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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한 생명의 그물망, 나무의 노래
"공존을 위한 생명의 그물망, 나무의 노래" 내용보기
미 시워니대 생물학과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David George Haskell) 교수는  아마존 열대우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 스코틀랜드, 동아시아 일본 등 전 세계 12종의 나무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에콰도르 야수니 생태 보호구역의 케이폭나무, 바닷가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자라는 사발 야자나무, 스코틀랜드의 개암나무, 덴버 강변의 미루나무, 맨해튼 도심의 콩배나무, 이스라엘
"공존을 위한 생명의 그물망, 나무의 노래" 내용보기

 

미 시워니대 생물학과 데이비드 조지 해스컬(David George Haskell) 교수는  아마존 열대우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 스코틀랜드, 동아시아 일본 등 전 세계 12종의 나무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에콰도르 야수니 생태 보호구역의 케이폭나무, 바닷가 해변의 모래사장에서 자라는 사발 야자나무, 스코틀랜드의 개암나무, 덴버 강변의 미루나무, 맨해튼 도심의 콩배나무, 이스라엘의 올리브나무, 일본의 섬잣나무 등이다.

그는 숲 지붕에 비계를 타고 올라가 살펴보거나, 죽은 나무에 돋보기를 갖다 대기도 하고, 어떤 나무에는 전자 장비를 부착해 소리를 들으며 나무와 소통하고 생명과 교감하고자 애썼다.

저자에 따르면 선사시대 화덕의 개암나무 숯에는 인류의 생존과 나무가 긴밀하게 얽혀 있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지역의 올리브나무는 로마 시대 이후로 숱한 정치적 갈등과 분쟁을 겪은 역사를 함께 한다. 일본의 섬잣나무 분재에는 자연과 함께하려는 인간의 욕망이 담겨 있다.

머리말에서 그는 인간의 행위가 온 세상의 생명 그물망을 끊고 멋대로 연결하고 마모시키는 지금, 우리의 윤리는 ‘속함의 윤리’여야 한다고 말한다. 자연의 위대한 연결자인 나무에게 귀를 기울이고, 근원과 재료와 아름다움을 생명에 부여하는 관계 속에 깃드는 법을 배워보자고 다독인다.

책이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는 사뭇 낯설면서도 경이롭기까지 하다. 특히 에콰도르 케이폭나무가 그렇다. 이 나무는 줄기 너비가 3미터, 해마다 2미터씩 쑥쑥 40미터까지 자란다. 나무를 중심으로 작은 동·식물 수백 종이 숨어 살거나, 번식지로 삼는다.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 와오라니족은 숲에서 길을 잃으면 케이폭나무의 판근을 두드려 묵직한 소리가 울리게 해 사람을 부른다. 사냥꾼과 전사도 나무를 두드려 원정의 성공을 알린다. 마을 사람들에게 숲은 정령, 꿈, 현실이 어우러지는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와 같다고 할까.

 

 

케이폭나무(Kapok Tree)

 

한편 도시에서 강인한 생명력을 유지하며 사람들과 공존하는 나무도 있다. 맨해튼의 콩배나무는 열차나 트럭이 지나가며 생기는 진동을 받아 흔들리면 뿌리를 더 뻗어 땅에 고정시킨다. 밤이 되면 나무의 꽃들은 달빛을 반사하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준다. 배기가스와 유해물질을 정화하기도 한다. 뉴욕시 전체적으로 나무 500만 그루는 해마다 대기 오염물질 2000여 톤, 이산화탄소 4만 톤 이상을 제거한다. 나무의 생명력이 놀랍기 그지없다.

 

“나무가 죽으면 그에 의존하던 생물은 자신에게 생명을 준 관계를 잃는다. 나무의 동반자와 적 모두 살아있는 나무를 새로 찾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죽는다… 하지만 죽은 나무는 자신의 몸속과 주위에서 새로운 생명의 촉매가 됨으로써 새로운 연결과,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낸다… 죽음은 나무 안팎에서 수천의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데, 그 하나하나에서 생태적 기회가 열린다. 관리되지 않고 통제되지 않는 이 다수성에서 새로운 관계에 담긴 새로운 지식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숲이 생겨난다.” -131쪽

 

이렇듯 나무는 혼자 외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균과 균류, 동·식물과 미생물, 그리고 인간과 대화하고 소통하며 생명의 연결망을 형성해 왔다. 이 그물망은 생명이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열대우림과 한대림 그리고 사막 지역과 온대림을 넘나들며 전 지구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인간 대 자연’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속함의 윤리’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연 바깥에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탐욕으로 점점 훼손돼 가는 생명의 그물망을 창조적으로 복원하고, 보존하는 일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봄이다. 산과 들에 새싹이 돋고, 꽃이 피어날 것이다. 어디 가까운 곳에 들러 나무의 노래에 귀 기울여 보면 어떨까.

 

YES마니아 : 로얄 h*******c 2018.02.27. 신고 공감 5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