑방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 이태원은 모든 욕망을 갈무리하고 수많은 책임들이 흐르는 냉혹한 사회. 모든 어른들이 생활하는 바로 그러한 공간이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며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해야하는 일터와, 한 몸 뉘일수 있는 휴식공간. 대한민국의 모든 어른들이 그러하듯, 만생도 이 두 공간을 넘나들며 자유와 책임의 인과관계를 깨달아간다. 

 

 서두에 언급했듯, 만생과 그 주변을 이루는 모든 것들은 '애매'하다.

유진의 육체를 탐하게 된 만생의 마음도 아직은 오선과의 사이에 애매하게 걸려있다. 친구 태화는 또 어떤가. 태화는 성 정체성이 애매하다. 만생의 입장에서는 오선도 애매하기만 하다. 대체 그녀는 뭐가 부족해서 그렇게 결핍된 무언가를 찾아 헤매이는가. 

심지어 이야기의 종반에는 부모님의 행방조차 애매해진다. 온통 애매한 속에서, 결국 '애매리카'!! 까지 외치게 되는 만생.


작품 안에서 애매하지 않은 것은, '확실한 것' 은 딱 두가지이다.

할머니처럼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는 것과 미미형님은 세상의 모든 편견을 떨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선택' 했다는 것.

그로 인해 미미형님은 엄청나게 많은 것들을 '포기' 했다는 것. 

 

만생은 그 무엇보다 가장 애매한 현상을 맞이한 순간, 그 애매한 것을 확실한 세상으로 끌어내기 위해 강릉으로 향한다.

진실을 마주한다는 것은 언제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만생이 진실을 찾아 강릉으로 떠나는 순간, 만생은 한층 더 어른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을 찾아낼 공간인 강릉.

만생은 이 작품 안에서 가장 애매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미미형님의 이미지를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는 애매한 것을, 애매한대로 넘기는 선택을 하게 된다.용기를 가지고 진실을 마주할 준비를 했지만, 결국 그는 진실과 마주하지 않는다. 미미형님이 자신이 남자라는 사실을 거부하고, 여자라는 환상을 선택해 현실로 끌어내렸듯이, 만생은 애매함은 애매한대로 놓아두는 쪽을 선택한다. 삶과의 타협.

죽을 만큼 아프지 않으면, 아프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자신과의 타협. 살기위해서 찾아낸 자신의 삶과의 타협점.

그 타협점을 찾아내는 순간 만생은 한층 더 어른이 된다.

긍정적이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은 '어른'. 


 

유머러스한 문장속에서 툭툭 튀어나오는 디테일함이 캐릭터들에게 대단한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만생과 태화, 오선, 유진은 물론이고, 만생의 부모님과 개사장, 싱싱회수산 아저씨와 미미형님, 이태원 매장에 들르는 일본인 관광객 아주머니들까지. 인간 군상의 특징을 정확히 잡아내 종이 위에서 펄떡펄떡 뛰게 만드는 능력은 정말이지,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듯 하다. 이 작품엔 딱히 서사라고 부를만한 큰 이야기의 줄기는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시트콤처럼 작은 에피소드들이 모이는데, 얼핏 정신없고 산만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나, 이 작품은 이야기의 줄기를 따라가는 류의 작품 자체가 아니다. 

 작가는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시선을 화자이자 주인공인 만생의 감정의 흐름으로 유도해내는데, 그 '유혹의 기술' 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나도 모르게 술술 끌려가고 있었다' 고 할 만하다.

 이러한 기분은 천명관 작가님의 '고래'를 읽었을때와 비슷하다. '고래' 가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시선을 이야기의 줄기 깊숙히 깊숙히 빨아들이는 유혹의 기술을 선보인다면, 이 작품은 완벽히 그 대척점에 서있는 셈이다. 


