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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절반 구하기 / 월리엄 R. 이스털리/ 황규득/ 미지북스/2011 이 책은 실제 미국과 유럽에서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에 뿌리는 그 숱한 원조에도 불구하고 왜 원조를 받는 나라들의 가난이 해결되지 못하는가에 대해 사안별로 숱한 미시적 고찰을 함으로써 종합적으로 보아 결국 실제로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저로서는 꽤 흥미로는 저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의 원조를 통해서 빠른 성장을 이룬 나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숱한 나라들에 돈을 갖다 부었는데, 이만한 성장을 이룬 나라 또한 우리 나라 뿐이기 때문에 어찌보면 우리나라가 특이한 경우라는 말도 들어왔습니다. 과연 어느 것이 맞는 걸까요.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후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만 몇가지로 추려보자면 첫째 원조를 하는 국가나 국제 기구들이 하행식 전달 방법, 즉 이 책의 표현대로 하자면 계획가의 생각대로 원조를 하기 때문입니다. 원조를 직접적으로 받아야하는 대상은 바로 원조받는 국가의 국민 개개인이지만, 주는 쪽이 짐작으로 이게 필요할 거야 하고 시혜를 내리듯이 원조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따라서 원조를 직접 받는 이들과 접촉하는 일선 요원(탐색가)들에게 어떠한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지 살펴보고 소규모 시험을 통해 효과가 입증되면 확대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둘째 원조를 받는 국가의 부패와 내란이 문제가 됩니다. 원조를 주는 쪽 입장에서는 받는 쪽의 개개인들에게 직접적으로 주는 것 보다 그 나라 정부나 기관을 통해서 원조를 하게 되는데 이 정부나 기관이 부패한 경우에는 직접 그 국민들에게 가지 않고 일부 권력자 계층으로 빠지기 때문에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가 가중되는 경향이 있다는 거지요. 현재 아프리카의 숱한 자원 부국들이 정부의 부패와 내란으로 인해 대다수 국민들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셋째 비효율적인 운용입니다. 원조 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돈을 주는 기구의 눈치를 보고, 그들에게 주는 보고서를 그럴 듯 하게 쓰는 것에 바쁘고 실제 가장 실질적으로 빈민들에게 어떻게 하면 효과가 있을지 또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와 실천은 피상적인 뿐이라는 거지요. 저는 에이즈 관련된 부분에서 다소 충격을 받았는데요, 예방이 훨씬 유효한 이 질병에 대해서 이건 뒷전이고 관리가 어려운 치료에 돈을 쏟아붓고 있다니 정말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서구에서도 사실 관리하기가 까다로운 이 질병을 사정에 맞지 않게 예방이 아니라 치료 위주라니! 정말, 이 책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았지만 실은 아프리카 인들을 대상으로 약의 치료 효과에 대한 인체 실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러다 보니까 예방은 뒷전이고, 보다 손쉽게 치료할 수 있는 다른 질병에 대한 치료는 뒷전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갹이 들었습니다. 사실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빈민들 조차도 아주 극심하게 아픈 정도가 아니면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 음식을 해 먹고 스스로 건강을 돌볼 수 있게 되길 원한다는 거지요. 그런데 이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합니다! 넷째 쓸데 없는 군사 원조입니다. 이것은 오히려 전쟁을 확대 시키고, 국민의 생활을 피폐하게 만들며 원조를 받아야 하는 정부가 그 악순환의 고리에서 더욱 빠져나오지 못하게 만듭니다. 사실 현재 아프리카와 중동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내전은 서구에서 만들어 낸 것이 대부분이며 아직도 이를 이용해서 무기를 팔고, 빚을 지게 만듭니다.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는 빚을 갚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모라토리움을 선언하게 되며 원조 기구에서는 빚을 탕감해주고는 다시 원조를 해 주는 이상한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됩니다. 원조를 받는 국가는 마치 원조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계속 요구해서 받아내며 사실 그 나라의 부패한 정권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이지만 서구 사회에서는 그 현실에 대해 눈을 감아버립니다. 남의 일에 간섭하기 귀찮은 것도 있고, 그 정권이 있어서 사실 다른 이득을 보는 것도 있기 때문이겠지요.
말하자면 백인들은 스스로 뭔가 잘 했다는 기분을 갖기 위해서 각종 국제 기구 산하에 원조기구들을 만들어서 이런 원조를 하고 있지만, 전부 자신들이 하는 방식으로 하면 될 거야 하는 낭만적 기분에 빠져서 이 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들이 아무리 통계를 조작하고, 조건을 뜯어 맞춰도, 은연 중에 드러나고 있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라는 거죠.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서구의 원조지만, 이걸 국내 복지 정책에 빚대어 본다고 해도 별 반 차이는 없을 것 같습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복지 정책은 이것인데 국가에서는 엉뚱한 정책을 펴는 경우도 많죠. 예를 들면 육아 정책에 대해서 저는 국민들 대다수는 개별적으로 육아 수당을 일정 부분 지급하는 것을 더 선호할 것 같습니다만 보육시설과 무슨 커넥션이라도 있는지 아이를 돌보는 보육시설에 대해 원조를 하면서 자격 미달이 보육시설만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가구별로 육아 수당을 지급하면 부모들이 이 돈으로 집에서 아이를 돌볼 지 아니면 보육시설에 보내서 돌볼지 결정할 수 있게 되고 그러면 보육 시설들도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텐데 말입니다.
이 책에는 거의 언급이 없지만 북한에 대해서도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북한 정권이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90년대 말에 북미 수교하기로 해 놓고도 차일피일 미루었던 것도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서구의 원조를 받지 못한 가난한 나라는 당연히 정권이 무너져야 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북한은 미국에서 원조를 퍼 넣고도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는 나라들과는 다릅니다. 문맹이 거의 없을 만큼(세종대왕의 은혜를 남한 사람만 받은 것은 아니니까요) 교육 수준이 높고, 내란이나 내전이 있을 종교적 분쟁이나 인종적 분쟁이 없으며, 남한 보다는 좀 낫다고 해도 아프리카 처럼 정권에서 폭리를 취할 만한 대단한 천연자원이 없으며(일제 시대에 일본놈들이 다 파갔으니) 오래 전부터 중국와 소련이 서로 북한에게 자신을 따르라고 닥달을 하는 통에 결국 니들 다 싫다. 우리는 우리 나름으로 하겠다 하면서 이른바 김일성 주체 사상이라고 하는 것으로 똘똘 뭉친 집단입니다. 북한 정권이 체재 위협에 대한 스트레스로 국민들을 심하게 억압하는 것은 맞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극악한 빈곤에 처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사실 북한은 아프리카처럼 에이즈에 시달리거나 내전으로 여기저기 폭탄터지는 나라는 아니며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서구 원조가 있는 나라나 없는 나라나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경우를 보아도 원조가 그리 대단한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제프리 삭스의 빈곤의 종말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한 책이면서 엄연한 현실에 대해 철저히 연구한 저작입니다. 저자의 다른 책도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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