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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을 볼 때마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상의 모습에 놀라곤 한다. 어찌 저런 곳이 아직도 지구상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생존을 목표로 고군분투하는 연예인들은 일정 기간의 촬영이 끝나면 집으로 복귀가 가능하지만 여전히 그와 같은 환경 속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존도 그와 같은 곳 중 하나다. 제멋대로 자란 듯한 수풀 속 세상은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말 그대로 야생이다. 어디에서 무엇이 어떻게 출몰할지 모르므로 호기심에 접근했다가는 생명을 빼앗길 수도 있다. 아마도 오래 전 인류는 아마존을 신성시하며 살았을 것이다. 최근 들어 개발의 움직임이 아마존에도 일고 있다. 길이 없던 곳에 거대한 도로가 뚫리고, 이내 매연을 내뿜으며 차량이 그 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몇 시간씩 돌아가야만 했을 테지만 이젠 직선 도로가 생겼으니 편리함이 이를 데 없이 극대화됐을 것이다. 아무도 파괴된 환경의 안위를 묻지 않는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엔 아무도 그 곳이 숲이었단 사실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The Boiling River. 끓어오르는 강이라니, 상상이 힘들다. 아마존 어딘가에 그와 같은 강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저자는 지질학자로서의 이를 연구해보겠다고 다짐했다. 과학적으로 입증이 불가능한 사례라는 강한 믿음을 지닌 스승들은 그를 만류했다. 그의 아마존행이 허락됐던 건 실수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길 바라는 마음을 지닌 스승이 있어서였다. 결론을 먼저 언급하자면 끓어오르는 강은 존재했다. 물의 온도는 섭씨 85.6도. 물이 끓는 온도가 100도 임을 감안하면 이를 ‘끓는다’고 표현하는 건 잘못일 수도 있지만, 강물의 온도치고는 상당히 높은 게 사실이었다. 찬물일 거라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뛰어든 개구리가 산 채로 익어버릴 정도니 말이다. 근처에 유전이 있는 것도 아니요, 최근 이루어진 모종의 개발이 인위적인 뜨거움을 생성하는 데 힘을 보태지도 않았다. 오래 전 기록을 들춘 끝에 저자는 말 그대로 자연이 만들어낸 기적과도 같은 현상임을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의외로 적잖은 외국인들이 치유를 목적으로 이 강을 찾고 있었다. 강이 현지인들에게 조금이나마 윤택한 삶을 선사하고 있다고 이를 해석해도 좋을지. 외국인들의 끊이지 않는 발길을 어찌 바라보면 좋을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모든 변화에 제재를 가하는 게 보호를 뜻하지는 않는다는 걸 샤먼은 이미 알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 두 세계에 모두 발을 디딘 샤먼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저자를 정글 세계로 인도했다. 원시적 형태의 삶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하면서도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기도 했다. 아마도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샤먼의 내면 세계를 읽어내는 것이 우리에겐 필요할 것이다. 유전 회사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은 의외였다. 땅에 구멍을 뚫어 석유를 추출하는 작업이 환경의 파괴 없이 이루어질 거란 기대는 해보지 않았다. 그러나 저자는 페루 전역의 유전에서 일해 온 호세의 입을 빌려 유전 개발방식이 예전과는 현격히 달라졌으며, 정글에 침입해 동물들을 밀렵하고 크고 값진 나무들을 베어내는 행위야말로 범죄임을 지적했다. 개발이 도리어 환경을 지켜내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다는 상상에 과연 익숙해질 수 있을까. 생태계 측면을 고려하면서 개발을 진행해 지역 주민들이 수익을 창출하게 이끈다는 보존 모델이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묻고 또 물었다. 어떠한 과학적 배경 지식도 없는 입장이다 보니 아마존의 끓어오르는 강을 설명하는 부분은 솔직히 잘 이해치 못했다. 그렇지만 페이지마다 서려 있는 자연을 대하는 경외감이야말로 이번 독서를 통해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싶다. 흙으로부터 유리된 삶은 불행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오늘 내가 걸은 길의 대부분은 아스팔트였다. 하루하루 나를 지배하는 불안은 자연에 속하지 못함으로부터 비롯된 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