확실히 이 작품의 작가인 황현진님은 세상을 보는 눈이 굉장히 좋은 듯 하다. 이런 디테일한 인물묘사력에 흡입력 있는 문장력, 그리고 아직 본격적으로 드러내지 않은 서사를 얽어나가는 뜨개질 실력까지 발휘한다면 정말 무지막지하게 재미있는 작품이 나올 듯 하다. 이 작품보다 앞으로의 작품이 훨씬훨씬 더 기대된다. 






PS.

책 날개에 붙어있는 작가소개를 안보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가, 중반쯤 넘어서서, '작가가 여자였어??????" 를 10번쯤 외치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니....대체 남자들의 '이런 거' 를 어떻게 잡아냈을까?? 만생과 유진간의 첫경험이나, 화장품 냄새를 맡고 만생이 흥분하는 장면이라던가, 184페이지 11~13번째 줄에 묘사된 그런 심리.....  이런건 단순히 상상으로 될 부분들이 아니다.

 황현진 작가님이 기혼이시라면, 배우자의 내밀한 부분까지 심층 인터뷰를 했을수도 있겠으나....

암튼....184페이지 보고 다시한번 책날개의 작가님사진을 보고, 문동 카페에서 작가와의 인터뷰 장면도 찾아봤다.

이분 여자 맞으시다.

근데. 아무래도, 한밤의 아이들 '살림 시나이' 급의 능력을 타고나신게 틀림없다. 레알!!  

f******g 2012.01.25.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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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만큼 아프지 않아, 황현진
"죽을 만큼 아프지 않아, 황현진" 내용보기
이 블로그를 자주 찾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그 사람이라면 알 테다. 이 자식, 또 문학동네 수상작 읽었네.그렇다. 드미트리는 문학동네 수상작을 상당히 좋아한다. 『새의 선물』,『고래』,『캐비닛』이 압권이었고 『달의 바다』,『악어떼가 나왔다』,『수상한 식모들』,『지구영웅전설』도 썩 괜찮았다. 이 글과는 별 상관 없으나, 한겨레 문학상도 믿고 읽는 편. 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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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그를 자주 찾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그 사람이라면 알 테다. 이 자식, 또 문학동네 수상작 읽었네.


그렇다. 드미트리는 문학동네 수상작을 상당히 좋아한다. 『새의 선물』,『고래』,『캐비닛』이 압권이었고 『달의 바다』,『악어떼가 나왔다』,『수상한 식모들』,『지구영웅전설』도 썩 괜찮았다. 이 글과는 별 상관 없으나, 한겨레 문학상도 믿고 읽는 편. 그에 비해 세계문학상은, 이게 왜 수상작, 하며 읽은 작품이 여럿이라 사망 선고 내린 지 오래.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갑시다.


졸업한 뒤 잠시 한국소설을 읽지 않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읽은 작품이 시덥지 않았다. 『새의 선물』과 『고래』로 드미트리를 그토록 열광하게 만든 천명관과 은희경은 더 이상 예전의 그들이 아니었다. 등단작이 곧 최고작이 되어버린 느낌. 『악어떼가 나왔다』의 안보윤도 마찬가지. 젊은 작가뿐만 아니라 중견 작가도 다르지 않았다. 작가 스스로도 만족 못하겠다고 평가한 박범신 작가의 『비즈니스』, 황석영의 『낯익은 세상』을 읽으면서 아 진짜 돈 아깝네 싶더라. 영화보다 재밌지도 않았고 이론서가 주는 지적 쾌락도 한국소설에는 없었다. 점점 한국소설과 멀어지는 찰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랜만에 문학동네 수상작 3권을 전자책으로 샀다.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사라다 햄버튼의 겨울』 그리고 『죽을 만큼 아프지 않아』. 


가장 먼저 읽은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는 반전 있는 결말 부분만 빼면 억지스러운 전개와, 부담스러울 정도로 묵직한 문장이 거북했다. 다음으로 읽은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은 바로 사망 선고. 『철수 사용 설명서』, 『제리』를 읽었을 때 느꼈던 그런 감정이었다. 이게 수상작이면 고배율줌 카메라도 하이엔드 카메라다, 이런 느낌. 이 작품을 재밌게 읽었던 독자가 있다면, 이해해 달라. 사람마다 감상이야 다를 수 있으니까. 어쨌든, 두 작품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실망이 더 크자 『죽을 만큼 아프지 않아』를 읽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똥을 더 이상 참지 못할 때쯤 공중 화장실이 나온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이 작품, 생각보다 훨씬 재밌었다.


