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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정원, 나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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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연히 집어 든 책이 이런 훌륭한 책일 때 난 정말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 로또에 당첨되면 어떤 기분일지 알고싶기는 하다. 과연 지금같은 기분일지. 도서관에 책만 반납하려고 갔는데 눈에 띄는 책이 있어 얼른 집어들고 왔다. 겉표지를 보니 빨간 딱지도 붙어있다. 거기에 이렇게 써있다. "2011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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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우연히 집어 든 책이 이런 훌륭한 책일 때 난 정말 로또에 당첨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제 로또에 당첨되면 어떤 기분일지 알고싶기는 하다. 과연 지금같은 기분일지. 도서관에 책만 반납하려고 갔는데 눈에 띄는 책이 있어 얼른 집어들고 왔다. 겉표지를 보니 빨간 딱지도 붙어있다. 거기에 이렇게 써있다. "2011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저작 및 출판지원사업 당선작" 좋은 책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제목보고 내가 상상하던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인위적으로 가꾼 정원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인가보다. 그곳이 천국이라고 느낀다는 것인가보네.' 나 요즘 이런 이야기들이 좋아서 자주 그런 책들을 읽고는 했다. 그런데 책을 읽어보니 전혀 아니올씨다였다. 그렇다면 이거 책 제목을 잘못 지은 거 아닌가? 어쨋거나 그래서 나처럼 제목보고 골랐지만 의외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게되어서 좋은 경우보다 제목때문에 이 책을 오해해서 못읽는 경우가 더 많을것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부제로 "고정희의 중세 정원 이야기 1"이라고 되어있다. 이게 진짜 제목인 것이다. 중세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했는데 내용이 너무 많아져서 3권으로 낼거란다. 그중 1권이 이 책이다. 아직 2,3권이 나왔다는 소리는 못들었다. 언제쯤 읽을 수 있을런지. 이 책을 읽다가 내가 흥분하게 된 몇가지 사항이 있는데, 그중 저자의 관심이 정원에서 요리로까지 확장되어 요리책을 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과 작가소개에 다음 책으로 "문화사적 관점에서 바라본 식물 이야기"라는 책도 준비중이라는 것이다.  우연히 만났으나 앞으로 열심히 찾아다닐 작가중 한명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책은 분량의 반절 정도가 중세의 역사이야기이다. 이 역사를 알지 못하면 정원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없어서 먼저 이야기를 한다는데 그게 정말 별미인 것이다. 그 복잡한 중세의 이야기를 이처럼 재미있으면서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서술해놓은 책을 아직 못봤다. 물론 역사에 정통한 사람들이야 코웃음을 치겠지만 나처럼 군데군데 이빠진 지식으로 늘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여기저기 찾아봐야 겨우 상황이 연결되는 사람에게는 이 책에서처럼 내가 알고싶은 것을 알아들을 수 있게 풀어써놓은 것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부분이 나에게는 정말 의외의 소득이었다. 나처럼 중세 유럽의 역사가 잘 정리되지않는 사람이라면 일부러라도 읽어볼만 할 것이다.

 

