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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깔과 향기
"빛깔과 향기" 내용보기
며칠 전 바람이 시원하게 불던 저녁이었다. 유난히 바람을 좋아하던 친구가 있어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바람이 시원하다. 니 생각이 난다. 보고싶다.〉 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나도 같은 생각하고 있었다.〉며 동감을 나타내었다. '우정이란 이런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나누고 있진 않지만, 늘 상대의 빛깔과 향기를 기억하고 있는 일.
"빛깔과 향기" 내용보기
며칠 전 바람이 시원하게 불던 저녁이었다. 유난히 바람을 좋아하던 친구가 있어 휴대폰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바람이 시원하다. 니 생각이 난다. 보고싶다.〉 곧바로 답장이 왔는데 〈나도 같은 생각하고 있었다.〉며 동감을 나타내었다. '우정이란 이런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나누고 있진 않지만, 늘 상대의 빛깔과 향기를 기억하고 있는 일. 그리하여 타인에서 친우로 묶이고, 어디에서나 그 빛깔과 향기를 감지하여 공유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하는 일. 특별하고 은밀한 사이이기 보다는, 각별하고 친밀한 사이가 되는 일. '우정이란 그런거겠구나' 싶었다. 상대의 빛깔을 읽어내고 향기를 맡아내는 일이 쉬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일은 상대의 전체를 볼 수 있을 만큼의 거리와, 상대의 빛깔을 제대로 볼 수 있을 만큼의 밝음과 눈, 그리고 어떤것이 향기이고 어떤것이 악취인지 분별할 수 있는 지혜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코가 마련되어야 가능하다. 그것은 '보여주기'에 의해 되어지는 일이 아니라, '읽어내기'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스로 제 빛깔과 제 향기를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그것이 더 힘들다. 밝은 눈과 예민한 코를 가지기 위해서는, 제 빛깔과 제 향기를 제대로 마련하여 빛과 향긋함을 뿜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내 빛깔은- 빛깔이라는 말 조차도 어울리지 않게- 온통 시커멓게 하고서, 내 향기는- 역시 향기라는 말에 어울리지 않게 케케하고 역겨운 냄새를 가지고서, 상대에게서 밝고 따뜻한 빛깔과 상큼하고 신선한 향기를 읽어내지 못하고 맡아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밝고 따뜻한 빛깔과 상큼하고 신선한 향기는 개인의 행동과 말과 생각에서 비롯된다. ―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생활에 충실히 임하는 모습과,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존중할 줄 아는 말투와, 긍정적이고도 소박한 사고에서 비롯된다. 작은 일이라고 소홀히 하지 않고, 자신 없는 일에 대하여 두려워하지 않고, 실수에 대하여 의기소침해 하지 않고, 가까운 사이라고 하여 함부로 말하지 않고, 처음 대하는 사람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사람에 대하여 어려워 하지만 않고, 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여 시끄럽게 떠들지 않고, 한번 실패했다고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처한 환경과 조건에 굴하지 않고, 세속적이고 불건전한 야망과 욕심을 버리고 오히려 작고 질박함에서 오는 풍성함을 누리는 사람에게서 비로소 밝고 따뜻한 빛깔와 상큼하고 신선한 향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러한 제 빛깔과 제 향기를 위해 날마다 새로워지기를 훈련하는 사람이야말로 바래지 않는 빛깔과 사라지지 않는 향기를 만들어 내는 사람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하여 제 빛깔을 선명하게 제 향기를 은은히 내뿜는 사람은 타인의 빛깔과 향기도 제대로 읽어내고 맡아내어 거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주고 , 불리워서 이웃과 친해지기가 이루어 질 것이다.이웃과 친해지고, 세계와 친해지는 일은 자신의 안을 예쁘고도 향기롭게 만드는 일에서 부터 시작한다.

[인상깊은구절]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싶다.
s******5 2000.07.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