끝.


이라고 하면 왠지 리뷰 승인 거부 당할 것 같으니, 조금이라도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더 늘어놓아 보자.


줄거리부터 시작해야겠지?


주인공 나, 태만생은 공고 3학년생, 싹조차 제대로 틔어 본 적 없고 자랄 것도 없는 꿈나무. 꿈이라고 해 봤자, 좋아하는 여성인 오선의 마음에 들기, 정도다. 공고로 진학한 이유도 오선이 한때 공고생을 좋아해서라나. 공고라고 해도, 고3은 고3. 한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이때, 그의 모부님은 돌연 아메리카 이민을 선언한다. 만생까지 포함한 이민이 아니다. 따라오려면 오고, 남으려면 남아. 만생의 아빠가 그에게 한 말. 만생은 남기로 한다. 이렇게 부모님 퇴장.


한국에 홀로 남은 만생은 근처 옥탑방으로 이사. 그가 원래 살던 집은 지방에서 올라온 소설가에게 세를 줬다. 여기서 공간적 배경이 드러나는데, 요즘 완전 망했다고 난리치는 용산 재개발(작품에서는 용산구 한강로 101-9번지) 지구다. 용산과 함께 비중 있게 다뤄지는 지역이 이태원이다. 만생은 소설가에게 받는 월세 35만 원으로는 생계가 막막하다 싶어 이태원 짝퉁 가게에 취직한다. 그곳에서 만생은 고객만큼이나 무서운 단속반과 싸워야 했다. 아니, 싸우지도 못하고 피해 다녀야만 한다.


이태원 짝퉁 가게로 취직을 알선해 준 사람은 만생의 단짝 친구 태화. 태화와 더불어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유진.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태화와, 만생과 첫 성관계를 맺은 유진의 존재는 10대 후반의 섹슈얼리티를 다루는 역할을 한다. 이를 두고, 심사평에서 류보선 문학평론가는 "동성애적 충동이 등장할 때마다 소설이 단절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지만, 뭐 드미트리는 그냥 그랬답니다.


줄거리 끝~~~ 이라고 하면, 아니 대체 사건은 뭐냐, 하고 궁금해할 사람이 혹시나 있을 듯하여 몇 자 덧붙이겠다.


단편을 전통 있는 문예지에 기고해야 하고, 여기서 보인 단편을 모아 단편집으로 내야 하고, 단편집이 어느 정도 모이면 장편을 내는 게 한국 문단의 엘리트 코스. 대표적인 작가가 김애란이다. 나름의 장점은 있겠으나, 단편만 열심히 쓰던 작가가 장편을 잘 쓰겠나. 한국 소설은 그래서 서사가 좀 약하다. 글 잘 쓴다고 인정 받은 기성 작가가 이런데, 막 등단한 작가에게 기가 막힌 서사를 바란다면 무리가 아닐까. 라기보단, 이 작품은 서사로 승부하는 작품이 아닌지라, 서사가 왜 이래, 라고 물을 순 없을 듯하다.


모든 소설이 성장소설이겠으나, 이 작품도 성장소설이다. 인간의 성장은 드라마틱하지 않다. 소소한 일상이 모이거나 흩어지고, 이런 와중에 시간은 흘러간다. 소설 속 만생의 삶도 그렇다. 갑자기 미국 이민을 선언한 모부님. 대한민국에서 고3이 홀로서기라니, 쉽지 않을 터. 당분간은 이태원 짝퉁 가게라는 지하 경제의 일원으로 살아가기를 결심. 그러는 와중에 단짝 친구는 성적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좋아하던 여성이 아닌, 피하고 싶은 여성과 성관계를 맺으며. 이웃에 살던 할머니는 저 세상으로 간다. 추리소설에서 명탐정이 사건의 흐름을 기승전결로 요약하는, 그러한 서사는 없지만 이 작품에는 치명적이 매력이 존재한다. 바로 달콤한 문장. 작품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재기발랄한 문장은 황현진 작가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여기서 리뷰 끝.