전체적인 중세의 정원이야기는 수도원의 정원과 기사(성)의 정원, 도시의 정원, 농가의 정원으로 나누고 각각을 시대적으로 중세의 전반기, 후반기로 나누어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이 책 1권에는 수도원의 정원과 성의 정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정원의 형태나 기능이 나타나기 전의 이야기다. 수도원의 정원 중에서도 파라다이스와 클로이스트 그리고 약초원과 채소밭, 화단과 나무정원 등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각각의 모양이나 기능 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런데 왜 수도원인가? 중세는 왕을 비롯하여 기사들이 일년 내내 떠도는 생활을 하는 시기였다. 심지어는 농부들도 이리 저리 쫓겨가거나 새로운 농지를 찾아서 떠도는 시대였다. 그런 시기에 유일하게 부동의 정점을 이루었던 곳이 바로 수도원인 것이다. 따라서 그곳이야말로 정원이 생길 수 있는 곳이었다. 이렇게 수도원의 정원이 생기게 된 이유부터 시작해서 수도원과 세속의 관계에 대해서도 잘 그려져있다. 수도원이 자신들만의 구원을 위해서 기도만 하고 살았던 것이 아니라 그곳이야말로 정신적인 치유와 육체적인 치료가 시행되던 병원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필요에 의한 약초, 즉 허브밭이 필요했고 죽고 난 뒤의 영혼의 치료까지도 보장받을 수 있는 나무정원이  들어서게 된 것이다. 내가 이탈리아의 몇몇 수도원에서 봤던 정원이 클로이스트였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곳은 에덴동산을 나타낸 곳이었고 완전히 정형적인 공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파라다이스 또한 마찬가지다. 이런 종교적이거나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정원에서 순수하게 즐기고 기쁨을 누리는 정원으로 방향이 바뀌면서 기사들의 성의 정원 형태가 등장하게 된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등장하는 정원이 바로 기사의 정원이다. 바로 장미정원이다. 지금은 이런 중세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중세풍으로 정원을 복원하거나 만드는 일이 유행하고 있단다. 그래서 실제로 자바 성에는 장미 정원이 있는데 물론 중세의 정원에는 장미의 종류가 훨씬 적었을 것이다. 또한 정원의 형태가 설명되는데 내가 늘 궁금하던 소설 속의 정원에는 왜 높은 벽이 있는가가 해결되었다. 주로 외성과 내성의 중간에 이런 정원이 만들어지고 나중에 성의 면적이 좁아 성밖으로 나가 정원을 만들 때도 높은 벽을 둘러친 정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때의 정원도 지금 우리가 흔히 보는 정원의 역할보다 기사들의 유희를 위한 장소로서의 정원인 것이다. 정원에서 기사들의 토너먼트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전쟁이 많았던 시대지만 전쟁이 언제나 있는 것은 아니고 또 아예 전쟁이 없던 시절, 기사들은 오로지 토너먼트를 위해서만 무술을 연마하고 있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기사들의 생활과 기사도 정신이라 부르는 궁정풍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 여러가지 문학 작품 속의 기사 이야기와 정원의 관계, 회화에서 나오는 정원의 의미들, 특히 히에로니무스의 쾌락의 정원이 뜻하는 것들도 간략하지만 명쾌하게 설명되어있어서 시종일관 흥미진진하여 손에서 책을 떼놓을 수가 없었다.

 

책의 말미에는 책 속에 인용되었던 참고문헌 목록들이 있다. 책은 전반적으로 도판이 풍부해서 궁금한 것들도 다 해결된다. 다만 아쉬웠던 한가지는 정원에 심으라는 약초 목록이 언급만 되고 실제 목록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걸 참고로 나도 올해는 중세풍 약초밭과 채소밭을 가꿔볼까하는 야무진 꿈을 갖고 읽었는데 마지막까지 안나와서 무척 서운했다. 참고문헌을 찾아 알아내기는 했다. 옛날에 읽었던 세계명작도 다시 읽고싶어진다. 거기 내가 그동안 전혀 신경안쓰고 지나갔던 정원에 관한 이야기들을 새로운 눈으로 확인해보고싶다. 지금 중세의 정원이 남아있는 곳은 없지만 복원이나 비슷하게, 혹은 중세풍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정원들도 구경해보고싶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음편에서 그려질 도시의 정원과 농가의 정원이 궁금하다.

 

저자가 어렸을 적 정원을 가꾸던 부모님 밑에서 자라 농업대학에 다녔고 독일에서 조경을 공부하고 오랫동안 현직에 근무하다가 지금은 그동안 준비했던 집필활동만 한다는데 그 폭이 참으로 넓은 것이 마음에 꼭 든다. 기존 출판되었다는 독일 정원 이야기와 바로크 정원 이야기를 읽으면서 다음 책을 기다리고 있어야겠다.

YES마니아 : 로얄 k********i 2012.02.10. 신고 공감 6 댓글 11