아, 끝으로 덧붙이자면. 열린 결말을 제시하면서도, 의도적으로 주인공 가족을 용산 재개발 지구의 서민으로 설정한 점은 신의 한 수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소설을 읽으면 된다. 더이상은 스포일러 방지 차원에서 생략.


---


여태껏 나는 아버지가 피우는 담배와 같은 것만 골라 피웠었다. 혹시라도 가방이나 책상 서랍에 숨겨둔 담뱃갑을 들키게 되면 아버지가 흘려서 챙겨둔 거라고 둘러댈 참이었다. 솔직히 내가 길고 가느다란 담배를 꺼낼 때마다 어이없어 하던 태화의 표정을 참아내기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게다가 우리 반에서 나 말고 에쎄를 피우는 딱 한 사람은 바로 늙다리 담탱이. 그래서인지 담탱이는 툭하면 내 가방을 뒤졌다. 그때마다 내 담배는 모조리 담탱이의 차지였다. 방학 동안 담탱이의 담뱃값이 얼마나 늘었을지 눈에 훤했다.

야호, 이제 나도 말보로 유저!


내가 영국이든 미국이든 하다못해 필리핀에라도 어학연수를 다녀왔더라면 이까짓 공고에서 영어선생 따윈 하지 않았을 텐데. 오, 자랑스러운 내 아버지. 영어선생도 가보지 못한 미국으로 떠나다니.


물론 이태원을 돌아다니는 자영업자 중에 사장처럼 별 한두 개쯤 달고 있는 사람은 흔하다. 아마 그래서 더 이태원을 떠날 수 없는 게 그들일지도 모른다. 미국 국기에도 박혀 있는 별. 미군의 거대한 PX인 이태원에서 별이란 계급장이자 멤버십카드와 같은 의미일 테니까.


미국? 거기도 사람 사는 데가?

네, 여기보다 살기 좋은 곳이래요.

시알도 안 먹히는 소리 하지 마라. 그럼 개나 소나 다 거기서 살지, 뭣하러 이땅에 눌러앉아?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것쯤이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아버지가 가장 자주 하는 말 중의 하나니까. 그때마다 엄마는 늘 같은 말로 대꾸했다. 당신은 그걸 이제야 알았어? 문득 아버지가 옥탑방에서 했던 말이 떠오른다. 사십 년 넘게 살면서 단 한 번도 허투루 돈 번 적이 없다던 아버지는 미국에서도 그렇게 살 거라고 내게 호언장담했다. 순간 나는 아버지가 미국에서만이라도 그렇게 살지 않기를 간절히 빌었다.


고무장갑 공장 사장의 아들로서 태화는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이익을 동시에 고려하고 분배할 수 있는 탁월한 균형 감각을 타고났다. 그것은 미장이의 아들로 태어난 나로서는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내가 아버지의 아들로 태어남과 동시에 일종의 기회비용이었다. 그것은 월급을 모두 주식에 쏟아붓고는 스마트폰으로 매일 코스닥 지수를 체크하는 정치경제 선생의 가르침이었다.

할머니의 죽음이 슬프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할머니의 죽음을 믿을 수가 없기 때문도 아니었다. 내가 할머니의 장례식장에 갈 수 없었던, 유일한 이유는, 그 순간 내가 혼자였기 때문이다. 죽음은 내가 한 번도 겪지 못한 일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l****i 2013.08.07. 신고 공감 1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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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만큼 아프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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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책들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표지 디자인이 좋아서, 책의 내용이 좋아서, 이런 이유들로 몇 번의 긍정적인 경험을 한 뒤로 일종의 ‘믿음’이랄까.. 그런 것이 생겼다. 그 믿음은 김화영 교수가 번역한 책은 일단 덮어놓고 읽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 이런 이유로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은 좀 늦더라도 빼놓지 않고 읽는 편이다. 16회 문학동네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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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책들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표지 디자인이 좋아서, 책의 내용이 좋아서, 이런 이유들로 몇 번의 긍정적인 경험을 한 뒤로 일종의 ‘믿음’이랄까.. 그런 것이 생겼다. 그 믿음은 김화영 교수가 번역한 책은 일단 덮어놓고 읽는 것과 조금 비슷하다. 이런 이유로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은 좀 늦더라도 빼놓지 않고 읽는 편이다.

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는 11월답지 않게 포근했던 어느 날 읽기 시작했다. ‘죽을 만큼 아프지 않아’라는 제목과 왠지 배우 유승호와 비슷하게 생긴 남자애가 그려진 노란 표지 때문에 나는 이 작품이 ‘성장 소설’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어라, 뭐지? 성장 소설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성장소설은 갈등을 겪던 인물이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성숙해지고 성인이 되는 과정이 드러나는데,『죽을 만큼 아프지 않아』는 그런 과정이 입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장소설이라 함은 유년기 혹은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기 전에 겪는 인물의 내․외면적 갈등과 정신적인 성장,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을 그리는 작품이 아니던가.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렇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 빛을 보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장소설은 자칫 잘못하면 작가의 개인사로 착각할 만큼 구구 절절 지루한 에피소드가 반복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죽을 만큼 아프지 않아』는 식상하진 않다. 

 

태씨 가문 26대손 ‘태만생’의 이력부터 심상치 않다. 인생의 전성기가 중학생 시절이라고 주저하지 않고 대답할 이 아이는 요즘 애들답지 않게 취미는 독서이고 특기가 글쓰기란다.

서울 용화공고 3학년인데 중학교 때 좋아했던 여자애(오선)의 이상형이 ‘공고생’이었다는 이유로 공고에 진학한 불량한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불량하지 않은 어리바리한 애다.

그의 가족도 특이하기는 마찬가지다. 낮과 밤이 바뀌어서 낮에는 자고 밤엔 일어나는 엄마(나는 이 엄마의 캐릭터를 보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속 주인공들을 떠올렸다.)와 매 끼니마다 마른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는 자식에게 한없이 쿨 한 아빠가 등장한다.

게다가 이들은 피붙이 하나 없는 미국으로, 하나 있는 피붙이를 떼어놓고 이민을 가겠다고 떠난다.  게이인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태만생의 친구(태화) 역시 평범하지 않다. 이태원에서 짝퉁 명품 삐끼로 일하는데, 태만생의 부모가 이민을 떠나면서 그에게도 삐끼 알바 자리를 주선한다.


나는 왜 이 작품이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일까 생각해보았다. 수상을 할 만큼 강하다고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며칠 전에 1회 수상작 ‘새의 선물’을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만생’이 떠올랐다. 나도 모르게 ‘얘는 잘 지내나, 요즘 뭐할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었을지도 모른다. 내 동생의 친구 같은 느낌이랄까.

태만생은 그렇다. 특별히 문제아도 아니고 불량한 것도 아니다. 분명 독특하지만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매력적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성장 소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다. 태만생의 인생 한 부분을 살펴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자꾸 다른 곳으로 이야기가 샌다는 점이다. 유진이와의 관계 풀이도 얕았다. 이야기를 풀다만 느낌이랄까, 작가가 쓰다만 듯한 느낌이랄까.

급하게 정리된 듯한 소설의 마무리도 아쉽다. 한참 재미나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정전이 되어 텔레비전이 꺼졌을 때의 황당함을 소설을 읽다 느꼈으니. 그만큼 재미있는 스토리라는 의미리라. 

YES마니아 : 로얄 h******6 2011.12.26.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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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만큼 아프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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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만큼 아프진 않아 황현진 지음 문학동네     사실, 표지가 낯설지 않고, 마음에 들어, 서평단에 응모했는데, 문학동네 측으로 연락이 왔다...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였는데, 아무튼 당첨이 되니 기쁘다.  책을 받고는 살짝 고민에 빠졌다.  중학생인 큰 딸아이가 워낙 책읽기를 좋아하니 이 엄마 대신 읽고 서평 또한 잘 써주리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뿔싸~ 중간고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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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만큼 아프진 않아

황현진 지음

문학동네

 

  사실, 표지가 낯설지 않고, 마음에 들어, 서평단에 응모했는데, 문학동네 측으로 연락이 왔다... 크게 기대한 것은 아니였는데, 아무튼 당첨이 되니 기쁘다. 

책을 받고는 살짝 고민에 빠졌다.  중학생인 큰 딸아이가 워낙 책읽기를 좋아하니 이 엄마 대신 읽고 서평 또한 잘 써주리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뿔싸~ 중간고사가 코 앞이니, 양심상 ㅋㅋㅋ 마음을 접어야지.

책을 서랍장 위에 올려 놓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온 다른 책들과 함께...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 집 꼬맹이가, 표지가 땡겼는지, 어느새 들고 읽고 있다.

"너, 니가 읽을 책 읽어... 그거 읽지 말고..."

맹랑한 울 꼬맹이 하는 말,

"하나도 모르겠어..."

빙긋 웃고 말았다.

그러게, 내가 읽어보니, 알아도 큰일이다 싶다.  아니, 이 작가는 용감하게 초반에는 고추를 들먹거리더니, 아니, 차마 거론할 수 조차 없는 단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남발한다.  내가 지극히 구세대인 모양이다. 몹시 낯 뜨겁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닥 잘못된 것도 아니건만...

조금 많이 걱정스럽다.

중학생 딸아이가 이제 이 세계에 던져졌는데, 그 아이에게 남자, 술과 담배, 그리고 섹스는 어떻게 비춰질까? 아직 남자 친구가 없는 듯 하고, 물론 남자 친구가 생기기를 몹시 바라고 있으니, 남자 친구가 생기면, 어떻게 만나고, 행동하고, 그 교재를 이어갈까?

모든 면에서 이 이야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내 아이가 금방 중3이 되고, 또 고등학생이 될테니까~

이 글에 등장하는 네 명의 아이들은 모두 그저 평범한 우리네 아이들이다. 특별히 별난 아이들도 아니고, 다른 세계에서 유입된 아이들도 아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술과 담배를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한다. 내 아이들의 생각을 모르겠다.  아이들 아빠가 담배를 안피우고, 앞집 남자가 무분별하게 담배를 복도 계단에서 피워대는 탓에 우리 집 딸들은 담배를 무척 싫어한다. 아직은 담배 피우는 남자는 사귀고 싶지도 않고 그저 싫다고 말한다.

내 경우는 여고 시절, 내가 살던 집 지하에 카페가 있었는데, 밤 늦게 집에 들어가다 보면, 술에 취해, 몹시 망가진 취객을 보면서, 저렇게 취하는 건 너무 싫으니,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생각했었다.  나는 지금도 술을 잘 못 마신다. 맥주도 두 모금이면 더 이상은 금물이다... 취하는 것이 싫어서 안마셨더니, 그 맛을 모르겠다.

담배의 경우도, 내 아버지는 담배를 좋아하셨는데, 엄마가 그 담배 냄새를 굉장히 싫어했던 기억이 있다.  담배를 안 피우는 남자랑 사니, 집 안이 깔끔하고(내가 청소를 안해도) 좋다.

여담이 너무 길었다. 남녀 관계에서는 술과 담배와 이어 오는 것이 바로 성관계인데, 바램이라면, 청소년기를 지나서 고등학교나 졸업하고 난 후에 이런 경험들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런 경험들이 본인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기에, 자신이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성인이 되서, 서로 의사가 통했을 때가 적절한 시기일테니까...

강릉 바닷가에서 발견된 사체가 아무래도 태만생의 부모가 아닐까 싶다. 결과에 치중하는 나는 독자로서의 자세가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스토리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실 초반부터 갑자기 미국으로 이민을 갈 수 있다는 것이 좀 이상하기는 했고, 이민 갈 사람들이 미국에서 살 집도, 할 일도 정해놓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하기만 하므로... 어찌 되었든, 자살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을테고, 이미 태만생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다고 판단했으니, 모양상으로 한국에 홀로 내버려 둘 수 있었을 테니까...

어찌 되었든, 열심히 살자~ 태만생! 화이팅~

 



i***2 2011.10.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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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그렇게만 아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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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특히 마음에 든 작품이 생기면 그 작가님의 책을 하나하나 읽어본다. 내가 새로운 작가님을 찾아내는 방법은 바로 문학상의 수상작을 읽는 것이다. 이 책은 따뜻한 제목과 ‘제 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이라는 믿음에 읽게 되었다.  주인공 태만생은 사춘기 소년이다. 아직 세상의 어두운 곳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고 슬슬 보려 하고 있다. 만생의 부모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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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소설을 좋아한다. 특히 마음에 든 작품이 생기면 그 작가님의 책을 하나하나 읽어본다. 내가 새로운 작가님을 찾아내는 방법은 바로 문학상의 수상작을 읽는 것이다. 이 책은 따뜻한 제목과 ‘제 16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이라는 믿음에 읽게 되었다.

  주인공 태만생은 사춘기 소년이다. 아직 세상의 어두운 곳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고 슬슬 보려 하고 있다. 만생의 부모님은 집안의 반대와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결혼하여 만생을 키웠다. 그리고 이제 떠난다. 제 2의 삶을 꿈꾸며 아메리카로 말이다. 그런데 이 천진난만한 만생은 한국에 남는다. 자취에 대한 환상이 있었나보다. 그는 학교 앞 옥탑방을 얻어 냉장고도 없이 살게 된다. 그리고 그의 범상치 않은 친구들로 오선, 태화, 유진이 있다.

  이 소설은 제목이 참 좋다. 만생은 부모님과의 이별과 독립, 친구들과의 엇갈린 사랑, 아찔한 아르바이트, 그리고 부모님의 안전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씩씩하다. 마지막에는 너무 씩씩해서 실소가 나올 정도인데,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다. 나라면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만생에게서 그 방법을 배웠다. “죽을 만큼 아프진 않아”라고 말하며 내 관심을 돌리는 것이다. 어른들이 아이가 울 때, 관심을 돌리는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마음을 돌리며 견디다 보면 어느새 정말 아프지 않은 순간이 오지 않을까. 결말이 너무 열려있어서 살짝 불만인데, 만생의 앞날도 그러길 바란다. 이 글을 읽어주신 당신도, 당신도. 모두가 그렇게만 아프길.  

m*****7 2016.01.2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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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만큼 아프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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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 대한민국>   제 16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다. 작가가 처음 된 사람들은 어떤 글을 써서 당선이 되는 걸까 궁금했고 도서관에서 펴보았을 때 주인공의 이름이 태만생이라는 아주 독특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태만생. 아버지 태평대. 만생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인 엄마와 아빠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로 결정한다. 만생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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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설 / 대한민국>

 

제 16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 내가 이 책을 선택한 이유이다.

작가가 처음 된 사람들은 어떤 글을 써서 당선이 되는 걸까 궁금했고 도서관에서 펴보았을 때 주인공의 이름이 태만생이라는 아주 독특한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태만생.

아버지 태평대. 만생을 제외한 나머지 가족인 엄마와 아빠는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로 결정한다. 만생이는 고3때 취업을 하기로 했고 대학도 가야하고 군대도 가야 하니까 남으란다. 그를 위해 옥탑방(만생이는 그를 만생호라 한다)을 구해주고 원래 집에서 나오는 월세 35만원으로 생활하라고 말한다. 아버지가 식사때마다 먹던 멸치는 꼭 미국으로 부치라 말하는 아버지.

 만생은 쾌재를 부르며 혼자 살 날을 기뻐한다. 취업한다고는 했지만 친구 태화와 함께 이태원에서 짝퉁 삐끼와 배달원으로 알바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알바하기로 한 날 만생이는 부모님에게 검은 캐리어가방을 25만원을 주고 구입해 선물을 드린다. 그 안에 들어가보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그것을 보고 사진을 찍은 만생이..

 

태화

만생이의 완전 절친. 나중에 어이없게도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만생이의 마음속 연인 오선과 키스 하지만 느낌이 없었던지 오선의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지 않아 오선을 중국으로 떠나게 해버리고 만다.

이태원에서 짝퉁가방 삐끼로 지내다가 만생이가 나중에 실수로 경찰에 걸리게 했을 때에도 끝까지 곁을 지켜준다. 의리있는 놈 ㅎㅎ

 

오선과 유진

중학교때 오선은 태화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공고생이 이상형이라고 한다. 순진한 만생은 공고로 가고 그 후로 오선의 이상형은 공대생으로~ 그런데 그 후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왔을 때 함께 다녀주는 현지처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가정에서 공주대접 받던 아이가 왜 그렇게 되었을까..

유진은 만생의 집 서울시 용산구 한강로 101-9번지 근처에 사는 아이로 술마시다 만생과 일을 치룬다. 그 후에 만생 옥탑방에서 오선과 태화가 키스하는 것을 본 만생과 또 일을 치르고.. 둘은 아마 연인이 된 것 같다.

 

만생이를 묘사한 부분들이 너무나 생동감 있어 처음에 이야기 속으로 쑥 빨려들어갔다. 인물 묘사가 정말 잘 되어있고 이야기도 잘 이어진다. 이 아이들이 이렇게 알바를 하며 지내다가 무언가 잘 되려는 사건이 빵 터져서 올바른 아이로 변하는 성장소설인 줄 알았다.

그런데 부모님을 미국으로 이민 보낸 만생이는 태화와 이태원에서 짝퉁 삐끼 알바를 하다가 경찰에게 걸린다. 그때 아파서 쓰러진 만생이는 병원에서 눈을 뜨고 그 때 뉴스에서 강릉에서 검은 캐리어 가방에 두 남녀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것을 보는 만생의 마음은 어떨 것인가.. 과연 그것이 그의 부모님일까.. 미국에 도착했다고 연락도 없었던.. 어느날 걸려왔으나 받지 못한 033의 번호가 부모님이었을까...

(033은 강원도 지역번호다..) 강릉까지 가서 부모님이 계신 곳을 찾아보려했지만 거기서 미미형님(성전환 수술을 한 가수)의 나이트 광고를 발견하고 그곳으로 가기로 한다. 부모님은 어디 계신지 만생이는 알아보지 않기로 한 걸까 두려운걸까..

앞으로 만생이가 살아갈 앞날은 어떨까.. ? 아마도 죽을만큼 아프지 않은 만생이는 잘 지낼 것이다. 직접 월세를 받으러가서 당당하게 집주인 행세를 한 것처럼. 동네 개 봄이와 함께, 유진이와 함께 앞으로 잘 지낼것이다..

마지막에 좀 더 잘 마무리 되어 부모님이 어떠신지 만생이가 어떻게 헤처나갈지 알려줬다면 더 좋을것 같다.

앞은 탄탄하게 쑥 빨려가듯 진행되다가 마지막에 뭔가 탁 놓은 느낌이다.

그래도 오랜만에 읽은 성장소설~

 

태화야.. 나 아파..

그래.. 알아.. 하지만 죽을 만큼 아프지 않잖아..

죽을 만큼.. 아프진 않으니까 내 아픔에 대한 값은 대략 오십만원쯤이거나 이십오만원 정도 되겠다..

누가 정확한 값을 매기는지는 알 수 없다..   (230)

 

w*******4 2012.08.14.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